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B 평에 재미있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저자명으로 검색해보니 꽤 흥미있는 리스트가 나왔다. 쓴 책이 무척 많고 대부분 조선사 관련인데, 나온 시기가 모두 특정 장르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젠 한국에서 책 써서 먹고 살려면 이 길 밖에 남지 않은 건가... 쓴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조선시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살인 사건 10여건을 다루면서 당시 사회상과 법제도, 범죄 수사 방법 등을 다룬 책이다. 그러나 몇몇 사건만이 그럭저럭 재미있을 뿐 나머지는 별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설명병이고 하나는 분석력 부족이다.
나이 많은 이가 흔히 걸리는 불치병인 설명병은 문자 그대로 쓸데없이 설명을 붙이는 병이다. 이 책에도 설명은 끝도 없이 나온다. 앞에도 붙고 중간에도 붙고 각주도 있고 뒤에도 있고... 차라리 픽션까지 섞어서 아주 흥미롭게 써주고 뒤에서 실화를 분리해서 적절히 설명해주면 좋았을텐데, 살은 별로 없이 설명만 덕지덕지 쓰니 내가 오락거리를 든 건지 국사책을 읽는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을 쓸 때 물론 별순검과 CSI의 인기를 감안하고 썼을 것이다. 하지만 별순검과 그 모태가 된 CSI가 왜 인기있었나에 대한 분석은 등한시한 것으로 보인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매회마다 일어나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보는 이유는, 드라마가 어떤 사람을 살인을 할 정도로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어떤 개인적인 감정의 갈등이나(특히 치정)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체를 조사함으로 인해 처음 드러난 정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는 매순간마다의 반전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회구조적인 모순도 아주 담담하게 설명하고 지나가는데다 보통 실록의 기록을 통째로 갖다붙이고 시작하기 때문에 사건의 한줄요약을 보고 보는 셈이라 영 긴장감이 떨어진다.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재미를 위해 보는 책인 것처럼 제목을 정해놓곤 반쯤 역사책으로 만들어서 독자를 훌륭히 낚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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