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누구 말따나마 세상은 예산이 지배한다. 그리고 그 예산은 세금으로부터 온다. 돈 있는자 흥하고 돈 없는자 망하리. 일반적인 세계사의 흐름에 세금이 미친 영향이 궁금해 이 책을 펼쳤으나, 그다지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세금에 얽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다루고는 있으나, 이러이러한 세금으로 이렇게 되었다고 그냥 끝나버리고, 자세한 분석이나 "그 다음 전개"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했다. 이건 그냥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다.
그리고 쓸모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세금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면 난 것이지, 대치양상, 양측의 전술,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포로가 되었는지는 알아서 뭣하리. 본문에 주장이 너무 많은 것도 좀 그렇다. 적은 세금을 옹호하는 건 좋으나 직접적인 주장이 곳곳에 있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내가 왼쪽으로 많이 기울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사료는 많이 모였으나, 소화가 덜 된 듯 하다. 소화능력에 자신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남미의 잉카 문명을 스페인이 무너뜨린 사연이 가장 인상 깊었다.
덧글 - 서문에서, 19C 영국에서 관세와 소비세를 줄였으나 덕분에 거래량이 늘어나 세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을 예로 들어 세금을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솔직히 찬성하기 어렵다. 당시 영국은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었고 거기서 엄청난 무역량과 이익이 발생했으나, 지금 한국엔 식민지가 없고 만만한 봉도 없다. 아니면 당시의 번영이 식민지와 관계가 적거나 없다는 증거라도 있는 걸까? 반례로, 미국의 경우를 보면 20C 후반 세금 줄일 때마다 좋을 꼴을 못 봤다. 지금 현재 부시 정부조차도. 오히려 클린턴 시절 세금을 늘렸을 때 경제가 호전되었다. 그리고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약하게 하는 것과 부패의 감소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의문이 많이 남는 머리말과 맺음말이다.
사춘기 때의 공상이다(사실은 지금도 가끔 하지만). 자기를 좋아해주는 미소녀가 있다는 거. 그리고 이 게임은 아주 노골적이다. 연상, 소꿉친구, 여동생, 가사 O 성적 X와 가사 X 성적 O의 미소녀 5명에 악우 1명과 소식통 1명의 고전적인 구성. 다 자기를 좋아하고, 어떤 엔딩이든 "신계는 일부다처제니 다 같이 결혼하자"로 끝난다.
재미있게는 했지만, 플레이하는 내내 입에서 쓴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곧이곧대로 즐기기엔 내가 회의적인 인간인지 머리가 너무 굵어져 버린 건지.
이런 류의 게임이 공통적으로 갖는 시스템과 그 장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으므로 거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와우의 버그에 시달리는 나날이라 버그가 없다는 건 좋은 것이나, 이런 단순한 게임에 버그가 있다는게 더 이상하지. 음. 보컬은 좋았다. 특히 오프닝은 애니에서도 그대로 쓰이는 듯. 그림이 예쁘고 풀 보이스라 보고 듣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풀 보이스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이야기는 매우 짧고(인물 소개를 위한 공통 이벤트를 제외하면 정말 몇 개 없다), 짧은 이야기에 성행위 2번씩과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다 넣으려고 하다보니 이야기가 대단히 허술하달까 별로 재미가 없어져서 몰입이 되질 않는다. 내 마음이 움직이려고 할까말까하는데 갑자기 인상 쓰다가 남주인공이 대쉬 한 번 하니까 그냥 해피 엔딩이라는 꼴.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상적인 미소녀를 강조한 나머지 와닿는게 없었다. 인형을 보고 아 예쁘다는 수준이지 캐릭터에게 반한다거나 인간적인 애정 또는 매력을 느끼거나 하는 건 무리.
결국 인스턴트로 주입하려는 이런 식의 행복 마약에는 중독될 수 없었단 이야기다. 첫 캐릭 공략에나 말하는 거 다 듣고 있었지 2번째부턴 엔터키 대신 컨트롤 키 눌렀다. 그림이 거칠어도 되니까, 풀 보이스가 아니어도 되니까 공을 들인 재미있는 이야기, 끌리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가 있는 쪽이 더 낫다.
몇달 전과 똑같다. 사람은 적고, 그나마도 시간 맞춰 다른 인던 들어가 있다. 필요 퀘스트 안 해놓고 당일, 그것도 인던 출발시각에 해달라고 한다.
험난하고 힘든 상황은 날 강하게 한다. 희망을 갖게 한다. 상황의 개선과 타개는 날 희열에 젖게 만든다. 그 기쁨에 길드 레이드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레이드 오피서 잘리고 새로이 저 상황을 보니 한심하다. 몇달 동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전장이 업데이트되면 돌아온다는 사람들, 돌아오지 않았고 대학교 방학 시즌이지만 대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돌아온 것도 아니다. 그동안 100명 가까이 길드에 가입했지만 그만큼의 사람이 와우를 접었거나, 혹은 부캐다. 그래서 동접자는 언제나 똑같다. 나 같은 폐인들의 접속 시간이 더 길어졌을 뿐이다.
절망적이다. 지친다.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앞으로 개선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젠 종류 불문하고 어떤 길드 레이드에도 주최는 커녕 참가도 하기 싫다. 그저 답답하고 짜증날 뿐이다.
난 몇 달간 일정한 시간에 접속해서 공대를 결성해 인던을 돌아왔다. 스스로 야추 풀셋을 위해서였고, 인던 도는 게 재미있어서였고, 꾸준히 하면 뭔가 직함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를테면 백호단이나 청룡단 같은.
그런데 덜컥 오피서가 되어버렸다. 기뻤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역시 편협한 성격의 문제는 낫지를 않았다. 이전부터 날 싫어하는 길원이 늘어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화심부 레이드에서 연이은 실패로 다들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길마형에게 욕먹고 홧김에 길탈했다가 돌아왔는데, 악몽님에게 한 소리 들었다. 자아비판 당했다. 그날 그 대화는 그럭저럭 넘어간 줄 알았는데 결국 레이드 오피서는 잘렸다.
나는 청룡단으로 강등되고 레이드 주관은 몽땅 청룡단으로 넘어갔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 그걸 위해서라면 날 자를 필요는 없다. 결국 내가 설치는 게 암중으로 길드원들에게 꽤 욕먹고 있었고, 이전의 대화로 판단했을 때 개선의 여지도 없을 거라고 본 모양이다. 오죽하면 게시물 읽은 횟수가 10회 넘는데 길마형이 청룡단 권한 수정했다는 답글 하나 단 게 끝일까.
이성적으로 봤을 땐 합리적인 판단이다. 같은 직무를 수행한다면 굳이 오피서가 따로 있을 필요도 없고 전쟁 길드에 전쟁 오피서가 이미 있는데 인던 레이드 오피서가 같은 레이드 오피서로 있을 필요도 없다. 직위는 이제까지의 일에 대한 보상이 아니고 앞으로의 일을 위한 준비인 것이다.
감정적인 면이야…. 100% 찬성한다면 이 글을 치고 있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반발해서 어디다 쓰겠는가. 권력욕 넘치는 어린 것으로 비칠 뿐인데. 반발해서 직위 유지해봤자 하지 말라는 걸 내가 쟁취해서 뭘 어쩐다고.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 마음속에서부터 레이드 오피서 및 그에 따르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다 포기했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 역시 시간은 만병통치약이다. 길드 홈페이지의 레이드 관련 계획 글을 모두 다 지우고 시험 끝나고 올리려고 쓰던 HDD의 화심부, 오닉을 위한 준비물 및 준비 퀘스트에 대한 글도 다 지웠다. 약간 허탈했지만, 필요없는 것들이다.
뭐 괜찮다. 그래도 길드 가입 초창기 때 파티 구하러만 길드 들어온 걸로 오해 받아서 길마형에게 그럴 거면 나가라는 말 들었을 때보단 훨씬 낫다. 이제 화심부 아닌 한 어떤 인던도 들어갈 필요도 없고, 레이드 계획 짜느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고, 공지 뻔히 놔두고 "오늘 화심부 가요?" 같은 멍청한 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오피서가 아니다. 그냥 4대단 중 하나에 들어있는 길원 중 하나다. 뭐야, 훨씬 낫네.
P.S. :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레이드 오피서 자른다는데 길마형을 포함해 길드 원로 게시판에 접속 가능한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른바 "수뇌부" 전원에게 찍혔다는 건데…. 좋지 않군. 찍힌 것도, 내가 가진 실망감도.
