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9. 7. 23. 17:27
다른 회사가 만들어 확장1, 확장2로 갈수록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스토리를 보여줬던 전작의 확장팩들을 흑역사로 돌려버리고 1편을 곧바로 잇는 직계후손으로 등장한 게임. 그래픽, 사운드, 액션 등등 모든 면에서 파워업해서 돌아왔다.

딱히 스나입건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던 전작과 달리 스나입건이 제대로 등장하며 SF틱한 무기가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아무래도 멀티플레이를 상당히 고려한 듯.

싱글 플레이에 있어서도 전편에서 플레이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뭐를 고장내고 길을 막고 하면서 플레이어를 빙빙 돌려대던(필자는 특히 망할 놈의 환기구 때문에 이를 많이 갈았다) 짓은 관두고, 플레이타임은 좀 짧아지더라도 일직선으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놓았다. 덕분에 진행도 일직선, 전투도 일직선, 스토리 진행도 일직선이라 시원시원한 게 마음에 든다. 플레이타임은 짧지만. 아무래도 이런 방식이 FPS 계의 최신 트렌드인 듯.

다른 부분에선 별달리 말이 없는데 유독 공포가 전편보다 못하다고 까는 글이 많다. 하지만 공포에 대해선 두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첫번째로 '전편보다' 못하다고 까는 점이다. 이 얘기를 한 사람은 물론 전편을 해봤다는 뜻이 되는데, 비슷한 종류의 공포에 오래 노출되면 그 공포감 자체에 익숙해져 뒤에 하는 게임의 공포감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사실 필자 본인도 2편을 할 때는 별로 떨면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게임을 처음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게임 부분 부분에 설치된 여러가지 공포 장치들의 질과 양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2편의 공포 요소가 적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게다가 알마가 직접적으로 플레이어를 공격한 적이 별로 없던 1편에 비하면 2편에선 플레이어를 제법 많이 '덮치는' 편이 아닌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필자의 플레이 순서가 2편 데모 -> 1편 -> 2편이라 그렇게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2편 데모하고 1편을 진행하고 있었을 때, 2편 데모의 공포가 1편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두번째로는 게임 자체적인 면이다. 피어 시리즈가 자체가 많이 참고한 것은 주로 일본 공포 영화의 공포 요소이며, 스토리 진행 또만 그와 많이 유사하다. 필자가 일본 공포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1편과 2편을 플레이해본 결과 피어 시리즈는 일본 공포 영화를 3부로 쪼개어 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공포 영화를 3부로 쪼갤 경우 첫번째 부분은 원령의 무차별(로 보이는) 학살, 두번째 부분은 첫번째에서 드러난 몇몇 단서를 본 주인공의 진실 추적, 세번째 부분은 모든 원한의 끝(해피 엔딩은 원령의 원을 풀고 성불, 아닌 영화는 그딴 거 소용 없고 kill them all)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중 두번째 부분인 주인공의 진실 추적(그리고 게임 내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분은 진행하면 할수록 원령에 대해 알게 되어, 원령에 대한 공포가 계속 줄어들게 된다. 인간은 모르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므로,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에 대한 공포는 줄어들게 마련이며 따라서 2의 공포도, 공포를 주기 위해 설치한 장치의 질과 양과는 별로 관계없이 그 주원인인 알마에 대해 알아감에 따라 상황 전체에 대한 공포감이 감소하게 되어, 깜짝 놀라는 정도로 그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1편 중후반 부분부터 알마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의 대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2편에서 실험의 전모를 완벽히 알게 됨에 따라 그 연민의 정도는 더 높아졌다. 게다가 막판의 그것은... 사실 사소하다면 대단히 사소한 거지만 필자 개인적으론 엄청난 반전이었다.

사실 엔딩이 해석의 여지가 제법 있는데다 결론이 꽤 애매해서 이대로 끝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법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2편이 망해서 시리즈가 그대로 끝나는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며 1편과 2편의 떡밥들과 2편 엔딩을 마무리 지을 3편이 완결편으로 나올 가능성(혹은 죽죽 늘여서 4편 이후로 계속 달릴 가능성?)은 충분해보인다. 올해 내는 아닐테니 그게 가장 아쉽다.
posted by DGDragon 2009. 7. 22. 09:5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섀도우그라운즈


공돌이 계열 주인공이 등장하는 탑뷰 방식 액션 게임. 평범한 엔지니어인 주인공이 무한한 총알의 권총질의 힘으로[각주:1]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 식민지에 침입한 외계 괴수들을 물리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아울러 전투와 메카닉 양쪽 모두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자마자 군인들이 자기들이 할 일을 막 주면서 부려먹는, 군대에선 뭐 잘하면 안 된다는 교훈마저 주는 훈훈한 게임.

