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5. 2. 14. 01:56
  저 짜증나는 메인보드 때문에 컴을 쓰지 못하던 때, PC방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가서야 열심히 와우를 했지만... 역시 여럿이 앉아서 게임을 하다보면 곁눈질도 하게 되고 그런 법이다. 특히 와이번을 타고 간다거나.

  물론 PC방에서 하는 거니 다들 온라인 게임이다. 유명한 것, 이름만 들어본 것, 전혀 듣도보도 못하던 것... 그런데 묘하게도, 그 많은 종류의 많은 게임을 보는데 어째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묘하네...라고 생각하면서 보다가, 그런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드는 씰 온라인에서 마침내 이유를 알게 되었다.

  '폰트가 같다'

  그 많은 게임의 폰트가 모두 윈도우즈 기본 글씨체인 굴림체였다. 명조체나 궁서체조차 일절 없음. 그리고 한글은 전부 굴림체에 크기와 색깔을 달리해서 표현한 주제에, 인터페이스의 아이콘이나 버튼 등등은 모두 화사하고 깔끔하게 영어로 처리.

  모국어에 대한 푸대접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한글 폰트는 만들기 어렵고, 시간이 걸리고, 비싸다. 하지만 가장 자주 쓰이는 한둘만 글씨체 제작업체에서 빌려와도 되지 않을까? 온통 굴림체로 시작해서 굴림체로 끝날 필요는 없지 않느냔 말이다. 굴림체도 좋은 글씨체이긴 하지만, 역시 딱딱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귀여운 풍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게임에겐 독이나 다름없다.

  보면서 가장 안 어울리던 씰 온라인은, 게임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로그창에 전부 굴림체로 진행상황이 뜰 뿐 아니라, 색깔도 게임 화면과 어울리지 않고, 가장 많이 뜨는 메시지인 아이템 획득 메시지가 "((XXX)) 습득하였습니다."로 을, 를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판국이었다. 어이, 요새는 비디오 게임을 한글화해올 때도 그정도는 구현해서 들여온다구.

  "로컬라이징 = 한글화"라는 초딩스런 사고 방식을 가진 블리자드(혹은 블리자드 코리아)지만, 그런 사고 방식 덕분인지 한글화는 글씨체를 포함해서 마음에 드는 것 뿐이다. 때문에, 한국인이 한국인을 위해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한글을 저렇게 무성의하게 다루는 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

  특히 저연령 대상 게임 만드는 업체들, 한글 구사에 신경 좀 쓰시라. 학교 선생님보다, 그대들이 만드는 게임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