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6. 10. 19. 20:18

지난 일요일은 몇 달에 한 번 온다는 공대가 미친 날이었다. 검둥 진출 역사상 최초로 서슬과 밸라를 첫 시도 때 잡고, 이후 네파까지 달렸다. 네파만 2회째 시도에 잡았고 나머지는 원킬.

그리고 사원에 처음 가서, 세번째 시도에(첫 시도에 21%) 스케람을 잡고 첫 시도에 살투라를 잡았다. 어안이 벙벙한 속도다. 물론 앞선 두 인던이 그랬던 것처럼 사원도 꽤나 너프됐지만 이건... 역시 레게들의 부캐가 모인 부캐 공대인가.

흠. 당분간 또 떠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스케람은 볼일 없고 살투라에겐 살투라의 힘, 판크라스는 로브... 진도가 잘 나가더라도 어차피 후후란에서 사람들 자저 맞추는데 한 세월 걸릴 테지. 벌레 가족에게서 목걸이와 어깨를 얻고 싶은데 벌레 가족은 패스라 아쉽다. 후후란에서 막히면 벌레 가족 잡자고 해봐야지.

본캐 레이드는 낙스 헤딩하자고 한 순간 사람이 썰물처럼 빠져서 3일째 레이드 못하는 중. 시험 기간의 문제인지 낙스 헤딩과 확팩 소식에 마음이 흔들려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posted by DGDragon 2006. 10. 18. 23:57

ⓒ 桑島由一/メディアファクトリー・神様プロジェクト

주인공의 부모가 현직신이고 주인공과 주인공의 누나 동생이 신 후보인 것만 빼면 평범한 삼각 관계 연애 이야기.

원작 소설은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일단 애니메이션은 신이란 설정에만 의존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경향이 심하다. 좀 억지 비유긴 하지만, 매사에 1+1=3이고 어디서 튀어나온 1은 신이란 설정에서 왔다, 이런 식이랄까.

결국 중도하차했다. 재미가 없었다.

posted by DGDragon 2006. 10. 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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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AQUAPLUS/うたわれるもの製作委

게임은 해보지 못했지만 이런저런 쪽으로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특히 가면과 관련한 설정이 궁금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잘됐다는 느낌. 필수적인 내용은 안 빼먹은 다 제대로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특히 2D와 3D를 적절히 써서 만들어낸 전쟁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척 봐도 좋은 그래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애니메이션에서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절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작화지만 부분부분의 엄청난 움직임의 동화도 마음에 들었다. 재활용만 좀 적게 하거나 하다 못해 좀 잘라서 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다만 26화만에 게임의 주요 줄거리를 담아내다 보니 개그도 싹 빠지고(이건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보고 안 거지만), 개인적으론 최종 보스가 행동 논리 설명이 배재된, 단지 '보스를 위한 보스'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아쉽다. 게다가 과거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봉인과 무츠미 관련 이야기는 대체 뭔 소리인지.

압축되어 물 흐르듯이 전개되는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드는 애니.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 힘들 것이다.
posted by DGDragon 2006. 10. 1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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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Noboru Yamaguchi / Media Factory ・The Familiar of "ZERO" project ALL RIGHTS RESERVED

신무협과 한국산 판타지 소설들은 고등학교 졸업 뒤론 안 읽고 있었는데(그 때 본 것도 10대가 쓴 건 아니었지만) 책방에 가서 보니 최근 작들은 사이즈가 작아져 있었다. 일본의 라이트 노벨처럼.

사실 둘 사이엔 별로 차이가 없다. 한국산이 좀 더 틀에 박혀 있고 글 쓸 때 정성을 적게 들인다는 것 정도. 하긴 나오는 게 적은데 많이 넣을 수도 없겠지.

원작 소설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 애니 자체는 한국 계로딩이가서판을치는 물과 놀랍도록 닯았다. 다른 게 있다면 일처일부제 지향이라는 것과 여성 캐릭터들이 그쪽 유행(츤데레 계열 레이 계열 등등)에 맞춰져 있다는 것 정도 뿐인 듯. 아 하긴 요새는 그렇지도 않겠군. 이런 거 쓰는 친구들은 물 건너 유행에 민감할 테니.

하여튼 애니 자체는 그럭저럭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아니, 보는시간에 비해선 나오는 즐거움이 좀 적다고 할 수 있으니 좀 마이너스인가. 시간이 좀 많이 남고 이고깽이 취향이라면 시간 죽이기론 괜찮은 선택이겠다.
posted by DGDragon 2006. 10. 11. 19:31
  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한 가족의 역사와 함께 하며 한바탕 멋진 인생을 살다간 강아지 '말리'의 이야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의 칼럼니스트 존 그로건이 말썽꾸러기 개와 더불어 살았던 시간들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출간 1개월 만에 150만부가 팔렸고, 뉴욕타임스 연속 40주 논픽션 1위, 퍼블리셔스위클리 연속 38주 논픽션 1위에 올랐다.

가족과 식구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조금 다른 개념이다. 가족은 혈연 관계로 맺어진 사이이며, 식구는 한 집에 살며 한솥밥을 먹는 사이란 뜻이다. 물론 영어로는 둘 다 그냥 family지만. 이 책은 저자의 식구 말리에 대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신혼 2개월 째에 갓 젖 뗀 강아지 말리를 데려왔으며 말리는 그 뒤 13년 동안 살다 죽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접하게 되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들은 미안하게도 인상이 별로 남지가 않는다. 인상에 강렬하게 남아 나중에까지 기억나는 건 보통 안 좋은 일, 싫어하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망할 군대 고참이라든가. 말리는 이런 면에서 대단히 엄청난 개였다. 아마 말리를 충분히 겪어본 사람이라면 일생 못 잊지 않을까. 물론 그다지 좋지는 않은 쪽으로. 이 놈에 대한 얘기로 이렇게 책 한 권이 나올 정도인데 설명을 덧붙이는게 바보 같은 얘기겠지만. 이 놈은 그야말로 40kg짜리 태풍이었다.

저자는 인생의 격변기 - 결혼, 이사 두 번, 아이 셋 출산, 이직 두 번. 13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이지만 - 를 말리와 함께하며,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글빨이다. 글쓴이의 해학과 특히 역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번역은 놀라울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눈 한 번 안 떼고 단숨에 읽어치웠을 정도니까. 난 별로 웃지 않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웃었는지(서점에 그냥 쭈그리고 앉아 읽으면서 웃는게 엄청나게 쪽팔린 일이지만 읽는 걸 그만두는 것도 웃는 걸 참는 것도 불가능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내가 목표로 하는 글쓰기의 이상형격인 모습이다.

그리고 말리의 죽음. 이미 앞에서 말리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 보며 저자의 가족과 웃고 울었기에 말리의 죽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감정 이입이 되었다. 말리는 분명히 말썽꾸러기였고 개념이 없는 개였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지킬 것은 지켰고, 충성심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좋은 개였다.

이런 식구인 개를 먹는다니, 잘 모르는 서양인들은 질색할 만도 하다. 우리가 먹는 건 이름 붙인 식구가 아닌, 이름 없는 가축일 뿐인데 말이지.

덧붙이자면, 미국의 넓은 땅과 낮은 집값이 꽤나 부러웠다. 서울의 꽤 넓은 크기의, 하지만 개 한 마리 키울 수 없는 아파트 한 채 값이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집 3채를 한 방에 다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