자본주의의 역사는 침략, 정복, 약탈의 역사다. 산업화의 시작부터 정보화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방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더욱더 철저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본주의의 화신, 미국의 역사는 곧 자본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흑인들, 아메리카의 인디언, 한국, 베트남 등의 아시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의 중동. 끝없는 수탈과 착취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특히 20년 전 미국이 중동에서 CIA를 통해 한 짓거리들로 인해 오늘날 9.11이 터졌다거나, 왜 엉뚱한 이라크가 두들겨 맞는지 등의 언뜻 보기엔 잘 알 수 없는 국제 정세가 과거와의 인과 관계로 이어져 한눈에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600페이지(5XX 페이지였나?)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것이,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책.
ⓒ 森薫/エンターブレイン、ヴィクトリアン文化研究会 일본인들의 성에는 성역이 없다. 수녀, 무녀, 교사 등등의 직업군이 모두 성적 흥분의 코드가 된다. 이런 풍에도 유행이 있는데, 가장 최근 것은 메이드였다. 가정부, 식모가 아니다. 메이드다.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봉사한다는 그 메이드. 물론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당 작품들은 모두 판타지 적이고 과장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엠마는 그런 작품이 아니다. 주인공 엠마의 직업 메이드는 19C 무렵 영국 빈민 여성의 직업 중 하나다. 다만, 다른 메이드들과는 달리 교육을 받았고 때문에 높은 교양 수준을 가졌다는 게 다른 점이랄까. 그리고 그런 엠마와 부잣집 아들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 이 작품의 소재다.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뉴타입의 평대로, 당시 시대상 - 특히 메이드들의 생활 모습 및 일하는 방법 - 의 재현도가 매우 높고, 정밀한 것이 그 특징이고 재미다. 애니라는 도구의 특성상 많이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하지만, 이 작품도 결국 가상의 이야기이므로 극심한 빈익빈부익부라든가 환경오염(각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땐 석탄 때문에 당시 런던의 공기는 대단히 나빴다) 등의 문제는 피해간다. 11화 엠마의 과거 편에서나 약간.
마무리는 대단히 허망하고 마음에 안 든다. 만나서 사랑했는데 신분 차이 나니까 그냥 안녕? 그런 당연하고도 뻔한 얘기를 보자고 애니나 만화를 보는 사람이 있을까? 아버지가 그냥 허락해줘서 두 사람이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라는 끝 마무리 만큼이나 나쁜 선택지다. 아무리 봐도 이건 똥 누다 끊고 나오는 느낌으로, 도저히 마무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흐름상 딱 2쿨짜리 애니에서 1쿨만 본 느낌. 2기 내놔라. 기다리겠다.
블쟈는 1.5.0 패치를 했다. 전장 추가가 가장 큰 변화점으로, 두 개 다 해본 결과 대단히 재미있었고 할 만 했다.
디자인의 문제상 너무나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안 그래도 쓸만한 아이템을 사기 위해 우호도 작업만 선호하는 사람이 꽤 되는데 이렇게 되니 무한정 길어진다. 알터랙 전장만 합계 20시간 이상 뛰었는데 끝나는 경우를 한 번도 못 봤다. 수정이 필요할 듯 싶다.
이번 전장 패치로 와우의 기본적이고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드러났다. 서버와 인구 문제.
인구가 원래 적은 서버(는 인구 비율이 나쁜 서버도 겸하는 경우가 대다수)는 전장 구경도 못해볼 정도고(얼라가 아무리 많아도 호드가 적으면 꽝이다), 많다는 서버도 전장 가려면 몇십분씩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개인 자격으로 할 때 그렇다. 파티로 등록하면 시간은 한도 끝도 없다.
그리고 일단 들어가도, 거기엔 파티도 길드도 없이 흩어진 개개인만 있을 뿐이다. 공대장이란 것도 딱히 없고 모두가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상황. 내 장담하는데 어중이떠중이 40명과 제대로 된 길드 30명과 붙으면 30명이 이길거다. 플레이 정말 답답하다. 이게 무슨 전쟁인가? 계속 달려가 죽고 죽이고 루팅하고. 정말 재미없다.
명예를 원하는 모든 이가 전장으로 몰려갔기 때문에 다른 필드는 조용해졌다. 그래서 모든 명예는 전장에서 나오게 되었다. 즉 전장 죽돌이 아니면 대장군 같은 명예 최고 직위는 꿈도 못 꾼단 이야기.
서버 문제는 여전히 난리다. 1.5.0 패치 후, 대기자가 500명이 되는 상황(한 번 튕기면 3, 40분 대기)에서, 화심부 레이드 중인데 메인탱이 튕기는 상황을 겪어봤다. 다른 사람도 계속 튕겨서 30명 공대인데 인원수는 계속 25명을 유지했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대기자 뚫기는 막혔는데 계속 튕기면 뭐 어쩌란 말인가? 레이드 하지 말라고?
현재 대기자가 걸리는 수는 인원수 2000~2500명 사이이다. 이 중 반은 타진영이고 같은 진영의 반은 58레벨 미만이다. 그리고 그 인원들이, 접속만 해놓거나 아바타 채팅을 하거나 스칼을 돌고 솔룸을 돌고 첨탑 상하층을 돌고 나락을 돌고 전쟁노래를 가고 알터랙을 간다.
얼토당토 않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동접자 2500명 한계는 너무 적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지금 구현된 컨텐츠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분산된 것이다.
일단 서버 안정화가 되어야 할 것이고, 동접자 수를 더 늘리거나 아니면 동접자 수를 극복할 무언가가 필요하다(예를 들면 서버 경계를 초월한 전장이라든가). 컨텐츠는 계속 늘어나 사람들을 분산시킬텐데(패치 예정인 줄그룹에 2개 공대만 가도 만렙 동접자 50명이 빠지는거다), 이러고 있으면 사람 없어서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모든 서버에서 울려퍼질 것이다.
* 이하는 레포트로 낸 글이다. 확실히 말하건데 읽지 마라. 눈버린다. 솔직히 이 책 자체에서 받은 느낌이란 백년 만에 30%가 오른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상승이 충격적이란 거 뿐이었고, 그 상태에서 A4 5장 채우기 위해, 성향을 알기 어려운 교수의 눈 밖에 나지 않을 글로 대충 쓰다 보니 결론이 완전 초딩 논설문 쓰듯 나와버렸다. 환경 오염의 경우 솔직히 국가에서 적극적이고도 강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기업 문화는 자유가 아닌 방종 그 자체다. 공공의 자연을 개인이 수탈하여 배터지게 처먹고 있는 동안, 돈과 힘 없는 자는 그 오염을 죽도록 먹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애들이 백년 동안 신나게 뿜은 이산화탄소로 인해 태평양 섬나라들이 가라앉고 있고, 가난한 그들은 이제 대륙으로 나가 기업인들에게 착취당해야 한다. 힘 없으면 뒈지는 그런 천민 자본주의가 미국이 외치는 세계화, 국제화, 글로벌의 결과다. 얼마나 이러고 있을 건가? 파이를 키웠으면 나눠먹어야지 언제까지 키울건가? 그 파이에 부자가 질릴 때까지?
환경과 사회 레포트
도서명 : 기후의 역습 지은이 : 모집 라티프 지음, 이혜경 옮김 출판사 : 현암사 펴냄
들어가며.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여름의 최고 기온 기록이 매년 갱신하고 있으며, 강이 얼어붙는 기간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각종 동식물의 서식지는 매년 북상하고 있어, 몇 십 년 뒤엔 남쪽 지역은 아열대 기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리고 해결 방법은 없을까?
