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와우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길드원들과 우버몹을 쓰러뜨리는 상상을 했고 그 실현을 위해 2005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반년간 삽질한 끝에, 나는 "좋아하는 길드원들과 함께" 라는 명제와 "우버몹을 쓰러뜨린다"는 명제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길드와 길드원들은, 우버몹을 쓰러뜨리기 위한 노력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장비를 구하는데 드는 시간이 아깝고, 장비에 마부를 바를 돈이 모자라고, 준비물을 마련하기 위한 일들이 귀찮았고, 공략을 찾아 읽는게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시간에 꼬박꼬박 접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화산 심장부 레이드가 깨지고, 외부 공대원을 받아 줄구룹 레이드를 시작했지만, 그놈의 외부 공대원들도 똑같았다. 녹템, 마부 없음, 준비물 없음. 입만 살아 오도방정인 새끼는 왜 이렇게 많은지. 보라돌이로 무장한 즉구에 끼여 학카르 두어번 잡아본게 그렇게 자랑인가.
줄구룹에 끌려가, 몸빵 안 되는 전사와 댐딜 약한 도적들과 함께 데칼이나 말리 따위에게 5시간 동안 새벽 2시 3시까지 전멸당하는 걸 감수하면서 "좋아하는 길드원들과 함께" 길드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나가서 "우버몹을 쓰러뜨리는" 녹스 공대로 갈 것인가.
난 후자를 택했다.
내 성격엔 이게 더 맞는 것 같다. 왜 길드 조직 속에 깊이 들어가, 이것저것 나서면서 했던가. 결국 1년간 했던 건, 길드마스터가 바뀐 뒤에조차도, 단순 보조 업무일 뿐이었다. 난 오피서가 아니었다. 그냥 꼬붕이었지. "오늘 레이드 해요?" 라는, 홈페이지나 길드 메시지 보면 뻔히 나오는 사실에나 대답해주는 대답 자판기. 레이드 중에 지시하면 아무도 듣지 않는 볍신.
당분간은 길드택 없이 살 생각이다. 지금 심정으론 영원히 길드에 가입하지 않고 그냥 녹스 공대나 충실히 다니고 싶지만, 사람 마음은 바뀔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