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책'에 해당되는 글 55건

  1. 2012.08.0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2. 2009.10.04 불멸의 여인들 -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
  3. 2009.05.25 하악하악
  4. 2008.01.21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 2032년, 인류는 아직 살아 있다 2
  5. 2008.01.08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6. 2007.12.30 테메레르 Temeraire 2
  7. 2007.12.28 나는 전설이다 - 밀리언셀러 클럽 018 I am Legend 4
  8. 2007.12.27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9. 2007.09.27 넥스트 Next 2
  10. 2006.11.14 소설 워크래프트 - 드래곤의 날 2
  11. 2006.10.26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
  12. 2006.10.11 말리와 나 Marley & Me
  13. 2006.10.06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 2
  14. 2006.10.02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2
  15. 2006.10.01 마커 The Marker 4
  16. 2006.09.26 폭격의 역사
  17. 2006.08.24 도쿄 기담집 東京奇譚集
  18. 2006.08.23 엽기 조선왕조실록
  19. 2006.08.20 눈물을 마시는 새 2
  20. 2006.05.15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21. 2006.03.28 역사의 사기꾼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의 오류와 착각 Der große Irrtum
  22. 2005.12.17 좋은 코딩, 나쁜 코딩 - 읽기 쉬운 코드가 좋은 코드다
  23. 2005.12.14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2
  24. 2005.12.14 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The Worst Jobs in History 2
  25. 2005.10.13 제인 구달 - 침팬지와 함께 한 나의 인생 My Life With the Chimpanzees
  26. 2005.10.11 우리 몸 기생생물에 대한 관찰노트 2
  27. 2005.10.06 마사코 - 일본 왕실에 갇힌 나비 8
  28. 2005.08.24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Nature Via Nurture: Genes, Experience, and What Makes Us Human 2
  29. 2005.08.2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Whale Done!: The Power of Positive Relationships
  30. 2005.08.22 나를 숲으로 초대한 동물들 - 세계적인 동물학자의 60여 년에 걸친 동물 관찰기
posted by DGDragon 2012. 8. 5. 20:30

타나토노트였나... 그 전에 다른 책이 또 있었던가. 인간이 상상한 죽음과 영혼의 세계를 총 망라해 사후 세계를 그려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일종의 연작의 마지막 편.


주인공은 사후, 영혼 상태에서 여행을 계속하여 영혼, 천사를 거쳐 이 작품에선 드디어 견습 신으로서, 연습용 행성 안과 그 밖의 생활에서 각종 음모와 방해를 물리치고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신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이젠 지겨울 정도인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지식의 백과 사전이 또 나오며, 이전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들도 나오고(필자는 이전 작품을 안 읽어서, 그렇다 하니 아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지만), 특히 인류가 숫자에 부여한 각종 상징이 다 튀어나오는 책이다. 작중 전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작가의 수다 수준이라 별로 의미는 없지만.


어쨌거나 5권 중반부 정도까지는 책을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밀도 높은 얘기를 흥미롭게 잘 끌어나가고 있으며, 일종의 미스터리물의 성격도 가미되어서 '과연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계속 들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권의 마지막 절반이 그걸 다 까먹어버렸다.


만약 지은이와 백과 사전만 가렸다면, 필자는 이걸 성인용이 아니라 중고딩용 권장 도서용용으로 집필한 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러려나. 엔딩의 내용 자체가 그때쯤에나 생각해볼만 거리이고... 가장 큰 문제는 그때까지 잘 가다가, 그 부분만 너무나 개연성 없이 툭 튀어나와있다는 점이다. 엔딩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먹고 어이가 없어서 필자가 다시 앞 내용을 훑어봤는데, 복선의 복 자도 찾을 수 없었다. 특정 문구의 복선이 아니라 전체적인 내용 그 자체가 복선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작중 주인공이 하는 게임 내용과 더불어 보면, 겜돌인 필자 입장에선 '문명 팬픽 쓰다가 엔딩 쓰기 힘드니까 날려버렸다'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결말이다. -_-

posted by DGDragon 2009. 10. 4. 12:58
  불멸의 여인들 -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  김후 지음
우연히 모든 조건이 맞아 힘들이지 않고 인생을 산 사람들이 아니라 치열하게 투쟁하여 그 결과 권력이나 명예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양의 경우에는 여성들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이지만 그것은 근세에 들어서 유럽과 미국의 여성들이 치열한 투쟁을 벌여 힘겹게 거두어들인 성과이다.

겜돌이인 필자답게, 공식적인 교과 과정에는 없던 세계사(아니면 있었는데 아웃 오브 안중이었을지도 모른다. 수험생에게 있어 수능에 안 들어가는 모든 과목은 모두 수면시간일 뿐)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도 게임 덕분이었다. 그것도 문명 같은 그럴듯한 지식형 게임이 아니라 창세기전 시리즈.

처음엔 거기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창작인 줄로만 알았기에 -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세계관, 스토리, 거기에 기반한 유닛들과 전투 구성,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엄청난 창작력에 저항도 못하고 빨려들어갔으나... 곧 그 모든 것이 다른 곳에서 따와서 짜깁기한 결정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전부다는 아닐지도 모르겠고 짜깁기도 힘들다!란 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글쎄...

그러나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파고드는 건 아니었고, 그저 가끔가다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책 보면 심심풀이로 읽어보는 정도. 이 책도 제목 덕분에 집어들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역사에 등장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기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수천년간 지속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드러낸 여성의 이야기를. 다만 저자가 사료에 가감을 하지 않으려 한 탓에, 사료를 쓴 당시의 편견까지 같이 들어가 있는 경향이 있고(이 경우 보통은 등장인물에 대한 저자의 변호도 동시 포함), 상당히 딱딱한 느낌이 들며, 사료가 적으면 인물이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관계없이 양도 적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엘리자베스 1세나 측천무후 같이 어딜 가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여성도 나오고, 처음보는 사람도 여럿 나오는... 그럭저럭 읽을만한 책. 그런데 책 다 읽고 이 글을 너무 오래 안 쓰고 있었더니 상세한 내용은 다 까먹어서 책 소개는 여기서 끝.

단점이 두가지 있다면, 일단 기록의 양에서 차이가 나는지 실제로 서양쪽에 이름을 떨친 사람이 많은 건지 등장 인물의 대부분이 서양쪽 여성이며, 혁명가 부분은 좀 우겨넣은 티가 난다. 죽인 양갓집 규수보단 죽은 사람이 유명해서 들어간 느낌.
posted by DGDragon 2009. 5. 25. 21:08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 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소설가 이외수와 화가 정태련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꿈꾸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세밀화 에세이. '거친 숨소리'를 뜻하는 인터넷 어휘 '하악하악'을 표제로 거칠 것 없는 인생에 대한 저자의 메세지를 담은 흥겨운 내용이다.
꼴랑 30분 걸려 완독하고 나서 내가 알지 못하는 심오함이 숨어있는 책인지 아니면 그저 낙서 모음집인지 꽤 고민했다.

이 의문은 검색 결과 금방 풀렸다. 인터넷에 올린 단상들 중에서 가장 반향이 컸던 것만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호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인기있는 쪼가리들의 집합"과 "좋은 책"은,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좋은 나무를 모았다고 멋진 숲이 되지는 않는다.