지구의 평균 기온은 15℃정도이다. 하지만 대기의 효과를 무시하고 태양과의 거리로만 직접 계산해보면, 지구의 예상 기온은 영하 18℃가 된다. 무려 33℃가 높은 것이다. 이 엄청난 열량은 어디에서 오는가? 답은 물론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배웠던 온실효과다. 태양빛을 지구 표면이 흡수하여 지표면에서 가까운 대기층을 데운다. 지표면은 적외선을 방사하고, 이를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같은 미량가스들이 열선의 일부를 흡수하여 다시 지구 표현으로 되돌려 보낸다. 일단 들어오는 건 통과시키지만, 열이 밖으로 나가는 건 막는 것이다. 그럼 기온은 무한히 올라가는가? 그건 아니다. 올라가는 기온은 물을 증발시키고 하늘로 올라간 수증기는 하늘에서 응결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이 순환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열은 물의 위치 에너지 변환에 소모되어 지구의 대기는 일정 기온을 유지하게 된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간다면 비가 더 많이, 자주 내리게 되며, 그 반대라면 더 적게 내려 지구의 기온은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순환하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저 온실효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대기 중에 0.038% 밖에 없는 이산화탄소인데, 이 이산화탄소도 순환 과정을 거친다. 직접적으로는 바닷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의 대류로 해저에 침강하여 다른 퇴적물과 함께 암석이 되며, 간접적으로는 탄소를 몸 안에 가진 해양생물과 지상의 동식물들의 사체가 마찬가지로 퇴적하여 지구의 안쪽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지표면에 솟거나 화산 폭발 등으로 다시 대기 중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지구의 형제 행성인 화성과 금성을 보면, 지구의 위치와 조건이 얼마나 절묘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금성은 태양빛이 너무 강렬하여 수증기가 포화상태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온도가 계속 올라가, 결국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로 쪼개진다. 가벼운 수소는 우주 공간으로 사라지며, 남은 산소는 다른 분자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이 되어 대기 중에 계속해서 머물게 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순환 역시 없다. 화성은 반대다. 지각운동이 없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늘어나지도 않으며, 때문에 물이 증발할 온도에 이르지 못해 어떤 순환도 이뤄지지 못한다. 화성의 물은 그냥 얼어붙어 있을 뿐이다.
위에 쓴 사항 중에서 인간이 간섭한 부분은 이산화탄소의 대순환이다. 과거의 생물이 여러 가지 사정을 안고 지표 속으로 사라져가 지질학적 과정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석유와 석탄이 되었지만, 이것을 인간이 끄집어내 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화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던 100년 전만 해도 지역적인 공기 오염만 걱정했을 뿐이었지만, 이제 사태는 심각해졌다. 인간은 매우 조직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석유가 나오는 곳이라면 전 세계의 어디든 땅을 파 석탄을 캐내고 땅에 쇠기둥을 꽂아 석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전 세계에 운반하여 불태우고 있다. 다른 무수한 오염물질들도 대기 중으로 퍼지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도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그 직접적인 증가는 역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산업화 이전 280ppm(0.028%)이었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최근 370ppm(0.037%)까지 증가했다. 무려 30%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도 상승했다. 이러한 기온 변화를, 일반적인 기후 변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아도 지구의 기후는 끊임없이 변하며, 이러한 사항들이 사실은 그런 변화의 일부가 아닐까 하고. 그러나 여러 탐사 기록과 기후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모든 모델에서 대체로 2000년을 기준으로 기후변동 가능 폭을 돌파했다. 이것은 절대 자연적이지 않다. 그리고 원인의 80% 이상은 인간의 활동이다. 혹자는, 0.6℃는 지구의 온실효과 33%의 2% 밖에 되지 않으며, 그 정도는 별 것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유치한 숫자놀이에 불과하다. 앞서 썼듯이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은 항상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바다 또한 항상성 유지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떨어진다. 그런데도 벌써 0.6℃나 오른 것이다. 겨우 100년 만에. 그리고 0.6℃ 오른 기온의 효과를 우리는 두 눈으로 매년 보고 있다. 녹아내리는 만년설과 빙하, 여름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무더위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죽는 사람들,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 우리나라만 해도 전국의 더위 기록과 그로 인한 최대 전력 사용량 기록 갱신을 매년마다 보고 있지 않은가. 기상 이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점점 더 빈발하고 있고 그 강도도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하루 동안 870mm라는 강우 기록은 분명 최고 기록이지만, 언제 다시 갱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분명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까지의 기록이 0.6℃이며, 온도의 상승폭은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자제가 없다면, 앞으로 100년 내에 지구의 기온은 5℃ 이상 오를 것이다. 자연계의 숫자 변화를 일반적인 다른 숫자 보듯이 보면 곤란하다. 그것은 성질 급한 사람이 화를 참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가는 숫자에 비례한 반응을 보여 주겠지만, 일정 한도를 넘어서 화가 폭발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지금의 추세대로 화석 연료를 태우게 되면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1000ppm이 되며, 급격한 기온 상승과 녹아내리는 빙하 등의 원인으로 대서양을 거쳐 유럽으로 엄청난 열을 전달하던 멕시코만 난류가 멈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기온은 뚝 떨어져, 겨울엔 엄청나게 춥고 여름엔 엄청나게 더운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한순간에 바뀌게 된다. 그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중단하면 일은 바로 해결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저질러 버렸다. 불가능한 얘기지만, 설사 기적이 일어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가 된다 하더라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기온을 계속 올릴 것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포기한다면 지구의 기온은 그야말로 폭등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온도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포기하란 의미는 아니다. 한 번 나온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서 100년은 머문다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옛 수치로 돌아간다 해도 한 번 요동친 기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사태를 각오하고, 예측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가 많은 것이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가스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잡기 어렵고,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도쿄의정서가 그것인데, 현재 발효한 상태다. 이에 의하면 각 국가는 2012년까지, 90년 수준보다 평균 5.2%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인 선진국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각 국가가 배출한도를 갖고, 이에 미달할 경우 잉여분을 파는 배출권 거래제도의 경우 개도국이나 기타 환경 사정이 좋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선진국에 배출권을 팔 것이 뻔하고, 아니면 선진국에서 경제 문제를 빌미로 암중에 판매를 강요할 수도 있다. 선진국이 다른 선진국에 투자하여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투자 국가의 감축분으로 인정해주는 공동이행제도나, 선진국이 다른 개도국에 투자한 분량을 선진국의 감축분으로 인정해주는 청정개발체제 역시 마찬가지. 삼림, 해양 등에 흡수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배출량에서 제한다는 순배출의 경우엔 일종의 말장난인데, 식물이 탄소를 고정한다 하여 심더라도, 탄소의 고정은 정확히 그 식물의 무게만큼 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땅에 묻혀야 고정이 지속된다. 베어내 종이로 만들어나 목재를 활용한다면, 그 뒤처리가 소각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도루묵이 되어버린다. 결국 선진국들은 이미 갖춰진 생활양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가진 능력을 총동원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그만큼의 힘이 없는 개도국이나 중진국들은 선진국이 외면하는 그만큼을 메꾸기 위해 희생당하게 된다. 게다가, 세계 제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해버렸다. 현재 세계 경제는 중앙집중적인 화석 경제로 이루어져 있고,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이야기는 그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 바로 시작하여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21C 끝 무렵의 지구는 인류가 적응해온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을 포함하여, 많은 나라가 현 실태를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당장은 구체적인 감축의무를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도 세계 10위권 내외를 들락날락하는 에너지 소비국이며, 특히 에너지 소비율 증가는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어 언제 감축 의무가 부과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기회일 수도 있다. 우리의 신재생 에너지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내수 시장은 거의 공백 상태이며, 다른 많은 나라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과도한 에너지 낭비와 여러 공산품의 과소비를 줄여 에너지 생산과 제품 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통해 화석 연료를 대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글짓기를 시키는 때가 있다. 독후감, 논설문, 고딩이 되면 논술. 수행 평가야 나 졸업하고 생겼으니. 난 그런 걸 정말 싫어했는데, 다들 글자 제한이 너무 심해서였다.
나는 다 아는 내용 일일이 쓰는 것보다 생략해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읽는 사람을 애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간략하게 쓰면 되는거 아니가. 그래서 그렇게 써놓고 보면, 글자 제한의 반 정도에 글이 끝난다. 실례로는 경철이와 강 이야기를 보라. 묘사와 대화 좀 빼고 생략하면서 썼더니 요구량의 반이 나왔다. 귀찮고 뭣보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냈지만. 고등학교 논술도 늘 1500자 분량에 쓰고 보면 800~900자 분량.
어릴때야 폭력으로 강제하니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별 의미도 뜻도 없이 자문자답하는 쓰레기글로 양을 메꿨는데, 완성된 글을 보면 당연히 그 중 반은 주제랑 아무 관련 없는 쓰레기. 좋은 점수 나올 리가 없지. 국딩 저학년 한 때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적도 있던 것 같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보면 글 쓰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게 당연하다.
블로그에 글 쓰는 건,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일종의 수련이기도 하다. 반년이 넘도록 진전이 거의 없는 건 슬픈 일이지만.
