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데모 설명에서 하도 D&D 타령을 해대길래 받아봤는데…. 이 게임, 진짜 Wizard of the coast의 인증까지 받았다. 게다가 세계관은 가장 최근에 나온 에베론. 기합이 잔뜩 들어갔는걸?
일전에 스펠포스에 대해서 소감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건 기본은 RTS에 두고 영웅에게만 RPG의 특성을 조합한 거고, 이건 RPG의 바탕에 부하들 컨트롤만 RTS 적인 면을 추가한 점이 다르다. 어찌보면 마을을 없애버리고 무진장 간략화한 BG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건물을 복잡하게 지을 필요가 없다. 자원을 캐기 위해 일꾼을 만들 필요도 없다. 부대는 언제나 하나기 때문에 컨트롤에 신경쓸 필요도 없다. 본진은 하나인데 맵에 딱 박혀있다. 발견해서 클릭으로 펼치기만 하면 된다.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칸이 4개 있어서 어떤 유닛을 뽑을지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은 건설, 생산, 수리 모든게 원클릭.
시작 지점부터 시작해서, 이동하면서 잡몹을 처리하고, 맵에 널린 NPC를 만나 퀘스트를 처리하고, 가다가 상자 열어서 돈 얻고, 운석 떨어지면 그 곳에서 드래건 샤드를 채취한다. 이 자원으로 잃은 유닛을 보충. 적을 죽이거나 퀘스트를 하면 경험치를 주는데, 특이하게도 영웅의 레벨을 올리는 건 없고(내가 한 내에서는) 본진의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면 부하들의 레벨이 오르면서 능력이 오른다.
RTS와 섞이는 과정에서 많은 수치들이 바뀌었지만, 몹 이름과 능력, 퀘스트나 그 외 많은 부분에서 D&D 냄새가 풀풀 풍기는 꽤 괜찮은 게임.
검색을 해보니 아타리에서 퍼블리싱하는 거 같은데, 플레이아타리에도 올라가 있는게 많이 불안하다. 패키지로 안 내놓으면 난 안 살란다.
사춘기 때의 공상이다(사실은 지금도 가끔 하지만). 자기를 좋아해주는 미소녀가 있다는 거. 그리고 이 게임은 아주 노골적이다. 연상, 소꿉친구, 여동생, 가사 O 성적 X와 가사 X 성적 O의 미소녀 5명에 악우 1명과 소식통 1명의 고전적인 구성. 다 자기를 좋아하고, 어떤 엔딩이든 "신계는 일부다처제니 다 같이 결혼하자"로 끝난다.
재미있게는 했지만, 플레이하는 내내 입에서 쓴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곧이곧대로 즐기기엔 내가 회의적인 인간인지 머리가 너무 굵어져 버린 건지.
이런 류의 게임이 공통적으로 갖는 시스템과 그 장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으므로 거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와우의 버그에 시달리는 나날이라 버그가 없다는 건 좋은 것이나, 이런 단순한 게임에 버그가 있다는게 더 이상하지. 음. 보컬은 좋았다. 특히 오프닝은 애니에서도 그대로 쓰이는 듯. 그림이 예쁘고 풀 보이스라 보고 듣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풀 보이스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이야기는 매우 짧고(인물 소개를 위한 공통 이벤트를 제외하면 정말 몇 개 없다), 짧은 이야기에 성행위 2번씩과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다 넣으려고 하다보니 이야기가 대단히 허술하달까 별로 재미가 없어져서 몰입이 되질 않는다. 내 마음이 움직이려고 할까말까하는데 갑자기 인상 쓰다가 남주인공이 대쉬 한 번 하니까 그냥 해피 엔딩이라는 꼴.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상적인 미소녀를 강조한 나머지 와닿는게 없었다. 인형을 보고 아 예쁘다는 수준이지 캐릭터에게 반한다거나 인간적인 애정 또는 매력을 느끼거나 하는 건 무리.
결국 인스턴트로 주입하려는 이런 식의 행복 마약에는 중독될 수 없었단 이야기다. 첫 캐릭 공략에나 말하는 거 다 듣고 있었지 2번째부턴 엔터키 대신 컨트롤 키 눌렀다. 그림이 거칠어도 되니까, 풀 보이스가 아니어도 되니까 공을 들인 재미있는 이야기, 끌리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가 있는 쪽이 더 낫다.
Dawn of War의 원작 게임에 대해. " tt_lesstext=" Dawn of War의 원작 게임에 대해. ">
원작 워해머는, 테이블 탑 워게임이다. 그것도 매니악한. 플레이어는 각 진영을 골라, 룰에 명시된 한계 포인트에 맞춰 유닛을 배치한다. 물론 각 유닛에 매겨진 포인트는 그 강함에 따라 다양하다. 이렇게 구성한 하나의 군대를 Army라고 한다. 그리고 룰에 의해 매턴마다 유닛을 공격하거나 능력을 사용해 전투를 수행하여, 적을 전멸시키면 이기게 된다.
이 게임의 정말 무서운 점은, 게임 중 사용하는 유닛이 '정교한 미니어처 모형'이라는데 있다. TRPG의 경우 기본 룰북에 갖가지 애드온 룰에 대한 책까지 사다보니 자동차 한대 값...이라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 경우엔 모형을 사다가 조립하고 색칠하고 Army에 바리에이션을 좀 줬더니 집 한채 값...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주석 모형과는 달리 플라스틱의 싼 제품도 많지만, 한 번 빠져들면 그걸로는 만족이 안 되는게 사람 마음이겠지.
Dawn of War는 이러한 워해머 40k를 게임화한 작품이다. 긴 역사를 가진 워게임을 PC게임화한 것이니, 각 진영의 역사 및 유닛의 개성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것일 테고, 밸런스도 기대해 볼만할 것이다. 그럼 실제로는 어떨지, 자세히 보기로 하자.
포인트 점령이 승리 조건이 되기도 한다.
건물 건설 중.
자원 획득과 빌드 시스템. " tt_lesstext=" 자원 획득과 빌드 시스템. ">
스타 식의 자원 분포 및 게임 진행은 이제 인기가 다한 듯 싶다. Dawn of War에서의 자원 획득 방식은 그라운드 컨트롤 2보다는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의 그것과 유사하다. 전력 자원은 발전기를 건설하여 얻을 수 있으며, 징발 자원은 맵 전체에 골고루 뿌려진 포인트를 점령하여 얻을 수 있다.
건물을 짓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유닛을 뽑는 등의 빌드 시스템은 여타 일반적 RTS와 그다지 다를 건 없다. 다만 매우 간략화하여 전체 건물 종류가 10개 남짓인데다, 건물 서너개를 짓고 업그레이드 몇개만 해주면 모든 업그레이드와 유닛을 사용할 수 있다. 대신 그 업그레이드 비용이 상당한 관계로, 각 진영 궁극 유닛을 연구하느니 보병 서너부대 뽑아 다니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남자답게 모든 것을 불싸지르는 거닷!
스페이스 마린에게는 여타 종족 같은 궁극 유닛은 없으나 이 궤도폭격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상쇄가 된다.
유닛 시스템. " tt_lesstext=" 유닛 시스템. ">
보병의 경우 특이하게도 개인 운용은 없다. 최소 단위가 분대(스쿼드)이며, 각 분대의 인원은 진영과 병과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명 이상이다. 그리고 분대가 전멸하지 않는 이상, 손실 병력은 자원을 소모하여 자체적으로 충원이 가능하다. 교전이 길어질 때 기지와 전투병력 사이에 생기던 신병들의 줄이 없어진다는 이야기. 필자 같은 느린 닭손에게는 이처럼 반가운 얘기가 없고, 전체 병력 통제도 매우 쉬웠다. 다만 분대 자체가 전멸해버리면, 그건 어쩔 수 없다. 다시 뽑는 수 밖에.
차량은 1대가 1분대를 이루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RTS와 운용 면에서 다를 건 없지만, 그 얘기는 각 차량 1대의 위력이(물론 전투 병력일 때 얘기다) 보병 1개 분대의 위력과 맞먹다는 얘기도 된다. 보병 분대가 대차량 무장을 갖췄을 때는 얘기가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 보병 분대 앞에 차량이 나타났을 때의 까마득한 느낌은, 겪어본 자만이 알 것이다.
유닛 제한은 매우 빡빡하다. 시작시 보병 10, 차량 2에서 업그레이드를 모두 마쳤을 때 20/20이 되는데, 이 정도면 전투 병력 기준으로 보병 너댓부대와 차량 대여섯대를 뽑으면 꽉차는 수준. 따라서 포인트에 지을 수 있는 정찰 기지를 잘 업그레이드하고 그 주변에 튼튼한 방어를 갖춰 방어에 들어가는 병력을 최소화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속성은 보병(중보병은 보병 카테고리 귀속이다), 차량, 건물이며, 이에 대한 상성도 확실하다. 프레데터의 레이저 주포의 경우 보병을 4방 맞춰야 죽이지만, HP 1,000이 넘는 방어 포탑은 한 방에 가루로 만들 정도. 따라서 엘다의 경우 상성에 맞는 유닛을 뽑아야 하며, 범용성이 강한 편인 다른 진영의 유닛들도 그에 맞는 무기 업그레이드를 잘 해줘야 한다. 화염방사기 4기를 갖춘 분대는 3:1로 싸워도 드레드노트에게 으깨지지만, 미사일 발사기 4문을 갖춘 분대는 1:1로도 상대해볼만 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쯤되면 전후좌우 스피커에서 난리난다.
오크의 궁극 유닛 스퀴고스. 다른 종족 궁극 유닛도 충분히 사기적이지만 이 녀석은 너무한다.
전장의 광기. " tt_lesstext=" 전장의 광기. ">
건물과 유닛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대규모로 뽑아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이 게임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필자의 생각에 그것은 '19금'이 아닌가 한다. 단순히 피 좀 튀는 단순한 폭력성에 기댄 그런 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게임에서 강조하고 있는 건 '전장의 광기'다.
'황제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적의 배를 전기톱으로 갈아버리는 광신도 스페이스 마린들, '주인님, 제발 자비를, 자비를!'이라고 새된 목소리로 비는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의 헤레틱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를 외쳐대는 전쟁에 굶주린 오크 떼들, 가장 고요해보이지만 내면에 열정을 감추고 있는 엘다들(전투시 음성 들어보면 만만치 않다).
전투에 돌입해 서로 쏘고 치고 받으며 외쳐대는 온갖 외침과 함성들. 물리 엔진에 힘입어, 걷어차고 날리고 던지고 폭발에 뒤흔들리는 화면. 그 열정, 그 광기. 목숨이 오가는데도 냉정함이 있던 여타 RTS와는 다르다. 여기엔 일말의 이성도 없다. 적의 시체와 나의 승리만이 있을 뿐.
