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애드온 놀이에 빠진 뒤로 계속해서 새로운 애드온을 테스트하고 지우고를 거듭하다 보니, 독립적인 애드온의 비중이 매우 커졌다. 즉, 하늘아리가 필요없어졌다.
오늘 그것을 깨닫고 새삼 세어보니 하늘아리 출신의 애드온이 몇개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들 중 대부분은 독립 버전이 따로 있었다(사실 하늘아리의 모체인 코스모스가 원래 종합 애드온 패키지다). 그래서 일단 인터페이스 디렉토리와 세이브 파일을 백업해놓고 인터페이스 디렉토리를 싹 재정비했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날려대면서 섬게와 커스 게이밍을 띄워놓고 인기도 및 추천, 다운로드 순으로 정렬하면서 애드온들을 싹 훑었다.
그래서 후보 애드온 100여개를 걸러내 남은 정예 애드온은 23개. 타이탄에 내장된 메모리 점유율을 보니 평균 애드온이 차지하는 메모리가 3~4메가 정도 줄었다. 이야 굉장하군.
앞으로도 애드온 놀이는 계속된다. 1.5.0 패치로는 또 어떻게 바뀌려나. 물론 내가 사냥꾼만 하니까 사냥꾼 위주 애드온들이다. 사제는 키우다 재미 없어서 24레벨에서 정체 중.
AF_ToolTip - 툴팁 강화판. 별로 할 말 없다.
Atlas - 인던 지도를 표시해준다.
bc_TrackingMenu - 사냥꾼의 추적 스킬을 편하게 바꾸게 해준다. 사실 단축키 바인딩이 더 편하겠지만 더이상 지정할 키도 없고, 버튼 8개 아끼는게 어딘가. 추적 8개 빼고 버튼 65개 쓰는 마당에.
BlinkAssistTanker - 일점사를 편하게 해주는 어시스트.
Bookworm - 책을 펼치기만 하면 좌라락 읽어서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
ChatScroll - 챗창을 마우스 휠로 스크롤할 수 있게 해준다.
CT_RaidAssist - 공대원의 상황을 볼 수 있게 해준다. HP, MP, 버프, 디버프까지.
CustomHideBar - WoW의 기본 UI들 중 원하는 것을 안 보이게 해주는 기능. 플렉스바를 쓰기 위해 깔았다.
FlexBar - 현재 내 애드온들의 핵심이다. 120개의 버튼을 설정하고 그룹으로 묶고, 각 버튼에 단축키를 지정하고, 하여튼 버튼과 그룹에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짓을 다 할 수 있다. 나는 귀찮아서 3개 그룹으로 묶고 2개는 마우스 커서를 대면 뜨고 하나는 항상 표시되도록 했다. 어차피 클릭할 일은 없지만(전투는 전부 단축키로 처리한다) 쿨타임은 봐야지.
LootLink - 아이템 사전. 가끔 펼쳐서 에픽들만 정렬해놓고 침흘릴 때 쓴다.
MiniGroup - 나, 펫, 파티 프레임을 보여준다. 기본 UI도 나쁘진 않지만 이게 더 깔끔하고 보기 편하고, 뭣보다 버프 및 디버프를 더 많이 보여준다. 다만 상하로 버프/디버프를 10개까지 볼 경우 WoW의 시스템이 버프 14개와 디버프 8개까지 허용하므로 좀 찜찜한 면이 없지 않은데... Discord Unit Frames란 신규 애드온이 꽤 괜찮아 보여서 조만간 테스트 할 예정이다.
MonkeyQuest - 이 바닥 사람은 다 아는 퀘스트 지원 계열 최강 애드온.
MyBank - 은행의 기본 UI를 대체, 하나의 큰 가방으로 뭉쳐서 보여준다. 너저분한 가방에 시달리던 내게 구세주 같은 애드온이었다.
myBindings - 단축키 지정 메뉴를 대체. 단축키 지정할 때 정말 편하다.
MyInventory - 기본 가방 UI를 대체. 개인적으론 AIOI보다 이게 더 낫다.
NotePad - 메모장. 길드의 레이드 오피서를 하다 보니 정말 쓸 일이 많다.
QuickMountEquip - 코도에 타고 내릴 때 장비를 순간적으로 바꿔준다. 덕분에 당근, 박차, 조련술 3종 세트를 항상 구비하고 다닌다. 동급 최강 스피드. 쿠하하하.
