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당신은 우주의 어둠에서 태어난 신이다. 그 어둠을 떠돌다, 신을 원하는 소리에 이끌려간 당신은 아즈텍인에게 공격당하며 구원을 바라는 그리스인들을 발견해, 급한대로 몇 명을 구하여 다른 땅Land으로 탈출했다. 거대한 세력을 가졌으나 섬기는 신이 없는 아즈텍, 그리고 그 아즈텍을 따르는 노스인과 일본인, 그리고 지금은 생존자 몇몇만 남아있으나 강한 신(바로 당신!)을 가진 그리스인. 과연 그리스인들은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B&W 1편을 내놓아 "과연 피터 몰리뉴!"란 소릴 들었던 몰리뉴가 그 게임의 2편을 내놓았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여러 칭송을 들은 게임에 2라는 단순한 글자를 붙이기 위한 그 엄청난 고행. 과연 몰리뉴는 그 고행 끝에 어떤 도를 얻었을까.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게임 진행
이 게임의 목적은 자신을 받드는 종족을 번성시켜, 모든 땅을 차지하는 것. 모든 땅에서 플레이어는 크리처와 주민 몇명, 약간의 자원을 갖고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도로를 놓고 건물의 청사진을 찍고, 비옥한 땅에 곡식이 자랄 들판을 지정하면, 크리처와 주민이 나무를 자르고 광석을 캐고, 건물을 짓고 인구를 늘리면서 번성해나가기 시작한다. 전작에서도 대단했던 AI는 역시나다. 처음 마을 설계를 적당히 했다면, 더 이상 마을에 손 댈 필요는 없을 정도. 아, 번식부 사도는 필요하겠지만.
마을이 어느 정도 커지고 안정하면 슬슬 인근 마을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마을과 인구를 더욱 확장해서 그 감화력으로 점령할 수도 있고, 군사를 모집해서 강제 점령할 수도 있다. 물론 두 방법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사실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이다. 전자는 주로 선쪽이 되며, 상대 인구가 이주해오기 때문에 상대 마을은 무인 마을이 되거나 없어지고 플레이어의 세력이 더 커진다. 후자는 악이 되며, 상대 마을은 일종의 속국이 된다. 약간의 트릭으로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긴 하지만, 매우 귀찮은 일이다.
1편과 비교해봤을 때
게임의 많은 부분이 보다 명확해졌다. 선과 악에 관계된 일을 할 때마다 선 / 악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며, 언제나 자신과 크리처의 선 / 악도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주민의 욕구를 확인 가능하며, 얼마나 다급한 건지도 알 수 있다. 1편을 할 때 왜 그렇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악신이 되었었는데, 덕분에 선신으로 게임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건물의 종류가 대폭 늘어나 주거용 건물만 대여섯가지이며, 광물이나 곡식의 원자재를 가공하는 건물이나 장식물들(주민의 행복도를 올려준다), 각종 문화 시설 등이 존재하며, 이들은 제각기 주민의 행복도나 마을의 감화력, 생산력 등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배치가 중요해졌다.
단점들.
하지만 이 게임은 단점이 꽤 많은 편인데, 모두 "뒤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이 게임은 1회차, 8개 랜드, 플레이타임 30시간 플러스마이너스 5시간을 위한 게임이다. 그 뒤는 생각하지 않았고 배려하지도 않았다. 엔딩을 보면 모든 정보를 가지고 노스 랜드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똑같은 짓을 또 하고 싶은 사람은 몇명 없을 것이다. 별로 유행이라든가 추세를 따르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짧은게 아닐지.
크리처나 주민들의 AI는 우수하나 적 AI는 매우 한심스럽다.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 가끔 에픽 기적을 쓰고 이쪽에 군대를 보내긴 하나 그게 전부. 인구는 절대 늘지 않고, 생산력도 매우 약하다. 군대는 한 번에 20명씩만. 계속 버티다 보면 결국 남자들의 씨가 말라 스스로 멸망한다.