연습게임. 옵션이 다양하다. 특히 승리조건이 10개 가깝고 원하는 조건에 체크하는 방식.
게임스파이 로그인 화면. 왼쪽 아래의 문구는 빠지질 않는다.
멀티플레이. " tt_lesstext=" 멀티플레이. ">
게임스파이와의 제휴 덕에 배틀넷과 유사한 서비스로 간편하게 전세계 플레이어와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온라인 연결로 최신 패치도 기본. 기본 버전이 1.0이고 THQ 한국 사이트에 1.10 패치가 올라와 있었는데, 온라인 접속시 1.20 패치를 해도 괜찮았다. 좋은 세상이다.
다만 마이너인 건 어쩔 수 없다. 몇 번 접속해봤지만 한국인으로 짐작되는 플레이어는 찾지 못했으며, 외국인과의 플레이는 역시 '초' 단위로 표시되는 핑 때문에 원활하다고 표현하긴 어려웠다. 항상 150명이 넘는 사람이 거주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 그 자체엔 그다지 무리가 없지만, 한국인과 대전하고 싶다면 팬 커뮤니티를 찾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스크립트 오류. 업그레이드 이름이 어긋났다.
오크의 경우 자원이 하나 더 있고 단위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다르진 않다.
단점. " tt_lesstext=" 단점. ">
싱글 캠페인에서 스페이스 마린의 11개 미션만이 가능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스페이스 마린을 기본으로 두고 그것을 변형해서 나머지 세 종족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몇종류 되지도 않는 건물들의 역할은 대부분 유사했으며, 유닛들도 외양과 능력치는 다 달랐지만 진영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대부분 비슷하여 교전시 전술이 대동소이한 느낌이었다. 시간 관계상 4개 종족 모두를 제대로 파보진 못했지만, 필자가 받은 느낌은 그랬다.
보병 분대의 경우 하나의 진형을 반강제로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분대가 서로 얽히게 되면 서로에게 발목이 잡혀 꼼짝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돌격시에도, 서로 뭉쳐 가서 공격력을 극대화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 선두에 선 녀석부터 각개격파당하는 경우가 잦다. 하다못해 밀집/산개 옵션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글화가 부실하다. 게임상엔 분대라고 해놓고 매뉴얼엔 스쿼드라고 써놓는 등 표기가 서로 불일치했으며, 스크립트 오류(이건 딱 하나봤지만)도 있었다. 정신 상태가 건전치 못한 오크들이나 구강 구조가 심상치 않은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의 경우, 영문판 데모를 보면 그 독특한 발음이 알파벳 표기에 일일이 반영되어 있었는데(덕분에 읽느라 애먹었다), 이 한글판에는 개뿔도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준 것만도 고마우니 뭐라할 수가 있나. 영문판 그냥 내놓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스토리 모드는 충분히 만족스럽고 재미있으나, 스페이스 마린만 제공한다는 점이 실망.
하긴 캐릭터 자체는 전형적이고도 정형적이긴 하다.
마무리
여러가지 사항을 볼 때 메이저 등극을 노린 제품은 아니고, 몇년 동안 뼛 속까지 우려먹을 제품도 아니다. 분위기를 확실하게 연출해낸 RTS라는 느낌. 하지만 한 달은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으며 그 돈값을 하는 게임인 것도 확실하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한 판하며 풀기 딱 좋은 게임.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적병의 비명소리가 당신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줄 것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인류. 무수한 콜로니로 나뉘어 수없이 싸운 끝에, 테란 제국이라는 절대 강자가 탄생한다. 전 우주 - 는 좀 오바지만 - 를 정복하여, 이제 남은 것은 NSA의 몇몇 행성 뿐. 그리고 병력을 나누어, 나머지 행성들과 함께 본성까지 침공을 시작한 제국. 과연 플레이어의 분신인, NSA의 젊은 대위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거의 전 우주를 통일한 거대 제국. 궁지에 몰린 NSA...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을 멋지게 그려냈다는데 있다. 솔직히 한 2030년 쯤 미국에 침공한 외계인 바이런들을, 사랑과 정의의 미국이 나서서 물리치는 듯한 헐리우드 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민감하지 않다면 꽤 그럴듯한 분위기.
일단 그 분위기를 외양에서부터 확실히 받쳐주고 있다. 모델링의 경우 게임 도중에 근접해서 보기는 어렵지만 전투 유닛들과 폭격에 부서져 폐허가 된 건물의 세세한 곳까지 잘 묘사해 놓았고, 특히 물에 반사되는 모습과 하늘 그래픽이 환상이다. 배경이 지구가 아니기 때문인지 하늘엔 토성 같은 행성과 그 띠가 보이는데 그것이 물에 반사하여 흔들리는 모습이란...!
특히 이 게임에선 광원 효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인지, 곡사 병기의 포탄이 전부 예광탄처럼 빛을 내고, 그 외의 탄들도 번쩍번쩍거린다. 현란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뭐든지 포탑 달린 병기가 발사하면 굉장히 멋진 이펙트가 터진다. 전투 내내 눈이 즐거울 것이다. 뭐 이기고 있을 때의 얘기겠지만.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니라 락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중저음 쪽을 때려주는 분위기 있는 음악이 좋고, 시점이 가까우면 유닛의 세세한 사운드 - 보병의 발걸음, 차량의 엔진 소리 - 가 들리는 것도 좋다.
미션 중. 포메이션 개념은 있긴 하지만 쓸 일은 거의 없다. 푸른 선은 시야, 붉은 선은 무기 사정거리.
수송 헬리다인. 이것과 수송 차량의 활약에 승패가 갈린다.
전략보다는 전술의 강조, 빠른 감각의 게임 진행. " tt_lesstext=" 전략보다는 전술의 강조, 빠른 감각의 게임 진행. ">
주인공의 계급이 대위라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게임은 전략보다는 전술적인 면을 집중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속도전이라는 개념도.
여타 RTS의 생산과 업그레이드라는 면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자원은 AP 하나만 남겨 놓았다. 이 AP는 전술 포인트 점령 시 지속적으로 들어오지만, 적을 죽여서도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을 소모하여 유닛을 수송선으로 공급받게 된다. AP의 획득율은 인구수가 늘어나면 점점 줄어들어 0%까지도 떨어지기 때문에, 대량의 인해전술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하지만 AP를 주는 양 자체는 유닛 비용에 비해 상당히 후하게 주는 편이라, AP 제한만 아니라면 유닛을 거의 끝없이 뽑아낼 수 있다.
싱글이나 멀티나, 승리 조건은 모든 전술 포인트의 점령인데, 전술 포인트들은 그 이름답게 항상 지형의 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로는 언제나 2개 이상이다. 하나의 부대로 천천히 밀어붙여 땅따먹기란 거의 불가능하단 이야기. 따라서 2개 이상의 부대를 신속히 움직여 전술 포인트를 점령해 나가야 하는데, 보병은 장갑차에, 장갑차는 헬리다인(로터만 없지 헬리콥터와 비슷한 개념)에 탑재가 가능하여 굉장히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손가락은 좀 바쁘겠지만.
결국 베이스를 건설하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유닛을 뽑아 진격해 나가던 기존의 RTS와는 달리, Hit&Run으로 빠르게 쳐서 거점을 확보하고, 수송기가 쉴새없이 나르는 유닛들로 방어를 굳히고 부대를 재정비한 다음 다음 장소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RTS에 익숙해진 사람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필자처럼.
중앙에 요청해서 날아오는 지원. 소규모 폭격, 대규모 폭격, 스캐닝, 연막탄이 있지만, 드는 AP에 비해선 비효율적이다.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장면 중 하나다. 아아... 꿈 같은 현실.
전체적으로 익숙하고 무난한 느낌의 게임. " tt_lesstext=" 전체적으로 익숙하고 무난한 느낌의 게임. ">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속도전을 제외하면, 이 게임은 전체적으로 누구나 알고 필자도 몇 번 말한 적이 있는, 그 블리자드 스타일을 따라 만들어졌다. 새로운 개념을 무리해서 넣지 않는다. 이미 검증된 개념을 잘 정제해서 버무려 넣는다. 그것이 블리자드 스타일.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식상하고 질린다. 개개의 유닛이 가지는 레벨, 유닛 타입과 탄 타입에 따른 대미지 상성, 보병 - 기계, 지상 - 공중 유닛의 상성, 전후좌우의 강도가 다른 장갑의 개념, 유닛의 부가 무장 모드 전환(스타의 시즈 모드 같은 모드를 전 유닛이 가지고 있다)... 모두 어디에선가 나왔던 개념들이다.
뭐 속도전이라는 것 자체가 꽤 신선한 스타일이라, 그 이상의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위에 나열한 개념들은 각각 개성을 가지면서도 서로간의 상성과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어, 플레이어가 이기기 위해 하는 두뇌 노동의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여주고 있다.
몇 안 되는 오타다. 이거 찾느라 힘들었다.
정말 착한 소령이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이 이 게임을 플레이해봐야 의미를 알 수 있겠지만.
완벽한 한글화와 안정성." tt_lesstext=" 완벽한 한글화와 안정성.">
아아... 정말 끝내준다 이건.
영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부분을 한글화하였고, 심지어는 매스게이트를 통해 최신 업데이트를 해도 된다! 혹시나 싶어 업데이트를 했는데 무사히 006에서 008로 업데이트될 때의 기쁨이란... 무수한 게임들이 한글화용 패치를 따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 그리고 그 대다수의 패치는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 생각해보면, 정말 기쁜 일이다.
특히 존대/하대 구분을 제외하고는 딱딱한 직역이 되기 일쑤인 대화들을 인물의 성격까지 적절히 살려낸 번역은, 정말 패키지 게임에서는 몇년만에 보는 최고 수준이다. 감동먹었다.
그리고 안정성도 의외로 괜찮아, 패치 전의 기본 006 버전에서도 아무런 버그나 기타 에러를 찾아보지 못하였다. 게임 중 ESC 메뉴가 좀 불편했지만 008 버전에서는 꽤 개선했고... 게임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임, 정말 간만이다.
요렇게 멋지게 자주포로 찍어주는 맛이 제대로다. 미션이 아닌 실제 멀티플레이에선 매우매우 힘들긴 하지만.
배경의 저 행성은 뭘까.
마무리. " tt_lesstext=" 마무리. ">
빠른 감각의 전투 중심으로 기둥을 세우고, 익숙하면서도 전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벽을 바르고, 엄청난 퀄리티의 그래픽과 사운드로 벽화를 바른, 잘 단장된 집 같은 느낌. 다만 이렇게 잘 만든 게임임에도, 워해머 40,000과 맞부딪친 바람에 국내에선 완전 사장된 점이 안타깝다. 매스게이트에 들어가도 사람이라곤 머리털 하나 보기 힘드니 원.
