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장 르 : 전략시뮬레이션
개 발 사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배 급 사 :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
유 통 사 : ㈜한빛소프트
출 시 일 : 2002년 7월 3일
Warcraft 3 : Frozen Throne
장 르 : 전략시뮬레이션
개 발 사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배 급 사 :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
유 통 사 : ㈜손오공
출 시 일 : 2003년 7월 1일
머리말
군대 가고 반년, 워크래프트 3가 나왔다. 휴가 나와서 싱글을 깼다.
상병 달고 반년, 워3 확장팩이 나왔다. 제대 하고나서 엔딩을 봤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역시 블리자드'다. 좋은 뜻으로나 나쁜 뜻으로나.
오로지 싱글만 클리어하고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니 반론의 여지가 넘쳐나겠지만, 뭐 싱글도 게임의 일부 아니겠는가.
비록 집에 정품 박스는 하나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운이 닿아 블리자드사 게임은 워크래프트 2 이후 전부 즐겨보게 되었다. '해보는'게 아니고 '즐겨보는' 거다. 그들의 게임은 즐길 수 밖에 없다.
흔히 게임은 종합 예술이라고 한다. 그래픽, 사운드, 음향 효과, 그리고 플레이어가 캐릭터들을 움직이면서 이것들을 전체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신기루처럼 흩날린 오리진의 문구처럼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舊嗤?쌍팔년도도 아니고 저것들을 혼자서 만드는 것은 불능. 휴대용 게임기용 게임을 만든다고 쳐도 최소 3, 4명 이상의 사람이 게임을 만들다 보면, 각각 맡은 부분이 이벤트 행사장에 걸린 풍선 인형처럼 따로따로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게임은 다르다... 각각의 게임의 컨셉과 엔진의 한계에 맞춰진 그래픽과 음악과 사운드와 오브젝트와 적들과 NPC들이 플레이어를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마우스를 잡고 게임을 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게임 속의 일원, 그곳의 영웅. 까부는 놈들은 다 까버리는거다.
물론 다른 게임들도 대부분 그렇게 위화감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어울린다 정도로 이렇게 완벽하게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보여주는 게임은 흔하지 않다.
줄여서, 그래픽, 사운드 부분은 완벽.
여담이지만 그렇게 위화감을 일으키는 게임들 중 상당수가 국산이라는 건 슬픈 일이다.
학과 공부하면서 100줄 미만 프로그래밍을 하는 햇병아리지만, 블리자드의 프로그래밍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 뭣보다 버그가 없다. 물론 1.14까지 오면서 잡은 자잘한 버그야 전지를 채울 정도지만, 결코 대부분의 국내 게임들처럼 잘 나가다가 "쀍!!" 이러고서 한창 게임에 빠져드는 플레이어를 윈도우즈의 차가운 파란 화면으로 내팽개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100줄의 코드를 짜면 컴파일 불능 에러가 250개는 뜨는 본인으로서는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튕길 걱정 없이 게임에 몰두한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이런 프로그래밍이 게임에 대한 흡입력을 더 높여주고 있다. 원래는 흡입력을 뺏지는 않는다고 해야겠지만... 창세기전 시리즈를 하면서 튕기는게 정상, 안 튕기는게 신기해질 정도가 되어버려서. 뭐, 세이브하는 버릇을 들여준 건 고마워하고 있다.
솔직히 이 부분 때문에 욕 본게 얼마나 많은지... 어떤 게임은 패치 디스켓을 정품 패키지 안에 넣어 발매하지를 않나, 리콜은 대작 게임의 필수고, 어떤 게임은 나온 패치를 다 깔아도 실행조차 안 된다고 하고, 타이틀에 엔진이 알파 버전이라고 뜨는 멋진 장면도 있었다.
여유가 없고 돈이 없고 칭얼거릴 거면 게임 돈 받지 말고 그냥 뿌리든가. 한정판을 만들지를 말든가. 예약을 받지를 말든가. 약속을 어길 거면 약속을 하지를 말든가. 10원짜리를 푸대에 부어서 대X리를 쳐 날릴 놈들 같으니.
[#M_ 썼다가, 지웠다가, 쓴게 아까워서 냅둔 부분 | 썼다가, 지웠다가, 쓴게 아까워서 냅둔 부분 |
솔직히 이 부분을 따로 떼어놓은 건 국내 개발자들 씹으려고 그런거다. 제발 정신들 좀 차려라.
