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 이하는 레포트로 낸 글이다. 확실히 말하건데 읽지 마라. 눈버린다. 솔직히 이 책 자체에서 받은 느낌이란 백년 만에 30%가 오른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상승이 충격적이란 거 뿐이었고, 그 상태에서 A4 5장 채우기 위해, 성향을 알기 어려운 교수의 눈 밖에 나지 않을 글로 대충 쓰다 보니 결론이 완전 초딩 논설문 쓰듯 나와버렸다. 환경 오염의 경우 솔직히 국가에서 적극적이고도 강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기업 문화는 자유가 아닌 방종 그 자체다. 공공의 자연을 개인이 수탈하여 배터지게 처먹고 있는 동안, 돈과 힘 없는 자는 그 오염을 죽도록 먹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애들이 백년 동안 신나게 뿜은 이산화탄소로 인해 태평양 섬나라들이 가라앉고 있고, 가난한 그들은 이제 대륙으로 나가 기업인들에게 착취당해야 한다. 힘 없으면 뒈지는 그런 천민 자본주의가 미국이 외치는 세계화, 국제화, 글로벌의 결과다. 얼마나 이러고 있을 건가? 파이를 키웠으면 나눠먹어야지 언제까지 키울건가? 그 파이에 부자가 질릴 때까지?
환경과 사회 레포트
도서명 : 기후의 역습 지은이 : 모집 라티프 지음, 이혜경 옮김 출판사 : 현암사 펴냄
들어가며.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여름의 최고 기온 기록이 매년 갱신하고 있으며, 강이 얼어붙는 기간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각종 동식물의 서식지는 매년 북상하고 있어, 몇 십 년 뒤엔 남쪽 지역은 아열대 기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리고 해결 방법은 없을까?
지구의 평균 기온은 15℃정도이다. 하지만 대기의 효과를 무시하고 태양과의 거리로만 직접 계산해보면, 지구의 예상 기온은 영하 18℃가 된다. 무려 33℃가 높은 것이다. 이 엄청난 열량은 어디에서 오는가? 답은 물론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배웠던 온실효과다. 태양빛을 지구 표면이 흡수하여 지표면에서 가까운 대기층을 데운다. 지표면은 적외선을 방사하고, 이를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같은 미량가스들이 열선의 일부를 흡수하여 다시 지구 표현으로 되돌려 보낸다. 일단 들어오는 건 통과시키지만, 열이 밖으로 나가는 건 막는 것이다. 그럼 기온은 무한히 올라가는가? 그건 아니다. 올라가는 기온은 물을 증발시키고 하늘로 올라간 수증기는 하늘에서 응결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이 순환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열은 물의 위치 에너지 변환에 소모되어 지구의 대기는 일정 기온을 유지하게 된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간다면 비가 더 많이, 자주 내리게 되며, 그 반대라면 더 적게 내려 지구의 기온은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순환하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저 온실효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대기 중에 0.038% 밖에 없는 이산화탄소인데, 이 이산화탄소도 순환 과정을 거친다. 직접적으로는 바닷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의 대류로 해저에 침강하여 다른 퇴적물과 함께 암석이 되며, 간접적으로는 탄소를 몸 안에 가진 해양생물과 지상의 동식물들의 사체가 마찬가지로 퇴적하여 지구의 안쪽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지표면에 솟거나 화산 폭발 등으로 다시 대기 중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지구의 형제 행성인 화성과 금성을 보면, 지구의 위치와 조건이 얼마나 절묘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금성은 태양빛이 너무 강렬하여 수증기가 포화상태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온도가 계속 올라가, 결국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로 쪼개진다. 가벼운 수소는 우주 공간으로 사라지며, 남은 산소는 다른 분자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이 되어 대기 중에 계속해서 머물게 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순환 역시 없다. 화성은 반대다. 지각운동이 없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늘어나지도 않으며, 때문에 물이 증발할 온도에 이르지 못해 어떤 순환도 이뤄지지 못한다. 화성의 물은 그냥 얼어붙어 있을 뿐이다.
