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3. 19:35
CPU가 X86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필자가 군대에서 구르던 2004년 초까지, 그리고 지금도, 세계의 PC 사양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착실히 올라가고 있다. 프레임 탓에 P3 650에서 최저 옵션으로 UT 클래식을 하다, 군대에서 나와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고 UT 2004를 풀옵으로 돌렸을 때의 감동은 잊혀지질 않는다.
그러다 3D Mark 최신 버전이 나왔다는 소릴 듣고 돌려봤다. 프레임은 언제나 한 자리 수를 유지했으며 5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부지기수. 물론 그 퀄리티는 상식을 초월했다. 과연 저것이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하지만, 실시간으로 돌아간다. 저것은 현실이다. 그리고 몇년 지나지 않아 저정도 퀄리티로 돌아가는 게임도 분명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갯수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높은 수준의 그래픽은 곧 돈이다. 아무리 편리한 프로그램이 나오더라도 결국 저런 그래픽을 모델링하려면 고수준 인력과 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이는 곧 돈으로 직결된다.
저예산 게임도, 물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로우 리미트가 있다. 높은 수준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눈에 차는 저예산 게임은 몇이나 될 것인가. 아마 대다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그리고 돈을 들여 그럴 듯한 그래픽의 게임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중 쓸만한 게임은 몇이나 될 것인가.
필자가 신봉하는 법칙 중 8:2 법칙이 있다. 10이 있을 경우 8은 언제나 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이며, 2만이 진짜배기다. 과거 30개의 게임이 나와 그 중 6개를 즐겼다면, 제작비 문제로 10개만이 나온다면 할만한 게임은 2개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들어가는 제작비가 커질수록, 사람은 모험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이미 시장에서 참신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게임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Dream come true. 꿈에서 그리던 그래픽은 현실이 되었는데, 게임에는 사람의 꿈을 담기 힘들어졌다.
필자는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몇년 뒤 이 글을 다시 보며 피식하고 웃고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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