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5. 6. 5. 21:23
  말이 사촌형이지 앞에 '고종' 자가 붙고 보면 "누구세요?" 수준이다. 일단 나랑 나이 차이가 거의 띠동갑인데. 어렸을 때 만났을지 몰라도 사실 내 기억으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형도 날 못 알아보던데 뭐.

  가는 것도 웃긴 게, 아버지에게서 가야 한다고 '통보' 받았다. 결혼 당일 사나흘 전에. 결혼식이 기말고사 겨우 일주일 전인데. 아직 애 취급이군.

  교통편은 아버지 자가용. 10시 반에 나서서…. 1시 좀 넘어 도착. 부산역 근처인데다 예식장 둘이 딱 붙어 있으니 얼마나 사람과 차가 많은지. 한참 헤매다 간신히 주차하고(그나마 끝나고 와보니 딱지 받았더라) 들어갔다.

  일단 어른들과 인사하고… 고모와 고모부와 숙부들은 알겠지만 나머지는…. -_-

  결혼식은 그야말로 초간단. 식 자체는 20분 만에 끝났고, 나머지 1시간가량은 사진 찍느라 바빴다. 결혼식인지 사진식인지. 국적 불명의 예식장 장식들 전부가 모조, 싸구려 티가 너무 나는데다 방송용 장비라든가 사진기 등등의 장비들은 검은색이어서 식장의 기본 흰색과 전혀 안 어울리는 등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 중 압권은 나이트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이었다. 빛으로 그려낸 글자 "부산예식장". 장난하냐? 조명은 어두운 편이었고, 때문에 비디오 카메라 들고 다니는 친구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등을 카메라에 부착하고 다녔다. 부신 정도가 아니고 아팠다.

  어쨌든 끝나고 꼴에 뷔페라는 식당으로 갔는데, 이쪽도 무성의의 극치랄까, 뷔페도 뷔페 나름이라는 걸 깨달았다. 서울 숙부의 아들 제우의 돌찬치를 서울 힐튼 호텔에서 해서 눈높이 초기치가 너무 높아진 탓인가 하고 생각해봤지만, 김치는 화학 조미료 냄새가 팍팍 풍기는 제조 싸구려 김치였고 고기류는 다 딱딱했다. 가짓수도 적고. 전반적으로 식었고, 짜고, 느끼하고, 맛이 없었다. 배가 고파서 배는 채웠지만, 제길.

  예식장의 식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기서 식 올리려는 걸 막으려 들 것이다. 그딴 식으로 해도 장사 잘 되나 보지?

  밥은 금방 먹었는데 어른들의 사정으로 무슨 잡담을 한참 하더니 고모부네 집으로 가잔다. 사전 협의한 사항이었다. 끌려가서 저녁 먹고 집에 와보니 9시였다.

  일요일 하루 날린 건데. 진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막상 가선 얘기도 별로 안 하고 밥만 딸랑 먹고 왔으면서 뭐 그리 꼭 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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