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여신님을 접한게 사춘기 때이기도 하고 그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남자 중학교부터 공대로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내게도 이성 관련 경험이 하나쯤은 있다. 안 좋은 쪽이라 그렇지)이 있었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여신님은 내겐 꽤나 의미가 깊은 만화였다. 한땐 진짜 숭배하기도 했었다. 말로는 아니라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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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게 있어 원류인 만화책의 스토리를(그 유치한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데다 TV 애니메이션 답게 작화는 계속 망가지는 이 TV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건 일종의 우상 파괴 작업이기도 했다. 뭔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은 위치에 있는 "작품"을, 다른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와 동등한 위치로 끌어내리는 그런 작업. OVA나 극장판? 극상의 작화에 스토리는 별개로 나가는 그건 오히려 우상화를 견고히 하는 역할이었다.
19화였나 20화 쯤에서 베르단디가 약 잘못 먹고 웃흥~하는 곳에선 "이건 나의 베르단디가 아냐~"라는 안여돼의 대사를 내뱉곤 좌절했었는데, 결국 끝까지 다 봤다.
만화책 본 스토리로는 6권까지의 스토리를 애니화했고, 그 외에도 지금까지 나온 풍부한 설정이나 인물들도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다. 공포의 대마왕 에피소드에 나온 린드도 적절. 음악은 역시 여신님이랄까, 최상이고, 작화도 그렇게 많이 망가지지는 않는다.
여신을 접하고, 좋아하게 된 게 10년 쯤인가. 원작 만화도 올해로 17년째다. 한 때는 정말 첫사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렬히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냥 좋아하는 캐릭터, 만화가 되었다. 좀 우울한 얘기가 얽혀있는데다 애니 감상 중이니 그 얘긴 이쯤 해두고.
좋아하는 층이 층이다 보니 그 퀄리티를 충족시킬 자신이 없어선지 TV판으론 나오지 못하고, 그동안 나온게 OVA 5편과 극장판 하나. 정말 5년마다 하나씩 나오니 답답했지만, 드디어 TV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메인보드 A/S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게 여신 TV판 1, 2화 구한 일.
사실 여신님은 매체마다 캐릭터는 완전히 같지만, 세계관은 미묘하게 다르다. OVA판에는 베르단디와 케이가 어릴 적이 만난 적이 있다고 나오고, 극장판에선 베르단디의 스승이 나오지만, 다른 매체에선 언급이 없다. 모두가 다 사실이라고 치고 겹쳐 넣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또 매력적. 만화책의 베르스퍼 에피소드가 사실은 극장판 시나리오 중 리테이크 당한 걸 써먹은 거라고 하는데, 베르스퍼와 극장판 세계관을 합쳐도 위화감이 없다.
2화까지에선 두 사람이 만나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것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렇게 스토리 진행을 천천히 해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나야 오래하면 할수록 좋지만, 어차피 화수는 제한돼 있을테고, 후반부를 날려먹는 건 아니겠지. OVA 같이 오프닝에만 등장시키는게 아닌 한은 오프닝에 나온 캐릭터 등장만 시켜도 26화가 빡빡하게 꽉 찰 듯 싶은데. 설마 4쿨로 해주는 건가!?
이야기는 일단 만화책을 따라가는 것 같은데, 케이와 같이 산다고 베르단디가 과도하게 기뻐하는 걸 보니 어릴 적 만난 적이 있는 OVA 설정도 갖고 들어가는 것 같고(아무 이유 없이 저렇게 기뻐하는 거면 연출의 문제가 심각하다), 두 사람의 첫날밤(?)이 자동차 안인 걸 보니 오리지날로 가려는 의도 같기도 하고, 사람을 즐겁게 고민시키고 있다.
하지만 여신의 애니들의 가장 큰 장점인 음악이 약해서 좀 실망이다. OVA나 극장이나 심금을 찌리하게 울려주는 뭔가가 있었는데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희미하고... 뭣보다 오프닝 처음 7초의 Open Your Mind 아카펠라 대체 뭐냐. 처음 듣고 애니에 대한 기대치가 싹 날아가버리는 것이... 애니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강조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닭살돋는 아카펠라로 질러버리다니. =_=
작화가 망가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많이 어색하다. 이노우에 키쿠코 누님의 연기도 간만에 해서 그런가 좀 듣기 그렇고... 하지만 작화의 경우 시간과 인력이 모자라 망가진다기 보다는 뭐랄까 신입이 익숙치 않아 실수하는 느낌이 든다. 보다보면 나아지겠지. 아니면 내가 거기에 익숙해지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