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이 책은 사실 그렇게 크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는 않다. 다만 북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담담히 적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내가 인식하고 있던 북한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났다. 그리고 망할 미국의 짓거리... 물론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서도, 이렇게 대놓고 했을 줄은.
이래저래 구성도 생각해보고 해서 장황하게 써보려고 했더니 아예 글을 시작도 못할 지경(내가 언제 이렇게 글을 가볍게 쓰게 되었지...)이 되어버려서, 단편적인 사실 몇개만 적어보겠다.
김일성이 물론 솔방울을 던져 수류탄처럼 폭발시킨 적은 없지만, 대항일 투쟁을 한 건 사실이다. 개마고원 및 그 북쪽 일대에서 화전민들의 마을에 기반을 둔 공산당원들은 일제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엄청난 대항일 투쟁을 전개했으며, 결국엔 일제가 "북진"이 아닌 "남진"을 결정하게 했다(그리고 그 남진이 미국에 막히자 진주만을 폭격한 것이다).
당시 중국 공산당원들의 80~90%가 조선인이었다고 하며 김일성은 그 중에서도 엄청난 세력권을 형성, 3사단장을 맡았으며 동만주 지역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김일성 특별체포대가 따로 있었을 지경. 그리고 그 때 중국과 소련의 배신을 한 차례씩 당했고(스탈린의 대규모 숙청과 중앙아시아로의 추방, 중국도 대동소이. 토사구팽), 이 때문에 "자주 독립"을 외치게 되었다. 즉 소련의 꼭두각시도 아니었고 한국전쟁도 스스로의 의지로 일으켰다는 것(뭐 어느 쪽이든 반갑지 않기는 매한가지).
39~40년에 걸친 일제의 대토벌 작전에서 일본군은 민간인까지 대량학살하면서 공산당원들을 몰아내려했고 김일성도 이 때 소련으로 도망갔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정권을 잡았는데, 이 때문에 남한에선 소련의 앞잡이로 알려졌다. 그렇게 보면 뭐, 일본의 박정희나 미국의 이승만이나... 소련으로 도망가기 이전의 기록이 날조라거나 사람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얘기는 물론 나도 들어봤지만 글쎄? 글쓴이가 뻥친게 아니라면 증거 미비다.
그리고 80년대까지는 한국보다 낫거나 비슷한 경제력을 보유했으며(공산주의 국가에선 모든 생필품이 국가 지정가격으로 나오므로 자본주의 국가와 똑같이 점수를 매겨버리면 곤란하다), 이후로도 그렇게 떨어지진 않았다. 예를 들어 83년도 출생자의 "당시" 예상 평균 수명은 남, 북한 동일 80세였다. 97, 98년도에 그렇게 난리를 쳤어도 소말리아나 에티오피아와 같이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 실제로도 98 -> 03년도까지 체중미달은 61% -> 21%, 영양실조 16% -> 9% 발육저하, 만성영양결핍 62% -> 42% 등으로 상황은 많이 호전되었다. 그렇다고 정상은 아니지만.
그리고 매춘이 없고, 경찰은 깨끗하며(굶주리지 않았을 경우겠지만), 아동보호, 여성지위, 무상주택, 예방의학, 유아사망률, 평균수명 측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선진국 수준이라는데 정확한 "수치"는 없었다).
그네들이 광고하는 것 같은 "지상낙원"은 아니다만, 빨갱이를 죽도록 싫어하는 "파랭이"들이 입에 거품을 무는 지옥은 아닌 듯 하다.
일단 한국엔 핵폭탄이 떨어진 적이 있다. 안 믿겨지나? 진짜다. 단지 핵탄두만 빼놨을 뿐, 한국전쟁 당시 미군은 실제 핵폭탄으로 수차례 핵폭탄 투하 훈련을 했다.
이 ㅆㅂㄹㅁ들은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한국 전쟁 때 한 짓거리를 보니 아주 예술이다.
한국전쟁 이전(이후도 있을게다)에 한국인을 야만인으로 생각해 입국금지, 귀화불허, 결혼금지, 토지소유 및 직업제한을 한 것은 기본이고(전국에 걸쳐 상기 제한을 한 게 아니고 지역마다 하나나 둘 정도 걸렸지만), 압권인 것이 한국전쟁 때 한 짓거리.
