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원래 레이드 인던이라는 건 아이템 파밍하러 죽도록 가는 곳이긴 하지만... 뭐 학카르까지 모든 네임드를 다 잡았으니 클리어라고 해도 되겠지.
길드 공대였다면 참 좋았겠지만, 길드 레이드는 거의 죽었다. 이 줄구룹을 뛰고 저녁 화심 때도 사람 없어서 감히 공대 결성 시도도 못해봤다. 내가 낀 것은 줄구룹 전용 포인트 공대. 그렇다해도 공대원의 반수 이상이 BL단이긴 했지만.
역시 네임드 퍼스트 킬이라는 건 짜릿하다. 공대가 결성된지 한 달 쯤 되기는 했지만 데칼에서 좌절하곤 했기 때문에 공대원 전체가 알로크, 진도, 학카르는 첫경험이었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네임드들을 척척 잡아나갈 때의 쾌감이란. 정말,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느끼는 와우의 재미란 이런 거다. 게다가 리딩의 부담도 없고 말이지. 그냥 조사 - 평타 - 일제 - 평타를 반복하며 최대한의 댐딜만을 생각하는게 재미있다.
대여사제 알로크는 뭐, 표범이 패치 되어서 알로크 점사 - 표범 광역을 3번 반복하니 죽더라. 포인트는 알로크가 나타날 때 탱커가 캐치해서 탱킹 자리로 데려가는 것, 알로크 없어질 때 표범 이쁘게 모아서 광역질 하는 것, 알로크에게 일점사를 지정당한 사람 알아서 최대한 버티기 정도일까. 댐딜이 잘 되어서 처음 59%, 그 다음 5%까지 깎고 다음 나타나자마자 바로 잡았다.
진도는... 체력 하난 무지하게 높더군. 기본은 일점사고 토템 박히면 바로바로 처치, 저주 걸리면 망령 잡기, 마법사는 해골 광역. 별달리 할 말이 없다.
학카르는 탱커가 탱하고 한 명이 무기벗고 정신지배 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학카르 후손 때려잡고 시체가 뿌리는 독 걸려있으면 학카르가 독 빨아먹고 알아서 죽는다... 뭐 그런 간단한 전술이면 되는데, 묘하게 뭔가가 어긋나서 계속 전멸했다. 알로크와 진도에서 누적된 대미지가 합쳐서 중간에 수리하러 마을로 갔다가 왔을 정도. 그래도 잡았으니 된 건가.
나 자신은 아직 데칼을 한 번도 못 봤는데 그건 다음 토요일이면 볼 테고, 이제 줄구룹 다니면서 포인트 쌓아 아이템 먹는 일만 남았다. 흠... 포인트가 상당히 삐리리해서 굉장히 누적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고, 공대장이 까페를 거의 운영 안 하는데 어찌될 지 모르겠다. 아니 포인트 현황 최신 업뎃이 2주 전이면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시작이 어렵지 다음부턴 쉽다고, 한 번 외부 공대에서 네임드킬의 재미를 보니 화심부 / 검둥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줄구룹은 길드에서 안 가니까 포인트 공대에 든 건데 이 추세로 가면 오닉 / 화심 / 검둥도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휴우... 다른 사람들에겐 올해까지는 기다린다,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고 이 블로그에도 그렇게 썼지만 어떨지. 하긴, 지금 상태에선 사냥꾼 찾는 외부 공대도 없긴 하군.
방학 땐 자다 넘기고, 10월 17일은 시험 기간이었고, 그래서 미루다 보니 오늘 가게 되었다. 휴. 고발 안 당해서 다행이다. 나처럼 시험 기간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늦춘 불운한 인생이 많더구만.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향토 예비군 사단"의 말단 대대였다. 나는 행정병이었지만 그래도 부대 자체가 예비군 훈련 중심으로 돌다 보니 교육에 대해서 대충은 안다. 그래도 직접 겪어보니... 재미없었다; 군대 있을 때 죽도록, 지겹도록 했던 걸 또 듣고 또 하고 있자니 원.
1. 예비군 훈련용 장비는 평소엔 안 쓰니까 손질 상태가 별로인 건 어쩔 수 없다. 그걸 뭐라고 하기도 뭣한 게, 그런 거 한 번 말하면 불쌍한 현역 애들이 얼마나 매달려야 할지. 나도 당했는데 또 그럴 순 없잖아. 이를테면 총기에 먼지가 하얗게 소복히 앉아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대충 훅훅 불어서 들고 다닌다는 거다.
그런데, 사격 때 현역의 철모를 쓰라는데 화악 올라오는 썩은 내... 제기랄 자식아, 철모 좀 씻어라. -_- 어떻게 자기가 쓰는 물건도 그 지경이야. 머리에 쓰고 있던 시간은 2분도 안 되는데 집에 가서 머리 감을 때까지 안 지워졌다. 거 따뜻한 물에 세제 풀어서 한두시간만 담궈뒀다가 말리면 되는 것을.
2. 점심은 알아서 싸오거나 3,500원에 도시락 업체의 도시락을 사먹도록 되어있는데, 싸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예비군 훈련의 대상자는 24~30세 가량의 - 거의 100% 확율로 독신 - 남성이니 당연하다) 거의 대부분 도시락 사서 먹는다. 나도 사서 먹었는데, 정말 맛없었다. 아니 각 반찬은 그럭저럭 먹을만한데, 반찬의 조합으로 보면 주제가 없달까 개념이 부족하달까.