ReagentHeaven - 아이템에 커서를 댔을 때 재료라면 무엇을 재료인지, 제작 아이템이라면 재료가 뭔지, 중간 재료라면 둘 다 보여준다. 이 계열 중에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성능으로 보여주는데, 국산이라는게 아주 자랑스럽다.
Reputation - 평판을 수치로 보여준다. ...별 의미는 없다. 효율성 따지기는 좋다.
sct - ScrollCombatText. 적이 맞는 대미지야 적 머리 위에 올라가니까 그렇다 치고 자기가 맞는 대미지, 회피, 막기, 전투 시작, 전투 종료 등등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깔기 전엔 쓸모 있을까 했는데 막상 써보니 이거 중독된다.
SpellAlert - 마법 및 특정 스킬 사용 시 화면 가운데에 텍스트로 띄워준다. 가장 감동할 때는 역시 마그마다르 광기 체크.
Titan - 화면 위에 여러 정보를 보여준다. 필수는 아니고 그냥 잡다한 정보 확인이 편하다 정도인데... 한글 번역된 건 영문용 플러그인을 깔아도 동작하지 않고, 그렇다고 영문판 타이탄을 까니 아예 동작 안하고, 기능 확장용 플러그인 중에 탐나는게 많은데 사용이 어려우니 답답하다.
TrackerAssist - 추적 기술 보조. 미니맵에 커서 대면 미니맵 아래에 텍스트로 진영, 이름, 소속 등이 뜨고, 클릭하면 지정한 채널에 그걸 출력도 해준다. 막상 인간형 추적 켜놓고 얼라와 호드가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덕분에 살았다고나 할까.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 이익이 이타적인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거짓말을 하며, 이익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거짓말의 규모도 커진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역시 국민연금이 아닐까 하지만 뭐, 내가 연금에 대해 아는 지식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일단 패스하고,
그러한 거짓말을 막기 위한 무기는 숫자였다. 많다, 적다 등등의 애매한 단어는 "객관"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떠밀려 사라지고, 중요하거나 큰 일의 경우 일에는 대부분 말 대신 숫자가 사용된다. 생텍쥐페리가 "어른들은 숫자만 좋아해"라고 어린 왕자에서 말했지만, 공돌이에게 정의는 Justice가 아니고 Definition인 것처럼 사고 방식이 한 번 숫자 위주로 굳어지면 고치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숫자를 그냥 나열해놓으면 읽기가 어렵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으면(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이런 경우가 점점 더 흔해진다) 수만~수백만개에 달하다 보니,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게 필요해졌다. 그게 통계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눈에"다. 숫자를 줄이다보면 고의가 아니라도 왜곡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을 뿐더러, 숫자를 속이지 않더라도 계산 방법이나 표시 방법에 약간의 손질만 더해줘도 한 편의 멋진 구라가 탄생한다.
통계를 위한 준비단계부터 왜곡은 시작한다. 전화 설문조사는 전화가 있는 집에만 가능하고, 역에 가서 하면 역에 갈 일이 없는 사람에 대해선 알 수 없다. 환경단체에서 조사하면 다들 환경을 걱정하는 시민이 되고, 기업에서 조사하면 다들 경제전문가다. 조사대상이 2명 있다면 조사원은 보통 자신에게 우호적일 것 같은 사람부터 말을 건내게 마련이다.
그리고 숫자들을 모아 계산하는 것도 어느 쪽을 기준으로 잡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 직원 9명의 월급이 100만 원이고 사장 1명의 월급이 1000만 원이다. 그럼 사내 전 직원의 월급 평균은? 190만 원. 회사는 실적이 나빴던 해를 기준으로 올해 장사 안 되니 봉급 동결하자고 하고 노동 조합은 실적이 좋았던 해를 기준으로 올리라고 아우성친다. 미국의 두 단체가 같은 해의 한 가구 평균 소득을 각각 3,700 달러 및 5,000 달러로 발표했다. 전자는 모든 가구의 소득을 가구 수로 나누었고, 후자는 모든 인구의 소득을 인구 수로 나눈 뒤 그 해 한 가구 평균 인원인 4.6명을 곱했다.
