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사용 설명서에도 나오지만, 이면지를 레이저 프린터에 넣는 건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장당 50원짜리 종이를 아끼기 위해 각 부품이 십만 원 씩 하는 기기를 시험에 들게 하는 행위니까. 레이저 프린터에는 항상 새 종이만.
하지만 나는 그걸 몰랐고, 군대에서도 2년 동안 모르고 살았다. 게다가 아버지가 들고 오신 프린터에는 설명서가 딸려있지 않았다. 웹에도 PDF로 널려있는데. 10분만 검색해 볼 걸.
어쨌거나 나는 이면지를 프린터에 넣었고, 그 이면지는 약해져 있었는지 한 쪽이 길게 찢어지면서 압연 롤러에 말려버렸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빼낼 수가 없어서 결국 종이를 칼로 잘라 꺼냈는데, 그 과정에서 압연 롤러의 감광 필름까지 잘려버렸다. 물론 프린트가 제대로 안 되지.
내 생각엔 감광 필름만 바꾸면 될 것 같아서 21일 한국 HP A/S 센터 대구 지점으로 프린터를 들고 가봤다. 내비게이터의 정보가 잘못된 것도 있고, 센터가 꼭꼭 숨어있어서 찾는데 거의 1시간 넘게 걸렸다. 건물에 건물 이름도 쓰여있지 않고 한국 HP 간판은 가로세로 50 cm 가량의 작은 크기. 게다가 건물이 다른 빌딩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형태여서 더욱 더 안 보였다.
A/S 센터는 HP라는 문구가 크게 써져있었고 깨끗했지만 잘 나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사무실이 매우 작았고(하긴 클 이유가 전혀 없지만) 프린터와 부품이 여기저기 널려있어서 고물상 같은 이미지도 풍겼다. 직원은 2사람 있었는데 모두 친절했다.
하지만 압연 롤러까지 갈아야했고 가격은 10만 원 정도. 압연 롤러를 갈아도 중고 프린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부분이 고장 안 나라는 법은 없으니 그 돈으로 차라리 저가형 신품을 사는 게 나을 듯 했다. 그래서 프린터는 그 자리에서 바로 폐기해달라고 건네주고 왔다. 아아… 아까운 프린터. 아까운 토너. 꽤 많이 남았을텐데.
이 글을 쓰면서 다나와를 기점으로 검색해보니 HP의 A/S는 쒯이라는 얘기가 많이 보인다.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게 아니라, 부품 하나 갈면 프린터 하나 값이 나오니 수리라는 개념이 무의미하다. 무조건 버리고 새로 사야 하는 건가. 현재 시점에선 좀 비싸더라도 렉스마크 사의 5월 신제품이 괜찮아 보이긴 한데… 뭐 프린터 자체가 별로 쓸 일이 없으니 살 필요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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