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부캐가 다니는 공대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공대다 보니 기복이 심하다. 잘하는 날은 매우 잘하고(미쳤다라고 표현한다) 못하는 날은 완전 바보들만 모인 느낌. 하지만 오늘은 무려 2주 연속으로 잘한 뒤에 찾아오는 슬럼프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느낌으로 레이드를 뛰었다. 기복이 적은 플레이는 상위 공대의 필수 요건인데, 꽤 각이 잡히고 있다고 해야 하나.
검둥은 솔직히 좀 찌질거렸는데 사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상쾌하게 원킬. 처음 들이대는 후후란은 세번째 트라이에서 3%까지 보고 쫑냈다. 일단 전사들이 탱킹을 서로 돌려가면서 해야 하는데 디버프가 보통 10중첩을 넘겨대서 힐러들 엠을 다 빨아먹은 것과, 자저 방패가 그다지 견고하지 못했던 탓인 듯 하다. 다음주엔 무난히 잡을 듯 싶다.
초월의 로브를 드디어 먹었다. 어깨는 여전히 잔달라 성자지만, 로브 하나 바꿔주니 꽤나 레게스런 룩이 나온다. 계시와는 격이 다른 포스. 그리고 전에 먹어둔 오시 머리도 치증 목걸이로 바꿨다. 확팩 클베 시작할 때 먹어서 댐증으로 바꿔야 하나 했지만, 내년이 된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겠지.
나는 회복력과 힐량을 중시하는 편이라 사제 캐릭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스탯이 치증, 5초 마나젠, 정신력 순서다. 치증은 드디어 800을 넘어서 소생 틱 400을 넘겼고 5초 마나젠 68, 정신력 271이 되었다. 가슴에 올어빌 4를 하면 정신력은 275. 아아 뿌듯해. 다만 엠통은 노버프 6211. 뭐 낮아서 나쁘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막공가면 후위팟 예약이니. 끌끌.
로봇이 나오긴 하지만 '로봇 애니'라고 칭하긴 좀 뭐하고(3D로 나오는 만큼 액션이 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중이 낮다는 이야기), 소꿉친구가 여자친구가 되는데 별로 연애 얘기 같지도 않고, 삼각 관계는 서로 질투가 없어서 영 맥이 빠지고, 주인공의 고뇌는 나오긴 하지만 이 놈이 열혈 계열이라 그렇게 길게 고민하지도 않는다(호접몽 계열인데 철학적 고찰의 깊이가 얕다는 얘기. 뭐 땅 파봤자 졸릴 뿐이긴 하지만).
이렇게 쓰고 보니 전부 어중간한 영 모자란 애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전부 괜찮은 연출로 적당히 나와있어서 불만 같은 건 별로 없다.
뭣보다 이 애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숨겨진 세계의 비밀. 음모들. 빠른 이야기 진행. 계속되는 반전. 특히 이놈의 반전은 거의 낚시질 수준이랄까.
정말 재미있게 봤고, 해피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최종 엔딩에서까지 낚시질을 해서 사람 정신 사납게 만드는 게 좀 그렇지만. 해피 엔딩 할 거면 이상하게 얼버무리지 말고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잡담(미리니름 주의)
처음 비밀의 소녀로 나타나 키스하고 같이 제가페인 탈 때까지는 잘 나갔지만, 그 뒤론 엔딩까지 비중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캐릭터. 연인 자리도, 제가 페인의 리어시트도 카미나기 료코가 가져가고, 그나마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삼각 관계에서도 한 발짝 물러나고, 숨겨져 있던 비밀도 막상 보니 별 것 아니었다. 말은 계속 주인공이 좋다곤 하지만, 행동력이 이렇게 제로고 보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안습인 건 스스로 연인사이라고 표현하던 과거도, 막상 회상으로 보니 주인공이 시즈노에게 애정 표현은 커녕 남녀관계의 호감 정도도 표현하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짝사랑인데?
현시점에선 아무래도 가망이 없다. 어떻게든 료코보다 앞서 부활한 다음, 빵빵한 몸매로 밀어붙이는게 유일한 해결책일 듯.
논쟁이란 논리와 논리의 대결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으로, 상대방의 논리로 상대방을 공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즉 빠르게 상대방의 논리를 이해해서, 그 논리의 허점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마지막 나가와의 설전은 이 점이 아쉬웠다. 나가는 스스로의 논리를 설명했다. 주인공도 스스로의 논리를 설명했다. 하지만 둘 다 상대방의 논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서로 목소리만 높이다 결렬. 아아, 주인공이 열혈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아마 나가는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다. 근친 교배가 계속되면 유전자의 열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하나의 사고가 계속되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 뱅글뱅글 맴돌게 된다. 발전이 없게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하거나 기분 전환을 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찾겠지만, 서버에 홀로 있는(서버에 몇 명이 있더라도 외부로 드러나는 인격체가 하나로 될 정도의 사고 공유라면 하나나 마찬가지) 나가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때 나타난 것이 셀레브럼. 스스로도 말했듯이 나가는 셀레브럼이라는 외부 자극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셀레브럼에게 자신과 하나가 되자는 얘기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나가의 논리의 모순이다. 나가가 인류를 멸종시킨 이유 자체가 타인과 그로부터의 외부 자극을 부정했기 때문인데, 스스로 부정한 외부자극을 셀레브럼에게 구걸하고 있다니.