나름 깊은 삶의 철학이 숨어있는 책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까야겠다. 뭐야 이거. 단상 모음집이라도 책으로 엮은 이상 방향성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혼자 하악대려면 하악대던가 어린 것들에게 훈계하려면 훈계하던가, 오만상 다 섞어놔서 "그래서 뭐?"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아니, 그냥 글은 쏙 빼고 민물고기 그림집으로 재출판하는 게 낫겠다. 그림이 더 값어치 있어 보여. 이래서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다. 이 경우는 브랜드 가치의 재생산이 아니라 그저 소모, 혹은 돈으로의 변환일 뿐이지만.
posted by DGDragon 2008. 1. 21. 21:13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1 - 2032년, 인류는 아직 살아 있다  반재원 지음
2020년 3월 9일 삼차원의 세계에 게이트가 열리고, 그 게이트를 통해 이차원의 생물 몬스터가 지구를 습격한다. 지구인들은 외계의 침략자에 대항하기 위해 대(對) 몬스터 특무기관-피스메이커를 조직한다.

이걸 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국산 판타지 소설과 그에 따라 나온 환협지를 열심히 읽었던 건 고딩 때였던 것 같은데... 1권의 출판일이 2003년으로 되어있다. 2차로는 군대에서 열심히 읽었으니 그때 본 건가. 그때 중간까지 봤고, 얼마 전에 마지막까지 다 읽었다. 이 소설에 대해 쓸 게 많다. 아는 것이 많거든... 세간에서 별로 긍정적인 평을 얻지 못하는 쪽의 지식이라는 게 조금 안타깝지만.

정확한 시기는 까먹었는데... 20세기 말에 나온 저패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팬소설 중에 제네시스 Q라는 소설이 있었다. 거대 인간형 병기 없이 에반게리온이라는 것의 설정을 바꿔 등장인물 + 사도(의 의인화)만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던 소설이었는데 그 글의 질이 꽤 괜찮았다. 그때엔 프로의 수준이라고 느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냥저냥 읽을만 하다라는 느낌.

이 소설은 그와 유사하다.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에 전대물을 집어넣고 곳곳에 일본의 비주류문화(아니 그냥 오덕후들의 재료들)를 배치한 뒤 적절히 섞은 그런 느낌. 특히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의 주요 부분의 차용은 그냥 패러디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개의 흐름을 그대로 집어넣은 것이라 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5연속 헤어핀 코너는 너무하지 않았나).

웃긴 건 나는 읽을 당시엔 일본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프로 정신에 감탄했다는 점. 물론 따로 조사를 했겠지만, 만화를 보아 그것에 대해 알고 난 뒤 소설에 집어넣기 위해 추가 조사를 한 것과 아예 처음부터 소설에 추격씬 하나 넣으려고 생각한 뒤 조사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전반적인 소설의 전개도 위에 든 예시와 비슷하다. 어디서 본 세계관, 어디서 본 설정, 어디서 본 캐릭터, 어디서 본 이벤트, 어디서 본 전개의 연속. 그리고 어디서 본 결말.

하지만 난 이 소설을 작품으로서 인정하는 편이다. 여러 곳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성공적으로 자신의 글 안에 녹여넣었으며 21권이라는 장편으로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글 실력도 괜찮았고.

다만 출판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다. 내가 보기에 인정할만한 부분은 녹여넣기와 마무리 뿐, 작가 자신의 창작력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저작권이 어쩌고 운운하기 전에 이런 팬픽과 패러디물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물건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면서 돈 받을 수 있는 건가. 하긴 출판된 판타지 소설의 팬픽이 또 다른 판타지 소설로서 다시 출판되는 판국이니 이 정도는 별 것 아닌지도 모르겠다.

P.S. 1: 생각해보면, 재미와 웃음과 감동이 있는 쇼프로를 즐겁게 보고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알고보니 일본의 쇼프로를 베낀거였더라...였을 때 느낀 감정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P.S. 2: 설정은 대체로 적절했다고 보지만 전대물의 공식을 지키기 위한 거대로봇과 그를 위한 그리스 신화는 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부분은 정말 붕 떠있거든...
posted by DGDragon 2008. 1. 8. 19:40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전4권 세트 (케이스 없음) - 시리즈 제7편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전 세계 6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6권까지 3억2,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완결편 이 출간됐다. 전4권.
 
미리니름 주의

 나는 어떤 이야기든 마지막 이야기를 보는 건 많이 망설이는 편이다. 중후반부까지는 재미있던 이야기가, 작가의 역량 부족이나 지나친 개입, 아니면 현실에서의 개입(이른바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망가지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책도 별로 좋은 마무리는 아니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제대로 되었으나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전 감상에 쓴 대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덤블도어에게는 별로 안 좋은 과거와 꿍꿍이가 있었고, 해리 포터를 대 볼드모트 병기로서 육성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짜증나는 건 그 전말을 듣고 해리 포터가 덤블도어가 원하는 그대로 "그래. 죽자."라고 하는 거다. 볼드모트 저지가 해리 포터의 인생 목표 중 하나라곤 해도 그게 그 자신의 목숨보다 우선 순위가 높았나. 어머니가 자기 목숨 바꿔살렸잖아. 하다못해 한 문단이라도 좋으니 고민 좀 하라고.

스승은 제자를 도구로서 키우고 제자는 앵무새 노릇이 지나쳐 '더 커다란 선'이라는 뻘소리를 그대로 따라하는 가운데(게다가 그를 위한 인신 공양으로 자기를 바쳐.) 그나마 세베루스의 이야기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시리즈 최고의 순정남. 6, 7권의 주인공은 이 녀석인 듯. 사랑하던 사람이 딴 남자와 결혼하고 자기 자신은 그들의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는 슬픈 이야기지만. 그리고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낸 아이는 그 과거를 만인의 앞에서 다 까발린다. 우와 나 같으면 그 때 살아있었어도 다시 자살할 것 같아.

평소에도 해리 포터가 개성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편에선 더 많은 이가 이야기 진행을 위한 장기말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사람은 아니지만 그리핀도르의 칼이 최고). 누구의 성격이 원래 이렇게 묘사됐는데 7권에선 이렇게 되었다라고 콕 찝어말하진 못하겠는데 뭔가 영 찜찜하단 말이지…….

아…… 재미있는 이야기니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되는데, 왜 이렇게 따지는지 모르겠다. 이런 거 보기에 나이 너무 처먹었나. 하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대박을 쳐서 그렇지, 작가도 이게 처녀작이긴 하군. 다음 작품으로 뭐 쓸진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은 더 낫기를 바란다. 하긴…… 워낙 많이 벌어서, 그냥 은퇴한다 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겠지만.