잡설이 길었는데, 기후의 역습도 최저 용량 제한의 희생물이다. 독후감 레포트인데 A4 5장 분량이란다. 12포인트 크기로. 그냥 쓴 건 양이 너무 적어서 다 지우고, 본문 내용 대충 베끼면서 양을 채우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중딩 수준의 논설문이 된데다 결론도 한 물 간 개그다. 정말 한심하고 유치하다. 날짜 못 지키고 시험이 코 앞으로 닥치도록 찌질대면서 양 채울 바에야, 양이야 어쨌든 날짜 지켜서 내고 그 시간에 시험 공부나 할 걸 그랬다.
교양과정동에서 알고리즘 수업을 듣는 곳은 307호실이다. 전에 에어컨 틀었다고 쓰긴 했지만 사실 바로 옆에 거대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3층이라 바람도 많이 불기 때문에 창문과 문만 열어놓고 있어도 꽤 시원하다.
그래서 그날도 강의실 들어서자마자 뒷문 열어서 의자 괴어놓고 창문가의 제일 뒷자리에 앉아 창문 열고 있었다. 시원하두만. 내 앞 사람도 나 하는 거 보고 창문 열었고.
그런데 한 학우가 뒤로 오더니... 에어컨을 켠다. 그리고 온도를 18도로 맞췄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니, 에어컨을 켜려면 창문과 문을 다 닫든지. 아니면 다 열고 에어컨을 끄든지. 교실 뒷문과 뒤편 창문 2개가 열려 있는데 에어컨 켜봤자 효과 얼마나 나겠는가.
그날 축제 때문에 시끄러워서 창문 다 닫긴 했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에어컨은 켜기만 하면 시원해지는 마법의 장치가 아니다.
대구 공항 앞에 새 횟집이 문을 열어서, 가족끼리 하던 월 1회 외식을 이번엔 거기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크지는 않은 가게였다. 요리사 2명 서빙 아줌마 3명이었고 자리는 10개 남짓... 물론 개장 초기니 사람은 많았다. 우리 가족 포함해서 예닐곱팀 정도?
나는 종류 불문하고 익지 않은 건 좋아하지 않는 성미라 부모님이 알아서 시켰는데 3만 원짜리 모듬회와 2만 원짜리 새까시(가 맞는지 모르겠다. 기억도 희미하다. 어쨌든 가자미를 뼈째로 썰었다던가 하는 회)를 주문했다.
술은 우리가 원래 마시는 메이커의 백세주가 아니어서 동생이 흑주 달랬는데 없단다. 원래 안 들여놨단다. 그럼 메뉴판에 흑주란 글씨를 지우던가.
...기다렸다. 오지게 안 나온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나오는 음식들부터가 양과 가짓수가 적어서 뭔가 허전했는데 거의 일이십분은 기다려서 회가 나왔다. 회 위엔 "포스트잇"이 얹혀있더라…. 회를 포스트잇에 싸먹으리? 5만 원짜린데 양도 무지하게 적고. 야채도 조금씩만 줘서 계속 다시 달라고 해야했다. 한 대여섯번은 불렀을 거다.
마지막으로 매운탕과 밥을 달랬는데 주문 받은 사람이 깜박해서 20분 정도 공쳤다. 다시 말하니까 미안하다고 하면서 5분만에 갖다준다. 5분…. 틀림없다. 엄청 큰 통에 생선 대가리 몇십개 넣고 끓이다가 푹 퍼서 주는거다. 파나 양파 같은 거 얹어서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준다. 생선 대가리가 완전 해체 일보 직전이두만.
욕만 써놓은 거 같아서 몇마디 더 덧붙이자면 꽤 깨끗했고 고기는 싱싱했고 주인으로 추정되는 요리사도 친절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우리 가족이 회 먹으려고 할 때 고려하는 횟집만 십여개고, 그 중 가장 나은 집에 비교해봤을때, 이런 서비스로는 택도 없다. 우리 가족의 리스트에서 빨간 줄이 주욱 그어진 것이다. 안녕.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저녁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SBS 채널이었는데 생방송 투데이란 프로였다. 현충일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75 X 50(60?)미터의 거대 태극기를 북한강에 띄우는 행사를 보여줬다. 행사 자체는 그렇다 치고 취지와 행동과 인터뷰가 뭔가 상당히 어긋나 있었다.
"평화 통일을 기원"한다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북한에서 평화 통일을 기원한다고 거대 인공기만 만들어서 자기네쪽 북한강에 띄워놓고 인터뷰에 "한라산에도 걸고 싶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하루 빨리 통일해서 북한 어린이들과 같이 태극기를 그리고 싶다고? 꼬맹아, 그 얘기는 우리가 북한을 침략해서 걔들의 인공기는 다 불태운 뒤에 남한 식의 정치, 경제, 문화 체계를 폭력으로 강요한 뒤에야 가능하단다. 꼬맹이야 뭐 모르고 그랬다 치고 그걸 그냥 내보내는 SBS는 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평화란 상대방을 반항을 꿈도 못 꾸도록 반쯤 죽여놓든가(미국처럼), 아니면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대화란 내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내가 받아들이는게 더 중요하다.
대형 태극기라는, 남한의 상징만을 거대하게 걸어놓고 북한과 평화 통일을 하고 싶다고 백날 외쳐봤자 북한 사람들이 믿어줄까? 지금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도 같이 걸어야 하지 않을까?
별로 현충일 기념이라는 걸 무시하는 건 아닌데, 그럴거면 평화 통일 기원이라는 말은 하질 말든가.
말이 사촌형이지 앞에 '고종' 자가 붙고 보면 "누구세요?" 수준이다. 일단 나랑 나이 차이가 거의 띠동갑인데. 어렸을 때 만났을지 몰라도 사실 내 기억으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형도 날 못 알아보던데 뭐.
가는 것도 웃긴 게, 아버지에게서 가야 한다고 '통보' 받았다. 결혼 당일 사나흘 전에. 결혼식이 기말고사 겨우 일주일 전인데. 아직 애 취급이군.
교통편은 아버지 자가용. 10시 반에 나서서…. 1시 좀 넘어 도착. 부산역 근처인데다 예식장 둘이 딱 붙어 있으니 얼마나 사람과 차가 많은지. 한참 헤매다 간신히 주차하고(그나마 끝나고 와보니 딱지 받았더라) 들어갔다.
일단 어른들과 인사하고… 고모와 고모부와 숙부들은 알겠지만 나머지는…. -_-
결혼식은 그야말로 초간단. 식 자체는 20분 만에 끝났고, 나머지 1시간가량은 사진 찍느라 바빴다. 결혼식인지 사진식인지. 국적 불명의 예식장 장식들 전부가 모조, 싸구려 티가 너무 나는데다 방송용 장비라든가 사진기 등등의 장비들은 검은색이어서 식장의 기본 흰색과 전혀 안 어울리는 등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 중 압권은 나이트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이었다. 빛으로 그려낸 글자 "부산예식장". 장난하냐? 조명은 어두운 편이었고, 때문에 비디오 카메라 들고 다니는 친구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등을 카메라에 부착하고 다녔다. 부신 정도가 아니고 아팠다.
어쨌든 끝나고 꼴에 뷔페라는 식당으로 갔는데, 이쪽도 무성의의 극치랄까, 뷔페도 뷔페 나름이라는 걸 깨달았다. 서울 숙부의 아들 제우의 돌찬치를 서울 힐튼 호텔에서 해서 눈높이 초기치가 너무 높아진 탓인가 하고 생각해봤지만, 김치는 화학 조미료 냄새가 팍팍 풍기는 제조 싸구려 김치였고 고기류는 다 딱딱했다. 가짓수도 적고. 전반적으로 식었고, 짜고, 느끼하고, 맛이 없었다. 배가 고파서 배는 채웠지만, 제길.
예식장의 식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기서 식 올리려는 걸 막으려 들 것이다. 그딴 식으로 해도 장사 잘 되나 보지?
밥은 금방 먹었는데 어른들의 사정으로 무슨 잡담을 한참 하더니 고모부네 집으로 가잔다. 사전 협의한 사항이었다. 끌려가서 저녁 먹고 집에 와보니 9시였다.
일요일 하루 날린 건데. 진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막상 가선 얘기도 별로 안 하고 밥만 딸랑 먹고 왔으면서 뭐 그리 꼭 가야 한다고.
