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평일 저녁에는 사냥꾼으로 녹스 공대에서 오닉 / 화산 / 검둥을 다니고, 주말 저녁에는 사제로 줄구룹을, 일요일 오후 1시부터는 오닉 / 화산을 다니고 있다. 방학 때니까 하는 미친 짓이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초월의 머리띠를 얻고, 마침 준비해뒀던 줄구룹 마부를 했다. 기원의 관에서 바로 상위 에픽으로 갔을 때의 기쁨과 스탯 뻥튀기란.
그리고 현금 보유량이 천골을 넘었다. 뭐 에픽을 주웠다거나 한 건 없다. 그냥 불의 심장과 꿈풀을 경매장에서 즉구로 사서 쪼갠 뒤 화보를 만들어서 판 것 뿐이다.
솔직히 부캐는 그냥 길레 못가니까 키운 거고, 연금은 사냥꾼에게 상급 민첩이나 살쾡이의 비약 주려고 익힌 거고, 하는 김에 사전 정보를 입수해서 우호도를 올려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런 대박을 치게 될 줄이야. 재료를 모두 즉구로 사는데도 화보 하나 당 이익이 1.5골 이상 나고 있다. 그걸 하루에 40~50개씩, 대략 3주간.
다 공개된 정보고, 연금 캐릭터도 많은데 이걸 해서 파는 사람이 몇 안 될 줄은 몰랐다. 돈 되는 한 계속 해야지. 10분 쿨타임의 압박으로, 시간 많을 때나 가능한 짓이다.
일반 서버 통합 관계로 수요일 15시부터 이틀간 서버가 다운된다고 해서, 인벤 정리 겸 경매장 둘러보러 접속했다. 바로 크림이가 귓말 날려서 줄구룹 도와달라고 했다. …자기도 기말 고사 치는 놈이 뭐하는 짓거리람; 상황이 안 좋긴 했다. 하루만에 학카르까지 다 잡아야되는데, 밤 11시에 데칼 시도 중이라니.
뭐 자기 전에 살짝 뛰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서 사냥꾼으로 코도를 타고 신나게 달려서 줄구룹에 도착했는데, 힐러가 부족하다면서 사제로 와달란다. 그래서 다시 사제 꺼냈다. 오그리마에서 줄구룹까지 2번 뛰게 될 줄이야.
생각치도 못하게 레이드를 뛰게 되니 드디어 신수를 찍은 보람을 느끼겠구나 했는데, 예상외로 장난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특성만 신수지, 장비가 기원풀셋인 것도 아니고(전부 만렙 인던에서 구한 파템이긴 하지만), 뭣보다 물약류 준비가 적어서 죽기도 잘 죽었고 마나도 순식간에 닳아없어졌다. 마나가 딸리니 효율이 가장 좋은 고레벨 상치를 쓰고, 그러니 어그로 잘 먹어서 잘 죽고. 악순환. 레이드 다 마치고 보니 장비 중 절반이 노란색 떴다.
레이드의 기본은 탱커 외 자힐이고 따라서 난 담당 탱커만 힐하면 되는데, 그동안 인던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전원 힐"의 버릇이 들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속 힐 돌리고…. 안 그래도 마나 딸리는데 바보 같이.
새벽 2시까지 무진장 죽어가면서 데칼, 알로크, 가즈린카를 잡았다. 수도 없이 전멸하면서 알로크를 잡고 나니 이미 새벽 1시 10분이라 다들 가버려서, 3파로 가즈린카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원킬하긴 했지만, 주는 아이템은 또 보잘 것 없는 파템. 도적들이 고대하는 "폴로르의 안대"는 정말 귀한 아이템인가보다.
2파, 서브탱 메인 힐러로서 공대원 목숨줄 쥐고 힐링하는 재미가 꽤 괜찮았다. 내가 좋아하는게 바로 이런 거거든. 마그마다르에게 평정 날리기, 메인 풀러로서 풀링하기, 가르 전에서 징표 돌리기, 청지기 탱킹하기 등등. 뭐랄까 이런 부담감이 좋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확실한 자각이 든다. 혹시 사제 체질인가.