같은 나라, 같은 민족끼리 싸운다는 특이성을 간과한 채 들어온 그들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했으며 때문에 난민들에게 섞인 북한군이 자신들에게 총을 들이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결과는? 당연히 민간인 학살이다. 어쩌면 한국전쟁 때나 지금 이라크나 하는 짓이 50년 동안 변한게 없다. 꾸준한 무식과 무지, 만행에 감탄해야 하나?
그들은 수시로 항공 지원을 요청했으며 항공기는 "게릴라들이 숨어있는 장소" 즉 민간인 마을을 폭격했다. 소이탄(네이팜)으로. 한국 전쟁 때 집과 공장이 다 부서지고 어쩌고 하는 얘기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걸 누가 부쉈을까? 소총도 부족했던 한국군이? 명목은 일단 "남한 해방"이었던 북한군이? 미군 밖에 없지 않나? 남한도 예의상 해주고, 특히 북한 지역을 철저히 폭격했다. 읍 단위 이상 시가지는 모조리 소이탄으로 쓸어버렸고 신의주 평양은 아무것도 안 남을 정도로 폭격했다(이 문장의 단어는 정확하다. 과장이 아니다). 잿더미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소이탄의 특징은 그 화상이 절대 낫지 않는다는 것. 당한 민간인은 평생 고통에 시달렸지만 일본의 핵탄두 피해자의 친척만큼도 인정받지 못했다. 소이탄에 당하면 핵보다 덜 아프나? 평생 아픈 건 똑같은데.
기왕 하는 김에 철저히 해야지? 북한 지역의 댐도 모조리 날려버린다. 민간인의 이런 생활 기반을 부셔버리는 건 그 때 당시에도 엄연히 국제법에 위배하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물론 무적의 미국은 그런 건 무시하시지.
당연히 민간인, 군인, 남한인, 북한인을 가리지 않는 고문 및 학살은 기본으로 시행한다. 미군이든 남한군이든 북한군이든...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게 북한군이었다.
자 하이라이트 핵. 밀리는 남한군을 도와 38선까지만 도와주자는 UN측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압록강까지 밀고간 미군은 중국군의 지원에 밀리기 시작하자 "핵벨트"를 구상한다. 20~30개의 핵폭탄을 일렬로 터뜨려 누구도 올라가거나 내려오지 못하게 하자는 것. 압록강 라인과 38선 라인 2개가 고려 대상이었고, 이 구상과는 관계없이 핵폭탄 사용 자체는 51년 4월 5일 허가가 났고 6일 재가가 났다. 폭격기와 핵탄두는 괌에 배치되었고 9월, 10월 원폭이 투하되었다. "핵탄두"만 빼고.
그 뒤론 핵탄두가 아예 한국 본토에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른다. 미국의 문건 비밀 해제 연도 제한이 일반적으로 30년이라서. 다들 알잖아? 하지만 미국의 핵 투하 대비 훈련 프로그램인 팀 스피리트 훈련을 아직도 하는 걸로 봐선 한국 본토에 있든 근처에 있든 북한군이 꿈틀하자마자 바로 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확실하다. 군대에 있을 때도 그냥 한미 합동 훈련인 줄 알았는데, 이 훈련에 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될 줄이야.
요기까지가 이 책의 1, 2부 내용이고, 이후론 김정일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 한국 전쟁 이후 북-남-미 관계에 대해 설명. 솔직히 현대사는 잘 모르겠어서 할 말이 없다. 아니 1, 2부에서 워낙 쇼크를 먹어서 별 감흥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나 자신의 무식에 대해선 잘 알게 되었다. 젠장.
현대 민주주의란 결국 유식한 발언을 하는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지배하는(침묵은 곧 찬성이니깐) 사회다. 공부가 필요하군.
덧글 - 핫... 다시 읽어보니 국가보안법에 걸릴 부분이 꽤 있다. 반쯤 죽은 법이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니깐 변명을 써둔다. 자유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 반자이(친일하셨던 높으신 분들을 위해 일본어도 살짝 섞어주는 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