탑뷰라는 점만 빼면... 놀랍도록 둠 시리즈와 닮았다. 로켓에 레일건들이 등장하는 무기 체계나 설정상 이성은 별로 없어보이는, 짐승 같은 외계인인데 기계팔을 달고 쏘아대는 설정까지.

그러나 외계인을 잡으면 랜덤하게 떨어지는 업그레이드 부품으로 화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RPG적인 부분이나 무기의 특징을 살려서 적의 약점을 공략한다던가[각주:2] 하는 부분이 탑뷰에서 이뤄지는 캐릭터의 액션과 절묘하게 맞물려 둠 시리즈와는 다른 게임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목표 지점을 미니맵에 표시해줘서 헤매는 것도 최대한 막아주고.

단점이 있다면 1024*768로 고정된 해상도와 지나치게 낮은 난이도, 짧은 플레이 타임일까... 라고 쓰면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니 launcher.exe로 실행하면 해상도 조절이 된다고 한다! 난 shadowgrounds.exe로 실행했는데... 아 왜 런처를 분리한거지. 두번째, 세번째에 대해 얘기한다면 따로 세이브, 로드는 지원하지 않고 자동으로 세이브가 되는데, 하나의 에피소드 단위로 세이브가 되며 죽으면 죽은 자리에서 5번까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강제로 로드하거나 5번 죽으면 에피소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인데 5번 전부 죽는 상황은 게임 내내 단 한 번 겪어봤다.

개인적으로 탑뷰 액션 게임을 좋아하지만 인기가 없는 탓인지 게임 자체의 숫자가 적어 해본 게임은 적은 편인데, 오랫만에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이벤트 진행시 나오는 음성 따위 집어치우고 그 용량을 게임 플레이에 투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나 스토리는 쉬운 영어 덕에 이해하기 쉬웠으며 나름 상당히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 막판에 괜찮은 반전도 있었고. 위에 써둔 외계 짐승의 기계팔도 이 부분에서 해설이 다 된다! 여하튼 해볼만한 게임인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섀도우그라운즈: 서바이버

섀도우그라운즈를 엄청난 스케일로 재활용한 게임. 섀도우그라운즈의 주인공이 활동하던 때와 동일한 시간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3인의 생존자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전편의 무기 체계가 꽤나 까였던지 인물을 셋으로 나누고 인물의 특성별로 1편의 무기들을 나눠서 주고, 무기 업그레이드 외에 몹을 때려잡을 때마다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을 해서 얻는 포인트로 인물을 강화할 수 있는 별도의 업그레이드를 마련하는 등의 변화를 꾀한 점이 돋보인다. 1편의 목표 지점 표시도 없애버리고 대신 숨은 아이템을 만들어서 그걸 찾을 때마다 게임 재시작 시의 보너스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즉 탭키로 필드를 펼쳐보면서 필드를 꼼꼼히 모두 찾아보라는, 그런 얘기다.

...그러나 건물과 오브젝트, 등장하는 괴물 등의 그래픽 및 사운드 등은 완벽하게 그대로 다시 쓰고 있다. 외형에서 달라진 점은 박스들의 움직임에 물리 엔진을 동원했다는 정도일까. 인물을 나누어 개성을 부여하고 개성에 맞게 무기들을 나눠준 건 좋은데 나눠준 무기도 결국은 1편의 그것들이다. 심지어는 업그레이드마저 90% 똑같다. 게임을 날로 먹는 것도 정도가 있지 오 신이시여... 게다가 스토리도 생존자 셋이 기지에 모여 수성하고 센트리 건을 부활시켜 기지 방어에 성공한다는, 1편에 비하면 너무나 평범한 스토리. 난이도 또한 하드 난이도로 해도 너무 쉽다. 1편에서 세 번 나온 보스 몹도 쉽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나마도 서바이버에선 초반에 1번 밖에 안 나온다.

넷을 활용한 미션의 코옵이나 특정 장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서바이벌 모드들이 추가됐긴 하지만 기본 게임에서 이미 하고 넘어온 서바이벌 모드를 누가 다시 할까... 게다가 미션 코옵은... 누구랑 하라고?

그냥 오리지널의 보너스 정도로 생각하면서 한 게임. 레벨업해서 캐릭터 업글하는 재미가 있긴 했다만... 너무 짧다. 캐릭터를 셋으로 나누는 바람에 오리지널보다 더 짧은 느낌. 아아... 런처.exe 쓰는 방법만 알았어도 그래픽 감상이라도 했을텐데 그 부분이 너무 아쉽다. 그래도 오리지널의 액션 감각이 꽤 좋았기에 이번 작품도 액션 부분은 괜찮은 느낌...이라기보다 액션 부분이야 뭐 오리지널하고 똑같다;
  1. 다른 무기는 탄약 제한이 있지만 권총은 그런 게 없다 [본문으로]
  2. 방어막을 쓰는 적은 화염방사기로 태운다거나 기계류 적은 전기총으로 지진다거나 [본문으로]
posted by DGDragon 2009. 7. 14. 11:08
실험실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AI의 안내를 받아 주어진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퍼즐 게임.

