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일반 서버 통합 관계로 수요일 15시부터 이틀간 서버가 다운된다고 해서, 인벤 정리 겸 경매장 둘러보러 접속했다. 바로 크림이가 귓말 날려서 줄구룹 도와달라고 했다. …자기도 기말 고사 치는 놈이 뭐하는 짓거리람; 상황이 안 좋긴 했다. 하루만에 학카르까지 다 잡아야되는데, 밤 11시에 데칼 시도 중이라니.
뭐 자기 전에 살짝 뛰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서 사냥꾼으로 코도를 타고 신나게 달려서 줄구룹에 도착했는데, 힐러가 부족하다면서 사제로 와달란다. 그래서 다시 사제 꺼냈다. 오그리마에서 줄구룹까지 2번 뛰게 될 줄이야.
생각치도 못하게 레이드를 뛰게 되니 드디어 신수를 찍은 보람을 느끼겠구나 했는데, 예상외로 장난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특성만 신수지, 장비가 기원풀셋인 것도 아니고(전부 만렙 인던에서 구한 파템이긴 하지만), 뭣보다 물약류 준비가 적어서 죽기도 잘 죽었고 마나도 순식간에 닳아없어졌다. 마나가 딸리니 효율이 가장 좋은 고레벨 상치를 쓰고, 그러니 어그로 잘 먹어서 잘 죽고. 악순환. 레이드 다 마치고 보니 장비 중 절반이 노란색 떴다.
레이드의 기본은 탱커 외 자힐이고 따라서 난 담당 탱커만 힐하면 되는데, 그동안 인던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전원 힐"의 버릇이 들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속 힐 돌리고…. 안 그래도 마나 딸리는데 바보 같이.
새벽 2시까지 무진장 죽어가면서 데칼, 알로크, 가즈린카를 잡았다. 수도 없이 전멸하면서 알로크를 잡고 나니 이미 새벽 1시 10분이라 다들 가버려서, 3파로 가즈린카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원킬하긴 했지만, 주는 아이템은 또 보잘 것 없는 파템. 도적들이 고대하는 "폴로르의 안대"는 정말 귀한 아이템인가보다.
2파, 서브탱 메인 힐러로서 공대원 목숨줄 쥐고 힐링하는 재미가 꽤 괜찮았다. 내가 좋아하는게 바로 이런 거거든. 마그마다르에게 평정 날리기, 메인 풀러로서 풀링하기, 가르 전에서 징표 돌리기, 청지기 탱킹하기 등등. 뭐랄까 이런 부담감이 좋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확실한 자각이 든다. 혹시 사제 체질인가.
2. 레이드 포인트제의 "기본"이라.
그리고 좀 웃긴 일이 있었다. 데칼은 별 거 안 줬고 알로크는 알로크의 결의라는 멋진 힐러용 지팡이를 줬다. 그래서 나는 별 생각없이 입찰. 사냥꾼으로 와서 쌓은 포인트로 말이지. 그랬더니 그때 진행하던 사람이 막 뭐라 하는 거다. 왜 입찰하냐고, 사제템 먹고 싶으면 사제로 와서 포인트 쌓으라고, 레이드 포인트제의 "기본"도 모르냐고.
오오, 기본. 퍼펙트. 나의 하트를 관통한 다음 두개골을 따서 뚜껑을 확 열어버리는 한 마디. 기본 타령. 이것은 대찌질이 궁극병기 "개념" 혹은 "초딩"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발언이 아니던가.
뭐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편한 캐릭터로 와서 포인트 쌓고 대충 키운 부캐로 와서 아이템 싹 훑어가면 누가 좋아하겠나. 싫겠지. 근데, 말하는 방식이 그건 아니잖아.
내가 아는 레이드 포인트제의 기본, 그러니까 모든 공대의 공통점은 "레이드 참석하면 포인트를 준다. 그걸 소모해서 아이템을 먹는다" 뿐이다. 나머지는 "각 공대마다 알아서" 아니던가. 그리고 우리 공대에선 그것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래서 입찰한 거고.
뭐 더 할 말 있나. 기본도 모르는 찌질이는 그 뒤틀린 불평불만을 은근슬쩍 토로한 다음 조용히 물러나 닥치고 있는거다.
…Cba 그 자식 있을 때 두 번 다시 사제 끌고 줄구룹 오나 봐라.
덧 - 4대 인던을 도는 중에, 무의식 중에 화저와 암저 아이템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초월 3셋(셋 효과 - 캐스팅 중에도 엠회복 +15%)이 엄청 끌리곤 한다. 닥힐 본능에 사냥꾼이 부캐가 되어버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