3. 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다 재미없는 안보교육이나 병기본과제는 그렇다치고 사격도 그다지. 하지만, 쏘는 건 좀 그래도 칼빈이 들고 다니기엔 작고 가벼워서 편하긴 하더라.
05년 전반기 동안 사람이 없어 엄청난 침체기(아니, 아예 레이드를 못 가던 날도 수두룩했던)였던 우리 길드의 레이드는 방학을 맞아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게헨나스에서 좌절하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파죽지세로 가르를 잡고 게돈을 잡고 샤즈라를 잡고 청지기까지 일직선. 그리고 오닉시아도 계속 잡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라그나로스는 빡셌고, 결국 라그는 못 잡은 상태에서 방학이 끝났다. 학기가 시작하면 인원 수가 어찌 되려나 걱정을 했는데 예상외로 괜찮았다. 사람 수가 줄긴 했지만 역시 피크 타임 때는 공대 인원 40명을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기왕 계정도 끊긴 김에 중간고사 기간 2주, 중간고사 끝나고 1주 동안 접속을 안 했던 거다. 사실 그동안 B&W 2라든가 이것저것 했지만 그래도 와우가 빨아먹는 시간과는 차원이 다르니.
하지만 돌아와 보니 길드 레이드가 풍비박산이 나 있었다. 이유는 간단. 오피서가 없었다. 길마형은 개인적인 문제로 접속을 안 했고(나는 길마형이 접속 안 하는 줄 몰랐다. 알았다면 중간고사 끝나는 날부터 접속했겠지), 다른 오피서형(실질적인 부길마)은 아~주 옛날부터 직장 특성상 접속율이 좋지 않았다. 사실상 레이드 전력으론 논외. 1명은 해외로 갔고 1명은 명함만 오피서. 그나마도 이젠 와우 접었지만.
하지만 사실상 길드의 레이드는 길마형 혼자 하고 있었다. 공대 결성, 몹 풀링과 그로 인한 평몹 리딩은 내가 했지만, 네임드 공략, 인원 파악(아이템, 특성 등등)과 공대 클래스 조정, 그리고 뭣보다 중요한 아이템 분배 등등은 길마형이 했다. 그러니, 길마형이 없어지는 순간, 길드 레이드에는 리더가 없어지고 레이드는 엉망이 된 거다.
3주만에 들어가보니 레이드하는데 인원이 20명. 물론 이렇게 되면 레이드 포기다. 일주일 동안 일요일, 월요일 제외하곤 다 레이드 시작도 못해봤고, 그나마 일요일에도 35명도 넘기지 못했다. 중간에도 많이 전멸하고, 월요일엔 30명으로 게돈에서 4번 전멸했다. 하! 30명 좀 넘는 공대의 거의 절반이 힐러인데 마나가 없어서 힐이 말라서 전멸했다. 참... 삐리리하구만.
이렇게 되고 보니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짜증내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3주 만에 참 많이도 길탈했다. 길드엔 있더라도 외부공대 뛰는 인원이 엄청 늘었고. 물론 레이드에 맛들였고 아이템 좋은 거 먹기 시작했으니, 그 이상을 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안면 씻고 다 가버리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길드가 잘 나간다. 레이드 잘 나가고 아이템도 잘 준다. 이럴 땐 구름 떼처럼 몰려들더니, 길드가 어렵다, 길드 레이드가 잘 안 된다, 이러니 썰물처럼 좌악 빠지는거다. 후... 이기심이란. 아니, 길드란 이름 자체는 중세 시절 이익 집단에서 온 것이지만, 우리 길드는 포인트제도 도입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간에 의리와 정을 중요시하는 길드다. 그래서 "처음 참여하는 길원에게 에픽 잘 준다"는 소문이 퍼져서 첫 에픽 먹고 길탈하려고 오는 놈도 있었을 정돈데...
많이 아쉽다.
이끄는 리더가 없는 조직이 원래 이렇게 약한 거 몰랐냐고? 안다.
사람들이 원래 이렇다는 거, 이기적인 거 모르냐고? 물론 안다.
다 안다. 다 아는 거지만, 한두번 겪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당할 때마다 마음이 상한다. 가슴이 아프다. 즐겁게 레이드 뛰고 즐겁게 채팅하던 이들이라도, 이렇게 한 순간 돌변한다는 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들이 저러는 걸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 점점 저렇게 변해간다는 것이 두렵다.
솔직히 왜 이렇게 디자인한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플레이어는 체력, 방호복, 수류탄, 의료킷, 세 종류의 화기를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계속 만나게 되는 적(평범한 인간)들을 죽이고 그 무기와 탄약을 획득한다. 이쪽의 태세가 만전이고 총알도 넘치는데 중간중간 나오는 시체와 이유도 없이 깔깔대는 애새끼가 플레이어에게 공포를 주겠는가?
하다못해 "총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특수부대원이 아이에게 총을 난사하다가 이유없이 피를 뿜으면서 짜부라져서 죽고 아이는 웃으면서(희미하게 뭐라고 씨부리면 더 좋고) 플레이어에게 다가오다가 사라진다" 뭐 이런 시츄에이션 정도는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동양적인 공포라. 착상은 좋으나 연구도 부족하고 적용도 시원찮은 게 흠인 듯 하다.
그리고 사양이 대단히 센 편인데, 이렇게 어두우면 그래픽이 좋든 구리든 알 게 뭐냐. 솔직히 다들 놀래던 둠삼 할 때도 나는 그게 불만이었다. 어두우면 길 찾기만 어렵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