P.S.: 벨라트릭스와 1:1로 대등한 싸움이라니, 위즐리 부인 만세! 아줌마는 강하다!

posted by DGDragon 2007. 12. 30. 11:15
  테메레르 - 왕의 용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용들의 격렬한 공중전이 펼쳐진다. 로커스상, 콤프턴크룩상을 수상하고, 휴고 상 및 캠벨 상에 노미네이트된 판타지소설로, '반지의 제왕'의 피터잭슨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고, 이성을 갖고 있으며, 뛰어난 힘과 속도를 지닌 용과 그들의 비행사로 구성된 각국의 공군들이 전쟁에 참전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대체역사판타지 소설 시리즈의 제2권.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호전성보다 아름다움과 지성을 더 귀히 여기고, 인간과 용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용들의 천국' 중국으로 향한다.
 
  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 구입한 용알을 공수해오라는 영국정부의 긴급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떠나는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실크로드 대모험. 죽음의 모래 폭풍, 야생용들의 습격, 뜻밖의 배신과 음모가 일행의 목숨을 위협하고, 임무수행 중 맞닥뜨린 나폴레옹 군대에 대항한 필사의 대작전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상상을 불허하는 나폴레옹 전쟁사 판타지 <테메레르> 제3권 '흑색화약전쟁' 편.
 

어떤 사람이

* 어릴 때부터 판타지 문학을 좋아했고
* 그 중에서도 특히 로드 오브 더 링을 좋아했고
*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고
* 컴퓨터 게임(그것도 D&D 라이센싱)을 만들었으며
* 18 ~ 19 세기 프랑스(특히 군사학 쪽)에 관심이 많으며
* 집에 6대의 컴퓨터가 있는데다
* 소설 데뷔작이 판타지 소설인데
* 말하는 용이 나오는 19세기 초 근대 유럽이 배경이라면,

한국에선 이 사람을 뭐라고 불렀을까. 당연히 오덕후라고 불렀겠지. 넷에선 상하좌우로 까이고 평론가들은 책 이름만 들어도 귀에 오물이 튄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을 것이다. 영화화? 님 정신줄 저기 있으니 어서 가서 주워오시죠?

하지만 천만다행스럽게도 저자는 한국인이 아니며 소설도 영어로 씌어졌고 출판된 곳도 미국이었기에 이 소설은 많이 팔렸고, 평론가들에게도 극찬을 들었으며, 결국 영화화까지 결정되었다. 뭐 세상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기준보다 다른 사람의 기준(특히 돈벌이 여부와 평론가들의 애널 써킹)으로 덕후를 판단할지 몰라도 내 기준은 좀 특이해서, 이 저자가 댄디덕후에 밀덕후를 겸하고 있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 생각은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그렇다고 D&D를 도용이나 표절했다는 것은 아니다. 용 설정의 경우 D&D에 나오는 용 설정과 닮은 부분이 꽤 있긴 하지만 작가 자신의 확고한 설정으로 녹아든 듯 하다.

이 소설의 배경이나 기본 줄거리는 알라딘에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오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것은 당시 생활상, 가상이긴 하지만 용을 활용한 공군 편제와 전술, 그리고 용과 사람들의 교감이었다. 특히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등장 캐릭터들 간의 교류랄까 교감이랄까, 그런 부분이 섬세하게 잘 묘사된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남자라 이렇게 쓰지 특정 취향을 가지신 여성분들께선 불타고 계셨다. -_-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반대로 전투 장면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전체 전략 상황은 지역 이름이 점령당했다거나 누가 거기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슬쩍 지나가는 정도였으며(당연히 한국인인 내가 지역 이름만 듣고 정황 파악이 될리가 없다) 한 권당 한 번 가량 나오는 전투도 대부분 한 번 붙어 투닥거리면 끝나버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 정도. 소드마스터와 9렙 마법과 검강에 질렸지만 그렇다고 로드 오브 더 링이나 앰버 연대기 같은 소설인지 철학서인지 알쏭달쏭한 류는 싫다면, 한 번 읽어보자. 후회는 없을 것이다.

P.S.: 권당 12,000원은 좀 아프다. 물론 사서 보진 않았지만. 약간 변명을 하자면 서점에서 앉아서 봤다. 요새는 동지도 많두만.

P.S. 2: 이 소설은 이 작가의 삶의 일종의 총체다(덕후식으로 말하자면 십몇년 묵은 뇌내망상의 결집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판타지 소설과, 직업으로 만든 게임과,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근대 유럽사를 조합한 것이다. 이것은 이 작가의 첫 소설인 테메레르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테메레르가 끝나면 "그 다음"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프로 작가라면 매작품마다 상세한 자료 조사를 통해 항상 이 정도 퀄리티나 혹은 그 이상을 내줘야겠지만... 그런 사람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테메레르의 상업적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좀 더 정진해주었으면 한다. 당장 테메레르를 봐도, 글의 퀄리티는 그렇게 높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니.
posted by DGDragon 2007. 12. 28. 12:12
  나는 전설이다 - 밀리언셀러 클럽 0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핵전쟁 후,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병으로 인해 세상은 흡혈귀로 뒤덮인다. 그리고 한 남자만이 살아남는다. 낮에는 시체들에 말뚝을 박고, 밤이면 깨어난 흡혈귀들과 죽음을 건 혈투를 벌이는 지구 최후의 남자 로버트 네빌. 하지만 이렇게 인류가 멸망하고, 흡혈귀가 날뛰고 있는 세상임에도 네빌의 일상은 평온하던 시절과 다르지 않게 반복적이다.


한국의 출판업계의 상황을 대표하는 책 중 하나다. 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본편은 200여페이지 뿐이고 나머지 250 페이지 가량은 원저자의 다른 단편으로 채워져 있다. 진작에 출판하고 싶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어 겉띠에 영화 포스터가 들어가는 상황이 아니면 옛날 책 출판은 자살 행위겠지. 하긴 나도 영화 아니면 있다는 것도 몰랐을 테지만. 종이도 고급이라고 하고 값은 11,000원. 어떤 문화가 대충 문화에서 서브 컬처로 가버리면 판매량은 전체적으로 줄지만, 그 판매량에서 가격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된다. "살 사람은 다 산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그 한정된 수량 안에서 이익을 최대한 남겨먹어야겠지. 책 자체가 서브 컬처가 되다니. 씁쓸한 얘기다.

목표가 나는 전설이다 뿐이라서 그것만 읽고 말았다.

뭐랄까……. 슬픈 이야기다. 여러모로. 그리고 잘 써진 이야기이도 하다. 기존의 흡혈귀 소설에서, 흡혈귀는 새로 등장한 인간의 변종이었고, 세계는 여전히 원인류의 것이었다. 따라서 흡혈귀는 개체별로는 강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약자의 역할이 된다. 약점이 많아 숨어다녀야 하는 점도 한 몫 하고.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것을 뒤집어 버렸다. 정이 반이 되고 반이 정이 되었다. 소설 자체가 배경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아 꽤 익명성을 띠고 있기에 이런 상황의 발전은 높은 문학성을 가진다. 문학성이라는 단어가 좀 안 맞는 느낌이 드는데…… 해석한답시고 이리저리 갖다붙여도 다 대충 말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런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과 밤마다 찾아오는 고독, 다른 생존자가 없다는 것에 대한 절망 등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것은 '개'부분에서 절정에 달한다.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본 영화 소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있던데, 그만큼 소설에서도 비중있는 장면이어서 그럴 것이다.