그러나 주인공은 '마음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의 통각이 없어 타인의 아픔도 이해하지 못했고, 나중에는 인류마저 멸망시킨 정도의 각오가 있는 녀석에게 '마음의 아픔' 타령이라니. 통할리가 없잖아.
제가페인 최후 최고의 낚시질. 종영 직후 내가 가는 애니 감상문 게시판에 제가페인 감상문이 엄청나게 올라왔는데, 거진 대부분이 엔딩 예측이었다. 엔딩송 이후 단 몇 초짜리 에필로그 영상인데 엔딩송 직전과 모순되는 부분이 좀 있는 것이, 아주 오묘한 영상이었다. 나도 한 번 낚여서 파닥거려보자.
일단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주인공이 인간으로 부활했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나머지 인간들도 부활해서 정상적인 삶을 시작했고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뱃 속의 아이에게 어서 나오라고 말하고 있으니).
문제는 그 두 가지 사실 사이의 시간적인 갭과, 불쌍한 주인공의 부활 이후 처지다. 독수공방하다 늙어 죽었느냐, 료코랑 잘 살다 죽느냐의 차이.
일단 작중에 설계도를 받으면서 미지의 기술이 많고 이걸 해석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두 엔딩에서 나오는 등대의 차이. 그리고 두번째 엔딩 처음에 나오는 소라 고둥 또만 그다지 좋은 복선은 아니다. 열심히 싸워 세계를 지켰지만 소녀는 떠나고 소년만 홀로 남았다. 이게 카미나기 료코가 쓴 작품에서의 소라 고둥이었다.
즉 주인공은 부활해서 지구에서 그 기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기술 해석과 기계 조립을 하다 홀로 늙어죽는다. 그리고 주인공의 죽어가면서 완성한 기계로 나머지 부활. 최종 엔딩의 여성은 료코 본인이 맞고 아기 아버지는 주인공 생전에 보관해둔 정자 내지는 다른 사람.
이게 부정적인 쪽의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쪽이다.
일단 설계도 해석. 최종 결전에서 인류의 모함은 18체가 참여했고, 아마 상당수, 못해도 4대 이상은 살아남았을 것이다. 전송 장치가 폭발했을 때 함장은 근처 함선의 피해를 묻지도 않았고, AI도 피해를 말하지 않았다. 함의 생존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정보일텐데, 이것은 걱정한 필요도 없어서 였을 것이다. 생존자는 당연히 전원 설계도 해석에 매달릴 것이므로, 작중에서 아마도 혼자 해석할 때를 기준을 말했을 기한과는 차이가 클 것이다. 무엇보다, 설계도 받으면서 바로 보는데 파악가능한 건 블랙 박스의 비중 정도이지 기술의 난이도가 아니다. 부정파들은 이 발언에 너무 비중을 두는 것 같다.
다음 제작. 셀레브럼들의 모함들과 제가들은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 하고, 작중에서도 부서진 제가를 수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하는 식대로 부품을 대량 생산하고 그걸 조립하는 식으론 규모가 너무 커진다. 이건 단순한 내 추측이지만 모함들과 제가의 생산에는 나노 테크놀로지가 쓰인 것으로 보인다. 기반 시설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노 테놀로지라면 설계도 기술해석 해서 나노 테크놀로지로 부품 만들고 주인공이 조립만 하면 된다. 엔딩에서 반년만에 만들어진 물건들도, 주인공의 2년 약속도 적절한 속도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좀 웃긴 이야기긴 하지만 분위기. 정말 주인공이 독수공방하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밝은 분위기도 아닐 것이고 시즈노를 두고 삼각 관계를 이야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주인공도 2년 약속 하지 않았을테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작품내 시간 속도에 대한 이론으로 서버가속론도 등장했는데, 그건 좀 부정적이다. 처음엔 그건 나가의 기술이라는 얘기도 나왔고, 최종 결전에서 손에 넣었다 해도 마이하마에선 적용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마이하마 2학기 시작일과 부활 뒤 한 번도 안 자른 주인공의 머리 길이를 보면 시간 비율은 계속 1:1인듯.
그럼 나의 결론. 주인공의 예정대로 부활 장치 완성. 거부자 제외 인류 부활. 잘 먹고 잘 살다. 끝.
그렇다면, 최종 엔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일단 등대를 생각해보자. 인류가 멸망한 뒤 등대는 아무도 보살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이하마 서버는 백번 넘게 리셋했다. 40년 동안 조금 기울어진 게 다라면, 최종 엔딩에선 훨씬 더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까. 게다가 잠깐 나온 해변은 그 형태가 많이 바뀌어있고, 주인공이 살며 작업하던 건물도 보이지 않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이 앉은 의자와 사용한 유리컵을 생각해보자. 둘 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유리컵은, 컵을 만들 수 있냐 없냐 보다 깨지기 쉬운 유리컵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내 생각엔, 시간이 훨씬 많이 지난 건 아닐까 싶다. 100 ~ 200년 정도? 나온 여성의 뒷모습이 료코와 닮고 목소리가 같은 거? 모계 혈통이 강하구나. 처음의 소라 고둥? 료코는 영화대본 다시 쓰기 시작했다. 고로 무의미. 이상.
덧글 - 환체 복구 기술이 나온 뒤 주인공 가족 전원이 부활했다. 환체의 사망 요건이 가르즈오름과의 전투 뿐이라는 걸 상기해볼 때 전원이 셀레브럼으로서 각성해 싸우다 죽었단 얘기가 되는데... 엄청난 전투 혈통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