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편이 나올수록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스토리를 잡기 위해 아예 리셋하는 것이 최근 헐리우드 제작 히어로물의 대세. 울버린은 X-MEN 시리즈의 프리퀄로, 제목대로 울버린의 과거를 다루고 있는 영화와 그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필자의 겜생 십여년 간, 영화와 동시에 나오는 영화 기반 게임이라고 하면 특별히 별 일이 없는 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흘려버리는 것이 기본 자세였다. 80% ~ 90% 정도도 아니고 무조건, 100%, 쓰레기였기 때문이다. 뭐 직접 만들어 본 게 아니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너댓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지만 나도 쓰기 귀찮고 여러분도 읽기 귀찮을 듯), 어쨌거나 이 법칙은 깨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09년에 이 법칙을 최초로 깬 게임이 등장했다. 현재까지는 마지막 게임이기도 하지만, 이 게임을 추천해준 지인이 배트맨: 아캄수용소도 극찬하고 있는지라 곧 마지막 게임 타이틀은 잃을 것 같다.
퍼즐 장면이다. 위 석상들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한다. 액션 부분과 마찬가지로 퍼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게임 울버린은 이름대로 울버린이 주인공이며 이 캐릭터를 등 뒤에서 바라보는 3인칭 관점에서 진행되는 액션 게임이다. 기본 스토리 진행은 영화와 거의 같지만 영화와 정말 똑같으면 몇분 걸리지도 않을 것이므로, 아메리칸 코믹 스타일의 상상력을 발휘해 뻥튀기를 시켜놓았다(특히 거대 XX과의 전투는 정말 인상 깊었다).
첫번째 보스전. 액션 게임의 약속 중의 하나지만, 첫 보스는 나중에 가면 그냥 졸개 중의 하나;
주무기는 물론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손톱이며 왼쪽 마우스 버튼으로 평타, 오른쪽 마우스 버튼으로 강타를 칠 수 있는데, 평타를 치다가 언제든지 오른쪽 마우스 버튼으로 마무리해서 콤보를 끝내버린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분노 게이지가 있는데 이게 다 차면 특정 커맨드를 입력해서 특수기를 쓸 수 있다. 난이도는 평이한 편.
그래픽적으론 딱히 나쁜 점 없는 무난하게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는데, 잔인성에 대한 표현이 돋보이는 편이다. 손톱으로 쳤을 때 적의 팔다리가 숭덩숭덩 잘리는 건 물론이고 던질 때 지형지물과의 거리와 각도를 잘 잡으면 뾰족 튀어나온 곳에 그냥 메다꽂아버린다(이걸 선호하게 되는 이유가, 손톱으로 여러번 쳐야 하는 적도 한 번 꽂아주면 단번에 잠잠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은 아군 적군 안 가려서, 울버린의 체력이 너덜너덜하게 되면 울버린의 몸도 똑같이 걸레가 된다. 런닝셔츠가 너덜너덜하는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살이 패이고 뼈가 보이는 게 그대로 나오는게 아주 그냥...
이것이 Feral Sense를 켰을 때의 화면. 플레이어 캐릭터와 상호 연동하는 부분이 녹색으로 표시되고 진행할 부분이 파란 기류 같은 모양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Feral sense라는 게 있어서 이걸 켜면 적이 잘 보일 뿐더러 맵 상에 플레이어 캐릭터와 상호 연동하는 물체를 모두 보여주고 또 진행 방향까지 모두 표시해주는 등 초보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액션의 락이 풀린다거나 능력을 산다거나 하는 액션 게임의 왕도도 지키고 있고 수집 요소도 있고 울버린의 팬을 위한 과거 데이터도 있는 등 기본기도 충실한 게임.
별 대단한 의미는 없고 석상 옷이 야시시해서 한 컷.
사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명작까지 올라가지는 못하는, 재미있는 액션 게임 중 하나에 불과할 울버린이지만, 위에 쓴대로 "영화와 동시에 나오는 영화 기반 게임"의 기준으로 볼 땐 거의 명예의 전당 수준의 역작이다. 울버린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이에게 권하고 싶...기는 한데 한 번 보고 털어버리는 액션 영화인 울버린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지는 않아서 조금 애매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