2. 레이드 포인트제의 "기본"이라.
그리고 좀 웃긴 일이 있었다. 데칼은 별 거 안 줬고 알로크는 알로크의 결의라는 멋진 힐러용 지팡이를 줬다. 그래서 나는 별 생각없이 입찰. 사냥꾼으로 와서 쌓은 포인트로 말이지. 그랬더니 그때 진행하던 사람이 막 뭐라 하는 거다. 왜 입찰하냐고, 사제템 먹고 싶으면 사제로 와서 포인트 쌓으라고, 레이드 포인트제의 "기본"도 모르냐고.
오오, 기본. 퍼펙트. 나의 하트를 관통한 다음 두개골을 따서 뚜껑을 확 열어버리는 한 마디. 기본 타령. 이것은 대찌질이 궁극병기 "개념" 혹은 "초딩"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발언이 아니던가.
뭐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편한 캐릭터로 와서 포인트 쌓고 대충 키운 부캐로 와서 아이템 싹 훑어가면 누가 좋아하겠나. 싫겠지. 근데, 말하는 방식이 그건 아니잖아.
내가 아는 레이드 포인트제의 기본, 그러니까 모든 공대의 공통점은 "레이드 참석하면 포인트를 준다. 그걸 소모해서 아이템을 먹는다" 뿐이다. 나머지는 "각 공대마다 알아서" 아니던가. 그리고 우리 공대에선 그것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래서 입찰한 거고.
뭐 더 할 말 있나. 기본도 모르는 찌질이는 그 뒤틀린 불평불만을 은근슬쩍 토로한 다음 조용히 물러나 닥치고 있는거다.
…Cba 그 자식 있을 때 두 번 다시 사제 끌고 줄구룹 오나 봐라.
덧 - 4대 인던을 도는 중에, 무의식 중에 화저와 암저 아이템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초월 3셋(셋 효과 - 캐스팅 중에도 엠회복 +15%)이 엄청 끌리곤 한다. 닥힐 본능에 사냥꾼이 부캐가 되어버리는 걸까;
데칼을 잡고 알로크로 가는 길을 보면 임프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다 잡아도 네임드는 없다. 임프들의 공격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처음엔 악마지배한 뒤 대 알로크 결전 병기로 써먹자는 팁이 돌기도 했었다. 지금은 패치됐지만.
이 장소의 올바른 이용법은 바로 히든 네임드 소환처. 연금술 300인 자가 모조, 영웅의 피, 검은 연꽃 등을 조합해 만든 구루바시 모조로 불을 끄면 4가지 히든 네임드 중 하나가 랜덤하게 나타난다.
줄구룹 나온지 몇달 됐지만 이 히든 네임드는 오늘이 첫 경험. 일단 가는 길의 임프들은 3마리 링크로 로머 2파티, 고정 4파티 가량이 있었는데 화염구 공격력이 끝내줬다. 라그싱하를 못 본지 몇달이라 필요없을 줄 알고 화저셋 안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은.
네임드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시작해서 어쩌면 당연하게 전멸했지만, 패턴이 굉장히 단순하고 대처도 쉬워서 2번째엔 그냥 잡았다. 아이템은... 뭐 그럭저럭. 소환을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해선 좀 허한 느낌이었지만.
저 꿈타래를 비롯한 히든 네임드들이 주는 것과 부두인형으로 만드는 장신구가 사냥꾼 스킬 리셋 장신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2점으로 입찰해서 먹었는데 전혀 먹을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좌절. 뽀개버렸다. 공짜인 줄 알고 고대 학카리 어깨걸이를 1점 들여 먹어버린 것까지, 3점 낭비. 에잉 아까워.