펌질을 아예 거부하는 건 아니다. 트랙백이 그냥 있는 기능은 아니지만, 아직은 제한이 많다. 그나마도 같은 블로그에나 통한다. 링크를 걸어도 그 수명은 그렇게 길지 않다. 결국, 자신의 의견을 펼치려면 그 원본을 들고올 필요가 있다. 혹은 흥미있는 이야기거나 해서 갖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원본글을 "달랑 갖다 놓기만 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주 압권인 블로그를 하나 본 적이 있다. 어떻게어떻게 링크를 타고 갔더니 3만개였다. 오오 3만 히트라니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봤더니 글 3만개... 아니 하루에 글 5개씩 올려도 20년은 족히 걸리겠다고 계산하면서 다시 봤더니 C&P의 결정체였다. 아무 코멘트 없이 그냥 글만 붙여넣기한 것이다. 물론 블로그 히트 수도 적었고 댓글은 아예 없었다.
위의 사례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포스팅이랍시고 뉴스 하나 붙여넣기만 해둔게 다인 블로그는 대단히 많다. 그게 진짜 희귀한 정보면 말도 안 한다. 넷 찌라시의 개나소나 다 아는 포스트가 뭐 그리 희귀하고 귀중하고 신기해서 자기 생각 한 줄 안 쓰고 붙여넣기만 딸랑 해두는 건지.
도대체 뭘 위한 블로그인가? 아니면 내가 블로그란 것에 대해 오해 내지는 착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블로그에 새로운 정보를 찾으러 가는게 아니다. 새로운 정보면 정통한 소식통이 널리고 쌓였다. 난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보러 블로그를 검색하고 찾아다니는거다. 그런데 검색 결과의 절반 이상이 해당 기사의 단순한 복제라니... 정말 그들은 원본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냥 붙여넣기만 해둔 걸까?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면 애시당초 붙여넣어서 포스팅할 이유가 없을텐데. 이해가 안 된다.
왜 블로그를 1인 언론이라고 부르는가. 기사 두 페이지에 달랑 한 줄이라도 좋으니, 자기 블로그엔 자기 의견과 주장을 써라. 스스로를 C&P 기계로 만들지 말라.
덧글 - 수많은 블로그 활용법 중 가장 열받는 건 자기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 낚시질을 하는 ㅆㅂㄹㅁ였다. 재미있냐? 엉? 자기 글에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하찮고 우습게 보였으면 그런 짓거릴 할까. 아 쓰다보니 새삼스레 열받네 이거.
나는 우리 집에서 비교적 짜게 먹는 편이다. 어머니가 가장 싱겁게 드시고, 동생이 중간, 아버지와 내가 가장 짜게 먹는다. 하지만 그런 나도, 밖에서 상인들이 파는 음식은 짜다고 느낀다. 그들은 그런 음식을 팔 수 밖에 없다. 건강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든 간에 그들은 먹는 이가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자극적인 음식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이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은 짠맛과 지방의 맛. 과거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했던 성분들이다.
그런데 학생식당의 음식은 지방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짜기는 오지게 짜다. 정식은 괜찮은데, 특식이 매우 심하다. 앞서 썼듯이 특식은 덮밥 형식인데 그 국물에 염분이 상당히 많다. 신입생 때 멋 모르고 그냥 먹을 땐, 점심 먹고 집에 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소변 볼 일이 없었다. 과거 산업화 시절 화장실 갈 일도 없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짜게 먹였다는 이야기가 연상될 정도.
지금은 아예 접시를 기울여 국물을 분리해서 먹는다. 다 먹고 보면 남는 국물의 양이 일반적인 물컵의 절반 가까이 될 정도다. 저걸 다 마신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 밥 먹는 걸 빤히 보는 취미는 없지만, 보면 다 같이 비벼서 먹는 사람도 꽤 있는 편이다. 그거 짜지 않나? 그 정도면 생존에 필수가 아니고 거의 독 수준이다. 식당엔 영양사도 있던데 방치하는 걸 보면, 학생식당도 역시 이익 집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했을 땐, 이 게임은 그저 전략 시뮬레이션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RP를 중요시하는 성격상 미션의 문장을 모두 읽고 이벤트를 스킵 없이 다 봤지만, 지도가 머릿 속에 박히지 않아 전개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그들의 감정이 잘 와닿지도 않았다(타우렌이 마음이 든 나머지 미형 캐릭에서 근육질로 취향이 바뀌긴 했다).
그리고... WoW는 MMORPG였다. UO를 대신해서 할. WoW를 시작할 때, 나는 사양에 관심을 가졌고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려 했고 레벨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했다. 싫어하면서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가치, 효율을 위해서.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세계를 발로 뛰어다니고 전쟁과 영웅들의 무수한 흔적을 보게 되고, 퀘스트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는 달라졌다. 알게 된 것이다. WoW의 세계를, 영웅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나는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읽고, 배경 지식을 습득한 뒤에 다시 W3와 W3:FT를 클리어했다. 이제서야... W3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WoW의 세계관에... WoW를 하면서 한 번 반하고, W3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반하게 되었다.
나 자신도 24살 먹고 아직 감정 제어가 잘 안 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싸우는 일도 있고 사과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봐도 신 아스카 이 개새퀴 자식은 뭔가 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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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시작할 때 여동생 시체 보고 울부짖는 거 보고 아 불쌍하다는 생각했다. 초반에 일개 군인 주제에 타국의 지도자에게 개념없이 대드는 거 보고도 뭐 그럴 수 있겠거니 했다.
...지금 31화까지 방송됐다. 달라진 거 하나도 없다. 아스란을 왜 동경하나 했더니 세다고 좋아한 거였다. 아스란이 약한 모습 보이자 바로 깔아본다. 너, 개냐? 자기보다 강하면 꼬리치고 아양 떨고, 약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으르렁대게? 우두머리 싸움하니?
여러 사건을 겪고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 전쟁의 참상을 봤지만 이 자식의 똥대가리는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생각이 존내 짧다. 눈 앞에 있는 것 밖에 보지 못한다. 즉흥적이다. 스텔라를 돌려주면 지구연합군은 당연히 그녀를 MS에 태워서 싸우게 만들 것이다. 결국 자프트군만 존내 뒈지고, 결국엔 그녀도 죽는다. MS에 타서 죽든 MS에 타지 못하게 되어 폐기 처분 당하게 되든.
현재 뚜렷이 맞서 싸울 상대가 없고, 그런 이유로 흐느적흐느적 대는 "주인공" 키라와 아스란의 엄청난 비중을 보고 있자니 현재 애니의 유일한 악역은 지구연합군의 뒤에 있는 군수연합체가 아니고 신 아스카 이 개새퀴 자식인 것 같다.
찌질이 짓이 너무 길었다. 이 자식은 이대로 끝까지 가면 당연히 무늬만 주인공인 척하는 찌질이이고, 중간에 확 바뀌어도(예를 들어 스텔라의 죽음으로) 너무 급전개라 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시드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데스티니에선 좀 나아지겠거니하고 보고 있자니 분통 터진다.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내가 학교에서 배운 생태계의 구성요소다. 그럼 기생충은 어디에 들어갈까. 미분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기생충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면 미분류로 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절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잠깐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러시아의 툰드라에 있다. 때는 겨울이고, 눈보라치는 새하얀 설원을 순록 떼가 달리고 있다. 그 뒤를 한 무리의 늑대 떼가 쫓는다. 순록 떼에는 여러 개체가 있지만 쳐지는 것은 늙은 것과 병든 것이다. 늑대 떼의 수장은 덩치가 더 크지만 잡기는 더 쉬운 병든 것을 택한다. 하지만 그 "병든" 것은 사실 늑대를 최종 숙주로 하는 기생충의 유충이, 중간 숙주인 순록의 폐를 망가뜨린 것이다. 기생충은 순록을 죽여 최종 숙주인 늑대에게로 옮겨간다.
기생충이 없다면 어떨까. 병든 것이 사라지게 되니, 늑대가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개체는 늙은 것만 남는다. 늙은 것을 다 잡아먹고 건강한 놈을 노리게 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들게 되며, 결국 늑대의 개체수는 줄어든다. 건강한 순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니 평야는 초토화되고 순록은 엄청나게 굶어죽는다. 혹한의 그 땅에서 시체는 몇년이고 몇십년이고 남을 것이다.
