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

posted by DGDragon 2009. 8. 20. 09:43
남들이 대작이라고 해서... 라기보다 샤먼의 덕력이 출중하다고 해서 한 번 해보았다. 샤먼 10레벨해서 엘리트 샤먼 전직까지.


3D 던파라는 기획의 창의력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첫인상은 괜찮았다. 틀림없이 어디 외산 사왔을 거라는 선입견의 뒤통수를 후려진 멋진 그래픽의 국산 엔진, 괜찮은 액션, 친절한 튜토리얼, 편의를 최대한 제공해주는 마을... 무려 특정 NPC의 이름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고 NPC의 위치까지 네비게이션도 된다니. 꼴리면 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을 워낙 많이 봐와서(물론 거의 모든 경우 필자는 후자를 선택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 클라이언트 에러가 대단히 많이 보고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필자는 한게임측 서버 문제로 보이는 강제 접속 종료 세 건 외에는 쾌적하게 게임을 해서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10레벨도 찍기 전부터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10레벨까지 올리면서 몇몇 스킬을 배우게 되지만 대부분은 기본 스킬이며, 중복되는 스킬도 있고 안 쓰게 되는 스킬도 있었다. 그래서 10레벨까지 플레이 스타일은 내내 기본 공격 퍽퍽퍽퍽에 가끔 전기 공격. 별로 변수도 활용법도 없는 그걸 몇시간 동안 내내하고 있으려니 순식간에 질려왔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게임을 접게 만드는 요인들을 필사적으로 제거했다. 그리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그래픽, 액션, 튜토리얼, 편의성 등등... 그런데 만든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이 게임에는, 게임을 접게 하는 요인도 없지만,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드는 요인도 없다. 특히 이야기가 없다.

이 게임은 스토리가 영 별로다. 시작 동영상부터 파괴신 어쩌고 하는 중딩 고딩 수준의 설익은 프로테스테론 냄새가 풍기는 설정에, 막상 게임 시작하면 인트로 관련 얘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NPC들의 대사는 한마디로 병맛이며, 퀘스트는 그 당위성도 없고 재미도 없다[각주:1]. 아마 담당이 제대로 없어서 누군가가 겸업했거나 되도 않은 아마추어를 섭외했거나 그도 아니면 낙하산일 수도 있겠지...


액션 게임은 액션만 재미있으면 되지 않는가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안 된다. 단지 액션만 있으면 금방 질리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행동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는 게임 내의 캐릭터와 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주는 퀘스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플레이어에게 몹을 쳐죽일 합당한 이유를 줘야 하고, 몹을 쳐죽인 플레이어에게 충분한 보상을 줘야 하며, 플레이어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게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애들이 하는 말이나 주는 퀘스트나... 지문에서 '성의없음'이 마치 빛을 발하듯 뿜어져 나와 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자신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퀘스트 넣으니까 넣고 남들이 연속 퀘스트 넣으니까 넣는, 그런 노동의 느낌이 배어나왔다.


사실 던파도 그 부분에 있어선 완벽한 병맛이었다. 한번에 3개씩 받아지는데다 별로 있지도 않는 퀘스트. 필자는 이때 귀검사 키워서 18레벨의 전직만 간신히 시키고 질려서 접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전 던파를 다시 해봤는데... 퀘스트 시스템이 엄청나게 바뀌어있었다. 경매장도 도입해서 장비 갖추기도 쉬워졌고... 지금도 하고 있고 현재 36레벨이다.

위에선 퀘스트 얘기만 했지만 경매장도 희안하게 만들어놨고... 이미 먼저 출발해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선 후발주자는 선발보다 더 재미있어야 하고 더 많이 갖추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의욕이 없는건지 시간이 없는 건지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1. 마을의 꼬맹이가, 자기가 숲에 가서 놀아야 하니 고블린을 쳐죽이라고 말한다. 훌륭한 꼬맹이다. 나중에 대성할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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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9. 8. 14. 15:42

이것은 탱크가 아니라 장갑차. 그러나 장갑차의 포라도 화력은 꽤 괜찮다.

서양쪽 히어로의 기본 스킬, 건물 벽 밟고 달리기.

오염 전

오염 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배경으로... 비바!