어차피 불법 복제 때문에 다들 온라인으로 갈 건 예상하고 군대를 갔지만, 컨텐츠로 보나 프로그램 안정성으로 보나 알파나 베타 수준 밖에 안 되는 게임을 정식이랍시고 열어서 사용자들을 유료 베타 테스터로 써먹는 추태는 도대체 패키지 때랑 달라진 게 뭐냐? 패키지 때야 게임 불안정하다고 씹어대면 맨날 하는 소리가 당장 돈이 없어서 일단 팔아놓고 패치한다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베타 테스트들도 마찬가지. 클로즈나 오픈이나 도대체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하면서 테스트를 하는건지. 그렇게 일일이 테스트해댄다는 건, 바꿔말해서 패치의 영향을 지네도 모르겠다는 거다. 그렇게 모르겠나? 그렇게 질질 끌면서 결국 국내 유저들의 노가다에 굴복해 게임은 테스트도 덜 끝났는데 첫날밤의 색시처럼 옷이 훌훌 벗겨져 컨텐츠는 바닥을 드러내고,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유저들은 다음 테스트 게임으로 떠나간다. 테스트는 양날의 칼이다. 안정화도 좋지만 유료로 팔아먹을 컨텐츠를 다 드러낸 베타 테스트를 그렇게 질질 끌면 어쩌자고?
솔직히 별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다. 나쁘다는게 아니고 당연하달까. 어떤 게임이든 전세계 몇백만의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 악튜러스 때의 손노리와 그라비티나 창세기전 3 파트 2 때의 소맥처럼 완전히 신경 끄고 사는게 아닌 이상 밸런스는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싱글의 얘기. 노말의 경우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면 한 번 만에 별 무리없이 도전해서 깰 수 있을 정도였고, 하드의 경우 확실히 어렵긴 했지만 사람의 도전 욕구를 확실히 자극하고 있었다.
싱글에 신경 안 쓰고 팽개쳐 놓거나, 하늘로 날아가버리거나 땅에 처박혀 흔적도 안 보일 정도의 난이도를 보여주는 여타 게임들과는 다르다.
간만에 스토리를 즐기면서(번역은 X 같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픽, 사운드, 밸런스, 안정성, 흡입력이 좋아도, 필자는 워크래프트 3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숫자가 적으면 부대를 가르기도 힘들고, 포위, 기습, 우회 기동 등등은 저 딴 나라의 단어가 되어버린다. 워 3에서 포위라고 하면 영웅 쌈싸먹기고, 기습이라고 하면 크립 사냥할 때 뒤치기다. 이래가지고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전술, 아니 동네 쌈질 수준이지.
어째 블리자드의 게임은 워 2, 스타, 워 3로 오면서 유닛 제한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워 3에 와서는 유지비 관계로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고, 그나마도 한 유닛이 1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실제로는 유닛 12기 채운 부대가 2개 이상 나오기 힘들다. 3개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해본 적은 없지만 2, 3천개의 유닛이 나온다는 저 미디블 토탈 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실 갯수로 유닛 100개 정도는 운용해야 전술 비슷한 거라도 펼쳐볼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플레이를 보자면 영웅에 유닛 몇 붙여서 크립 사냥이나 하고 그뒤로는 서로 빈집털이를 하거나 유리한 타이밍에 영웅 죽이려고 빙글빙글 돌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거야 동네 양아치 나와바리 쟁탈전 아닌가.
TV에 나오는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한 플레이는 논외로 치자. 워 3를 그거 볼 때 해설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워 3는 장르를 따지면 RPG가 섞인 RTS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RPG에 RTS가 묻혀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영웅 시스템을 죽여버리는 것도 좋았을텐데.
워낙 게임을 잘 만드니 뭐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블리자드는 별로 창의하곤 별로 안 친한 제작사다. 본인이 알기론 디아블로 1편의 독특한 장르... 리얼타임 액션 RPG라고 해야 하나? 그것 빼곤 없는 것 같다. 전부 어디선가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고 잘 꿰매서 쓰고 있는 것이다.
워 3의 영웅 시스템도 국내에서 X 빠지게 스타 모드들 만들 때 그냥 베끼면 허전하니까 넣은 레벨제 따온 거고... 사실 발상 자체야 쉬우니 국산에서 따왔다고만 볼 수도 없지만.
하지만 감점. 뭔가 신선하고 새롭고 충격적인 것을 바라는 본인으로선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하긴 어차피 게임이라는게 심심할 때 킬링타임할 때 쓰는 거니까, 거기에 충실하면 되겠지만 본인은 게임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지라.
마치며
워크래프트 3는 대작이고 명작이다. 잘 만들어진 게임임에 틀림없다.
비록 RPG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사양 탓도 컸겠지만) 전술이 동네 패싸움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고, 게임의 요소요소는 전부 어디선가 본 거지만 창의성은 언더나 인디의 덕목이지 대작의 덕목은 아니므로 패스.
하지만 역시 RTS로서 컨트롤 가능한 유닛과 부대의 수가 이렇게 적다는 건 치명적이다. 역시 본인은 다시 토탈을 하러 가야 할 듯 싶다.
여담이지만, 막판 일리단 - 아서스 대결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연출. 처음 봤을 땐 진짜 CG 비주얼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