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7. 7. 17. 19:05
7월 8일 서울시에서 지방직(이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 있었다. 나도 86:1의 경쟁율에 발발 떨면서 서울에 올라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시험장에 도착도 하지 못했다.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8시에 자서 4시 40분에 일어나 준비해서 동대구역에 도착, 6시 KTX를 타서 8시 7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의 서울역에 도착한 게 8시 10분 남짓.

그리고 지하철 표를 사고 나니 8시 40분. 어?!

서울역 지하철 매표소에는 사람이 파는 창구가 2곳, 자판기가 3대 있었다. 몇년 동안 그대로였고 대한민국 신권이 발매된 지 반년이 지난 07년 7월 8일에도 구권만 처먹는 그 기계는 그대로였다. 게다가 가운데 기계 하나는 고장으로 발매 중지.

매 기차편마다 수백명의 수험생이 상경해 지하철 역으로 꾸역꾸역 몰려드는데 서울역에선 역내 방송하고 공무원 선배님들이 지하철 노선도를 나눠주면 뭐하나요 표 사는 곳이 4군데인데? 이런 개씨부랄? 동전 빵빵하게 챙겨갔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얼마나 걸렸을지 상상이 안 된다.

아아... 서울 지하철 공사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서울역에서만 수천명이 몰리는 서울시 지방직 당일인데도 평소와 같은 근무로 임하는 저 대인배적인 자세! 과연 공기업의 귀감이 될만하다. 저놈의 빌어처먹을 매표소 하나로 감히 수도 입성을 노리는 지방천민 수천명은 걸러냈을 듯 싶다(매번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서울 지방직은 확실히 결시율이 높았다).

뭐 아직 40분은 남아있고 최악의 경우에도 문제지가 교실로 들어가는 45분 전(50분이던가)에만 도착하면 되니까 하면서 일단 1호선을 탔다. 인천행이었다. 시흥역으로 가는 차가 아니어서 노선도를 보고 노선이 천안행과 인천행으로 갈리는 구로역에서 내렸다. 8시 50분. 인천행 하나를 더 보내고 나니 부평행이 왔다. 9시 10분. 2개 노선으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인천이니 저건 시흥가는 거겠지 하면서 탔다. 그리고 낚인 것을 알았다. 부평행과 인천행은 같은 노선이었던 것이다. 역 몇 개 더 지나 온수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가산쪽으로 백해서 시흥으로 가려고 했지만 시흥역에도 도착하지 못하고 타임 아웃. 아 십라... 뭐냐 이거.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서야 인천의 지하철 1호선과 서울의 1호선이 연결이 되어있어 부평 종점과 인천 종점이 따로 있는 것을 알았다. 아니 그럼 그 빌어먹을 천안행 지하철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가? 구로역에서 20분이나 기다렸지만 인천 부평 뿐이었다. 만약 그 전역에서 갈리는 거라면 노선도에는 왜 구로역에서 갈리는 걸로 그려져있는 건데?

아무리 다시 봐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애 기저귀 가는 법부터 야겜 공략(물론 대부분의 질문자는 호르몬이 대폭발하는 나이들)까지 모든 것이 다 있는 네이버 지식인으로 동일여고 가는 법 검색해봐도 지하철에 관한 얘기는 시흥역에서 내리라는 것 뿐이었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 택시 얘기 나오긴 했는데 그 거리에서 택시 타면 기사가 동일여고와 시흥역을 알까? 아니 그 이전에 낚인 걸 인지한 시점에서 그 거리면 택시 타도 제 시간에 도착했을까는 의문이다. 어차피 그 땐 패닉에 빠져서 생각도 못했지만.

이왕 서울 올라간 김에 아스와 과거 게임란 사람들과 놀다 왔다(이 과정에서 어머니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감히 시험도 못친 놈이 놀고 오려고?" 나중에 취소하셨지만 그 사이의 시간 사이에 내 가방은 한 번 내던져지고 두 번 걷어채였다. 아... 아직 인격 수양이 크게 모자란다). 그건 다른 포스팅에서. 안 그래도 포스팅 거리 귀한데 아껴서 나눠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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