잡아먹히는 생물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잡아먹는 생물은 잡아먹기 위해 무한의 군비경쟁을 해왔다. 기생충은 그 사이에서 생태계의 순환을 좀 더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보면, 기생충은 진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야 어쨌든 기생충은 개개의 생명체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것도 자신의 몸 속에서. 때문에 숙주들은 몸 속의 면역계를 격렬하게 진화시키고, 자신의 자손을 남기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기생충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역시 격렬하게 진화한다. 도태되는 쪽은 죽는 것이다.
이 과정의 가장 인상적인 산물은 '성'이다. 무성 생식을 한다면 수천 수만의 자식 중 한둘만이 다른 형질을 띠고 태어나게 되지만, 유성 생식을 한다면 단 몇만 낳아도 그들의 유전자는 각각 모두 다르게 되며, 이쪽이 온갖 병과 기생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더 다양한 형질을 확보하게 해준다.
위의 예는 기생충의 역할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을 인간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쓰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공중 보건이 고도로 발달한 도시에 모여 살고 있어 기생충의 존재를 잊고 살며, 가끔 접하게 될 때에도 평가절하하게 된다. 기생충이 걸린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며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제 3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에게 기생충은 일상이며 그들이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다.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어느 쪽이 정상인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제작비만 잔뜩 들였지 재미도 없는 스릴러나 공포물을 보는 것보다, 이 책을 한 번 보라. 생태계에 드리워진 거대한 기생충의 그림자를 보라. 기생 과정의 리얼한 묘사와 몇장의 사진이,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책 내용과 그 안에 등장하는 학교 이름(자유의 숲)을 얼핏 보고는 학생에게 자연을 안내해주는 학습용 소설 같은 건가 했는데 다 읽고 보니 아무래도 이거 논픽션이다. 그래서 더 당황스럽다.
이 책의 지은이(교사)는 물론 책을 읽어서 지식을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냥 그걸로 끝내지 않는다. 항상 뭔가를 조사하고 관찰하고 해부하여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자 한다. 두더지 시체를 주워 해부하고, 바퀴벌레를 관찰하고, 곤충시체를 주워 통계를 내고, 뼈를 주워 조립해보고... 항상 모든 것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그것을 토대로 추리를 한다. 아마 한두세기 더 빨리 태어났으면 자연 과학자 한둘 정도는 그 지위를 위협 받았을 것이다.
주변에 영향이 없을리가 없다. 아이들도 해부에 동참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학부모들도...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 살기만 해도 안 되고, 좋은 교사를 만나기만 해서도 안 되고, 교육과 취직과 돈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
부럽다. 학생들이. 내가 아직 학생이라 그런가보다. 내가 학부모가 된다면 이 책의 학부모를 부러워하게 되려나.
ⓒ 双葉ひな・ささきむつみ・メディアワークス/フタコイプロジェクト 아직 지식이 얕아 이런 표현(혹은 전개) 양식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단편적이며 스토리는 이어지지 않는데다, 상황 전개는 대충 다 끝난 상태에서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난데없이 거기에 떨어져버린 느낌은 그저 얼떨떨할 뿐...
개인적으론 1화 감상문 중에 "의외로 이거 액션 대박 같다"는 걸 보고 보기 시작했는데, 전혀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본인 같이 "후타코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재미를 못 느낄 것 같다.
...힘들게 그리신 분에겐 미안하지만 만화 자체는 그다지 재미없었다. 영화 중 1/3만이 내가 본 영화였기 때문에 그 탓인가 했지만 안 본 영화 뿐 아니라 이미 본 영화의 만화도 재미없었다. 오히려 만화 꼬랑지에 몇줄 안 되는 감상편이 더 재미있었다.
영화 보고 싶은게 분명히 있는데 비디오 대여점 가서 빌려서 비디오에 넣고 보는게 잘 안 된다. 크~ 오히려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보면 될지도.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고 귀차니즘의 문제인 듯. 그렇다고 다운받아 본다는 얘기는 아니고 -_- 대여 목록 같은 걸 만들어서 주말마다 한두개씩 봐야 쓰겄다.
애드온 놀이에 빠진 뒤로 계속해서 새로운 애드온을 테스트하고 지우고를 거듭하다 보니, 독립적인 애드온의 비중이 매우 커졌다. 즉, 하늘아리가 필요없어졌다.
오늘 그것을 깨닫고 새삼 세어보니 하늘아리 출신의 애드온이 몇개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들 중 대부분은 독립 버전이 따로 있었다(사실 하늘아리의 모체인 코스모스가 원래 종합 애드온 패키지다). 그래서 일단 인터페이스 디렉토리와 세이브 파일을 백업해놓고 인터페이스 디렉토리를 싹 재정비했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날려대면서 섬게와 커스 게이밍을 띄워놓고 인기도 및 추천, 다운로드 순으로 정렬하면서 애드온들을 싹 훑었다.
그래서 후보 애드온 100여개를 걸러내 남은 정예 애드온은 23개. 타이탄에 내장된 메모리 점유율을 보니 평균 애드온이 차지하는 메모리가 3~4메가 정도 줄었다. 이야 굉장하군.
앞으로도 애드온 놀이는 계속된다. 1.5.0 패치로는 또 어떻게 바뀌려나. 물론 내가 사냥꾼만 하니까 사냥꾼 위주 애드온들이다. 사제는 키우다 재미 없어서 24레벨에서 정체 중.
AF_ToolTip - 툴팁 강화판. 별로 할 말 없다.
Atlas - 인던 지도를 표시해준다.
bc_TrackingMenu - 사냥꾼의 추적 스킬을 편하게 바꾸게 해준다. 사실 단축키 바인딩이 더 편하겠지만 더이상 지정할 키도 없고, 버튼 8개 아끼는게 어딘가. 추적 8개 빼고 버튼 65개 쓰는 마당에.
BlinkAssistTanker - 일점사를 편하게 해주는 어시스트.
Bookworm - 책을 펼치기만 하면 좌라락 읽어서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
ChatScroll - 챗창을 마우스 휠로 스크롤할 수 있게 해준다.
CT_RaidAssist - 공대원의 상황을 볼 수 있게 해준다. HP, MP, 버프, 디버프까지.
CustomHideBar - WoW의 기본 UI들 중 원하는 것을 안 보이게 해주는 기능. 플렉스바를 쓰기 위해 깔았다.
FlexBar - 현재 내 애드온들의 핵심이다. 120개의 버튼을 설정하고 그룹으로 묶고, 각 버튼에 단축키를 지정하고, 하여튼 버튼과 그룹에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짓을 다 할 수 있다. 나는 귀찮아서 3개 그룹으로 묶고 2개는 마우스 커서를 대면 뜨고 하나는 항상 표시되도록 했다. 어차피 클릭할 일은 없지만(전투는 전부 단축키로 처리한다) 쿨타임은 봐야지.
LootLink - 아이템 사전. 가끔 펼쳐서 에픽들만 정렬해놓고 침흘릴 때 쓴다.
MiniGroup - 나, 펫, 파티 프레임을 보여준다. 기본 UI도 나쁘진 않지만 이게 더 깔끔하고 보기 편하고, 뭣보다 버프 및 디버프를 더 많이 보여준다. 다만 상하로 버프/디버프를 10개까지 볼 경우 WoW의 시스템이 버프 14개와 디버프 8개까지 허용하므로 좀 찜찜한 면이 없지 않은데... Discord Unit Frames란 신규 애드온이 꽤 괜찮아 보여서 조만간 테스트 할 예정이다.
MonkeyQuest - 이 바닥 사람은 다 아는 퀘스트 지원 계열 최강 애드온.
MyBank - 은행의 기본 UI를 대체, 하나의 큰 가방으로 뭉쳐서 보여준다. 너저분한 가방에 시달리던 내게 구세주 같은 애드온이었다.
myBindings - 단축키 지정 메뉴를 대체. 단축키 지정할 때 정말 편하다.
MyInventory - 기본 가방 UI를 대체. 개인적으론 AIOI보다 이게 더 낫다.
NotePad - 메모장. 길드의 레이드 오피서를 하다 보니 정말 쓸 일이 많다.
QuickMountEquip - 코도에 타고 내릴 때 장비를 순간적으로 바꿔준다. 덕분에 당근, 박차, 조련술 3종 세트를 항상 구비하고 다닌다. 동급 최강 스피드. 쿠하하하.
ReagentHeaven - 아이템에 커서를 댔을 때 재료라면 무엇을 재료인지, 제작 아이템이라면 재료가 뭔지, 중간 재료라면 둘 다 보여준다. 이 계열 중에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성능으로 보여주는데, 국산이라는게 아주 자랑스럽다.
