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1.4GB에 달하는 용량이 압박을 주는 게임. 맵만 적지, 기본적인 시스템은 몽땅 다집어넣은 거 같다.
일단 "대작 게임"의 포스를 팍팍 풍기는 그래픽과 사운드가 굉장하다. 모델링도 상당하고, 특히 마법이나 파워 쓸 때의 이펙트가 괜찮다. 전체적으로 약간 거친 느낌이 드는데 뭐 신경 안 쓰이고. 사운드도 괜찮은데 특히 이펙트와 효과음이 합쳐져서 괜찮은 타격감을 준다. 거기다 무려 풀보이스.
게임 시스템엔 전작에 비해 많은 개량이 가해졌다. 힘, 민첩, 지능의 3 스탯과 근접 / 원거리 / 전투 / 자연 마법의 4 종류 능력에 따른 클래스 레벨은 여전하나, 캐릭터 레벨이 추가되었으며 이 캐릭터 레벨이 오를 때마다 1씩 주는 스킬치를 스킬 트리에서 찍어줌으로써 캐릭터의 특성이 좀 더 세분화 된다. 예를 들어 밀리 클래스의 경우 방패를 든 몸빵 타입, 쌍수 무기, 양손 무기 등등의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스킬을 찍으면 생기는 일종의 필살기(파워라고 부른다)도 색다른 느낌. 파워는 맞거나 때리면 게이지가 차며, 다 찼을 때 사용하도록 하면 엄청난 대미지를 준다. 거의 일격필살.
파티 조작의 경우엔 전투에 전자동으로 반응해, 플레이어가 구경꾼으로 전락하던 전작에서 벗어나, 플레이어가 수동 조작하는 1명 + 나머지 인공지능 반응으로 바뀌었다. 즉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는 조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머지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능동 / 방어 / 수동으로 설정한 대로 움직인다. "조작감"을 중시한 듯 하다.
RPG적 느낌이 더 진해졌다. 시작할 때 동영상과 실시간 모델링을 적절히 섞어가며 플레이어를 스토리로 끌고 가고, 중간중간에도 이벤트가 계속 전개된다. 퀘스트 진행 / 맵 / 각종 이야기나 소문 등을 보여주는, 엄청나게 빵빵한 크기의 저널이 생겼다(전작에도 있었던가). 마을도, 사람도 많아졌도 서브 퀘스트도 주며, 오고가는 이동도 많이 필요하게 되어 단순히 지나가던 통로(혹은 전리품 판매소)에서 벗어나 비로소 마을처럼 보이게 되었다.
난이도는 약간 더 올라간 듯 하다. 물건들은 구입가의 1/8 가격으로 팔리는데 그나마 비싼 물건은 잘 안 나오고, 초장부터 물약이 꽤 딸린다. 적들의 공격은 거세어 마법과 파워를 적절히 사용해줘야 이길 수 있다. 대량 학살보다는 소수, 전술을 강조한 듯.
하지만 이런 형태의 조작은 좀 에러가 아닐까. 일단 숫자키가 마법 선택 단축키에서 파워 선택키로 바뀌었고, 마법 선택은 아예 단축키 지정에서 사라져 버렸다. 만약 공격 마법 / 힐 마법을 바꿔가며 쓰고 싶다면 신속한 마우스 클릭이 필요하다. 차라리 파워를 마우스 클릭으로 해줄 것이지. 특히 지정된 형태의 공격이나 마법을 쓰지 않으면 클래스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던전 시즈의 특성상, 플레이어는 캐스터들은 자동으로 놔두고 밀리나 레인지 캐릭터를 선택해 우클릭을 꾹 누르고 있게 된다. 클래스 레벨을 올려야하니까. 결국 1편과 조작이 달라진 건 마우스 우클릭과 간간히 누르는 파워 단축키 뿐이다.
그런데, 시스템에 가해진 많은 수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본질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핵 & 슬래쉬. 그쪽이 나쁜 건 아니다.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나도 디아블로 시리즈나 그 클론들 몇몇을 재미있게 했었다. 그런데 던전 시즈는 재미없는 핵 & 슬래쉬였다. 그리고 2편도 재미없는 핵 & 슬래쉬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데모는 영어라 힘들었지만, 한글판으로 나와있으니 해보면 스토리가 진행의 원동력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굳이 해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