직접적으로 들이닥치는 공포는 없지만, "나 밖에 남지 않았다" "희망이 없다"라는 것이 주인공과 독자를 느슨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옥죄고 있다. 좋은 공포 소설이다.

P.S. 1: 읽기 전에 뒤쪽을 봤다가 후기에서 글 자체에 대한 일종의 미리니름을 당해서 읽는데 흥미를 좀 잃었는데, 사실 그게 가장 무난한 정답이라는 건 인정하겠지만, 결국 평가는 각 독자가 하는 것이므로 그런 정답 제시는 일종의 월권이 아닌가 싶다. 뭐 벌써 50년이나 됐으니 "정답 평가" 정도는 있을 법 하지만.

P.S. 2: 난 영화는 아직 안 봤지만, 사실 아무리 헐리우드라고 해도 소설의 영화화는 '핵심'을 짚지 못하고 시각 쪽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영화니까 당연하지만) 원작을 읽은 이상 안 보게 될 것 같다.
posted by DGDragon 2007. 12. 27. 19:23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조선시대 16가지 희대의 살인사건을 재구성, 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에 이르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엮었다. 또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데 사용한 과학 수사와 법의학 세계가 자료 사진과 함께 흥미롭게 펼쳐진다.

TTB 평에 재미있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저자명으로 검색해보니 꽤 흥미있는 리스트가 나왔다. 쓴 책이 무척 많고 대부분 조선사 관련인데, 나온 시기가 모두 특정 장르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젠 한국에서 책 써서 먹고 살려면 이 길 밖에 남지 않은 건가... 쓴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조선시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살인 사건 10여건을 다루면서 당시 사회상과 법제도, 범죄 수사 방법 등을 다룬 책이다. 그러나 몇몇 사건만이 그럭저럭 재미있을 뿐 나머지는 별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설명병이고 하나는 분석력 부족이다.

나이 많은 이가 흔히 걸리는 불치병인 설명병은 문자 그대로 쓸데없이 설명을 붙이는 병이다. 이 책에도 설명은 끝도 없이 나온다. 앞에도 붙고 중간에도 붙고 각주도 있고 뒤에도 있고... 차라리 픽션까지 섞어서 아주 흥미롭게 써주고 뒤에서 실화를 분리해서 적절히 설명해주면 좋았을텐데, 살은 별로 없이 설명만 덕지덕지 쓰니 내가 오락거리를 든 건지 국사책을 읽는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을 쓸 때 물론 별순검과 CSI의 인기를 감안하고 썼을 것이다. 하지만 별순검과 그 모태가 된 CSI가 왜 인기있었나에 대한 분석은 등한시한 것으로 보인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매회마다 일어나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보는 이유는, 드라마가 어떤 사람을 살인을 할 정도로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어떤 개인적인 감정의 갈등이나(특히 치정)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체를 조사함으로 인해 처음 드러난 정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는 매순간마다의 반전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회구조적인 모순도 아주 담담하게 설명하고 지나가는데다 보통 실록의 기록을 통째로 갖다붙이고 시작하기 때문에 사건의 한줄요약을 보고 보는 셈이라 영 긴장감이 떨어진다.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재미를 위해 보는 책인 것처럼 제목을 정해놓곤 반쯤 역사책으로 만들어서 독자를 훌륭히 낚은 책이다.

posted by DGDragon 2007. 9. 27. 19:00
  Next (International Edition)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쥬라기 공원 이후 마이클 크라이튼의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거의 1년만의 일이지만. 삭막한 인생이군.

나 자신이 이미 어리고 무지하던 중딩이 아니고 유전자 조작(혹은 합성)에 대한 이야기(특히 그 결과물들)는 그동안 찌라시언론에서 상상가능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연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얼마나 상상의 나래를 펼쳐내는지.

내가 둔해진 건진 몰라도 나름대로 이야기 후반부에서 쫓고 쫓기는 이야기 전개는 왠지 힘이 좀 빠진 것 같아 재미가 좀 떨어졌고... 사실 그렇게 재미가 없다기 보단 주인공이 여럿 나오는 방식이라 쫓기는 이들에 대한 내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왠지 모르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남은 건 생각할 거리 정도인가.

사실 이게 이 소설의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소유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전 공학은 그 특성상 필연적으로 인간의 몸(혹은 그 일부)을 필요로 한다. 그러면 인간의 몸, 그 일부, 그리고 그를 통한 연구와 그 결과물의 소유권은 어디로 갈까('누가 가지는가'가 아닌 이유는 후자의 소유권의 대부분은 사람이 아니라 법인인 회사나 대학 등이 가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몸과 그 일부는 해당인의 것, 연구와 그 결과물은 연구자의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구분은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쉽지 않다. 그 자체도 쉽지 않은 문제지만 거기에 돈이 얽히면 더 어려워진다. 돈이 얽히면 어떤 문제든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책에선 적절한 선에서 끊고 작가의 대리인인 판사의 이상적인 판결문으로 끝을 냈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면 거의 절대로 그런 식으로 풀리지는 않겠지.

P.S. 1: 이 판매처만 글로벌한 유전자 관련 SF 소설에도 황우석 박사의 얘기는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국인 유전공학자도 나왔다. 때리고 얼르기인가 아니면 어떤 쪽으로든 우리 나라의 유전공학 기술이 인정받는다는 건가.

P.S. 2: 알라딘의 책 사진 / 정보 자동 링크가 맛이 갔군; 플러그인을 교체하든가 해야 겠다. 
posted by DGDragon 2006. 11. 14. 11:59
  워크래프트 1 - 드래곤의 날(상)  리처드 크낙 지음, 서계인 옮김
게임 ‘워크래프트’는 판타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이번 소설은 전세계 게이머들이 그 출시를 학수고대하는 ‘워크래프트 3’를 게임보다 먼저 소설로 펴낸 것. 소설은 게임의 주된 요소와 직업군, 유닛들을 취사해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을 그려냈다.

붉은 용의 수장 알렉스트라자가 오크에게 속박당했다 풀려나던 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일단 번역자의 워크래프트에 대한 이해도도 별로 좋지 않지만, 번역자의 몰이해라는 블로킹을 뚫을 정도로 원저자의 글빨이 좋지도 않다.

단순한 설명과 행동의 끝에 결말. 굉장히 싱거웠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잘 알고 있지 않은 이상(와우와도 접점이 거의 없다. 워크래프트 2와 3, 그리고 5대 위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읽어도 별로 재미를 못 느낄 듯 싶다.

덧 - 재미가 있든 없든 공식 발매니 공식 설정인 셈인데, 내가 알고 있는 워크래프트 세계의 모든 공식 설정 중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이종족간의 로맨스가 나온다. 작가의 취향인가. 가로나는 현 시점에선 로맨스의 결과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므로 제외.
posted by DGDragon 2006. 10. 26. 18:34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 -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지식  토마 아베르코른 지음, 윤미연 옮김
매체의 산업적 속성에 의해 숨겨진 1인치의 지식을 알려준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적이 없다' 외에도 '히틀러 시신에 관한 복잡한 시나리오', '걸프전과 코소보전은 핵전쟁이었다', '허리 통증을 그냥 방치해 두면 뇌가 수축된다', '세균폭탄, 베개' 등 정치, 경제, 의료, 환경, 역사,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유용한 지식 152개를 담았다.