Reputation - 평판을 수치로 보여준다. ...별 의미는 없다. 효율성 따지기는 좋다.
sct - ScrollCombatText. 적이 맞는 대미지야 적 머리 위에 올라가니까 그렇다 치고 자기가 맞는 대미지, 회피, 막기, 전투 시작, 전투 종료 등등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깔기 전엔 쓸모 있을까 했는데 막상 써보니 이거 중독된다.
SpellAlert - 마법 및 특정 스킬 사용 시 화면 가운데에 텍스트로 띄워준다. 가장 감동할 때는 역시 마그마다르 광기 체크.
Titan - 화면 위에 여러 정보를 보여준다. 필수는 아니고 그냥 잡다한 정보 확인이 편하다 정도인데... 한글 번역된 건 영문용 플러그인을 깔아도 동작하지 않고, 그렇다고 영문판 타이탄을 까니 아예 동작 안하고, 기능 확장용 플러그인 중에 탐나는게 많은데 사용이 어려우니 답답하다.
TrackerAssist - 추적 기술 보조. 미니맵에 커서 대면 미니맵 아래에 텍스트로 진영, 이름, 소속 등이 뜨고, 클릭하면 지정한 채널에 그걸 출력도 해준다. 막상 인간형 추적 켜놓고 얼라와 호드가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덕분에 살았다고나 할까.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 이익이 이타적인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거짓말을 하며, 이익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거짓말의 규모도 커진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역시 국민연금이 아닐까 하지만 뭐, 내가 연금에 대해 아는 지식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일단 패스하고,
그러한 거짓말을 막기 위한 무기는 숫자였다. 많다, 적다 등등의 애매한 단어는 "객관"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떠밀려 사라지고, 중요하거나 큰 일의 경우 일에는 대부분 말 대신 숫자가 사용된다. 생텍쥐페리가 "어른들은 숫자만 좋아해"라고 어린 왕자에서 말했지만, 공돌이에게 정의는 Justice가 아니고 Definition인 것처럼 사고 방식이 한 번 숫자 위주로 굳어지면 고치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숫자를 그냥 나열해놓으면 읽기가 어렵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으면(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이런 경우가 점점 더 흔해진다) 수만~수백만개에 달하다 보니,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게 필요해졌다. 그게 통계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눈에"다. 숫자를 줄이다보면 고의가 아니라도 왜곡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을 뿐더러, 숫자를 속이지 않더라도 계산 방법이나 표시 방법에 약간의 손질만 더해줘도 한 편의 멋진 구라가 탄생한다.
통계를 위한 준비단계부터 왜곡은 시작한다. 전화 설문조사는 전화가 있는 집에만 가능하고, 역에 가서 하면 역에 갈 일이 없는 사람에 대해선 알 수 없다. 환경단체에서 조사하면 다들 환경을 걱정하는 시민이 되고, 기업에서 조사하면 다들 경제전문가다. 조사대상이 2명 있다면 조사원은 보통 자신에게 우호적일 것 같은 사람부터 말을 건내게 마련이다.
그리고 숫자들을 모아 계산하는 것도 어느 쪽을 기준으로 잡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 직원 9명의 월급이 100만 원이고 사장 1명의 월급이 1000만 원이다. 그럼 사내 전 직원의 월급 평균은? 190만 원. 회사는 실적이 나빴던 해를 기준으로 올해 장사 안 되니 봉급 동결하자고 하고 노동 조합은 실적이 좋았던 해를 기준으로 올리라고 아우성친다. 미국의 두 단체가 같은 해의 한 가구 평균 소득을 각각 3,700 달러 및 5,000 달러로 발표했다. 전자는 모든 가구의 소득을 가구 수로 나누었고, 후자는 모든 인구의 소득을 인구 수로 나눈 뒤 그 해 한 가구 평균 인원인 4.6명을 곱했다.
수치를 표시하는 그래프가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순이익이 310만에서 330만으로 올랐다 하자. 오른 양은 그럭저럭이지만 밑둥 300만을 잘라버리면 10만에서 30만으로 세 배 정도 뛴 것처럼 보인다. 임팩트가 적다면 세로 길이를 늘려주자. 엄청난 높이차가 보는 이를 압박한다. 차이가 약간 더 크다면 그림으로 표시해준다. 2차원으로 돈주머니를 그릴 때 2배 차이나는 돈주머니를 곧이곧대로 가로세로 2배 사이즈로 그린다. 결국 그림의 크기는 4배로 보인다. 3차원으로 그려주면 효과는 2차원의 2배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순 없다. 자기가 조심하는 수 밖에. 이익집단들이 숨기고 싶어하나 숨길 순 없어서 작게 써둔 글씨들을 꼼꼼하게 읽고, 정확하게 머릿 속에서 그래프를 재구성하는 것만이 착각과 오해를 막아줄 것이다.
미생물의 세계 강의의 레포트다. 3,000 ~ 5,000자 이내로 과학 동화를 쓰시오. 세상에 소설을 쓰라 해도 힘든 판에 아이들 눈 높이로 동화를 쓰라니! 어쩔 수 있나. 쓰라니 썼다. 과거 경험을 되살려 어떻게 어떻게 써서 3Kbyte 채워서 이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보내놓고 생각해보니 교수님이 생각하는 한글 3천자와 내가 생각하는 3Kbyte는 엄연히 다르다. 이런. 교수님과 내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깜박했다. 허나 이미 보내버린 것을 어쩌리. 양이 절반이면 점수도 절반이려나.
경철이는 바닷가에서 살았었습니다. 그곳에서 노는 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들도 많았고, 바닷가에 놀러나가면 언제나 놀거리가 많았으니까요. 말미잘도 있었고, 갯강구가 돌아다녔고, 갯지렁이도 흔했습니다. 물론, 바다니깐 바닷물고기도 많았지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경철이는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큰 도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셨거든요. 친구들은 경철이와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면서, 경철이에게 잘 가라고 작별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몇 명은 도시로 가게 된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큰 도시에는 분명히 멋진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경철이는 부푼 가슴을 안고 도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경철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큰 건물도 많고,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았지만, 길은 복잡하고, 매연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고, 쌩쌩 다니는 차들 때문에 길을 걸어다닐 땐 조심해야 했습니다.
경철이가 사는 곳 옆에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비하면 작지만, 꽤 큰 강이었지요. 경철이는 옛날에 바닷가로 놀러갔던 것처럼, 새로 사귄 친구들과 강으로 가서 놀고 싶어했지만 왜인지 친구들은 그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싫어한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경철이는 친구들과 헤어지면, 가끔 혼자서 강으로 놀러나가곤 했습니다. 그 강은 경철이가 알던 바다와, 명절 때마다 가던 할아버지댁에서 보던 시냇물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물빛은 항상 탁했고, 바닥은 이끼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물에선 냄새도 났습니다. 바닷물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났고 시냇물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났지만 강물의 냄새와는 달랐습니다. 아주 희미하긴 했지만 맡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냄새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경철이는 강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조금 깊은 물이었지만 들어가서 그것을 건져올렸습니다. 그건 물고기였습니다. 덩치가 커다란, 경철이 팔만한 물고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물고기의 꼬리는 기역자로 휘어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많이 얘기하던 기형 물고기였던 것입니다. 경철이는 그것을 보고 당황해서 물고기를 놓쳤습니다. 그 물고기는 헤엄도 잘 치지 못하고 천천히 물에 떠밀려 내려갔습니다.