위에 쓴 사항 중에서 인간이 간섭한 부분은 이산화탄소의 대순환이다. 과거의 생물이 여러 가지 사정을 안고 지표 속으로 사라져가 지질학적 과정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석유와 석탄이 되었지만, 이것을 인간이 끄집어내 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화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던 100년 전만 해도 지역적인 공기 오염만 걱정했을 뿐이었지만, 이제 사태는 심각해졌다. 인간은 매우 조직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석유가 나오는 곳이라면 전 세계의 어디든 땅을 파 석탄을 캐내고 땅에 쇠기둥을 꽂아 석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전 세계에 운반하여 불태우고 있다. 다른 무수한 오염물질들도 대기 중으로 퍼지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도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그 직접적인 증가는 역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산업화 이전 280ppm(0.028%)이었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최근 370ppm(0.037%)까지 증가했다. 무려 30%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6도 상승했다. 이러한 기온 변화를, 일반적인 기후 변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아도 지구의 기후는 끊임없이 변하며, 이러한 사항들이 사실은 그런 변화의 일부가 아닐까 하고. 그러나 여러 탐사 기록과 기후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모든 모델에서 대체로 2000년을 기준으로 기후변동 가능 폭을 돌파했다. 이것은 절대 자연적이지 않다. 그리고 원인의 80% 이상은 인간의 활동이다. 혹자는, 0.6℃는 지구의 온실효과 33%의 2% 밖에 되지 않으며, 그 정도는 별 것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유치한 숫자놀이에 불과하다. 앞서 썼듯이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은 항상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바다 또한 항상성 유지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떨어진다. 그런데도 벌써 0.6℃나 오른 것이다. 겨우 100년 만에. 그리고 0.6℃ 오른 기온의 효과를 우리는 두 눈으로 매년 보고 있다. 녹아내리는 만년설과 빙하, 여름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무더위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죽는 사람들,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 우리나라만 해도 전국의 더위 기록과 그로 인한 최대 전력 사용량 기록 갱신을 매년마다 보고 있지 않은가. 기상 이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점점 더 빈발하고 있고 그 강도도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하루 동안 870mm라는 강우 기록은 분명 최고 기록이지만, 언제 다시 갱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분명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까지의 기록이 0.6℃이며, 온도의 상승폭은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자제가 없다면, 앞으로 100년 내에 지구의 기온은 5℃ 이상 오를 것이다. 자연계의 숫자 변화를 일반적인 다른 숫자 보듯이 보면 곤란하다. 그것은 성질 급한 사람이 화를 참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가는 숫자에 비례한 반응을 보여 주겠지만, 일정 한도를 넘어서 화가 폭발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지금의 추세대로 화석 연료를 태우게 되면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1000ppm이 되며, 급격한 기온 상승과 녹아내리는 빙하 등의 원인으로 대서양을 거쳐 유럽으로 엄청난 열을 전달하던 멕시코만 난류가 멈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기온은 뚝 떨어져, 겨울엔 엄청나게 춥고 여름엔 엄청나게 더운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한순간에 바뀌게 된다. 그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중단하면 일은 바로 해결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저질러 버렸다. 불가능한 얘기지만, 설사 기적이 일어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가 된다 하더라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기온을 계속 올릴 것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포기한다면 지구의 기온은 그야말로 폭등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온도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포기하란 의미는 아니다. 한 번 나온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서 100년은 머문다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옛 수치로 돌아간다 해도 한 번 요동친 기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사태를 각오하고, 예측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가 많은 것이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가스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잡기 어렵고,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도쿄의정서가 그것인데, 현재 발효한 상태다. 