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6. 09:49
폭격을, 환상과 연결된 일종의 문화로 보고 분석한 책. 그 근거로, 비행기가 발명되던 날부터 주요 언론의 기사, 당시 유명 인사의 발언, 그리고 각 소설들의 소개(줄거리 요약)를 통해 이른바 '문명인(유럽 / 미국인들이 황인종 / 흑인종과 비교해 자신들을 부르던 말)'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지금까지 내가 심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무차별 폭격과 이로 인한 대량 학살은 미국만의 전매 특허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럽열강인 전체의 환상, 판타지였다. 안전한 곳에서 스위치를 누르고, 적은 자신이 누구에게 어디에서 공격받는지도 모은 채 죽어나간다. 그리고 이쪽의 피해는 제로인 채 승리.
물론 환상은 현실이 아니니 환상이라고 부른다. 비행기가 실전 투입된 2차 세계 대전으로부터 미국 대통령 부시 2세의 이라크 침공까지 수억의 폭탄이 자유 낙하부터 레이저 유도까지 온갖 형태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졌지만, 그 폭탄들이 투하자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한 건 무차별 학살 뿐이었다. 전술적 목표 파괴? 최소한의 인명 피해? 다 헛소리다. 폭탄엔 눈이 달려있지 않다. 미국의 이라크 폭격? 그곳의 폭격이 얼마나 훌륭하게 빗나가는지는 충분할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눈 먼 폭탄은 병원 학교 민간가옥들을 부수고 민간인을 죽이고, 그리하여 그들은 미국에 대한 증오를 불태운다.
P.S. : 책 구성이 묘해서, 마치 옛날 유행했던 게임북 같다.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읽어도 자기가 도대체 어디쯤 읽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건 꽤나 답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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