상식을 뒤엎어주겠다는 잡학 백과사전식 책.

확실히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뒤엎은 게 많긴 많은데, 그게 잡학 - 특히 한국에선 의미도 없는 마이너 - 계열이고 보면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어차피 잡학이면 잘못 알든 바로 알든 무슨 상관이랴. 말싸움하다 상대방을 무식하다며 비웃을 땐 쓸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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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6. 10. 11. 19:31
  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한 가족의 역사와 함께 하며 한바탕 멋진 인생을 살다간 강아지 '말리'의 이야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의 칼럼니스트 존 그로건이 말썽꾸러기 개와 더불어 살았던 시간들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출간 1개월 만에 150만부가 팔렸고, 뉴욕타임스 연속 40주 논픽션 1위, 퍼블리셔스위클리 연속 38주 논픽션 1위에 올랐다.

가족과 식구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조금 다른 개념이다. 가족은 혈연 관계로 맺어진 사이이며, 식구는 한 집에 살며 한솥밥을 먹는 사이란 뜻이다. 물론 영어로는 둘 다 그냥 family지만. 이 책은 저자의 식구 말리에 대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신혼 2개월 째에 갓 젖 뗀 강아지 말리를 데려왔으며 말리는 그 뒤 13년 동안 살다 죽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접하게 되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들은 미안하게도 인상이 별로 남지가 않는다. 인상에 강렬하게 남아 나중에까지 기억나는 건 보통 안 좋은 일, 싫어하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망할 군대 고참이라든가. 말리는 이런 면에서 대단히 엄청난 개였다. 아마 말리를 충분히 겪어본 사람이라면 일생 못 잊지 않을까. 물론 그다지 좋지는 않은 쪽으로. 이 놈에 대한 얘기로 이렇게 책 한 권이 나올 정도인데 설명을 덧붙이는게 바보 같은 얘기겠지만. 이 놈은 그야말로 40kg짜리 태풍이었다.

저자는 인생의 격변기 - 결혼, 이사 두 번, 아이 셋 출산, 이직 두 번. 13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이지만 - 를 말리와 함께하며,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글빨이다. 글쓴이의 해학과 특히 역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번역은 놀라울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눈 한 번 안 떼고 단숨에 읽어치웠을 정도니까. 난 별로 웃지 않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웃었는지(서점에 그냥 쭈그리고 앉아 읽으면서 웃는게 엄청나게 쪽팔린 일이지만 읽는 걸 그만두는 것도 웃는 걸 참는 것도 불가능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내가 목표로 하는 글쓰기의 이상형격인 모습이다.

그리고 말리의 죽음. 이미 앞에서 말리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 보며 저자의 가족과 웃고 울었기에 말리의 죽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감정 이입이 되었다. 말리는 분명히 말썽꾸러기였고 개념이 없는 개였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지킬 것은 지켰고, 충성심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좋은 개였다.

이런 식구인 개를 먹는다니, 잘 모르는 서양인들은 질색할 만도 하다. 우리가 먹는 건 이름 붙인 식구가 아닌, 이름 없는 가축일 뿐인데 말이지.

덧붙이자면, 미국의 넓은 땅과 낮은 집값이 꽤나 부러웠다. 서울의 꽤 넓은 크기의, 하지만 개 한 마리 키울 수 없는 아파트 한 채 값이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집 3채를 한 방에 다 살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DGDragon 2006. 10. 6. 20:20
  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출간 이후 29개 언어로 번역되어 9000만 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전7권)가 한 권짜리 합본으로 출간됐다.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니아라는 마법의 세계가 있다'는 모티프에서 비롯된 이 모험담은 가상의 나라 '나니아'의 창조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7개의 이야기가 있는 모양인데 합본 형식의 엄청난 두께의 책으로 접했다.

'마법사의 조카'는 흥미로 읽었고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근성으로 읽었다.

별로 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을 잠시 피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거지만, 이 이야기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머리가 너무 굵어져서 비비꼬인 음모나 배신, 비극이나 아니면 사랑 이야기 뭐 이런거 하나둘 쯤 안 나오면 재미를 못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머지 5개의 이야기는 포기다. 너무 밋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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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6. 10. 2. 19:22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얻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라 흥미로 읽어보았다. 그리고 전에 한 번 읽어봤던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1/3은 내게도 귀해 보이는 지식이었고, 1/3은 이미 아는 거였거나 무가치해보였고, 1/3은 개미에 대한 것이었다.

이 유별난 개미 사랑에 대해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냥 개미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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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6. 10. 1. 19:16
  마커 1  로빈 쿡 지음, 김청환 옮김
로빈 쿡의 스물다섯 번째 장편소설. 음험한 거대 의료자본이 비밀 서비스 조직과 손잡고 벌이는 섬뜩한 연쇄살인과 그 살인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학수사 법의학자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렸다. 주인공들은 날카로운 추리와 풍부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의문사를 파헤치고, 숨가쁜 반전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간다.

의학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모 작가의 최신작이지만, 아무래도 소재가 고갈된 모양이다.

확율의 숫자 짤짤이가지고 대기업이 사람을 죽인다니, 소설의 기본은 '그럴듯한 이야기' 즉 개연성 아닌가.

책 뒷면의 짧은 소개글과 최초 몇십 페이지를 읽고 전체의 이야기 구조를 바로 감 잡았지만, 작가의 이름이 있고 그동안 읽은 소설들이 있던 터라 '설마 아니겠지' '설마 다르겠지' '반전이 있겠지'하는 기대를 하고 끝까지 읽었는데 세상에 그런 거 없어!

어떻게 이런 뻔한 얘기를 뻔뻔하게 쓸 수 있는지. 소설의 구분은 '의학 스릴러'지만 나는 이거 읽다가 주인공의 생사여부와 총부림 액션신에서 스릴을 느꼈다.

하긴 내가 미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서 미국식 의료 시스템의 이야기에서 스릴을 못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내가 미국인이면 여기에서 스릴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래도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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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6. 9. 26. 09:49
  폭격의 역사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김남섭 옮김
이 책은 백인 우월주의가 낳은 학살과 야만의 기록이다. 지은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그토록 전쟁에 집착하는 이유가 백인 우월주의에 있다고 주장한다.

폭격을, 환상과 연결된 일종의 문화로 보고 분석한 책. 그 근거로, 비행기가 발명되던 날부터 주요 언론의 기사, 당시 유명 인사의 발언, 그리고 각 소설들의 소개(줄거리 요약)를 통해 이른바 '문명인(유럽 / 미국인들이 황인종 / 흑인종과 비교해 자신들을 부르던 말)'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지금까지 내가 심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무차별 폭격과 이로 인한 대량 학살은 미국만의 전매 특허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럽열강인 전체의 환상, 판타지였다. 안전한 곳에서 스위치를 누르고, 적은 자신이 누구에게 어디에서 공격받는지도 모은 채 죽어나간다. 그리고 이쪽의 피해는 제로인 채 승리.