수치를 표시하는 그래프가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순이익이 310만에서 330만으로 올랐다 하자. 오른 양은 그럭저럭이지만 밑둥 300만을 잘라버리면 10만에서 30만으로 세 배 정도 뛴 것처럼 보인다. 임팩트가 적다면 세로 길이를 늘려주자. 엄청난 높이차가 보는 이를 압박한다. 차이가 약간 더 크다면 그림으로 표시해준다. 2차원으로 돈주머니를 그릴 때 2배 차이나는 돈주머니를 곧이곧대로 가로세로 2배 사이즈로 그린다. 결국 그림의 크기는 4배로 보인다. 3차원으로 그려주면 효과는 2차원의 2배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순 없다. 자기가 조심하는 수 밖에. 이익집단들이 숨기고 싶어하나 숨길 순 없어서 작게 써둔 글씨들을 꼼꼼하게 읽고, 정확하게 머릿 속에서 그래프를 재구성하는 것만이 착각과 오해를 막아줄 것이다.
미생물의 세계 강의의 레포트다. 3,000 ~ 5,000자 이내로 과학 동화를 쓰시오. 세상에 소설을 쓰라 해도 힘든 판에 아이들 눈 높이로 동화를 쓰라니! 어쩔 수 있나. 쓰라니 썼다. 과거 경험을 되살려 어떻게 어떻게 써서 3Kbyte 채워서 이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보내놓고 생각해보니 교수님이 생각하는 한글 3천자와 내가 생각하는 3Kbyte는 엄연히 다르다. 이런. 교수님과 내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깜박했다. 허나 이미 보내버린 것을 어쩌리. 양이 절반이면 점수도 절반이려나.
경철이는 바닷가에서 살았었습니다. 그곳에서 노는 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들도 많았고, 바닷가에 놀러나가면 언제나 놀거리가 많았으니까요. 말미잘도 있었고, 갯강구가 돌아다녔고, 갯지렁이도 흔했습니다. 물론, 바다니깐 바닷물고기도 많았지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경철이는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큰 도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셨거든요. 친구들은 경철이와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면서, 경철이에게 잘 가라고 작별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몇 명은 도시로 가게 된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큰 도시에는 분명히 멋진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경철이는 부푼 가슴을 안고 도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경철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큰 건물도 많고,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았지만, 길은 복잡하고, 매연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고, 쌩쌩 다니는 차들 때문에 길을 걸어다닐 땐 조심해야 했습니다.
경철이가 사는 곳 옆에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비하면 작지만, 꽤 큰 강이었지요. 경철이는 옛날에 바닷가로 놀러갔던 것처럼, 새로 사귄 친구들과 강으로 가서 놀고 싶어했지만 왜인지 친구들은 그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싫어한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경철이는 친구들과 헤어지면, 가끔 혼자서 강으로 놀러나가곤 했습니다. 그 강은 경철이가 알던 바다와, 명절 때마다 가던 할아버지댁에서 보던 시냇물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물빛은 항상 탁했고, 바닥은 이끼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물에선 냄새도 났습니다. 바닷물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났고 시냇물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났지만 강물의 냄새와는 달랐습니다. 아주 희미하긴 했지만 맡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냄새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경철이는 강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조금 깊은 물이었지만 들어가서 그것을 건져올렸습니다. 그건 물고기였습니다. 덩치가 커다란, 경철이 팔만한 물고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물고기의 꼬리는 기역자로 휘어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많이 얘기하던 기형 물고기였던 것입니다. 경철이는 그것을 보고 당황해서 물고기를 놓쳤습니다. 그 물고기는 헤엄도 잘 치지 못하고 천천히 물에 떠밀려 내려갔습니다.