그리고 특성상 다종소수의 유닛을 운용해야 하고, 각 유닛도 상황에 맞게 무장 모드를 서로 바꿔줘야 하므로, 손이 느린 사람은 손대지 않는 편이 이로울 것이다. 불행히도 필자는 손이 느리고 반사신경이 둔하여, 이 게임의 엔딩조차 보지 못했으니.
워크래프트 3가 RTS에 RPG의 영웅과 아이템, 레벨 및 스킬 등등의 개념을 넣었다면 이 게임은 RPG에 RTS의 자원 및 떼거지 러시의 개념을 넣은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은 메인 영웅 1명이다. 모든 진행은 이 영웅이 하는 대화, 받는 퀘스트, 가지는 아이템, 착용하는 장비 등에 의거해서 이루어 진다.
하지만, 적은 여타 RPG에서 흔히 그러듯 맵에 혼자 돌아다니다 각개격파당하는 돈, 경험치 창고가 아니다. RTS에서처럼의 제대로 된 부족인 것이다. 그들은 밀리 유닛, 장거리 유닛, 마법 유닛 및 힐링 유닛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자원을 캐며, 방어 타워도 견고히 지어놓았다.
따라서, 플레이어도 메인 영웅 외에, 그를 도와줄 보조 영웅과, 베이스를 세우고 자원을 채취해서 생산한 여타 쫄따구 유닛들을 앞장세워 부대 단위로 쳐들어가야만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이, 보조 영웅, 건물 및 거기에서 얻는 유닛 모두가 일종의 스크롤 혹은 룬으로 되어 있어, 전투에서 이겨가며 아이템을 획득해야 테크트리가 올라가고 새로운 유닛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 : 능력만 있다면, 적의 보조 영웅, 건물, 유닛을 모두 가질 수 있다! 물론, 자원은 그만큼 더 들겠지만.
영웅 시스템도 그렇게 섭섭하지 않다. 영웅의 능력치는 7가지로 세분화하였고 배우는 스킬도 다양하다. 보조 영웅은 키울 수 없지만, 아이템은 메인 영웅처럼 제한 능력만 만족시키면 착용 가능.
퀘스트를 받아 해결하고, 아이템을 사거나 전투로 획득해서 영웅을 키우는 RPG스러운 게임성과, 기지를 세우고 자원을 채취해서 유닛을 뽑아 러시해들어가는 RTS스러운 게임성을 제법 그럴 듯하게 조화시킨 게임.
열악한 국내 PC 패키지 시장에는 소개조차 되지 못한 게임이지만, 해외에선 꽤 괜찮은 인기에 2번째 확팩까지 만들고 있는 모양.
마법이 발동하는 모습. 빛의 기둥은 용의 목적지, 빛의 구는 목적지에서의 고도를 표시한다.
광원. 요새는 별 거 아닌 그래픽이 된 듯 하지만 필자에게는 감동.
적의 공격이 용을 따라오는 모습. X줄이 탄다고나 할까.
중간보스 중 하나. 앞 사진의 공격의 주인인데 초반이라 별 것 없는 녀석.
이 빛의 기둥에 마을을 세우게 된다.
마법. 지정한 지점 주변에 지속적인 불 대미지를 가한다. 중후반까지 유용한 마법.
들어가며
원래 드래건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괜히 먹지도 못할 공주를 잡아갔다가 기사에게 죽는 라스트 보스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동서 교류가 활발해지고 특히 전 세계 판타지의 교과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D&D에 의해 지금은 그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드래건이 주인공인 게임이 등장하게 되었다.
The I of the dragon.
러시아의 PRIMAL Software가 만들고 독일의 ZUXXEZ ENTERTAINMENT가 유통하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전설에 계시가 된 한 마리 드래건이 되어 지옥의 괴물들을 쓸어버리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주게 된다.
간다 드래건. 배고픔은 충분한가?
브레스의 종류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공격력이 섟? ?안 쓰게 되는 브레스. 이렇게 멈춰있으면 3초안에 죽는다.
운석. 아직 뜨거워 가까이 가면 열 대미지를 받는다. 부수면 보너스~
저 사람이 바로 양탄자 아저씨. 별 볼일 없는 단순 퀘스트만 잔뜩 가져다 준다.
레어를 부수면 랜덤으로 구슬이 뜨는데 5개 모을 때마다 보너스를 준다. 붉은 색은 보는 바대로 생명점.
마법이 발동하고 있는 모습. 나무가 부서질 때마다 파티클 처리를 너무 곧이곧대로 해서, 좀 버벅거리는 때가 있다.
푸른색의 보너스는 3가지 브레스의 공격력을 올려준다.
마을 중앙의 빛의 기둥에 가면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녹색 구슬은 스펠 슬롯.
적의 공격이 날아오는 모습. 대다수의 공격은 유도 성능이 없기 때문에 고고도에서 유유히 날아다니기만 해도 다 피할 수 있다.
멀티 플레이는 지원하지 않는, 정말 간만에 보는 싱글 플레이 승부 게임.
일본, 미국제 게임과는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나는 게임 메인 화면. 하지만, 일단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그래픽 옵션도 그렇게 세세하지는 않지만 사양에 따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난이도가 0부터 10까지 11단계라는 점이 독특하다. 이 난이도는 주는 대미지와 받는 대미지, 이 둘에만 관계한다.
키보드와 마우스, 둘 중 하나만 가지고도 완벽한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인터페이스는 편리하다. 물론, 같이 쓰면 더 편하다. 화면 구성도 잘 되어, 드래건의 상태는 항상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그렇다고 화면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는다.
육탄전에 강한 레드 드래건, 마법에 강한 블루 드래건, 네크로 계열의 마법을 쓰는 블랙 드래건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변화가 게임 진행 양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레드 드래건을 골라 노멀 난이도(기본: 5)로 시작했다.
Full 3D로 구현된 I of the dragon의 세계. 저공으로 날면서 세세한 괴물들의 디테일, 날갯짓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면서 감탄한다. 특유의 웅장한 BGM도 무척 마음에 든다. OST라도 구하고 싶을 정도. 시점은 3인칭이나 1인칭도 가능하고, 줌인 기능도 있다. 하지만, 3인칭 외의 시점은 시야가 좁아지므로 구경용.
시작하면 양탄자 아저씨가 임무를 준다. 적 전멸. 완료하면, 다음 미션으로 넘어간다. 날다가, 레어를 부수고, 몬스터를 죽인다.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불을 토하는 것이, 마치 슈팅 게임을 하는 기분.
레어는 일정 주기로 부활하며, 살아있는 레어는 일정 주기마다 몬스터를 낳는다. 따라서 레어의 부활을 막는 인간의 마을을 건설하고,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자체 방어력을 키워줘야 레어를 부수러 나갈 수 있다. 마을 건설, 수리, 업그레이드는 모두 B키 하나로 간략화.
일상다반사1.
일상다반사2.
일상다반사3.
태양 배경. 아 하늘이 예술이다.
퀘스트 진행 중. 구에서 나오는 빛처리가 끝내준다.
저녁 무렵의 마을.
게이트에서 나오는 적 처리 미션.
메테오 마법 시전 중.
결과. 땅이 패인다.
FPS를 몇 시간씩 해도 멀쩡한 눈이지만, 가끔 유도탄이 날아오면 그걸 피하기 위해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1분 가량 그러고 있으면 어질어질. 하지만, 그것 외에는 그다지 거슬리는 점 없이 순탄한 진행이 가능하다.
몬스터들이 강해져서, 저공으로 날아다니다간 순식간에 죽기 때문에, 최고 고도로 날아다니게 된다. 몬스터의 디테일 같은 것은 보기 힘들어졌다. 다만, 적이 쏘는 많은 종류의 무수한 발사체가 드래건을 스칠 땐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젠 정말 슈팅이군.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양탄자 아저씨가 나타나 다음 퀘스트를 주지만, 그저 세계를 구하는데 필요하니 누구를 죽여라, 뭘 가져와라 하는 말 뿐. 드래건은 그저 듣기만 한다. 게임 내내,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그저 드래건을 향해 일방적으로 떠들어 댈 뿐. 이게 어디가 액션 'RPG'냐?
가끔 퀘스트의 일환으로 드래건이 아닌 사냥꾼이나 다른 유닛을 조종할 일이 생긴다. ...저 드래건이 얼마나 강한 유닛인지, 무수히 죽으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의 시점은 드래건 중심으로 최적화하였기 때문에 상황 파악도, 유닛 컨트롤도 잘 안 될 때는 정말 답답함을 느낀다. 모두 짧고 간단한 일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다행.
음악의 수준은 매우 높으며 게임의 분위기를 돋궈주긴 하지만, 가짓수가 적어서 같은 곡을 수십번 듣다 보니 슬슬 감흥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퀘스트 진행 때 외에는 드래건이든, 몬스터든, 사람이든, 공격할 때의 소리와 죽을 때의 단말마 밖에 들을 게 없어서, 삭막한 느낌이 든다. 날아다니면서 신나게 죽이고 부술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마을 위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뭐랄까 좀 허전하다.
레일건. 체력의 1/2에서 1/3까지 날리는 무시무시한 공격이다. 움직이면 절대 맞지 않고, 가만 있으면 절대 맞는다.
드래건의 얼굴 확대 사진.
화려한 불쑈.
드래건이 아닌 유닛을 조종하는 첫 미션.
양탄자 아저씨 2.
불비 마법 시전. 레어 부수는 데 아주 그만인 마법이다. 필수.
레이지 마법. 일정 시간 드래건의 기본 능력들이 대단히 강화되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
동물을 잡아먹는 모습.
파이어레인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두세 시간 플레이하면 바뀌는 스테이지.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색깔놀이도 없이 항상 새로운 몬스터들. 제작사에서 무척 신경을 썼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부수고 죽이는 플레이 자체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동시에, 매우 강해진 드래건과 늘어난 플레이어의 테크닉으로, 한 번 날아 맵의 절반 가까이를 날려버리는 것도 가능해져, 학살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율배반.
밸런스는 정말 확실하다. 적들이 널린 곳에서 멈추거나, 고도를 낮추거나 한다면 물론 순식간에 죽지만, 적당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날아다닌다면 죽을 일은 거의 없다. 손가락과 두뇌를 동시에 끊임없이 요구하는 게임이다.