물론 환상은 현실이 아니니 환상이라고 부른다. 비행기가 실전 투입된 2차 세계 대전으로부터 미국 대통령 부시 2세의 이라크 침공까지 수억의 폭탄이 자유 낙하부터 레이저 유도까지 온갖 형태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졌지만, 그 폭탄들이 투하자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한 건 무차별 학살 뿐이었다. 전술적 목표 파괴? 최소한의 인명 피해? 다 헛소리다. 폭탄엔 눈이 달려있지 않다. 미국의 이라크 폭격? 그곳의 폭격이 얼마나 훌륭하게 빗나가는지는 충분할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눈 먼 폭탄은 병원 학교 민간가옥들을 부수고 민간인을 죽이고, 그리하여 그들은 미국에 대한 증오를 불태운다.

P.S. : 책 구성이 묘해서, 마치 옛날 유행했던 게임북 같다.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읽어도 자기가 도대체 어디쯤 읽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건 꽤나 답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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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6. 8. 24. 19:56
  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단편집 이 출간됐다. 이후 5년만이다. 하루키 단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5편이 실려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단편집 이 출간됐다. 이후 5년만이다. 하루키 단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5편이 실려있다.

작가가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모은 책. 글쎄... 그냥 저냥 읽을 만 했다. 이야기들에서 조금씩 느끼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문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어떤 이야기는 쓸쓸하고 어떤 유머는 좀 블랙 유머가 있고... 하지만 읽은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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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6. 8. 23. 20:48
  엽기 조선왕조실록  이성주 지음
조선왕조실록에서 발견한, 옛 문헌의 엄숙함을 뒤집는 엽기적인 역사 이야기들을 담았다. 시나리오 작가 경력의 지은이가 작가 특유의 위트로 역사에 현대적인 코믹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한 상에서 밥을 먹어선 안 되었다는 관습, 시장판처럼 되어버린 과거시험장 등에서 조선의 일상사를 생생하게 엿본다.

조선왕조실록은 정말이지 엄청난 이야깃거리의 보고다. 이걸 토대로 나온 책이 도대체 몇권인지.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단 근거는 실록에 두되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은 스포츠 신문스러운 것들이다. 재미야 물론 있지만, 깊이는 약간 떨어진다. 뭐, 내가 고르는 책이 다 그렇지만.

대화거리가 떨어질 때 써먹을 만한 소재 몇개는 건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DGDragon 2006. 8. 20. 20:00
  눈물을 마시는 새 - 전4권  이영도 지음
로 한국 판타지소설계의 정상에 선 이영도의 신작이 출간됐다. 이전 작품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제목은 '백성들이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마시는 왕'을 의미한다.

미리니름 주의.

이영도는 모든 종류의 소설가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동시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작가다.

그는 글빨이 좋다. 소설이란 결국 이야기인 것,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아무리 무슨 상을 받고 무슨 베스트셀러라도 내가 재미없으면 그만. 하지만 이영도 작가의 소설은 뭐든지 재미있다.

사소한 배경 묘사부터 심리적인 이야기, 시시한 농담 따먹기부터 문단, 권별로 나가는 거대한 이야기까지, 그 모두를 흥미롭게 전개해나가는 솜씨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독창성 있는 설정에 평상시의 상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 언급들이나 계속 등장하는 반전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의 이야기다. 드래곤 라자와 단편집을 제외한 모든 이영도 소설은 위에 쓴 대로의 장점과, 또 하나의 공통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찜찜함'

이 찜찜함이란, 이해불가능에서 오는 찜찜함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 마치 학생을 앞에 둔 교사처럼, 처음에는 조금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설명을 해준다. 등장 인물들은 서로에게 설명하고 서로에게 해설하고 서로를 이해시킨다. 정말 쓰잘데기 없이 길다고 느끼면서 읽다 보면, 등장 인물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설명이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준다. 하지만 절정 - 결말 부분에 가면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줄어든다. 인물들은 그저 감탄하고 놀라워하고 화내고 행동할 뿐이다.

그러다 끝. 그래서 나는 당황해서 방황한다. "뭐야 이거?"

거의 중후반부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결말에 이르는 부분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알 수 없다. 그들은 뭘 깨달았고 뭘 결심했고 도대체 어떻게 움직인 건가.

눈마새에서 보면, 거의 막판까지 이야기를 거의 이해하고 있었다(혹은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 나늬와 보늬? 나늬와 보늬가 무엇인지 설명이 본문에 거의 처절하리만큼 없는 상태에서 도 닦는 승려가 던져주는 화두처럼 나늬와 보늬를 운운하면 뭘 어쩌란 말인지. 그 시점에서 내가 나늬와 보늬란 것에 대해 가진 지식은 "모든 종족에게 미인으로 보이는 어떤 것" 뿐이었다. 그게 케이건 드라카에겐 무슨 의미가 있고,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무슨 영향을 미쳤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들은 다 뭔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들은, 읽었고 기억은 하지만 개연성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만약 작가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결말"을 생각했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작과 중간에 그렇게 자잘하게 "오해를 할 수 없도록" 해놓고 막판에 가서 방관한다면 누가 납득할까...

이것은 후치가 막판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는데 열성을 다한 드래건 라자나, 아예 설명할 필요가 별로 없는 단편을 제외한 그의 모든 소설에서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스스로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정말 자괴감을 느낄 정도. 재미가 없거나 작가가 글을 못 쓴다고 판단했다면 그냥 냅두고 잊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둘 다 아니다. 분명히 뭔가가 있을텐데 그걸 짐작조차 못하는 거다. 그게 정말 답답한 것.

어쨌든 눈마새를 다 읽었다. 그리고 퓨처 워커와 플라리스 랩소디에 붙였던 분류판을 눈마새에도 붙였다. "재미는 있으나 이해 불능".
posted by DGDragon 2006. 5. 15. 20:41
  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 밀리언셀러 클럽 0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고전적인 좀비 이야기를 '가족애'라는 소재와 결합시킨 장편소설. 완벽하고 화목한 미국식 '가족애'의 이면에 잠재된 공포를 짚어 낸다. , , 와 더불어 스티븐 킹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83년 발표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코스모폴리탄」, 「워싱턴 포스트」 로부터 '에드거 앨런 포를 뛰어넘는 최고의 공포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밀리언 셀러 클럽이라... 잘 나가는 작가의 과거 작품 발굴 쯤 되나.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이 처절하다.

루이스는 의사다. 그리고 예쁜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가장으로서, 한 대학 진료소에 직장을 얻어 이사를 왔다. 시골이라 비교적 싼 값에 큰 집을 샀고, 맞은 편 집의 이웃과 금방 친구가 되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집 앞 도로에 항상 거대한 오링코 트릭이 오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애완동물의 죽음, 대학생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로 나오는 여러 죽음과 그 땅의 힘에 대해 읽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 광고대로 공포물인 것 같지는 않았다. 글쎄... 읽으면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의 전개는 무척 궁금했지만,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1장 중간까지 읽으면서 책 겉면에 쓰인 글과 합쳐 끝까지의 모든 전개를 대충 다 예상해버렸다. 그리고 그게 거의 다 맞았다. 궁금한 건 에필로그 정도? 소설로서의 재미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본다.