공중 가속 스킬. 없으면 못 깨는 도전 과제들이 꽤 있다


어떤 실험실에서 깨어난 주인공. 당장 떠오르는 기억은 거의 아무것도 없고 자신의 이름조차 깨어날 당시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한 것을 들었을 정도다. 다짜고짜 자신을 죽이려 드는 이들에게서 탈출한 뒤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려고 하는데...

뉴욕시의 맨하탄을 구현해놓고, 그곳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을 그려낸 샌드박스형 3인칭 액션 게임. 바이러스가 초고속으로 확산해 가면서 감염체들과 블랙와치들이 맨하탄의 주도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며, 그 지옥 속에서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주인공은 게임 내에서 사람을 만나고 증언과 조언을 얻어서 진실을 알아가며 자신이 할 일을 하게 된다. 이 게임을 할 때는 몰랐는데 주목적과 부목적이 있고 그 중 원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건 어쌔신 크리드와 똑같다. 심지어는 맵에 뜨는 아이콘도 비슷한 느낌... 같은 제작사였던가?

그래픽은 좋은 편이다. 나쁘진 않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주지는 않으며, 텍스처가 눈에 좀 거슬릴 정도의 저화질인 것도 가끔 보인다. 하지만 이건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위한 최적화로 보인다. 9950BE + HD4850의 본인 컴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풀옵주고 끊김 비스무레한 것도 못 느끼고 쾌적한 진행을 했다. 특히 이들의 진정한 내공은 컷씬에서 볼 수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특정 인물을 흡수한 뒤의 동영상 빼곤 전부 리얼타임 렌더링이겠지만, 눈으로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다만 동영상의 경우 화면을 너무 꼬아놔서 진짜 중요한 정보는 화면이 아니라 음성에서 얻을 수 있었다.

액션 게임이므로 액션이 가장 중요한데... 무게감과 현실성에 중점을 둔 듯 하다. 가볍다기보다는 좀 둔하면서도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며 공격시 경직이 꽤 크기에 한대 때리고 두세대 돌림빵 맞는 식으로 터지다보면 영역제압 능력이 부족한 게 답답하기도 하고... 제약이 많다는 느낌. 액션 게임 경험이 데빌메이크라이 뿐이라 그렇게 느끼는 건가. 감염체와 블랙와치 사이에 낑겨 있으니 둘이서 싸우는 중에 어부지리를 취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양쪽에 낑겨 다굴을 맞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미군 만세 필이 나는게, 블랙 와치의 화기가 엄청나게 좋다. 적으로 상대할 때 소총수는 별 게 아닌데 유탄에 장갑차에 탱크까지 뜨면 장갑 때문에 처리가 힘들고 도망친다 하더라도 헬기는 지옥 끝까지 쫓아온다. 물론 감염체도 그에 못지 않게 강하지만 플레이어에게 감염체란 헬스 포션 정도인데 블랙와치의 장갑차, 탱크, 헬기를 강탈하면 화력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솔직히 주인공의 이런저런 능력 다 필요없고 미션 진행할 때 가능하면 저런 현대 병기를 타는 게 더 유리할 정도.

자신의 정체가 블랙와치에게 들키는 게이지가 있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니는 게 유리하지만 이동할 땐 건물 위를 달려도 거리를 날아다녀도, 심지어는 장갑차나 전차를 타고 일반인들을 깔아뭉개며 달려도 들키지 않는다. 이동의 편의성을 꽤 봐준 듯.

스토리는 좋은 편이었다. 메인 스토리도 있지만 비필수 과제로 얻는 기억들도 꽤 인상 깊고 재미있는 게 많았다. 특히 반전이 큰 충격이었다. 필자는 스포일러 당했지만;

다만 인터페이스에서 뉴론 연결의 인터페이스가 대단히 불편했고(난 그걸 왜 플레이어가 일일이 뉴론 타고 다니면서 클릭해서 연결해야 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아니 그게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공격 형태가 다양하긴 했지만 별로 안 쓰는 것도 많은지라(위에도 썼지만 엔간하면 탱크나 헬기를 타자) 차라리 두세개로 압축하고 기술 갯수와 공격의 바리에이션을 더 늘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액션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액션이 좀 답답해도 참으면서 스토리 보는 맛에 엔딩까지 달렸는데 만약 후속편이 나온다면 엔간해선 안 할 것 같은 게임. ...아니 할지도;
posted by DGDragon 2009. 8. 3. 23:58
"스킬은 문제가 아니에요"

스킬이 없으면 배를 못탑니다.
스킬이 없으면 모듈을 못 찹니다.
스킬이 없으면 꼽을 못 만듭니다.
스킬이 없으면...