다만, 몬스터들이 가해오는 대미지가 늘어 죽는 건 순식간인데, 이 게임은 퀵 세이브 없이 오로지 메인 메뉴로 들어가서 세이브/로드 메뉴에서 세이브하는 것만을 지원. 흐름을 끊기 싫어 계속 진행하다가, 1시간 가까이 진행한 분량을 아차 하는 순간에 날려버리는 건 한순간이다. 이런 게임에서 이런 세이브/로딩 방식이라니 치명적. 평소에 세이브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사악한 몬스터를 먹어치우고, 사악한 레어를 부수고, 사악한 마법사를 죽이고, 사악한 보물을 갈취하는 퀘스트를 수행해오면서 최후의 몬스터와 최후의 레어를 없앴다. 마지막 보스가 등장. 죽이면, 세계에는 평화가, 플레이어에겐 스탭롤이 찾아온다. 만세.
눈 덮인 설산의 묘사도 아주 멋지다.
마법사가 몬스터의 시체를 승화시키는 모습.
밤하늘.
불바다.
가장 어려운 퀘스트. 결국 이 퀘스트만 난이도 낮춰 클리어했다.
레벨 6 마을의 장관.
질럿을 조종하는 퀘스트.
퀘스트를 마치고 마을로 가는 도중 본 밤하늘.
석양. 정말 하늘의 그래픽 하나는 멋진 게임이다.
결론
20 ~ 30시간의 순도 높은 파괴와 살육을 지원해주는 싱글 플레이 3D 슈팅게임. 괜찮은 그래픽, 무난한 사운드, 편리한 인터페이스, 완벽에 가까운 밸런싱. RPG를 보는 시점에서 본다면 아예 구성부터가 틀려먹었지만, 슈팅으로 본다면 세이브가 불편한 점만 제외하곤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게임이다.
다만, 하루 1시간 정도만 즐기기 바란다. 몇 시간씩 계속해서 하다간,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죽이고 부수는 게임 진행 자체에 질려버릴 테니.
성향별로 과정은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한가롭고 조용한 촌동네인 홈릿에 도착하게 되었다. 총인구 대비 과부, 홀아비, 노총각, 노처녀와 개종 희망 인구 비율이 이상하게 높은 이 동네는 바로 코앞에 산적들이 던전까지 갖춘 훌륭한 악의 본거지를 상당한 예산을 들여 힘들게 건설해서 힘을 키우고 있는 것만 빼면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고을이다.
이에 마을의 자경대와 잠깐 마을에 엉덩이를 붙이고 그들을 지휘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던 - 딴에는 용도 잡았다는 - 일단의 모험가 파티는 플레이어 파티에게 산적들을 소탕해줄 것을 요청한다.
밥 먹고 이빨 쑤시듯 산적 소굴을 가볍게 털고 그들의 칼부터 속옷까지 홀라당 벗겨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린 플레이어 파티는 그 다음 목적지로, 그 건설비로 군대를 만들었으면 세계는 옛날옛적에 정복하고도 남았을 법한 호화로운 지상 + 지하 복합 건축물인 템플을 선택하는데... 모든 돈을 템플 건설에 갖다 붓고 정작 자신은 돈이 없어 템플 안에서 근근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불쌍한 악의 무리들의 앞날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선 세력의 무자비한 악 세력 재산 강탈기를 다루고 있는 이 게임은, 항상 조직 운영비는 으리으리한 건축물을 짓거나 깊은 던전 파는데 다 써먹고 정작 조직원은 변변한 무장도 없이 사는 악 무리의 생각 없는 조직 운영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작품되겠다.
...설마 믿는 사람은 없겠지?
1. 게임 소개
성공한 선임의 뒤를 안전빵으로 잇는 것인지 전체적인 구성과 진행은 인피니티 엔진 계열 RPG들(이하 '피니?RPG')과 대단히 유사하다. 이미 몇몇 정형화된 형식이 있고 이 게임은 그에 따른 터라 특별히 베꼈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인피니티 RPG를 해보신 분들은 기본적인 사항을 거기에 두고 읽으시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플레이어는 처음 1명에서 5명의 PC를 만들어서 진행하게 되며, 주사위 굴림 방식과 능력치 배분 방식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능력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 D&D 게임들과는 달리 직업 제한 외에도 처음 파티 구성 때 정한 파티 가치관에 따라 PC의 가치관 설정에 제한이 가해진다거나, 클레릭 외의 캐릭터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각 캐릭터마다 신앙을 설정해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비록 파티 가치관이나 신앙은 도입부 이후 게임 진행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기는 하지만.
다만 인피니티 RPG와는 달리 캐릭터의 전기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서인지 들어가있지 않은데,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뭐랄까 제작사는 텍스트를 무척 싫어하는 듯 하다.
이동 및 대화 등은 모두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지만 전투만큼은 D&D 3.5e 룰에 준해서 턴제로 진행된다.
이것저것 많았던 인피니티 RPG의 메뉴와는 달리 이 게임의 메뉴는 맵, 로그북, 인벤토리 이렇게 딱 3개로 끝난다. 옵션이나 자체 도움말 같은 건 넘어가도록 하자. 모든 종류의 '기록'은 모두 로그북에 들어가며, 캐릭터 정보, 메모라이즈, 스킬, 피트 등은 모두 인벤토리에 통합되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인벤토리 창만 부르면 되도록 하였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게임의 맵은 선과 악 성향을 위해 2개의 마을과 몸풀이용과 본격적으로 뛰어보는 2개의 던전, '그 외' 몇개의 필드를 준비해놓았으나 탐험용으로 마련된 '템플'과 물건을 팔기 위해 마련된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맵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딱 까놓고 말하자면 모트하우스, 필드맵, 마을 2개의 퀘스트들 전부가 템플에 들어가기 전에 레벨 적당히 올리라고 만들어둔 것들로 저 모든 일들을 해결한다 해도 템플에서의 플레이 타임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비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템플 4층 아래의 숨겨진 층에 도달하면 끝나며, 선택에 따라 선, 악, 혹은 그 외의 다양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엔딩은 플레이어가 한 일이 그 뒤로 어떻게 되었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마을에서의 결혼 이벤트, 누구를 죽였나 살려줬나, 템플에서 구출한 사람들 이야기까지 정말 신경도 안 쓰고 지나친 것들까지 하나하나 모두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정말 보람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엔딩이었으나 몇몇 이벤트는 성의없이 그냥 경험치를 얻기 위해 간단간단하게 처리해버렸는데 저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니 정말 어떤 의미로는 섬뜩함을 느꼈다.
여기서 NPC란 BG 시리즈나 토먼트처럼 게임 진행 도중 파티에 3명까지 편입시킬 수 있는, 게임 내에서 제작사가 준비한 캐릭터를 의미한다. ToEE의 독특한 점은 IWD처럼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작하는 동시에, BG 시리즈나 토먼트처럼 게임 내의 캐릭터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만 3명까지만 가능하다. PC가 4명이라고 해서 NPC를 4명 영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파티 내 영입가능한 NPC의 숫자는 정말 굉장해서 무려 30명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파이터, 그 다음 로그나 위저드 등으로 직업군이 매우 좁으며 그마저도 능력치가 그다지 좋지 않거나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관계로 정말 쓸만한 NPC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기존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에서는 파티에서 NPC와 PC를 확연히 구분짓고 있다. PC가 플레이어가 만든 정규 캐릭터로서 대화, 아이템 및 루팅이 자유롭고 추가 / 삭제가 여관에서 한 큐에 간단히 끝나는 반면(단 여관에서 꺼낸다 해도 아이템 및 경험치와 레벨은 전부 1레벨에 기본 무장으로 돌아가버리므로 BG 시리즈에서의 노가다 짤짤이는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NPC는 타 NPC와 대화할 수 없으며 루팅도 불가능하고 자신의 몫으로 강제 루팅해간 물건은 절대 내놓지 않으며, 레벨업을 해도 스킬 및 피트 선택을 자동으로 하는 등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파티에 임시로 들어온' 것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평상시 이동 및 전투시 통제는 플레이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결국 손님'이라는 강렬한 NPC 시스템은 신선함과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NPC가 비싸고 귀중한 아이템을 가져가서 내놓지 않는 경우나 인벤토리가 꽉 차버려서 장비 교체가 불가능한 경우 등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물론 해결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제작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2. 장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보다시피 게임은 캐릭터는 3D, 배경은 2D로 보여주는데, 특히 2D 배경이 환상적인,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밖에 서 있으면 시간에 따라 아침-낮-저녁-밤의 색깔이 모두 달라진다. 어디선가 벌레가 울며, 날벌레가 날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린다. 물을 건너가면 파문이 일며 첨벙첨벙하고 물 튀기는 소리가 난다. 몸무게가 무거운 힐 자이언트가 움직이면 화면이 진동으로 흔들린다.
던전 안에선 어두컴컴한 듯 하면서도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켜놓은 불들과 아군이 전투 보조용으로 건 마법들이 빛나며, 흔들리는 불빛 아래 언뜻언뜻 드러나는 적들이 예술이다.
특히 무기에 거는 각종 인챈트들이 적에게 작렬할 때의 이펙트가 시원시원한 타격음과 어울려 정말 패고 싶도록 만드는게 압권이다. 마법도 결코 거기에 꿇리지 않고. 시원시원한 타격음, 마법과 마법 무기의 화려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효과들, 캐릭터의 좀 과장된 듯한 갖가지 액션들... 정말 눈과 귀가 즐겁다.
사람의 눈이 간사하여 계속 보고 있으면 모든게 당연해 보이지만, 이 그래픽은 계속봐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다만 배경음악의 인상이 약한게 아쉽다. '그 어떤 인피니티 RPG보다도' 딸려서, 아마 어디까지가 효과음이고 어디까지가 배경음악인지 클리어하고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을 듯 싶다.
...이라곤 해도 필자가 아는 D&D 3.5e의 룰이라곤 1/5 정도 읽은 PHB와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어줍잖은 지식뿐이다. PHB도 전투 부분은 거의 안 읽었으니. 그렇지만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상당한 수준이다. 일단 평상시에 적용되는 룰의 일부를 단순히 나열만 해보겠다.
대화시 대화의 수준 보정은 캐릭터의 카리스마와 지능 등에 따라서 달라질 뿐 아니라 대화 관련 스킬이 높다면 숨겨진 선택지가 나타나 좀 더 나은 방향의 퀘스트 해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가치평가 스킬이 좋다면 물건을 더 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레인저와 드루이드의 컴패니언을 구현하여 언제나 같이 다닐 수 있다.
생존 스킬이 높다면 맵의 인카운터를 피할 수 있다.