그나저나 책 겉면에 XX 소설이라고 써놓다니 책 전개를 다 까발리는구만. 아무 생각도 없는 친구들인가...
posted by DGDragon 2006. 3. 28. 22:54
  역사의 사기꾼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의 오류와 착각  하인리히 찬클 지음, 장혜경 옮김
독일의 유명한 과학 전문 작가 하인리히 찬클이 당대를 움직인 최고 학자들이 범한 오류와 착각 그리고 자기반성과 비판의 결핍으로 일어난 43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그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오류가 오늘날까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오해, 착각, 편견, 선입견. 수식에서 가설을 세워 증거를 찾을 때, 현상에서 가설을 세워 공식을 찾으려 할 때, 돈, 명예, 권력, 혹은 그 외 많은 것들이 과학자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에 배가 떨어진 것처럼 보고 싶기 때문에, 그렇기만 하면 엄청난 발견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여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들의 대다수는 다른 과학자들의 검증을 통해 사라지지만, 어떤 때는 대박을 치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대박"들의 모음집이다.

처음에는 "다 아는" 내용들의 반복이라 지루했지만, 1/3 정도가 넘어가면서부터는 흥미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의약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설사 현재의 검사를 모두 통과한 의약품이라도, 어떤 경우에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임산부는 더 그렇지만.

그 외에도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집으로 오면서 다 까먹었다. 어쨌든 한 번 읽어두면 남는게 많을 듯.

이 책의 만약 3년만 더 뒤에 나왔다면 황우석 박사의 초대박 블록버스터 사기극이 특집으로 실렸을 텐데, 못 봐서 매우매우 아쉽다.
posted by DGDragon 2005. 12. 17. 12:36
  좋은 코딩, 나쁜 코딩 - 읽기 쉬운 코드가 좋은 코드다  박진수 지음
읽기 쉬운 코드가 좋은 코드라는 명제로 프로그래머에게 꼭 필요한 좋은 코딩 습관을 주제별로 구성한 책이다. 언어의 문법이나 스킬에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적 지식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

코딩 스타일에 대한 책이다.

짧고, 간결하며, 읽기 쉽고, 에러가 없으며, 시스템간 컨버전이 쉬운 프로그램. 누구나 바라는 거겠지만 당장 소스 짜다보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C를 기준으로 간단한 소스 코드들을 예제로 보여주면서 어떤 스타일로 코딩을 해야 하나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편하고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실제 프로그래밍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냐가 관건이겠지.

…내 개인적인 기준에서 프로그래밍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변수 이름 짓기다. -_-
posted by DGDragon 2005. 12. 14. 11:22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 전4권 세트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2년만에 해리 포터가 돌아왔다. 2005년 11월, 전4권으로 완간 예정. 'Half blood prince'는 용감하고 자격이 있는 왕자란 뜻의 'full blood prince'를 약간 비꼬는 말로, 대접받을 자격이 없거나 비겁한 왕자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고. 이 제목은 원래 2편 에 쓰려고 했던 것이라고 하며, 여기서 말하는 'half blood prince'는 해리 포터도, 볼드모트도 아니라고 했다.

덤블도어가 하도 해리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행동하고, 의미심장해보이는 대사를 남발하길래 "혹시 이 놈은 볼드모트 이상으로 속이 시꺼먼, 진정한 라스트 보스가 아닐까"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틀린 모양이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나름대로 반전이 재미있었을텐데.

어쨌든 소년은 청년이 되었고, 때문에 보호는 필요없어졌다. 아니면, 그를 둘러싼 보호막이 벗겨져 가기 때문에 그가 청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건가? 그리고 베일에 싸인 적의 정체는 훤히 드러나, 그 격은 마왕에서 겁 많은 인간으로 떨어졌다.

결론이 매우 궁금하나, 작가가 2년 정도 쉰다고 하니 그걸 볼 수 있는 때는 2007년 무렵인가.
posted by DGDragon 2005. 12. 14. 11:12
  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지음, 신두석 옮김
영국에 문명이 태동하던 고대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최악의 직업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다룬 직업들은 주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업들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시하고 비난하던 직업들이다.

유럽의 중세. 기사와 레이디의 로망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위생이나 인권적인 면에서 엄청난 암흑시대였다. 이 책은 그 암흑의 시대에서도, 가장 최저, 최악의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원래 제목이 이런 건지, 번역자의 센스인지는 몰라도 이상한 제목을 갖고 있긴 하지만, 내용물은 상당히 충실하다. 각 최악의 직업들이 등장한 시대상, 등장 배경, 하는 일, 관련 법률 등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으며, 특히 엄청나게 들어간 사진들이 인상적. 각 직업들의 하는 일이나 관련 법규를 어겼을 경우의 혹독한 벌들을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주고 있다. 책을 중간까지 읽을 때까지만 해도 눈치를 못 챘는데, 보니까 등장하는 사람이 동일 인물이다.

책의 저자 자신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최악의 직업들의 선별이니만큼 인간의 배설물에 대한 이야기(당시엔 거의 유일한 화학 가공 기법의 원료였으니까)도 많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도 많지만, 당시 시대상에 현실 감각으로 접근해보는데는 꽤 괜찮은 책.
posted by DGDragon 2005. 10. 13. 22:07
  제인구달 - 침팬지와 함께한 나의 인생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평생을 아프리카 열대 우림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과학자이자 침팬지를 비롯한 모든 야생 동물들의 처우 개선과 보호를 위해 노력한 행동가인 제인 구달의 삶을 담은 자서전. 1996년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본문과 외형을 새롭게 다듬었다.

제인 구달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아프리카로 건너가, 익숙치 않은 기후, 여성에 대한 편견, 불안한 치안, 질병 등등 모든 고난을 이겨내면서 침팬지를 관찰, 기록하여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수동적인 관찰자, 기록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침팬지를 위한 환경 보호 활동 등을 국제적인 규모로 해나가는 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당사자가 직접 쓴 일종의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부터의 자신에 대해 찬찬히 설명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 대한 매력과 거기에 빠진 자신, 아프리카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의 침팬지 연구, 환경 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표지만 보고 침팬지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실망했지만, 결국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손 끝 기교가 아니라 가슴으로 쓴 좋은 책이다.
posted by DGDragon 2005. 10. 11. 20:16
  우리 몸 기생생물에 대한 관찰노트  로버트 버크만 지음, 이은주 옮김
인체내 내밀한 생태계를 훑어가는 여정이자 인간이라는 이름의 행성과 그 행성에 서식하는 생명체에 대한 도해서이다. 미시 생물들에 대한 가치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요충이나 십이지장충 같은 환형 동물부터 미생물까지,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다양한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실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에 대한 책이야 한둘이 아니니 이 책에선 진드기 이상의 거대 사이즈의 기생 생물에 대한 것이 보고 싶었으나, 제 3 세계를 제외한 문명국에선 그런 류는 거의 전멸한 걸 반영했는지 비중이 적다. 아쉬운 부분.