하프라이프 2의 엔진과 몇몇 오브젝트를 재활용해서 만들었으며 때문에 게임의 외양적인 면에 대해선 별달리 쓸 게 없다.

그러나 그런 재활용이 이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건 전혀 아니다. 플레이에 있어선 대단히 독특한 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게임 제목과도 일치하는 포탈은 오로지 3D 게임에서만 구현 및 실제 사용 가능한 것으로, 하프라이프의 엔진을 사용한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게임은 19개의 실험 과제와 이후 2개의 추가 과제, 엔딩을 본 뒤 도전 가능한 몇개의 도전 과제로 이뤄져있는데 엔딩 보고 나니 그 뒤는 별로 의욕이 없어져서 관뒀다. 총 플레이타임은 20시간 미만으로 짧은 편. 뭐 이런 퍼즐 좋아하는 녀석은 한자리 수만에 클리어했다던데 난 그렇게는 못했다.

어쨌거나 퍼즐엔 전혀 관심도 없고 해본 적도 없던 본인이 시도해서 재미있게 했고 클리어할 정도로 자체 소개와 난이도 조절이 잘 되어있는, 해볼만한 게임. 마지막 두 미션에서 폭발적으로 많이 나오는 증거에 의해 밝혀지는 이야기의 비밀들이 말하는 진실들이 음모론을 좋아하는 필자를 상당히 즐겁게 해주었다.

권선징악성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필자(좀 유치한가)에겐 엔딩 동영상과 크레딧 송은 좀 그랬지만, 어쨌거나 한번 해볼만한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posted by DGDragon 2009. 7. 14. 10:48
전에 글강형이 푸른 피의 게이머 어쩌고하면서 깠을 땐 기분이 나빴는데...

인벤팀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할까말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취재가 주업무라면 가서 취재하면서 즉석에서 대놓고 까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거는 뭐랑 닮았고 이거는 뭐 베꼈는데 님 성공할 생각은 있나염? 뭐 이런 식으로).

뭐 그런 건 일이니까 말 안 하고 그냥 넘어가는 식으로 참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 대하는 게 주업무라면 내 머리가 벗겨져서 그게 좀 에러가 날 것 같고. 전에 면접볼 때 한 사장 아저씨가 그러면 심든가 가발 써야지라고 말씀하시던데, 면접 보는 단계면 완전 남남인데 나도 생각하고 있는 뻔한 사실을 뭐 그렇게 당연하게 말씀하시나요 당신이 거기 드는 돈 대줄 것도 아니면서 -_-

하긴 떡 줄 사람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괜히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게임 경력도 국내보단 해외 위주니까, 국내 게임을 다종다양하게 즐겼을 수많은 경쟁자들에겐 상대가 안 되겠지.

...아 그런데 너무 매력적이긴 하다. 그냥 지원이라도 해볼까 -_-

'잡담 >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Windows 7 런칭파티 초대장을 받았지만  (2) 2009.10.13
취직했다  (0) 2009.09.01
일일 트래픽 증량  (0) 2009.05.25
리눅스 우분투 904 첫경험  (6) 2009.05.17
블로그 삽질  (0) 2009.05.08
posted by DGDragon 2009. 7. 13. 23:50
본인이 볼 때 이브 온라인은 웹게임의 특징 중 2가지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한 스킬이고(플레이어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실시간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땅따먹기다. 이중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건 전자다.

이브 온라인에서 스킬이란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사항이다. 이브 온라인에서 조종하는 것은 캐릭터가 조종한다는 설정의 배이지만, 그 배를 탈 수 있는가, 배에 특정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가, 그 효율과 능력은 얼마나 되는가(관련 스킬을 모두 올린 것과 전혀 올리지 않은 케이스는 효율에 있어서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런 사항은 모두 스킬의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는 타 게임의 길드에 해당하는 코퍼레이션 설립에도, 코퍼레이션의 연합인 얼라이언스 결성에도, 물건을 사고 팔 때도, 광물을 팔 때도... 이 게임에선 스킬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 스킬을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임플란트를 단다거나 러닝을 올려서 시간을 어느정도 줄일 순 있지만,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플레이어가 게임 상에서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스킬을 배우는 시간에는 관여할 수 없다. 아무리 전투 미션을 해도 전투 관련 스킬의 훈련 속도가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들어가는 시간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스킬은 스킬북을 사서 인젝트하면 0스킬 상태가 되며 이 상태에서 훈련을 하여 1레벨부터 5레벨까지 올리게 되는데(물론 234레벨까지만 올려두는 것도 가능하다), 1레벨은 5~7분 가량 걸리며 레벨을 올릴 때마다 전 단계의 대략 5배에 가까운 시간이 든다. 가장 기초적인 스킬을 5단 찍는데 임플란트와 러닝을 가장 최적화 상태에 둬도 최소 3, 4일은 걸린다. 이건 1랭크 스킬의 경우이며 2랭크 스킬은 1랭크의 정확히 2배의 시간이 든다. 현재 가장 고랭크의 스킬은 12랭크. 5단 찍는데 2달 가까이 걸린다.