추적 피트가 있다면 주변에 어떤 적이 있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평상시에 적용되는 룰이 이정도이며 전투 시의 룰 적용은 더 굉장해서 발걸기, 돌격, 방어 전투, 카운터 스펠 등등의 온갖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이용해 불리한 전투를 승리로, 대등한 전투를 거의 학살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비록 레벨 제한이 10이라 클래스 믹싱에 의한 강함을 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각 클래스의 위력을 끌어내는데는 충분하다. 특히 전사가 발을 건 적의 뒤에 로그가 가 선다면... 그 적은 죽었다고 봐도 좋다.
이동시나 공격시 투명한 노란 원으로 아군과 적의 공격 범위가 표시되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도움을 주며, 5피트 풋스텝과 이동력 바의 조절을 통해 풀라운드 액션과 스탠다드 액션을 조절할 수 있다.
마법 사용시 범위를 푸른 원으로 표시해주어(이것이 인피니티 RPG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용자를 도와주며, 아군에게 마법이나 저주가 걸렸을 경우 포트레이트 위아래에 아이콘이 생겨 그것을 표시해준다. 거기에 커서를 대면 종류와 지속시간까지 표시된다.
가장 환상적인 점은 그동안 늘 아쉬움으로만 그쳐왔던 아이템 제작이 가능해져, 스크롤, 완드, 마법무기, 로드 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전투 난이도가 뚝 떨어지고 플레이어의 돈이 50배 가량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있는 쪽이 훨씬 좋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과거 물건일수록 더 강한지라 레벨이 오를수록 점점 더 옛날 장비를 쓰게 되는 과거 RPG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플레이어가 드디어 강력한 새삥 무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래 단점 부분에 온갖 욕을 다 써놨지만... 이 게임은 전투(와 그에 따른 모든 부가 요소) 하나만으로도 모조리 상쇄해먹고 들어갈 수 있는 게임이다. 그저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게 원통할 따름이다.
제목대로, 이 게임의 진행은 모두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사실 자유도라는 개념이 애매한지라 마을 퀘스트를 해결하고, 필드 맵을 쓸고, 모트하우스를 밀고, 템플로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루트를 벗어날 수 없는 이 게임의 자유도를 낮다 해도 그다지 할 말은 없으나 위 루트 안에서의 진행은 플레이어 마음대로다.
모든 악을 엎어메치고 스톤 스터너를 건 다음 우주 햄스터의 머리 위로 날아가도록 엉덩이를 걷어차주는 민스크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도 있고, 마을을 위하는 척 하면서 모든 재산을 싹 털어가는 위선 플레이도 가능하다. 아이템을 위해 비싼 장비 걸친 애들을 다 죽이는 카오틱스러운 플레이도, 악의 대보스는 벅차 쪼잔하게 중간보스에게 들러붙는 빈대 엔딩도, 좀 더 우아하고도 숭고한 악의 길로의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 템플에 강림하시는 에드윈스러운 플레이도 가능하다.
파티를 처음 생성시 가치관을 설정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PC의 성향 제한일 뿐 NPC는 성향에 관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며, 명성이란 게 없으므로 필수 NPC가 아니면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단 상인을 죽이면 아이템은 못 팔겠지만. 템플에 들어가서도 잔챙이들을 싹 쓸면서 진행해도, 되도록 안 죽이고 진행해도 되며 악에 붙을 수도, 악을 밀어버릴 수도 있다.
솔직히 해보면 왠지 자유도가 높다...기 보다는 굉장히 헐렁헐렁한 진행이라고 느끼게 되긴 하지만(이래도 노터치, 저래도 노터치라는 느낌) 하여튼 모든 것은 플레이어의 뜻대로.
3. 단점
장점에 쓴 것과는 반대인 이야기같기도 한 얘기지만... 구현할 건 다 해놨지만 허술하다는 이야기다. 대화와 전투 관련 스킬 및 피트 외에는 모두 겉모양만 갖춰놓아 실제론 거의 쓰지 않는다. 컴패니언은 8시간마다 부를 수 있는 몸빵에 불과하며, 추적 피트는 써봤자 NPC와 소환수 밖에 볼 일이 없다. 함정탐지 스킬은 있지만 정작 상자 외에는 함정이란 없기 때문에 거의 쓸 일이 없다. 있긴 있으니 모양새는 난다만 이래서야.
이 게임은 설명에 굉장히 인색한 편에 속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작진들이 텍스트를 싫어하는 듯 하다. 툴팁은 없으며, 매뉴얼은 부실하고, 아이템 창에 딱 2줄 뜨는 설명이나 특정 아이템에 한해 Shift + 클릭으로 뜨는 설명은 오로지 아이템의 기능만 늘어놓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심지어는 설명에 안 뜨는 숨겨진 능력을 가진 아이템도 있다. 헤드렉 풀셋이 바로 이런 경우인데, 사실 이런 것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는 부분되겠다. 필자는 싫어하는 부분이지만...
그리고 로그북의 퀘스트 설명은 한 술 더 떠서 퀘스트 설명이 단 1줄이며, 그것도 절대 해결방법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플레이어가 퀘스트 내용을 외울 것.
3rd의 책에선 마법 설명들은 전부 이름 순으로 정렬하고, 마법 설명 안에 해당 마법을 쓸 수 있는 레벨이 몇 레벨인지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매뉴얼에선 각 클래스 별로 정렬해놓았고, 모든 설명은 1줄로 끝난다. ...뭐냐 이건. 게다가 메모라이즈할 마법을 고르는 화면에서도 아이템 창 아랫부분에 한 줄짜리 설명이 뜨는게 전부다.
이 암울한 상황에서 믿을 건 게임 내부에서 제공해주는 도움말 뿐이다. 게임할 때 모르는 곳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도움말... D&D 룰에 대한 설명만 있으므로 매뉴얼에서도 내팽개친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마법 설명이나 판정을 볼 때는 매우 도움이 된다. 참고하자.
우하의 파란색 글씨들을 클릭하면 이런 창이 뜨면서 판정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있다.
아무리 아직도 포인터도 잘 모르겠고 자료구조도 뽕빨로 성적 땄따지만... 그래도 키보드로 헬로우 월드 프로그램 정도는 짜는 놈으로서 이 게임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일단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인 패스파인딩 AI. 이 게임에서는 모든 캐릭터의 이동 루트를 다 따로 계산하며,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도착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프로그램이 제멋대로 이동 명령을 취소해버린다.
만약 NPC 포함 풀파티 8명에 레인저와 드루이드의 컴패니언 및 소환한 동물까지 쳐서 파티원이 두자릿수 넘어가면 조금만 멀리 이동명령을 찍어줘도 CPU 파워에 전혀 관계없이 죽을 듯 빌빌대는 컴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계산하는 동안 게임이 아예 올스톱된다). 거기에 더해 1번 캐릭터부터 계산하니 뒤에 있는 애들은 계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되어 질질 흘리고 다닌다.
이런 상태에서 적이라도 마주치면 암울할 뿐이다. 이 게임은 캐릭터들의 도착 예정 지점에 원을 그려 표시해주는데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바닥에 찍힌 원의 갯수를 고속으로 세는 법을 익혔다. 농담이 아니다. 만약 게임이 계산할 때 흘린 애들이 있어 원의 갯수가 모자라다면 신속히 클릭해서 다시 명령해줘야 한다.
어떻게 새천년에 나온 게임이 20세기에 나온 게임보다 패스파인딩 AI가 '구린'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성질 같으면 프로그래머를 그냥 확!
허접한 프로그래밍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톤 스킨을 쓰면 DR이 10/+128로 표시된다. 8비트 정수 함수... 너무 노골적이니 않나? 스톤스킨 한정으로 10/-로 표시하면 간단한 것을...
아이템 인챈트를 할 때 인챈트 비용이 32,000골드 이상 되면 업그레이드 비용이 -가 되거나(이 상태에서 부여하면 돈이 증가) 그대로 게임이 윈도로 튕겨버린다. -_-b 16비트 정수 함수란 얘긴데 이건 단순히 시스템 구조를 짠 프로그래머가 등-신이라는 얘기다. 나도 이런 짓은 안 한다.
그리고 이 게임을 돌린 필자의 사양은 650Mhz 펜티엄 3, 카이로 2, 램 384MB다. 물론 이 사양에서 돌리면 느리다. 느린 건 당연한데, 문제는 빠른 컴퓨터에서 돌려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최적화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 그나마 참을만 하니깐 하지 아니면 옛날에 CD 뽀갰다.
마무리 덜 된 게임은 언제나 그렇지만... 이 게임도 자잘한 버그 투성이. 현재로서는 플레이에 이득이 되는 온갖 꽁수들만이 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게 좋지 않은 버그들도 않다. 특히 이유를 알 수 없이 윈도로 튕기는 버그가 산재해 있으며, 최종 결정타는 최신 패치에서도 반영이 안 되어 있다는 것. 그저 바드송이 프리에서 스탠다드 액션으로 바뀌었다느니 하는 소리 뿐. 버그나 좀 잡으시게.
우선 로컬라이제이션이 장점이 아니라 단점에 들어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작년 11월에 나온 게임이 한국에선 6월 중순에 나왔는데, 게임 내에 텍스트도 별로 없는 이 게임의 한글화 수준이 이 모양 이 꼴인 걸 보니 손오공에서 낼까말까를 꽤나 고민한 뒤 번갯불에 콩 볶는 듯 순식간에 뚝딱 해치워서 내놓은 듯 하다. 매뉴얼은 오타 투성이이며, 서로 제목이 뒤바뀐 곳도 있다. 매뉴얼 잃어버릴까봐 친절히도 CD 안에 PDF로 넣어준 파일도 매뉴얼의 원본이었는지 오탈자마저 똑같은 좌절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과 매뉴얼의 단어 표기가 서로 다른 부분이 있으며(게임 내엔 아크로바틱 매뉴얼엔 곡예라던지), 게임 내부에서조차 서로 다른 부분도 있다. 들은 바로는 2개의 팀에 나눠서 맡겼다고 하는데... 이런 게임에 무슨 번역할 거리가 그리 많다고 그런 삽질을 했나 싶다.
다행히 번역기에 넣고 돌린 부분은 없이 전부 직접해서 게임하는데 지장은 주지 않으며, 게임 내 도움말 번역은 매우 잘 된 편에 속하지만 반말과 존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NPC들의 모습은 약간의 짜증을 유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럭저럭 할만한 이 게임에서 단 하나 빌어먹을 번역이 하나 있으니... 매뉴얼 끝의 색인(Index)이다. 상식적으로 영어는 ABCD순으로 정렬을 한다. 한글은 ㄱㄴㄷㄹ순으로 정렬을 한다. 그러면 ABCD로 정렬된 색인을 번역하면 그걸 ㄱㄴㄷㄹ순으로 재정렬해야 하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내가 찾는 단어가 영문판이라면 뭘까...하고 2중 번역을 통해 ABCD로 정렬된 '한글' 색인을 보고 있으면 뱃속에서 뭔가가 확 치솟아 오른다.