후 -_-

여러분에겐 문제가 안 되지만 제게는 문제가 됩니다.

올드비와 뉴비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일지도.
posted by DGDragon 2009. 8. 2. 18:33
뭐 현금이라고 있어보이는 용어를 써봤자 물건 중에서도 비싼 건 거의 죄다 팔았으니까 전재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내게도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지만, 알트 캐릭의 결제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플렉스를 사야한다.

원래 계정 하나만, 체크 카드로 결제할 생각이었는데 우연히 알트 캐릭 하나 만들어버렸고, 체크 카드는 왜 안 먹는지.

앞으로 한 2년은 더 있어야 미션을 남못지 않은 속도로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PvP 스킬 찍는 건 그 다음... 끔찍하구만.
posted by DGDragon 2009. 8. 1. 18:26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엄청난 대단원의 막 이후, D&D 계열 게임 중 최초의 D&D 3rd 룰과[각주:1] 최초의 풀 3D 그래픽을 내세우고 나온 야심찬 RPG. 당시의 대세인 멀티플레이 및 UCC의 열풍을 반영해 게임 내 모든 컨텐츠를 모듈 단위로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데다 멀티 플레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전투 중. 상대 그래픽은 이상한 게 아니라 스톤 스킨을 쓰고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나온 게임은... 그래픽... 당시 기준으로 나쁘지 않음. 사운드... EAX 지원도 하고 소스 자체도 풍부해서 좋음. 반전은 없지만 전형적이면서도 나쁘지 않은 영웅물의 스토리, 괜찮은 구현도의 D&D 전투, 다양하게 골라 마음대로 키울 수 있는 캐릭터의 성장...

등등 부분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엄청나게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환상의 게임...이 되었어야 했지만, 게임은 종합 예술. 이 모든 것이 버무려진 결과물을 열고 보니...

재미가 없어.

뭐 난 멀티는 안 해봤으니 그거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는데[각주:2], 캠페인이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이유 중 상자에 대한 불평은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정말로 재미가 없다. 지겹고, 지루하고, 짜증난다. 이렇게 재미없게 만드는 것도 재주라고 봐야 하나.

탭키를 누르면 게임 내 반응 물체가 모두 고유의 빛을 띤다. 현재 화면의 푸른 빛들은 모두 상자다. 그것도 반 이상이 잠겨서 별도의 수고를 요구하고 기껏 열면 1골드나 그에 상응하는 물건이 들어있는, 혹은 그나마도 없는 뻥상자. 1편 오리지널 캠페인의 거의 모든 맵이 죄다 이딴 식이다. 안 열수도 없다. 공략집 없이는 중요 물품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니까.


그래서 한곳에 처박아두고 있다가 이번에 웹에서 공략 찾아 펼쳐놓고 수시로 알탭 눌러가면서 참고해서 쓸모없는 상자, 쓸모없는 길을 모조리 제끼고 알맹이만 뽑아서 일직선 진행으로 클리어했다. 도대체 몇년만에 클리어한 건지. 마치 3년 묵은 똥을 밀어내는 노력과 열정으로 게임을 쭈욱하고 밀어냈다. 그동안의 난... 근성을 초월한 새로운 경지에 올라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근성 상태를 초월한, 초근성!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지였다. 그나마 쾌속하게 레벨 올리면서 애들 쾌속하게 썰어내니까 학살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나머지는 글쎄. 나오는 글자가 한글로 되어있으면 뭐해 조금만 문장이 길어져도 뭔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는데. 제기랄 번역기.

왼쪽 아래 텍스트 박스의 존대와 하대가 섞인 어투는 이 게임의 이상한 번역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존대와 하대가 섞인 정도는 양호하다. 의미가 완전히 반대거나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알아먹을 수 없는 글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엔딩을 보고 지금은 확장팩 1번으로 넘어왔다. 아직 초장인데도 캠페인 구성이 오리지널보다 훨씬 낫다는 게 바로 느껴진다.
  1. 아이스윈드데일 2편도 있었지만 인피니티 엔진은 AD&D 2용 엔진이어서 구현도가 크게 떨어졌다 [본문으로]
  2. 멀티 그 자체의 재미는 빼고 봤을 때, 싱글이 재미없는데 멀티가 특히 더 재미있을 리는 없겠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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