어차피 각 단계마다 올라가는 효율은 동일하므로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과도하다면 3단에서 4단까지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5단이 전제조건인 스킬도 있을 뿐더러 1단의 사소한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나중엔 엄청난 차이가 되기 때문에 5단까지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뉴비가 목표를 세우고 - 다종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PvP를 제외하고 생산 연구 PvE 장사질 뭐 이런쪽으로 - 뭔가 하나 해보자는 스킬 계획을 세우면 기본이 6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플랜이 튀어나온다. 스킬을 올리는 도중에도 그런 일들은 가능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미션의 경우 올드비들은 1시간도 안 걸리는 미션이 6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배가 터질 확율도 높다. 그나마 뉴비에게 가장 재미있고 또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편인 전투 미션이 이 모양인데 다른 컨텐츠고 뭐고 하고 싶은 마음이 날 리가 없지.

이 얘기는 플레이어가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6개월 뒤에나 그 컨텐츠를 제대로 해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손만 대보는 거라면야 며칠만에도 가능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자기가 뭘 해보고 싶을지 몇달 전에 미리 예측해서 스킬을 올려놓고 있든지.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지만... 너무 공평해서 문제인 경우도 있다. 이건 한국식 MMORPG로 말하자면 하루 24시간 영원히 렙업하는 게임과 같아서... 뉴비는 지금 시작하면 6년 올드비와 100만 이상의 차이가 나는 스킬 포인트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정 극복하자면 다중 계정을 돌리거나(이브에선 각 계정의 결제만 잘 되면 다중 계정을 제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개의 계정들 또한 첫 6개월에서 1년은 필수 스킬들 올리면서 지나가겠지) 타인의 캐릭터를 구매하는 방식 정도일까. 하지만 어느쪽이든 이브 온라인을 시작할 정도로 여타 MMORPG 게임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그런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국인에게 이브 온라인의 진입 장벽은 아주 높다. 뉴비에게 자주하는 인사가 '살아남으세요'일 정도이다. 해외 결제도 가능해야 하고, 영어도 되어야 하고(한국인과 게임하면서 한국어로만 소통하는 건 가능하지만 게임 내 클라이언트의 영어들은 읽어야 하니까), 게임 자체도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뉴비가 접어버리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해외 결제는 한 번 하면 자동이며 영어도 필수 메뉴만 읽는 정도면 되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다. 게임이 복잡해봤자 게임이지. 그러나... 위의 장벽은 우습던 내게도 스킬 시스템은 아주 거대한 장벽이었다.

뭔가를 하려면 스킬을 올려야 한다. 스킬을 올리는데는 몇달의 시간이 든다. 그동안 내가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고 싶지 않다. 같은 시간을 들여서 미션을 하더라도 스킬 올려서 몇달 뒤에 하는 게 효율이 몇배인데 왜 지금하고 싶을까. 그런데 지금 그걸 안 하자니 게임에서 아예 할 게 없다. 이건 장벽이라기보다 아예 절망이다. 멍하니 스킬만 처찍는 짓을 몇달 동안 해야 하다니. 이브 온라인 용어 중에 스킬 클리커라는 게 있다. 말그대로 접속해서 스킬만 딱 찍어놓고 바로 끊는 행위다. 내가 지금 딱 그 상태다. 이브가 재미가 없다. 뭐 미션이 그렇게 다종다양하고 재미있어서 그것만 하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태도 아니고. 미션이 기본 중의 기본이기에 이걸 포기하고 다른 걸 하기도 어렵고. 하긴 다른 걸 하려고 해도 스킬 올리는데 다시 몇달이다.

이브 온라인에서 스킬 시스템은 핵심 중의 핵심이라... 컨텐츠 소모 속도도 스킬 시스템으로 조절하고 있으며 밸런스도 스킬 시스템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6년이 넘어 뉴비와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는데 차이를 좁힐 방법은 전무하며 뉴비가 뭐 하나를 하는데도 몇달씩 걸리는 현재의 시스템은 문제가 큰 게 아닐까. 이브 온라인의 핵심이 바로 뉴비의 진입을 막는 가장 큰 벽으로 보인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