4. 마무리
1레벨의 가난한 파티, 맨손으로 시작해 입을 거 입고 무기 좀 좋은 거 들고 간신히 해볼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창 물이 올라 재미가 붙어가는데 '이제 그마안~'. 너무 허전하지 않은가? 고생해서 버스트 옵션 기껏 달아놓으면 그걸로 엉덩이를 걷어차 줄 악이 노드의 4대 악마와 보스 뿐이라니. 게다가 플레이밍 버스트는 레벨 제한이 12라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한다.
틀림없이 노린거다 이건. 마치 BG 시리즈가 레벨 제한으로 게이머의 애간장을 태운 다음 확장팩으로 유도한...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가? 월드맵도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가 비어있고 말이지.
마침 D&D 3rd의 어드벤처 북에, 개조는 좀 해야겠지만 확장팩으로 만들기 딱 좋은 물건이 있다. 'Return' To The Temple Of Elemental Evil이라고... 물론 WoTC가 현재 신나게 팔아먹고 있는 책이라 라이센스비는 좀 비싸겠다만.
하지만 판매 실적이 그다지~ 인지라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제작사나 유통사의 지원을 보면 오히려 암울한 쪽이 아닐까 싶은데... 내용이 좀 부실하다 뿐이지 버그만 좀 고쳐주면 엔진은 진짜 최강인데 이대로 묻히긴 너무 아깝다. BG3를 만든다면 이 엔진으로 만들면 좋을텐데.
하여튼 컴퓨터는 갖가지 감언이설로 부모님을 꼬드겨 공짜로 마련했겠다, 친구들도 이것저것 해보고 있겠다, 용돈으로는 PC방도 가야되고 리니지도 해야겠고... 온갖 이유를 들어 자기 앞에 튼튼히 AT 필드를 쳐놓고 프라이팬에 CD를 굽고 앉았다. 짜증나는 놈들.
7월 초에 듣자하니 ToEE가 300카피 팔렸다고 한다. 안그래도 마이너 계열인데 올해가 끝날 때까지 1,000카피나 팔릴까 싶다. 사실 제작사나 유통사나 변변한 게시판도 없고 사후지원이 워낙 부실해서(오죽하면 게임을 복사하시는 초딩분들이 렐름에까지 와서 까불다 렙드당하겠는가) 뭐라고 하고 싶지만 수준이야 어쨌든 한글화까지 해서 내놨는데 저 지경이면 오히려 본인이 민망해서 말을 못할 지경이다. 매뉴얼의 오타를 지적해주고 싶어도 초판 찍은게 다 팔려서 2판이 나올 가능성이 개미 눈꼽만큼이라도 있어야 개선하라고 지적을 해주지.
이제 거의 유일한 국내 PC 유통업체가 된 손오공이 땅 파서 자선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아동완구 팔아서 번 돈을 오로지 코X닭 상장 한 번 해보겠다고 PC 게임 유통 쪽에 붓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상장하고서도 PC쪽 사업을 유지할까. 필자 같아도 절대 안 한다. 그래 뭐 좋다. 나중에 손오공이 국내 게임 유통 접고 게임 구할 길이라곤 직수 밖에 안 남도록 줄기차게 다운받아라. 안 말린다. 다만 대놓고 떠들지만 마라.
한 줄 요약
이 게임의 의의는 결국 D&D 3.5e 룰의 저레벨 전투 시뮬레이터다. 나머지는 고의든 아니든 간략화되어 있거나 누락되어 있으며, 게임의 모든 것은 전투를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D&D 룰 방식으로 진행되는 턴제 전투를 좋아하는 이에겐 더 없는 선택이며, D&D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2d4가 뭔지 잘 모를 정도의 초보자는 손대지 않는 쪽이 현명하다고 본다. 다만 후자의 경우 약간의 근성이 있다면 전투창의 파란 글씨를 클릭해가며 D&D 3.5e 룰을 빠르고 쉽게 익힐 수도 있겠다.
비록 '마무리하다가 급하게 내놓은'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이 얼마나 국산스러운가),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게임 엔진이 구사해내는 3.5e의 전투는 플레이어가 떠오르는 태양을 두어번은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뭐 그 이상은 무리지만.
발매일 : 2004년 6월 중순.
가 격 : 정가 35,000원
2004년 6월 말 구매 당시 보통 33,000 ~ 32,000에 가능
비주류 게임 특성상 6개월 ~ 1년내 똥값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그 이후로는 물량이 없어져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
구매처 : 최신 게임이라 게임파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전부.
ToEE는 전투중심 RPG이며, 퀘스트는 숫자는 적진 않지만 모두 단편적이며 대부분 한 번만 왔다갔다하면 끝나는 수준입니다.
주무대는 제목과 동일한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 통칭 '템플'이며, 나머지는 템플에 들어가기 전 레벨업에 도움을 주고 마을 2곳은 아이템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보조 역할에 불과합니다.
그래픽은 배경은 2D, 캐릭터 및 마법효과는 3D입니다.
이동은 실시간이며 전투 돌입시 턴제로 전환됩니다. 기타 맵 이동 및 구성은 인피니티 엔진 게임들과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지만 D&D 3.5e 룰 기반이며, 게임 내 도움말 및 매뉴얼도 D&D 룰 설명에 대부분의 공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질이야 어쨌든) 한글화하여 발매하였습니다.
아름답고 화려한, 그야말로 '퐌타지스러운' 배경 그래픽을 보여주며(물로 뛰어가면 물이 첨벙대며, 밤에는 날벌레가 날아다닙니다) 무기들의 이펙트가 그야말로 절제하였면서도 때리는 것 자체가 신나도록 만들어졌습니다(플레이밍으로 치면 적의 온 몸이 불탐!). 그리고 인물들의 동작이 매우 역동적이어서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쳐라 스코프!).
사운드 또만 타격감을 120% 살려주는 ?실?시행하고 있으며, 물이 첨벙댄다거나 밤에 벌레가 찌륵거리는 소리 등으로 배경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줍니다.
플레이어 마음대로 역할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선으?하든, 악으로 하든, 중간에서 실리만 챙기든 그건 당신의 자유.
크래프트 아이템을 실현. 특히 완드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 5레벨 되어 파이어볼 완드를 만들면 난이도는 바닥. 물론 이렇게 편하게 사는것에 적응했다간 막판에 보스러시에 고생합니다.
D&D 3.5e의 룰을 엄청나게 잘 재현하여, 전투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습니다. 마법을 걸어 괴롭히고 발 걸어 집단 구타를 가하는 그 재미란! 그리고 10레벨 이하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코어룰의 스킬 및 피트는 거의 완벽히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D&D 세계의 다양한 적을 만나 싸워볼 수 있습니다.
한글화 수준이 떨어집니다. 특히 한글 -> 영어 -> 한글의 이중 번역 필요한 부분 다수.
엿 같은 AI. 특히 패스파인딩한 프로그래머 놈은 할복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이 흘리고 다니는 캐릭터를 일일이 줍자면 짜증이 치솟아 오릅니다.
느린 게임 진행. 사양이 낮으나 높으나 똑같이 느립니다. 답답합니다.
난무하는 버그. 감히 말하건데 창세기전 시리즈에도 비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D&D 3.5e라는, 보통 사람에겐 생소한 룰을 채용했음에도 매뉴얼엔 설명이 부족하며, 게임 내 도움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마법 무구 제작이나 마법 설명은 없거나 너무 부실해,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몸으로 알아가야 합니다. 지금은 90년대가 아닌데. 퀘스트도 이 점은 마찬가지여서, 이 게임의 로그북의 퀘스트란은 BG1의 저널보다도 못한 수준입니다.
장점에서 언급한 '다양한' 적은 1개체만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적은 주로 인간, 버그베어, 오거들을 '지겹도록' 많이 보게 됩니다.
단조로운 BGM. 음악 자체도 그다지 색깔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래픽과 사운드는 생각이 나도 음악은 기억이 안 납니다.
결론
ToEE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멋진 타격감을 자랑하는 훌륭한 전투남발 RPG입니다. 정말 전투하는게 즐겁습니다.
그러나 특히 형편없는 이동 AI를 비롯한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은 부실한 매뉴얼을 포함해 플레이어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으며, 룰 설명이 부실하기 때문에 D&D 룰을 잘 모른다면 힘든 게임입니다.
인피니티 엔진 등의 D&D 룰 게임을 해보셨거나 전투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하는 게임이고, 퀘스트 해결을 좋아하거나 D&D 룰은 2d4가 뭔지도 모른다...라면 구입시 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장 르 AD&D 2nd Rule RPG(Hack & Slash Type)
사 양 낮음(현재로선)
제작사 Black Isle
유통사 InterPlay
하고 싶다면? 1. 60,000원쯤 하는 IWD Collection 직수판을 구입.
국내에 물량이 적긴 해도 존재하긴 한다.
그리고 1편은 IWD + HoW 한글 패치가 있다.
2편의 영어의 압박은 1편을 클리어하면서 생긴 애정으로 극복한다!
국내 유통사는 망했다! 해외 유통사에게서도 버림받았다!
정상적인 A/S의 기대는 버려라! 매니아의 혼으로 극복하는거다!
2. IWD 한국어 정발판. 그러나 HoW 없는 IWD는 진정한 IWD가 아니다!
3. 어둠의 루트. 이걸 쓸 바에야 하지 마라.
평가 : 그래픽, 사운드(특히 BGM)이 일품.
진행 스타일은 던전마을던전마을... 디아블로와 다를 것이 없다.
기본 스토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AD&D의 전투에 흥미를 느낀다면 도전.
Insane으로 1차로 깨고 그 캐릭그대로 Heart of Fury로 이어서 아드레날린의 극치!
HoF 모드의 오거는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오거가 아니다!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 PC 게임의 여명기. 당시 PC 게임계를 주름잡고 있던 장르는 어드벤처와 RPG.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히 장르 개척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특히 RPG만큼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없었다. 서양 PC 게?중 3대 RPG라고 흔히 일컫는(당연히 반론도 많지만) 울티마, 마이트 앤 매직, 위저드리 시리즈?모두 이때의 작품이고(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다 새천년에 똥씹은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 위저드리는 잘 모르겠만. 군대 가버려서), 지금도 물 건너에서는 인형 옷 갈아입히듯 모듈 바꾸면서 즐기는 사람이 즐비한 엘더 스크롤 시리즈(모로윈드)도 이시煊?시작했다. 이 시절 작품들의 특징이라면 역시 그래픽의 한계로 게임의 ?÷막?자유도 및 시나리오를 내세웠다는데 있겠다. 뭐 그때라고 껍데기에 신경쓰다가 말아먹은 게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AD&D 계열이 꽤 대세여서, 그때의 AD&D 룰 RPG를 모아놓은 D&D 룰 골드팩이 얼마전 발매되기도 했다. 물론 물 건너 이야기다.