하자라 공략에 대해 써보자면, 일단 본인 자신은 별 볼 일 없고 주기적으로 공대 전원을 5초간 재우고, 역시 주기적으로 악몽의 파편인가 뭔가를 소환한다. 한번에 3체씩 소환되는 악몽의 파편은 체력이 대단히 약해 한두방이면 소멸하지만 공격력이 엄청나서 내 경우 3600 대미지를 맞고 원샷 다이.
일단 재우기는 진동 토템으로 막을 수 있고, 악몽의 파편은 나오는대로 즉시 시전 스킬로 조지는 게 상책. 파편들의 덩치가 큰 편이라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마나는 빼기는 했는데 마나 빼기 전이나 뺀 뒤나 스킬 사용은 비슷했던 듯.
원래 레이드 인던이라는 건 아이템 파밍하러 죽도록 가는 곳이긴 하지만... 뭐 학카르까지 모든 네임드를 다 잡았으니 클리어라고 해도 되겠지.
길드 공대였다면 참 좋았겠지만, 길드 레이드는 거의 죽었다. 이 줄구룹을 뛰고 저녁 화심 때도 사람 없어서 감히 공대 결성 시도도 못해봤다. 내가 낀 것은 줄구룹 전용 포인트 공대. 그렇다해도 공대원의 반수 이상이 BL단이긴 했지만.
역시 네임드 퍼스트 킬이라는 건 짜릿하다. 공대가 결성된지 한 달 쯤 되기는 했지만 데칼에서 좌절하곤 했기 때문에 공대원 전체가 알로크, 진도, 학카르는 첫경험이었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네임드들을 척척 잡아나갈 때의 쾌감이란. 정말,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느끼는 와우의 재미란 이런 거다. 게다가 리딩의 부담도 없고 말이지. 그냥 조사 - 평타 - 일제 - 평타를 반복하며 최대한의 댐딜만을 생각하는게 재미있다.
대여사제 알로크는 뭐, 표범이 패치 되어서 알로크 점사 - 표범 광역을 3번 반복하니 죽더라. 포인트는 알로크가 나타날 때 탱커가 캐치해서 탱킹 자리로 데려가는 것, 알로크 없어질 때 표범 이쁘게 모아서 광역질 하는 것, 알로크에게 일점사를 지정당한 사람 알아서 최대한 버티기 정도일까. 댐딜이 잘 되어서 처음 59%, 그 다음 5%까지 깎고 다음 나타나자마자 바로 잡았다.
진도는... 체력 하난 무지하게 높더군. 기본은 일점사고 토템 박히면 바로바로 처치, 저주 걸리면 망령 잡기, 마법사는 해골 광역. 별달리 할 말이 없다.
학카르는 탱커가 탱하고 한 명이 무기벗고 정신지배 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학카르 후손 때려잡고 시체가 뿌리는 독 걸려있으면 학카르가 독 빨아먹고 알아서 죽는다... 뭐 그런 간단한 전술이면 되는데, 묘하게 뭔가가 어긋나서 계속 전멸했다. 알로크와 진도에서 누적된 대미지가 합쳐서 중간에 수리하러 마을로 갔다가 왔을 정도. 그래도 잡았으니 된 건가.
나 자신은 아직 데칼을 한 번도 못 봤는데 그건 다음 토요일이면 볼 테고, 이제 줄구룹 다니면서 포인트 쌓아 아이템 먹는 일만 남았다. 흠... 포인트가 상당히 삐리리해서 굉장히 누적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고, 공대장이 까페를 거의 운영 안 하는데 어찌될 지 모르겠다. 아니 포인트 현황 최신 업뎃이 2주 전이면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시작이 어렵지 다음부턴 쉽다고, 한 번 외부 공대에서 네임드킬의 재미를 보니 화심부 / 검둥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줄구룹은 길드에서 안 가니까 포인트 공대에 든 건데 이 추세로 가면 오닉 / 화심 / 검둥도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휴우... 다른 사람들에겐 올해까지는 기다린다,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고 이 블로그에도 그렇게 썼지만 어떨지. 하긴, 지금 상태에선 사냥꾼 찾는 외부 공대도 없긴 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