경철이의 부모님은 그 얘기를 들으시고, 역시 도시의 강이라 오염이 심하니 가지 않는게 좋겠다고 하셨고, 경철이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강에 갈 시간도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시골에 갔다가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촌형을 만났을 때, 경철이는 물고기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형이 설명하기로는, 물 속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어서 뭔가 나쁜 물질이 들어오면 그것들을 분해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시의 강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와 더러운 물을 너무 많이 버리기 때문에 미생물이 미처 다 분해하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그런 물을 마시는 물고기와 다른 생명체들이 아파하게 되고 그런 기형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오염된 강은 그렇게 쉽게 낫지 않는다고 합니다. 몇년부터 몇십년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그 뒤로 강을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 어른들이 강 주변을 청소하고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는 등의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제는 강에는 물고기도 많이 보이고 철새도 자주 날아듭니다. 하지만 아직은 강바닥도 깨끗하지 않고, 물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가끔 강변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경철이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90년대 후반이었고, 패키지 게임이 꽤 잘 나가던 때였다. MMORPG들의 태동기이기도 했고... 그 때 내가 가장 즐겨보던 잡지는 게임피아였다. 뭐랄까, 돈 냄새가 가장 적게 났기 때문이었다. 광고 분량도, 책 내용도. 대신 가장 먼저 망한 잡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거기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던 기사 중 하나가 울티마 온라인 기행기였다. 그 글을 읽다 보면, UO에는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이 있어 보였고, 날마다 다른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 때문에 2000년 봄에 잡지 부록으로 제공된 UO CD로 내가 UO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땐 하이텔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때여서 개오동 UO길드를 찾아서 들어갔고, UO는 커뮤니티 지원이 매우 약했기 때문에 IRC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게임을 시작하든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고, 첫 적응에 가장 무리 없는 캐릭으로 시작하려고 했기 때문에(보통은 전사다) 전사를 택해 시작했고 동물부터 죽여가며 천천히 캐릭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탈 것이 타고 싶어서 남는 스킬치로 테이밍을 약간 올려서 초록색 오스타드(이후 오타)를 꼬셔서 타고 다녔다.
처음에는 그냥 몹을 더 빨리 죽이기 위해 오타에서 내려서 공격을 시켰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타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당시의 대세는(심지어 GM마저) "펫은 성장하지 않으며, 꼬신 상태 그대로다"였는데(당시엔 수치 확인이 불가능했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거, 때문에 다른 길드원과 논쟁도 자주 했다. 결론은 한 번 싸워보자!였고, 당시 길드 건물로 쓰던 타워의 옥상에서 갓 꼬신 오타와 내 오타가 붙었다. 결과는 내 오타의 압승. 나중에 공개된 일이지만, 스탯은 125(이 이상 스탯은 고정), 스킬은 100.0까지 올랐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 오타가 이길 수 밖에.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가 UO 하던 중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던 때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오타는 죽었다. 길원의 블러드 엘리멘탈 사냥에 따라 나섰다가 실수로 죽은 것이다. 지금은 펫이 죽어도 유령이 나타나고 부활도 되지만 당시만 해도 한 번 죽으면 그냥 그걸로 끝이었다. 그 땐 정말... 실제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 와우에서 단지 펫 때문에 사냥꾼으로 시작한 것도(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마 보호 전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펫 얘기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의 경험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애완 동물을 단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더 감정이입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게임을 고를 때 펫 여부(장식 말고, 실제 공들여 키울 수 있고 내게 도움이 되는)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길 것 같다.
하여튼 이후론 테이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드래건, 나이트메어 등 더 강력하면서도 잘 죽지 않는 펫을 다룰 수 있고, 전사보다 사냥 및 돈벌이에도 뛰어나지만,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캐릭터. 스킬 올리는데 열성을 가지는 타입은 아니라 놀러다니기도 하고 사냥도 병행하면서 느긋하게 하다 보니 테이밍 스킬을 GM 달 때까지 1년이나 걸렸다. 그땐 얼마나 기뻤던지...
그때까지 나는 집을 장만했고, 전사, 테이머, 생산직을 갖고 있었고(거의 다 GM), 충분한 재산을 갖고 있었다. 거의 모든 대륙을 다 돌아다녔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았다. 자... 그럼 더 이상 뭘 위해 게임을 하지? 추구할 게 없었다.
사실 UO의 시스템은 PC간의 상호 협력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필요한 물품은 NPC 상점이나 PC의 벤더에서 살 수도 있지만, 생산직 캐릭터를 만든 뒤 일주일만 매크로 돌리면 필요한 스킬을 모두 GM 달고 원하는 물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편이 훨씬 싸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제조 물품의 대부분이 아예 살 필요조차 없는 장식품이라는 거지만. 파티플레이는 기본적인 것만 지원해주지만(파티원의 HP 바 띄워주는게 다다) 그나마 아군의 HP 바가 화면에 뜨는 순간 랙이 느껴지며, 결정적으로 모든 던전이 몇몇 몹만 제외하면 테이머 혼자서도 다 쓸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누구나 테이머로 혼자 10만 GP를 벌기 원하지, 2명이서 수리비, 붕대값, 물약값, 마법매질비 등을 들여가며 파티플로 5만 GP를 벌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다들 알다시피 UO는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이 아니었고, UO를 하면서 필요에 의해 길원을 만나는 것 외엔 거의 대다수의 시간을 홀로 보내야했다. 서로 협력이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는 뜻이다. 전사 키울 때 이른바 '본나방'에서 본나이트 치던 때가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 함께 플레이한 유일한 경험이었다. 나중엔 본나방도 패치로 쓸모없어져, 다들 각개 플레이로 전환. 혼자 하는 MMORPG 처럼 재미없는게 있을까?