그리고 90년대 중후반, CD-ROM이 PC의 기본 사양이 되어가면서 게임계의 주류는 변화했다. 어드벤처류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불어난 용량을 어쩔 줄 몰라 어설픈 동영상으로 채우려다 자폭한 게임이 줄을 이어 슬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고 강력해진 CPU의 힘으로 RTS 장르가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여담이지만 PC 게임 자체가 이때가 황금 시장이 아니었나 싶다. 국내 시장도 스타 모드 게임들로 활성화 됐었고 말이지. 다음엔 비디오 게임기 시장이 PC 게임 시장을 먹어버렸다. MMORPG 시장도 차세대 게임기 시장이 먹어버리겠지. PC에서 살아남을 장르라면 기껏해야 키보드와 마우스를 살린 RTS와 시뮬레이션 정도일까.
CD-ROM의 엄청난 용량에 힘입어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기 시작한 게임들. RPG들은 거기에 맞설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발더스 게이트 1편이 나올 때까지. 게임쇼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온 CD 6장짜리의 막가는 용량을 자랑하는 이 게임은 나오자마자 각종 차트와 게임 비평란들을 최고에 가까운 숫자들과 화려한 수식어로 채웠으며, 무명 제작사였던 Black Isle과 Bioware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국내에서도 제법 히트해서, 본인과 같은 얼치기 D&D 룰 매니아를 대량 생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은 정식 후속작을 내놓기 전에 이 인피니티 엔진을 가지고 2번의 실험을 한다 - 토먼트와 아이스윈드 데일. 전투의 비중은 매우 낮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말빨로 승부하는, 마치 RPG의 탈을 쓴 어드벤처 같은 토먼트. 카리스마 수치는 필요없이(Sword! not Word!) 피과 철로 점철된 정의로운 여정을 걸어가는 아이스윈드 데일.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두 게임은, 불후의 명작 BG2의 탄생에 비료 같은...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제작사도 헷갈리고 말이지.
이후 Black Isle은 세간의 평대로 기합이 안 들어간, 김 빠진 맥주인지는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중이라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IWD2를 내놓고 그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RPG용 2D 엔진인 인피니티 엔진과 함께 사라져갔다. 그들의 능력 탓이 아니라 유통사(혹은 모회사)와의 마찰 탓에 스러져간 회사들이 적은 건 아니지만 대박을 치고도, 그 능력이 쇠하지 않았음에도 강제 해산을 당해야 한다는 건 당 회사 입장에서나 게임을 기다리는 매니아들의 입장에서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케이브독!! 으흑흑흑...
그리고... PoR, NWN으로 이어지는 3rd 룰 RPG의 계보를 보아하니 어째 단순한 때리고 부수는 류의 게임만 주욱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영어라도 좋으니 심오한 시나리오, 복잡한 퀘스트, 가슴이 찢어지는 이벤트를 보고 싶건만... 토먼트의 감동은 다시 찾을 수 없단 말인가! 그저 이후의 추이만 지켜볼 따름이다(그렇다고 마카를 권하지는 말아주기를... 살인난다).
BG1 + ToSC, BG2 + ToB처럼, IWD도 Heart of Winter라는 확장팩을 가지고 있다. BG1 + ToSC처럼, 스토리가 늘어나는게 아니라 엔딩 보기 전의 모험이 확장되는 형식을 갖고 있는 이 확장팩이 또 루어마스터도 그렇고 대단한 물건이다.
만약 이 물건을 내가 판다면 뭘 광고할 것인가 - 어떤 사람이 이 물건을 잡고 플레이함에 있어서 6만원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선 이 게임과 후속작 IWD 2의 배경은, D&D의 포가튼 렐름이라는 세계관 중에서 북부 지역, 게임 제목과 동일한 Icewind Dale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부...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눈이 여름의 잠깐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내내 땅을 덮고 있는 곳. 어떤 생각이 드는가. 황량하고, 거칠고, 인간에게 적대적인 자연. 언제나 살기 위해 투쟁해야 하고 혹독한 환경 속에 매년 사상자가 발생한다. 즉...
분위기다.
티없이 맑고 깨끗하고, 그렇게 깨끗한 흰색이기에 순수한 눈으로 덮혀 생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들판, 마을, 집들과 그곳에서 힘겹게 힘겹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이 얼어붙고 눈에 덮여 눈에 띄지도 않는 강들, 순수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듯 얼어붙은 벽으로 모험자 자신을 비추는 동굴들.
그리고 슬프고, 아련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 겨울에 창가에 앉아있으면 겨울 바람이 창문 유리를 두드리며 울부짖는 노래에서 느껴지는 그러한 - 외롭고 쓸쓸한 음색, 그러면서도 눈보라의 폭풍이 몰아치고 눈사태가 산을 무너뜨리는 그 대자연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배경음악...
최고다.
물론 시작하면서 저런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을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퀘스트를 받은 뒤 길을 나서서 온갖 유적과 폐허들을 뒤지며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몬스터들)과 싸우고, 아무도 없는 외로움 속에 잠깐잠깐 쉬어가며 일을 해결한다. 그리고 돌아온 마을... 따뜻하고, 정겹다. 그들이 비록 같은 말만 반복하는 NPC일지라도, 몇시간씩 오로지 새하얀 색 뿐인 곳에서 인간과 만날 일 없이 그저 몬스터를 죽이고 죽이고 죽이기만 하다가 마을로 돌아오면 그 배경음악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반갑고 안심이 되는 것이다.
북부의 정취를 유감없이 - 질릴 정도로 보여주는 그래픽과 오로지 음악만으로 음반을 내도 히트를 칠만한 가공할 수준의 BGM... 이것이 IWD 시리즈의 최대 매력이다.
IWD + HoW는 전형적인 Hack&Slash - 즉 시나리오 부분은 약화된 채로 오로지 죽이고 부수고 던전을 파헤치는데 주력을 두고 있는 AD&D 2nd 룰 기반 게임이다.
토먼트나 BG 시리즈 같은 동료 NPC는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모든 캐릭터를 자신이 만들어서 진행하게 되며, 모든 던전을 파헤치고 마지막 던전의 보스를 죽이면 게임은 끝난다. 대화도 그다지 필요없고, 소매치기는 할 대상도 없다. 함정 해체와 상자 따는 거야 시작부터 끝까지 지겹게 하겠지만.
전투 중심의 게임인 만큼 엄청나게 다양하고 강력한 적 캐릭터가 등장하며, 그에 따라 캐릭터의 경험치는 HoW가 깔린 상태 기준으로 295만까지 올릴 수 있다. 이 정도 경험치면 최소 20레벨 이상의 강한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BG2같은 하이 어빌리티는 생기지 않지만.
특히 IWD 시리즈의 특징은 Heart of Fury 모드이다. 타 시리즈엔 없는 이 치떨리는 초강력 난이도는,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몹의 능력치를 경악스러운 수치로 갈아치워 아무것도 아닌 고블린 같은 쫄따구도 마치 보통 난이도의 드래곤을 상대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 위력은 초강력. 1레벨 파티로 시작한 주제에 가소롭게도 HoF를 선택하면,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고블린 1마리가 원샷원킬로 6인 파티를 칼질 6번으로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물 건너 폐인들은 어떻게어떻게 해서 HoF 난이도로 1레벨부터 클리어하는 애들도 있긴 있는 모양이다. 태평양 건너 애들도 결코 동해 건너 애들 못지 않다... 폐인들은 어떤 민족이든 무섭다. 정상인들은 Normal - Insane 사이의 난이도로 클리어한 뒤 이 데이터로 HoF에 도전해보도록 하자. 그래도 후반가면 제작사의 사악함에 이를 갈게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IWD에서는 HoF가 난이도 강화 - 전투 경험치 상승의 차이가 있지만 IWD2에선 그 외에도 게임 중 얻게 되는 아이템의 능력도 같이 올라간다고 한다. 달인의 경지를 위해 도전해볼 법도 하다. 고블린 공격 보너스 +23의 압박을 이겨냈을 때의 일이지만.
하지만 엔진 개조에는 그다지 힘을 기울이지 못한 모양이라 아쉬운 점이 꽤 있는 편이다. 확실히 그래픽은 BG1보다 화려하게 바뀌었지만 엔진 파워가 약해서 그런지 아이템의 옵션이 그다지 다양하지 못한 편이고, 반대로 적들도 갑빠, 공격 대미지 외에는 그다지 차별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까발리지는 못하겠지만 BG2의 '그' 공격을 못해서 HoW 보스도 약해빠졌고 말이지. 아니, 걔는 그런 걸 할 줄 안다고 해도 원래 약한 애긴 하다.
스토리는... 백번 다시 생각해도 좋은 편은 못된다. 정의의 모험가 집단이 고전적으로 음흉~하게 침울한 골방에 틀어박혀서 사악한 계획을 짜고 있던 악을 때려부쉈다는 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HoW는 좀 틀리지만.
게임 중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마법 아이템들의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는 읽을 거리다. 특히 이쪽 바닥에서 유명한 Pale Justice는 필독. 그리고 HoW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검 아이반호의 검도. 아이반호의 검의 경우엔 왠지 용이 날아가는 거리가 어쩌고 해서 창세기전 2의 라시드를 연상하고 있었는데 그냥 단순히 +5 검일 뿐이어서 실망했다.
IWD 자신은 솔직히 처음 나왔을때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BG1 인기 비결 중 하나인 개성있는 NPC도 없고, 레벨 제한도 낮고, 솔직히 BG1이랑 틀린게 뭐람. 하지만 HoW가 이런 얘기들을 불식시켜 버렸다. 모험 영역을 넓힌 확장팩이 아니라 IWD 본편의 파워업 키트라고 불러야 마땅할 이 초강력 확장팩은 시스템 개조, 엔진 개조, 마법 추가 및 개선, 경험치 제한의 대폭 상승으로 IWD 플레이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제작사에서도 HoW 자체 플레이 타임은 너무 짧다고 느꼈는지, 확장팩인 HoW의 확장팩인 루어 마스터를 공짜로 공개해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IWD 본편보다 HoW 편의 스토리가 더 심도 있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맵도 몇개 안 되는 HoW지만 IWD의 시작마을인 이스트헤이븐에서 슬쩍 언급하고 지나간 바바리안과 아이라카랏트, 예언시(Vision)와 아이반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수백년 전의 일이 현재로 이어지는 이야기... 정말 감명 깊은 이야기였다. 개인적일 뿐인 느낌이겠지만 토먼트 엔딩과 BG2 엔딩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걸 IWD 메인으로 잡지!