경철이의 부모님은 그 얘기를 들으시고, 역시 도시의 강이라 오염이 심하니 가지 않는게 좋겠다고 하셨고, 경철이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강에 갈 시간도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시골에 갔다가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촌형을 만났을 때, 경철이는 물고기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형이 설명하기로는, 물 속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어서 뭔가 나쁜 물질이 들어오면 그것들을 분해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시의 강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와 더러운 물을 너무 많이 버리기 때문에 미생물이 미처 다 분해하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그런 물을 마시는 물고기와 다른 생명체들이 아파하게 되고 그런 기형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오염된 강은 그렇게 쉽게 낫지 않는다고 합니다. 몇년부터 몇십년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그 뒤로 강을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 어른들이 강 주변을 청소하고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는 등의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제는 강에는 물고기도 많이 보이고 철새도 자주 날아듭니다. 하지만 아직은 강바닥도 깨끗하지 않고, 물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가끔 강변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경철이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90년대 후반이었고, 패키지 게임이 꽤 잘 나가던 때였다. MMORPG들의 태동기이기도 했고... 그 때 내가 가장 즐겨보던 잡지는 게임피아였다. 뭐랄까, 돈 냄새가 가장 적게 났기 때문이었다. 광고 분량도, 책 내용도. 대신 가장 먼저 망한 잡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거기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던 기사 중 하나가 울티마 온라인 기행기였다. 그 글을 읽다 보면, UO에는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이 있어 보였고, 날마다 다른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 때문에 2000년 봄에 잡지 부록으로 제공된 UO CD로 내가 UO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땐 하이텔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때여서 개오동 UO길드를 찾아서 들어갔고, UO는 커뮤니티 지원이 매우 약했기 때문에 IRC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게임을 시작하든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고, 첫 적응에 가장 무리 없는 캐릭으로 시작하려고 했기 때문에(보통은 전사다) 전사를 택해 시작했고 동물부터 죽여가며 천천히 캐릭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탈 것이 타고 싶어서 남는 스킬치로 테이밍을 약간 올려서 초록색 오스타드(이후 오타)를 꼬셔서 타고 다녔다.
처음에는 그냥 몹을 더 빨리 죽이기 위해 오타에서 내려서 공격을 시켰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타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당시의 대세는(심지어 GM마저) "펫은 성장하지 않으며, 꼬신 상태 그대로다"였는데(당시엔 수치 확인이 불가능했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거, 때문에 다른 길드원과 논쟁도 자주 했다. 결론은 한 번 싸워보자!였고, 당시 길드 건물로 쓰던 타워의 옥상에서 갓 꼬신 오타와 내 오타가 붙었다. 결과는 내 오타의 압승. 나중에 공개된 일이지만, 스탯은 125(이 이상 스탯은 고정), 스킬은 100.0까지 올랐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 오타가 이길 수 밖에.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가 UO 하던 중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던 때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오타는 죽었다. 길원의 블러드 엘리멘탈 사냥에 따라 나섰다가 실수로 죽은 것이다. 지금은 펫이 죽어도 유령이 나타나고 부활도 되지만 당시만 해도 한 번 죽으면 그냥 그걸로 끝이었다. 그 땐 정말... 실제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 와우에서 단지 펫 때문에 사냥꾼으로 시작한 것도(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마 보호 전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펫 얘기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의 경험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애완 동물을 단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더 감정이입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게임을 고를 때 펫 여부(장식 말고, 실제 공들여 키울 수 있고 내게 도움이 되는)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길 것 같다.
하여튼 이후론 테이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드래건, 나이트메어 등 더 강력하면서도 잘 죽지 않는 펫을 다룰 수 있고, 전사보다 사냥 및 돈벌이에도 뛰어나지만,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캐릭터. 스킬 올리는데 열성을 가지는 타입은 아니라 놀러다니기도 하고 사냥도 병행하면서 느긋하게 하다 보니 테이밍 스킬을 GM 달 때까지 1년이나 걸렸다. 그땐 얼마나 기뻤던지...
그때까지 나는 집을 장만했고, 전사, 테이머, 생산직을 갖고 있었고(거의 다 GM), 충분한 재산을 갖고 있었다. 거의 모든 대륙을 다 돌아다녔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았다. 자... 그럼 더 이상 뭘 위해 게임을 하지? 추구할 게 없었다.
사실 UO의 시스템은 PC간의 상호 협력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필요한 물품은 NPC 상점이나 PC의 벤더에서 살 수도 있지만, 생산직 캐릭터를 만든 뒤 일주일만 매크로 돌리면 필요한 스킬을 모두 GM 달고 원하는 물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편이 훨씬 싸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제조 물품의 대부분이 아예 살 필요조차 없는 장식품이라는 거지만. 파티플레이는 기본적인 것만 지원해주지만(파티원의 HP 바 띄워주는게 다다) 그나마 아군의 HP 바가 화면에 뜨는 순간 랙이 느껴지며, 결정적으로 모든 던전이 몇몇 몹만 제외하면 테이머 혼자서도 다 쓸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누구나 테이머로 혼자 10만 GP를 벌기 원하지, 2명이서 수리비, 붕대값, 물약값, 마법매질비 등을 들여가며 파티플로 5만 GP를 벌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다들 알다시피 UO는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이 아니었고, UO를 하면서 필요에 의해 길원을 만나는 것 외엔 거의 대다수의 시간을 홀로 보내야했다. 서로 협력이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는 뜻이다. 전사 키울 때 이른바 '본나방'에서 본나이트 치던 때가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 함께 플레이한 유일한 경험이었다. 나중엔 본나방도 패치로 쓸모없어져, 다들 각개 플레이로 전환. 혼자 하는 MMORPG 처럼 재미없는게 있을까?
혹자는 PvP의 얘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UO에선 시체가 남고 그 안에 모든 물품이 다 남는다는 걸 기억하라. 말을 타고 번개같이 달려와 3초 안에 날 때려 눕히는 머더러에게 내 드래건은 그냥 굼벵이 파충류였고 나는 그냥 밥이었을 뿐이다. UO의 스킬은 많지 않다. 중요한 건 움직임의 컨트롤과 타이밍이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들을 뒷받침해주는 핑이었다. 몇번 펠루카에서 당한 뒤로 난 트러멜에서만 놀았고 그게 더 잘 맞았다. 사실 성향 자체가 극 PvM이긴 하지만. 와우에서 PvP에 재미를 들인 건 BL단원들의 강력함에 기대어 그 달콤함에 취한 탓이 크다. PvP를 위해 캐릭터를 새로 키우고 수련할 엄두는 그다지 나지 않았다. 1:1의 도구는 RTS부터 FPS까지 다양하다. 굳이 UO에서 그걸 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와우는 힐도 메즈도 있어서 파티플이 PvM이든 PvP든 다양하지만, 내가 겪어본 UO의 PvP는 FPS인 UT보다 훨씬 더 빨랐고, 한 번 죽으면 뒷수습도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2004년에 획기적인 유틸리티가 등장했다. C like code 기반의 매크로 유틸리티였다. 코드를 작성해서 돌리면 UO내의 기본 매크로 코드를 동원해 시키는 일을 정확히 해주었다. 처음엔 클릭을 자동으로, 다음엔 스킬을 자동으로, 마침내 자동 사냥 매크로까지 등장했다. 걸고 하룻밤 자면 100만 GP... 이것은 진짜다. 다른 게임의 오토 마우스 따위완 차원이 달랐다. 물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은 코드를 비밀로 했지만, 문제는 불평등이다. 누구는 수동으로 1시간에 10만 GP, 누구는 걸어놓고 놀다오면 100만 GP. 더 이상 할 맛이 안 났다.
1999년 봄에 시작해 군대 다녀와 2004년 겨울에 그만두었으니, 정확하게는 4년 정도 한 셈이다. 그래도 중간에 시스템을 확 바꿔버린 LBR이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긴 했지만, 결국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위에 써놓은 많은 단점과 더불어 몇년이 지나도록 컨텐츠가 추가되지 않는, 변하지 않는 작은 세계에 난 질렸다. 모든 시스템은 다 파헤쳐지고, 모든 장소는 공개되었다. 모험은 미지의 것에 대한 도전 아니던가? 모든 것을 다 아는데 어떤 것이 모험이 된다는 건가?
혹자는 로드 브리티쉬나 EA의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가 남아있거나 EA가 지원을 더 해줬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글쎄... 알 수 없는 일이다. MMORPG는 만만한 게 아니다. 더 다양한 던전과 몹, 더 많은 장비, 더 많은 마법,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밸런스에의 끝없는 욕구와 갈망을, 한 명의 천재 디자이너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시작부터 좁고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시작한 게임에 지원을 더 해준다고 달라졌을까. 난 회의적이다.
3개월 코드는 사서 입력했지만 접속하지 않는 날이 늘어가고... 결국엔 돈도 넣지 않게 되었다. 캐슬도, 재산도 다 날아갔겠지. 블로그의 글 끝마다 붙는 시그니처도 다 정리했고, 즐겨찾기의 사이트도 다 정리했고, IRC의 채널도 정리했고, 게임 CD도 정리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라그처럼, UO도 이제 끝이다.
그래도... 한때는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앞으로 다른 게임들을 하겠지만, 브리타니아와 그곳에 잠든 내 초록 오스타드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드 디스크가 날아가는 바람에 내 오스타드의 스샷을 잃어버린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