이에 의하면 각 국가는 2012년까지, 90년 수준보다 평균 5.2%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인 선진국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각 국가가 배출한도를 갖고, 이에 미달할 경우 잉여분을 파는 배출권 거래제도의 경우 개도국이나 기타 환경 사정이 좋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선진국에 배출권을 팔 것이 뻔하고, 아니면 선진국에서 경제 문제를 빌미로 암중에 판매를 강요할 수도 있다. 선진국이 다른 선진국에 투자하여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투자 국가의 감축분으로 인정해주는 공동이행제도나, 선진국이 다른 개도국에 투자한 분량을 선진국의 감축분으로 인정해주는 청정개발체제 역시 마찬가지. 삼림, 해양 등에 흡수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배출량에서 제한다는 순배출의 경우엔 일종의 말장난인데, 식물이 탄소를 고정한다 하여 심더라도, 탄소의 고정은 정확히 그 식물의 무게만큼 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땅에 묻혀야 고정이 지속된다. 베어내 종이로 만들어나 목재를 활용한다면, 그 뒤처리가 소각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도루묵이 되어버린다. 결국 선진국들은 이미 갖춰진 생활양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가진 능력을 총동원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그만큼의 힘이 없는 개도국이나 중진국들은 선진국이 외면하는 그만큼을 메꾸기 위해 희생당하게 된다. 게다가, 세계 제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해버렸다. 현재 세계 경제는 중앙집중적인 화석 경제로 이루어져 있고,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이야기는 그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 바로 시작하여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21C 끝 무렵의 지구는 인류가 적응해온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을 포함하여, 많은 나라가 현 실태를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당장은 구체적인 감축의무를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도 세계 10위권 내외를 들락날락하는 에너지 소비국이며, 특히 에너지 소비율 증가는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어 언제 감축 의무가 부과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기회일 수도 있다. 우리의 신재생 에너지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내수 시장은 거의 공백 상태이며, 다른 많은 나라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과도한 에너지 낭비와 여러 공산품의 과소비를 줄여 에너지 생산과 제품 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통해 화석 연료를 대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글짓기를 시키는 때가 있다. 독후감, 논설문, 고딩이 되면 논술. 수행 평가야 나 졸업하고 생겼으니. 난 그런 걸 정말 싫어했는데, 다들 글자 제한이 너무 심해서였다.
나는 다 아는 내용 일일이 쓰는 것보다 생략해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읽는 사람을 애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간략하게 쓰면 되는거 아니가. 그래서 그렇게 써놓고 보면, 글자 제한의 반 정도에 글이 끝난다. 실례로는 경철이와 강 이야기를 보라. 묘사와 대화 좀 빼고 생략하면서 썼더니 요구량의 반이 나왔다. 귀찮고 뭣보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냈지만. 고등학교 논술도 늘 1500자 분량에 쓰고 보면 800~900자 분량.
어릴때야 폭력으로 강제하니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별 의미도 뜻도 없이 자문자답하는 쓰레기글로 양을 메꿨는데, 완성된 글을 보면 당연히 그 중 반은 주제랑 아무 관련 없는 쓰레기. 좋은 점수 나올 리가 없지. 국딩 저학년 한 때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적도 있던 것 같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보면 글 쓰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게 당연하다.
블로그에 글 쓰는 건,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일종의 수련이기도 하다. 반년이 넘도록 진전이 거의 없는 건 슬픈 일이지만.
잡설이 길었는데, 기후의 역습도 최저 용량 제한의 희생물이다. 독후감 레포트인데 A4 5장 분량이란다. 12포인트 크기로. 그냥 쓴 건 양이 너무 적어서 다 지우고, 본문 내용 대충 베끼면서 양을 채우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중딩 수준의 논설문이 된데다 결론도 한 물 간 개그다. 정말 한심하고 유치하다. 날짜 못 지키고 시험이 코 앞으로 닥치도록 찌질대면서 양 채울 바에야, 양이야 어쨌든 날짜 지켜서 내고 그 시간에 시험 공부나 할 걸 그랬다.
교양과정동에서 알고리즘 수업을 듣는 곳은 307호실이다. 전에 에어컨 틀었다고 쓰긴 했지만 사실 바로 옆에 거대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3층이라 바람도 많이 불기 때문에 창문과 문만 열어놓고 있어도 꽤 시원하다.
그래서 그날도 강의실 들어서자마자 뒷문 열어서 의자 괴어놓고 창문가의 제일 뒷자리에 앉아 창문 열고 있었다. 시원하두만. 내 앞 사람도 나 하는 거 보고 창문 열었고.
그런데 한 학우가 뒤로 오더니... 에어컨을 켠다. 그리고 온도를 18도로 맞췄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니, 에어컨을 켜려면 창문과 문을 다 닫든지. 아니면 다 열고 에어컨을 끄든지. 교실 뒷문과 뒤편 창문 2개가 열려 있는데 에어컨 켜봤자 효과 얼마나 나겠는가.
