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3월 쯤에 화산 심장부 즉구 공대 뛰다가(말 그대로 그때그때 모집), 슬슬 사람들이 고정되고, 까페까지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출발하려는 시점에서 길드 공대가 출범한다길래 길드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방학 때까지 공대 참석자는 20~30명 가량이었고 엄청나게 고생했었다. 고민도 많이 했다. 다행히 방학 땐 그럭저럭 다 풀렸지만, 학기가 되니 또 이모양. 길마형은 잠수 타 버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9개월 만에 다시... 외부 공대에 들었다. 3월과는 다른 공대다. 길드원도 몇명 들어있고.
가입할 때 7시에 듀로타로 오라면서(면접이었다) 가보니까 아무도 없고, 공대 오피서를 찾아보니 오피서들은 죄다 접종 중이거나 전장을 뛰고 있다거나, 3시간 전에 준비물을 알려주면서 준비를 해오라거나 하는 등의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연금술 캐릭터가 있는데도 첫 레이드 준비를 위한 원재료 구입에만 100골 넘게 부었다) 첫 인상은 대단히 안 좋았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
어제 크로마구스를 잡고 네파리안을 봤거든. -_- 모든 불만은 실적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거다.
보니까 길드 공대가 실패한 이유나 스켈통님이 여러 모로 주장하신 게 다 이해가 되었다. 이 공대 기본적인 사고 방식은 무조건 물약이다. 이번에 팝시킨 크로마구스 속성이 독 / 냉기네? 상급 자보, 상급 냉보. 크로마구스가 디버프를 거네? 복원의 물약. 네파리안이 암흑 브레스? 상급 암보. 탱커는? 티탄의 영약. 야채 / 살쾡이 / 저땅 버프 / 그 외 음식물 등등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길드 공대? 상급 화보 좀 준비해달라고 아무리 해도 절대 준비 안 한다. 화심부에서 게헨 잡으면서 그 얘기 하니까 준비준비 짜증나게 한다고 공탈 후 귀환해버린 사람도 있다. 화저 100 넘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라그나로스를 못 잡은게 당연하다.
여기 사람들은 준비물을 서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도와준다. 엄청난 돈이 들지만 그래도 자발적으로 한다. 그리고 준비물을 먹게 하고 오피서들이 버프를 일일이 체크해서 포인트에 가감한다. 장비 / 마부 / 물약빨. 이것이 우버몹 레이드 성공의 원동력이다.
이것이 길드 공대에 가능할까. 준비물을 준비하라 하고 체크하고 그렇게 할 수 있나. 아니면 하위 에픽만 노리고 평생 화심만 도는 건가. 길드에서 포인트제를 도입하고 외부 인원도 끌어온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여기 이 외부 공대랑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운영진이 길드원이라는 것 정도? 그렇다면 길레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걸까.
길드 공대에는 "조직"이 없었다. 모든 권한은 길마형과 악몽형에게 집중되었었다. 레이드 진행 / 아이템 분배는 길마형이 했고 길드의 창고 캐릭은 악몽형이 맡았고 비공개였다. 그동안의 많은 이런저런 건의(혹은 도전)는 묵살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접속이 뜸해졌을 때, 공대는 와해되었다.
거기엔 나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레이드 오피서 잘린 거라든가. 내 일을 청룡단에게 나눠서 내 부담을 던다고 했지만 레이드 오피서직을 자를 이유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전쟁 오피서는 왜 바꾸지 않나. 내 역할을 분담해 줄 청룡단은 지정되지 않았다. 문의했을 때 "네가 상의해서 부탁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일단 자르고, 그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거다. 그 뒤에도 나는 오피서 하던 때와 같은 일을 했다. 아무도 내 일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놈의 청룡단은 한 번 뽑힌 뒤 잠수를 아무리 타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청룡단에서 접속하는 건 거의 항상 나 뿐이었다. 그리고 오피서에서 잘렸기 때문에 내 발언권은 축소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면 그냥 자르고 싶어서 잘랐다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게 당연하다.
레이드가 잘 되는 동안에는 길드를 위해서라고 그냥 묻고 갔지만, 이렇게 되니까 울화통에 복장이 다 터진다. 레이드 출석율 98%, 아무리 대기자가 많아도, 서버 상태가 지랄 같아도 칼같이 레이드 시작 30분 전에 접속해서 공대를 결성하고 길드원들에게 귓말 넣어서 초대하고 그짓거리 한 최종 결과가 이거였다.
내가 지금 길드에 남아있는 이유는 길드가 좋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다. 이 조직에 대한 정나미는 땅에 떨어졌다. 단지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길드원 뿐이라 그 집합체 속에 남아있는 것 뿐이다.
길드마스터가 바뀌고 포인트제를 도입하고 길레를 하고, 길레 대상 레이드 인던은 통제를 한다고 한다. 즉 줄구룹 길레를 하는 동안엔 외부 줄구룹 공대는 금지다. 가면? 길탈된다. 아직은 괜찮다. 줄구룹도 외부 공대를 뛰고 있었지만 포인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아이템 먹을 것도 없으니 그냥 탈퇴해서 길레로 왔다. 지금은 길드와 외부 공대 하나 뿐.
하지만 화산과 검둥은 어떨까. 길드에서 화심 / 검둥을 간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외부 공대 포기는 별로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내가, 한 번 크게 데인 "길드"를 다시 믿을 수 있을까?
화심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안 된다. 검둥을 공략할 때, 길드원들이 화저를 준비할 것인가? 각종 상급 보호 물약을 준비할 것인가? 복원의 물약을 준비할 것인가? 애드온을 깔라고 하면 깔 것인가? 각종 버프템을 준비할 것인가? 특성을 강제하면 바꿀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제대로 접속이나 가능한가? 포인트가 마이너스로 밑바닥을 치도록 아이템을 몰아준 메인탱커 둘은 지금 2달 째 잠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