혹자는 PvP의 얘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UO에선 시체가 남고 그 안에 모든 물품이 다 남는다는 걸 기억하라. 말을 타고 번개같이 달려와 3초 안에 날 때려 눕히는 머더러에게 내 드래건은 그냥 굼벵이 파충류였고 나는 그냥 밥이었을 뿐이다. UO의 스킬은 많지 않다. 중요한 건 움직임의 컨트롤과 타이밍이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들을 뒷받침해주는 핑이었다. 몇번 펠루카에서 당한 뒤로 난 트러멜에서만 놀았고 그게 더 잘 맞았다. 사실 성향 자체가 극 PvM이긴 하지만. 와우에서 PvP에 재미를 들인 건 BL단원들의 강력함에 기대어 그 달콤함에 취한 탓이 크다. PvP를 위해 캐릭터를 새로 키우고 수련할 엄두는 그다지 나지 않았다. 1:1의 도구는 RTS부터 FPS까지 다양하다. 굳이 UO에서 그걸 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와우는 힐도 메즈도 있어서 파티플이 PvM이든 PvP든 다양하지만, 내가 겪어본 UO의 PvP는 FPS인 UT보다 훨씬 더 빨랐고, 한 번 죽으면 뒷수습도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2004년에 획기적인 유틸리티가 등장했다. C like code 기반의 매크로 유틸리티였다. 코드를 작성해서 돌리면 UO내의 기본 매크로 코드를 동원해 시키는 일을 정확히 해주었다. 처음엔 클릭을 자동으로, 다음엔 스킬을 자동으로, 마침내 자동 사냥 매크로까지 등장했다. 걸고 하룻밤 자면 100만 GP... 이것은 진짜다. 다른 게임의 오토 마우스 따위완 차원이 달랐다. 물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은 코드를 비밀로 했지만, 문제는 불평등이다. 누구는 수동으로 1시간에 10만 GP, 누구는 걸어놓고 놀다오면 100만 GP. 더 이상 할 맛이 안 났다.
1999년 봄에 시작해 군대 다녀와 2004년 겨울에 그만두었으니, 정확하게는 4년 정도 한 셈이다. 그래도 중간에 시스템을 확 바꿔버린 LBR이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긴 했지만, 결국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위에 써놓은 많은 단점과 더불어 몇년이 지나도록 컨텐츠가 추가되지 않는, 변하지 않는 작은 세계에 난 질렸다. 모든 시스템은 다 파헤쳐지고, 모든 장소는 공개되었다. 모험은 미지의 것에 대한 도전 아니던가? 모든 것을 다 아는데 어떤 것이 모험이 된다는 건가?
혹자는 로드 브리티쉬나 EA의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가 남아있거나 EA가 지원을 더 해줬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글쎄... 알 수 없는 일이다. MMORPG는 만만한 게 아니다. 더 다양한 던전과 몹, 더 많은 장비, 더 많은 마법,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밸런스에의 끝없는 욕구와 갈망을, 한 명의 천재 디자이너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시작부터 좁고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시작한 게임에 지원을 더 해준다고 달라졌을까. 난 회의적이다.
3개월 코드는 사서 입력했지만 접속하지 않는 날이 늘어가고... 결국엔 돈도 넣지 않게 되었다. 캐슬도, 재산도 다 날아갔겠지. 블로그의 글 끝마다 붙는 시그니처도 다 정리했고, 즐겨찾기의 사이트도 다 정리했고, IRC의 채널도 정리했고, 게임 CD도 정리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라그처럼, UO도 이제 끝이다.
그래도... 한때는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앞으로 다른 게임들을 하겠지만, 브리타니아와 그곳에 잠든 내 초록 오스타드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드 디스크가 날아가는 바람에 내 오스타드의 스샷을 잃어버린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