그날 축제 때문에 시끄러워서 창문 다 닫긴 했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에어컨은 켜기만 하면 시원해지는 마법의 장치가 아니다.
대구 공항 앞에 새 횟집이 문을 열어서, 가족끼리 하던 월 1회 외식을 이번엔 거기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크지는 않은 가게였다. 요리사 2명 서빙 아줌마 3명이었고 자리는 10개 남짓... 물론 개장 초기니 사람은 많았다. 우리 가족 포함해서 예닐곱팀 정도?
나는 종류 불문하고 익지 않은 건 좋아하지 않는 성미라 부모님이 알아서 시켰는데 3만 원짜리 모듬회와 2만 원짜리 새까시(가 맞는지 모르겠다. 기억도 희미하다. 어쨌든 가자미를 뼈째로 썰었다던가 하는 회)를 주문했다.
술은 우리가 원래 마시는 메이커의 백세주가 아니어서 동생이 흑주 달랬는데 없단다. 원래 안 들여놨단다. 그럼 메뉴판에 흑주란 글씨를 지우던가.
...기다렸다. 오지게 안 나온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나오는 음식들부터가 양과 가짓수가 적어서 뭔가 허전했는데 거의 일이십분은 기다려서 회가 나왔다. 회 위엔 "포스트잇"이 얹혀있더라…. 회를 포스트잇에 싸먹으리? 5만 원짜린데 양도 무지하게 적고. 야채도 조금씩만 줘서 계속 다시 달라고 해야했다. 한 대여섯번은 불렀을 거다.
마지막으로 매운탕과 밥을 달랬는데 주문 받은 사람이 깜박해서 20분 정도 공쳤다. 다시 말하니까 미안하다고 하면서 5분만에 갖다준다. 5분…. 틀림없다. 엄청 큰 통에 생선 대가리 몇십개 넣고 끓이다가 푹 퍼서 주는거다. 파나 양파 같은 거 얹어서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준다. 생선 대가리가 완전 해체 일보 직전이두만.
욕만 써놓은 거 같아서 몇마디 더 덧붙이자면 꽤 깨끗했고 고기는 싱싱했고 주인으로 추정되는 요리사도 친절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우리 가족이 회 먹으려고 할 때 고려하는 횟집만 십여개고, 그 중 가장 나은 집에 비교해봤을때, 이런 서비스로는 택도 없다. 우리 가족의 리스트에서 빨간 줄이 주욱 그어진 것이다. 안녕.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저녁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SBS 채널이었는데 생방송 투데이란 프로였다. 현충일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75 X 50(60?)미터의 거대 태극기를 북한강에 띄우는 행사를 보여줬다. 행사 자체는 그렇다 치고 취지와 행동과 인터뷰가 뭔가 상당히 어긋나 있었다.
"평화 통일을 기원"한다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북한에서 평화 통일을 기원한다고 거대 인공기만 만들어서 자기네쪽 북한강에 띄워놓고 인터뷰에 "한라산에도 걸고 싶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하루 빨리 통일해서 북한 어린이들과 같이 태극기를 그리고 싶다고? 꼬맹아, 그 얘기는 우리가 북한을 침략해서 걔들의 인공기는 다 불태운 뒤에 남한 식의 정치, 경제, 문화 체계를 폭력으로 강요한 뒤에야 가능하단다. 꼬맹이야 뭐 모르고 그랬다 치고 그걸 그냥 내보내는 SBS는 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평화란 상대방을 반항을 꿈도 못 꾸도록 반쯤 죽여놓든가(미국처럼), 아니면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대화란 내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내가 받아들이는게 더 중요하다.
대형 태극기라는, 남한의 상징만을 거대하게 걸어놓고 북한과 평화 통일을 하고 싶다고 백날 외쳐봤자 북한 사람들이 믿어줄까? 지금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도 같이 걸어야 하지 않을까?
별로 현충일 기념이라는 걸 무시하는 건 아닌데, 그럴거면 평화 통일 기원이라는 말은 하질 말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