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미생물의 세계 강의의 레포트다. 3,000 ~ 5,000자 이내로 과학 동화를 쓰시오. 세상에 소설을 쓰라 해도 힘든 판에 아이들 눈 높이로 동화를 쓰라니! 어쩔 수 있나. 쓰라니 썼다. 과거 경험을 되살려 어떻게 어떻게 써서 3Kbyte 채워서 이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보내놓고 생각해보니 교수님이 생각하는 한글 3천자와 내가 생각하는 3Kbyte는 엄연히 다르다. 이런. 교수님과 내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깜박했다. 허나 이미 보내버린 것을 어쩌리. 양이 절반이면 점수도 절반이려나.
경철이는 바닷가에서 살았었습니다. 그곳에서 노는 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들도 많았고, 바닷가에 놀러나가면 언제나 놀거리가 많았으니까요. 말미잘도 있었고, 갯강구가 돌아다녔고, 갯지렁이도 흔했습니다. 물론, 바다니깐 바닷물고기도 많았지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경철이는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큰 도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셨거든요. 친구들은 경철이와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면서, 경철이에게 잘 가라고 작별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몇 명은 도시로 가게 된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큰 도시에는 분명히 멋진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경철이는 부푼 가슴을 안고 도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경철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큰 건물도 많고,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았지만, 길은 복잡하고, 매연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고, 쌩쌩 다니는 차들 때문에 길을 걸어다닐 땐 조심해야 했습니다.
경철이가 사는 곳 옆에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비하면 작지만, 꽤 큰 강이었지요. 경철이는 옛날에 바닷가로 놀러갔던 것처럼, 새로 사귄 친구들과 강으로 가서 놀고 싶어했지만 왜인지 친구들은 그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싫어한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경철이는 친구들과 헤어지면, 가끔 혼자서 강으로 놀러나가곤 했습니다. 그 강은 경철이가 알던 바다와, 명절 때마다 가던 할아버지댁에서 보던 시냇물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물빛은 항상 탁했고, 바닥은 이끼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물에선 냄새도 났습니다. 바닷물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났고 시냇물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났지만 강물의 냄새와는 달랐습니다. 아주 희미하긴 했지만 맡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냄새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경철이는 강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조금 깊은 물이었지만 들어가서 그것을 건져올렸습니다. 그건 물고기였습니다. 덩치가 커다란, 경철이 팔만한 물고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물고기의 꼬리는 기역자로 휘어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많이 얘기하던 기형 물고기였던 것입니다. 경철이는 그것을 보고 당황해서 물고기를 놓쳤습니다. 그 물고기는 헤엄도 잘 치지 못하고 천천히 물에 떠밀려 내려갔습니다.
경철이의 부모님은 그 얘기를 들으시고, 역시 도시의 강이라 오염이 심하니 가지 않는게 좋겠다고 하셨고, 경철이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강에 갈 시간도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시골에 갔다가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촌형을 만났을 때, 경철이는 물고기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형이 설명하기로는, 물 속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어서 뭔가 나쁜 물질이 들어오면 그것들을 분해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시의 강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와 더러운 물을 너무 많이 버리기 때문에 미생물이 미처 다 분해하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그런 물을 마시는 물고기와 다른 생명체들이 아파하게 되고 그런 기형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오염된 강은 그렇게 쉽게 낫지 않는다고 합니다. 몇년부터 몇십년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그 뒤로 강을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 어른들이 강 주변을 청소하고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는 등의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제는 강에는 물고기도 많이 보이고 철새도 자주 날아듭니다. 하지만 아직은 강바닥도 깨끗하지 않고, 물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가끔 강변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경철이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