사진도 많고, 흥미롭게 볼만한 책이다.
posted by DGDragon 2005. 10. 6. 18:25
  마사코 - 일본 왕실에 갇힌 나비  마틴 프리츠 외 지음, 조희진 옮김
책은 왕실 가족간의 관계와 세대간의 권력 다툼에 관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펼치며 왕세자비 마사코의 비극적 운명을 조명한다. 우울증, 자살 시도설, 고부갈등, 정신질환 등... 이를 통해 일본 왕세자비 간택 방법과 일본 왕실, 그리고 일본의 종교에 관한 숨은 이야기들과 함께 일본의 문화와 그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일본문화 연구서이다.

옆나라의 내가 보기에도 일본의 국왕은 존재감이 없다. 실권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얘기가 아니다. 활동이 거의 없고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겠다는 거다. 기껏해야 한국에 일제 강점기와 위안부에 대한 사과를 해라 못 하겠다 이럴 때 욕 먹는 존재랄까.

일본의 현 왕세자비 마사코는 외교관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 유학까지 한 유능한 커리어 우먼으로, 원래는 결혼에 별로 생각이 없었으나 왕세자의 끈질긴 구애와 "왕가의 한 명으로도 국가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설득에 왕세자와 결혼을 했다. 옥스퍼드에서 유학한 왕세자나 왕세자비 마사코나 아마 일본 왕실을 영국처럼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그리고 국가의 심리적인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에 의해 왕자만이 왕이 될 수 있는 일본에서, 마사코의 나이가(당시 30) 아기를 낳기에 상당히 불안하다고 생각한 일본 왕실은 왕세자비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해외 순방도 없고 국내 활동도 제한 받은 왕세자비는 '적응 장애'라는 정신병까지 앓게 되고, 왕세자는 왕세자비를 보호하기 위해 왕실의 행위를 폭로한다. 그리고 국민의 미움을 받게될까 두려운 왕실은 반대로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뭐 끝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현실의 이야기므로 책은 일단 여기에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남의 나라, 남의 집안 사정엔 사실 별 관심 없고, 책을 읽으면서 '왕'과 '왕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록 우리 나라의 왕가는 통째로 일본에 끌려가서 평생 감시당하며 살다 이국 땅에서 죽어갔지만.

사실 다른 나라의 왕가 사람들 평소에 뭐하고 사나 좀 궁금했었는데, 책에서 잠깐 언급한 영국 왕실의 자선 사업 규모를 보니 이건 엔간한 국제 기업 뺨 치고 등 때리고 엎어메칠 정도다. 여왕과 왕세자가 이름을 올린 자선 사업 단체가 600여곳이고 1년에 편지를 1만 2천통씩 쓰고 모임에 수천번 참가하고... 몸이 남아나나? 그렇게 해서 모으는 기금이 1년에 1억 파운드라. 물론 그들은 여러가지 정치적, 외교적 사안에도 영향력 있는 발언을 하고 외교적인 노력도 활발히 한다. 으음... 이 정도면 정말 왕가 유지할만 하겠군.

어쨌거나, 책을 읽어보니 왕세자 부부가 꽤 열린 사고를 가진 거 같고, 마음에 든다. 원만히 해결이 되어 일본 왕실이 바뀌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자살이나 이혼 같은 극단적인 파경에 이르지 않는 한 그들이 다음 일본의 왕이 되겠지. 그 때 이들의 활동을 기대한다. 과거 만행에 대한 사과는... 당분간은 어렵겠지. 보수 우익이 권력을 잡고 왕실이 그들의 눈치를 보는 한은.
posted by DGDragon 2005. 8. 24. 14:09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김한영 옮김, 이인식 해설
리들리는 이 책에서 '본성 vs 양육'의 싸움의 역사를 충실히 기록하였다. 그는 본성의 권위자인 다윈, 드브리스, 로렌츠 등과 양육의 권위자인 파블로프, 프로이트, 피아제 등 12명의 중요한 싸움꾼들을 이 책에 불러모아 재차 공론을 벌였으며 그로부터 논쟁의 역사를 복구해내었다.

인간의 외적인 면이나 내적인 면이 결정되는 것은 유전자에서일까 양육 환경일까. 그건 아주 옛날부터의 고민이었고(예를 들어, 반역자의 혈통은 유전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과거 반역자의 가문은 3대를 멸했다.), 지금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양육이나 본성 어떤 쪽도 들지 않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양육과 본성의 논쟁에 대해 백지인 상태였기 때문에 특별히 코멘트를 붙일 건 없고, 다만 몇가지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고 논쟁의 개념을 확실히 알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런데 번역이 좀 읽기 어렵게 되어 있어서 유감이다. 직역이나 의역 이런게 아니고, 뭐랄까 긴 문장을 이어나가시는데 약하신 듯 하다. 원문이 길다고 번역문에서까지 그 문장을 한 문장에 해버릴 필요는 없는 듯 한데.
posted by DGDragon 2005. 8. 23. 13:5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무게 3톤이 넘는 범고래의 쇼를 본 적이 있는가? 플로리다에 있는 씨월드라는 해양관에서는 바다의 포식자로 알려진 거대한 몸통의 범고래가 환상적인 점프를 통해 멋진 쇼를 펼쳐보인다. 그런데 조련사는 어떻게 해서 범고래로 하여금 그렇게 멋진 쇼를 펼쳐보일 수 있게 만든 것일까?
 
 사실 이런 류의 실용서에서 강조하는 건 다 똑같다. '남을 칭찬하라'. 그저 접근 방법이 다를 뿐이지.

이 책의 접근 방법은, 지은이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추정되는 고래 사육사와의 일화를 소설식으로 써놓은 것이다. 소설가들이 아니라 좀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필요성, 회사나 가정에서의 사용 방법까지 잘 써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선 말이 없다는 거다. 못하는 점은 눈에 잘 띄지만 잘하는 점은 보통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특히 나 같이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타입은 더하다. 칭찬을 해주고 싶어도, 뭘 알아야 해주지.
posted by DGDragon 2005. 8. 22. 14:21
  나를 숲으로 초대한 동물들 - 세계적인 동물학자의 60여 년에 걸친 동물 관찰기  V. N. 쉬니트니코흐 지음, 한행자 옮김, 원병오 감수
러시아의 저명한 동물학자가 들려주는 사랑스런 동물들의 생태 이야기. 저자가 60여년에 걸쳐 관찰해온 러시아의 동물들 중 포유류 31종에 대한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 한 동물에 10페이지 남짓을 할애한 에세이로, 동물의 생태와 그에 얽힌 재미난 일화들을 무겁지 않게 풀었다.

러시아 학자의 동물 관찰기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해서(시튼 동물기라든가)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이 출판된 건 원래 50년 전이고... 그나마도 한창 일제 시대 때 관찰한 내용을 은퇴한 뒤에 출판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70~80년 전 이야기가 된다.

비교적 흔한 공통종에 대해서 썼지만, 이 책에 실린 20여종의 동물 중 지금 한국의 동물원 밖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은 실험용 몰모트, 애완용 햄스터, 외래종 청설모 정도 뿐이다.

슬픈 일이다. 도시에 있는 건 인간의 삶 혹은 인간의 삶에 기대어 사는 동물의 삶 뿐이다. 인간에게서 독립한 야생동물이라는 건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