하드웨어 커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컨트롤을 할 때 약간 뻑뻑한 감을 느끼게 되며, 다양한 건물을 골라 지으려고 할 때 건물 선택 인터페이스가 매우 불편하며(이 부분엔 단축키도 없고, 휠도 안 먹힌다), 건물과 사람들의 상호 관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겨도, 몇페이지 되지도 않는 얄팍한 매뉴얼에선 절대 답을 찾을 수가 없다. 게임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몰리뉴의 배려인가?
결론은 확장팩인가.
이 게임이 피터 몰리뉴의 능력을 보여주는 건 사실이다.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쉬운 적, 부실한 설명, 불편한 인터페이스, 짧은 플레이 타임, 몇 개 안 되는 맵의 무한 반복은 정말 좋은 게임이라곤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뭐랄까, 라이트하다. 이 게임은 파고들 요지도 별로 없고, 그런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지도 않았다. 짧은, 단 한 번의 플레이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만든 게임이다. 하루 1시간, 30일 즐기기엔 적절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골수 게이머인 내겐 그 점이 가장 큰 불만이며, 이 게임 자체가 데모로 보인다. 피터 몰리뉴의 능력에 대한 데몬스트레이션, 그리고 앞으로 나올 후속작에 대한 데모.
갓God -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던 때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현재 세계의 대세는 일신교다(그렇지 않다 생각해도 일단 겉으론 인정해라. 부시에게 맞는다). 그리고 일신교의 신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전지전능하다. 제약이 없는 것이다. 그 신을 믿지 않는 이들도, 신하면 으레히 전지전능을 연상하게 되었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제 전지전능하지 않은 신은 신으로 뵈지 않는 것이다.
게임Game - 게임의 재미는 제약에서 온다. 물론 현실보다야 굉장히 너그럽지만(이를테면 F-16을 몰기 위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2시간 넘게 운동할 필요가 없다), 플레이어의 분신은 포를 떠져도 죽고, 굽혀도(웰던!) 죽고, 떨어져도 죽는다. 비행기는 미사일에 쫓기고, 배는 어뢰에 쫓긴다. 유닛은 일정 이상 맞으면 폭발하고, 필요한 건물이 없으면 유닛을 생산하지 못한다. 플레이어는 이런 제약, 이런 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이에 성공함으로써 재미를 느끼고 보상받는다.
갓게임God Game - 그러니 갓게임은 뭔가 장르명에서부터 이상한 느낌이다. 신은 전지전능한데 그것을 소재로 한 게임이란 게 있을 수 있나? 명함은 신인데 사실 게임을 해보면 심시티의 시장이나 RTS의 명령권자Commander랑 능력과 하는 일은 똑같잖아.
이젠 기억도 희미해진 블랙 앤 화이트 1편은, 신보단 게임 쪽에 치중한 느낌이었다. 저쪽도 신이니까 능력은 대동소이, 마을을 키우고 크리처를 키우면서 상대편 신과 경쟁하고, 중간중간 인간이 맡기는 퀘스트를 풀어 보상도 받고. 잠깐, 신인 내가 인간의 심부름을 해주고 인간에게서 보상을 받는다고?
이런 이야기로 욕을 꽤나 먹었는지 어쨌는지, B&W 2는 "신"쪽에 더 비중을 둔 느낌이다. 상대편은 크리처를 부리고 군대를 보내고 에픽 기적을 가끔 가다 날리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인간일 뿐. 사도가 없어 생산력이 크게 떨어지고 크리처든 군대든 이쪽 영토 근처에만 오면 일반 기적으로 갖고 놀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기는 건 필연. 아니, 질래야 질 수가 없다. 덕분에 "신"이란 느낌은 더 강하지만, 그만큼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덜한 느낌이다.
가증스럽게도 엔딩에서 확장팩을 예고하던데, 확팩에선 좀 더 게임다운 재미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