HoW 시나리오 추가용 공개팩인 루어 마스터는, 사정상 플레이하지 못했기에 생략한다. 재미있다던데. ToSC류의 극악 퍼즐로 구성된 맵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리고 HoW는(루어 마스터는 물론 더하고) Hack&Slash 류 게임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더 강한 적, 더 강한 트랩... 장거리에서 한 마리씩 끌어다 처리하거나 범위 공격을 우려한 나머지 맵에는 몬스터 한 마리만 박아두고 그 녀석에게 뛰어나가면 앞뒤에서 한개 소대 분량의 몹이 '나타나서' 공격해오도록 하지를 않나, 내 평생 언데드가 헤이스트 걸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난이도에 대한 편집증은 AC -10을 그냥 친한 친구 등짝 두들기듯 두들기는 익사체와 기본 공격이 마법 공격이라 횟수 무제한, 마법 캐스팅 방해 불가에다 기본 대미지가 30을 넘는 장거리 공격을 해대는 울부짖는 처녀를 만들어 냈다. '플레이어여! 한 판 붙자!'라고 울부짖는 제작자의 포스가 느껴진다...
그러나 HoW의 익사체와 울부짖는 처녀가 그대를 괴롭히더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그 맵만 넘기면 폭주하던 난이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리니. 오기와 울분 때문에라도 깨지 않을 수가 없다.
총평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니, BG1 + ToSC -> Torment -> BG2 + ToB로 다져져서 군대에선 D&D 3rd 룰 북까지 원어로 읽어제낀 내 D&D와 인피니티 엔진 게임 사랑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느낌이다. IWD 2를 원어를 직접 읽으면서 플레이하고 동시에 IWD 2 번역을 하지를 않나, 이젠 Normal은 심심해서 못하겠고 Insane 기본에 IWD 2는 HoF 모드 클리어도 계획 중이다.
이런 시점에서 본인에게 확실히 전투 중심의 게임 진행을 보여주는 IWD 시리즈는 해볼만한 게임이지만(이것은 내 매니아성 테스트다! 까짓것 클리어해주지!),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의 입장에선(특히나 Hack&Slash를 즐기지 않는다면) 어떨지. 게다가 사려면 그냥은 불가능하고 6만원짜리 통짜 합본 - 그것도 직수판 - 을 사서 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이 녀석을 플레이하면서 북의 정취 - 황량하고 외롭고 쓸쓸한 - 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6만원의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남자라면 고독한 겨울의 정취를 알아야 한다!
[#M_ From Firewine's D&D Realm 2004/05/24 | From Firewine's D&D Realm 2004/05/24 |
dauphin ( 2004-05-24 00:46:29 )
꾸준한 그 열의와 이 글에 쏟아부은 노고에 경의를. 덧붙여 IWD2에 후속 패치가 나오기를.
zapazer ( 2004-05-24 02:02:09 )
허억;;직접 다 입력하신건가요-0-;;와;;
으음;저도 HOW이 있으면 아윈데1 다시 할텐데;;
에아렌딜 ( 2004-05-24 08:40:59 )
음.. 울티마, 위저드리는 80년대에 대부분의 작품이 나왔죠. 제가 알기론 90년대에 나온
울티마는 4개? (7편,7-2,확장팩?,8편,9편) 위저드리는 6,7,8 이고. 80년대라고 보는게 좋겠죠. 마메야 1편이 87년도에 나왔으니 뭐. 만약 8비트 컴퓨터를 PC로 취급 안하신다면 90년대 초에 나왔다고 해도 괜찮겠네요.
에아렌딜 ( 2004-05-24 08:41:51 )
생각해보니 울티마는 언더월드와 세비지 엠파이어, 마션 드림즈 까지 합치면 7개네요.
흐. 아무튼 글 잘봤습니다.
장 르 : 전략시뮬레이션
개 발 사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배 급 사 :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
유 통 사 : ㈜한빛소프트
출 시 일 : 2002년 7월 3일
Warcraft 3 : Frozen Throne
장 르 : 전략시뮬레이션
개 발 사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배 급 사 :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
유 통 사 : ㈜손오공
출 시 일 : 2003년 7월 1일
머리말
군대 가고 반년, 워크래프트 3가 나왔다. 휴가 나와서 싱글을 깼다.
상병 달고 반년, 워3 확장팩이 나왔다. 제대 하고나서 엔딩을 봤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역시 블리자드'다. 좋은 뜻으로나 나쁜 뜻으로나.
오로지 싱글만 클리어하고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니 반론의 여지가 넘쳐나겠지만, 뭐 싱글도 게임의 일부 아니겠는가.
비록 집에 정품 박스는 하나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운이 닿아 블리자드사 게임은 워크래프트 2 이후 전부 즐겨보게 되었다. '해보는'게 아니고 '즐겨보는' 거다. 그들의 게임은 즐길 수 밖에 없다.
흔히 게임은 종합 예술이라고 한다. 그래픽, 사운드, 음향 효과, 그리고 플레이어가 캐릭터들을 움직이면서 이것들을 전체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신기루처럼 흩날린 오리진의 문구처럼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舊嗤?쌍팔년도도 아니고 저것들을 혼자서 만드는 것은 불능. 휴대용 게임기용 게임을 만든다고 쳐도 최소 3, 4명 이상의 사람이 게임을 만들다 보면, 각각 맡은 부분이 이벤트 행사장에 걸린 풍선 인형처럼 따로따로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게임은 다르다... 각각의 게임의 컨셉과 엔진의 한계에 맞춰진 그래픽과 음악과 사운드와 오브젝트와 적들과 NPC들이 플레이어를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마우스를 잡고 게임을 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게임 속의 일원, 그곳의 영웅. 까부는 놈들은 다 까버리는거다.
물론 다른 게임들도 대부분 그렇게 위화감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어울린다 정도로 이렇게 완벽하게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보여주는 게임은 흔하지 않다.
줄여서, 그래픽, 사운드 부분은 완벽.
여담이지만 그렇게 위화감을 일으키는 게임들 중 상당수가 국산이라는 건 슬픈 일이다.
학과 공부하면서 100줄 미만 프로그래밍을 하는 햇병아리지만, 블리자드의 프로그래밍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 뭣보다 버그가 없다. 물론 1.14까지 오면서 잡은 자잘한 버그야 전지를 채울 정도지만, 결코 대부분의 국내 게임들처럼 잘 나가다가 "쀍!!" 이러고서 한창 게임에 빠져드는 플레이어를 윈도우즈의 차가운 파란 화면으로 내팽개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100줄의 코드를 짜면 컴파일 불능 에러가 250개는 뜨는 본인으로서는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튕길 걱정 없이 게임에 몰두한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이런 프로그래밍이 게임에 대한 흡입력을 더 높여주고 있다. 원래는 흡입력을 뺏지는 않는다고 해야겠지만... 창세기전 시리즈를 하면서 튕기는게 정상, 안 튕기는게 신기해질 정도가 되어버려서. 뭐, 세이브하는 버릇을 들여준 건 고마워하고 있다.
솔직히 이 부분 때문에 욕 본게 얼마나 많은지... 어떤 게임은 패치 디스켓을 정품 패키지 안에 넣어 발매하지를 않나, 리콜은 대작 게임의 필수고, 어떤 게임은 나온 패치를 다 깔아도 실행조차 안 된다고 하고, 타이틀에 엔진이 알파 버전이라고 뜨는 멋진 장면도 있었다.
여유가 없고 돈이 없고 칭얼거릴 거면 게임 돈 받지 말고 그냥 뿌리든가. 한정판을 만들지를 말든가. 예약을 받지를 말든가. 약속을 어길 거면 약속을 하지를 말든가. 10원짜리를 푸대에 부어서 대X리를 쳐 날릴 놈들 같으니.
[#M_ 썼다가, 지웠다가, 쓴게 아까워서 냅둔 부분 | 썼다가, 지웠다가, 쓴게 아까워서 냅둔 부분 |
솔직히 이 부분을 따로 떼어놓은 건 국내 개발자들 씹으려고 그런거다. 제발 정신들 좀 차려라.
어차피 불법 복제 때문에 다들 온라인으로 갈 건 예상하고 군대를 갔지만, 컨텐츠로 보나 프로그램 안정성으로 보나 알파나 베타 수준 밖에 안 되는 게임을 정식이랍시고 열어서 사용자들을 유료 베타 테스터로 써먹는 추태는 도대체 패키지 때랑 달라진 게 뭐냐? 패키지 때야 게임 불안정하다고 씹어대면 맨날 하는 소리가 당장 돈이 없어서 일단 팔아놓고 패치한다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베타 테스트들도 마찬가지. 클로즈나 오픈이나 도대체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하면서 테스트를 하는건지. 그렇게 일일이 테스트해댄다는 건, 바꿔말해서 패치의 영향을 지네도 모르겠다는 거다. 그렇게 모르겠나? 그렇게 질질 끌면서 결국 국내 유저들의 노가다에 굴복해 게임은 테스트도 덜 끝났는데 첫날밤의 색시처럼 옷이 훌훌 벗겨져 컨텐츠는 바닥을 드러내고,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유저들은 다음 테스트 게임으로 떠나간다. 테스트는 양날의 칼이다. 안정화도 좋지만 유료로 팔아먹을 컨텐츠를 다 드러낸 베타 테스트를 그렇게 질질 끌면 어쩌자고?
솔직히 별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다. 나쁘다는게 아니고 당연하달까. 어떤 게임이든 전세계 몇백만의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 악튜러스 때의 손노리와 그라비티나 창세기전 3 파트 2 때의 소맥처럼 완전히 신경 끄고 사는게 아닌 이상 밸런스는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싱글의 얘기. 노말의 경우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면 한 번 만에 별 무리없이 도전해서 깰 수 있을 정도였고, 하드의 경우 확실히 어렵긴 했지만 사람의 도전 욕구를 확실히 자극하고 있었다.
싱글에 신경 안 쓰고 팽개쳐 놓거나, 하늘로 날아가버리거나 땅에 처박혀 흔적도 안 보일 정도의 난이도를 보여주는 여타 게임들과는 다르다.
간만에 스토리를 즐기면서(번역은 X 같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픽, 사운드, 밸런스, 안정성, 흡입력이 좋아도, 필자는 워크래프트 3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숫자가 적으면 부대를 가르기도 힘들고, 포위, 기습, 우회 기동 등등은 저 딴 나라의 단어가 되어버린다. 워 3에서 포위라고 하면 영웅 쌈싸먹기고, 기습이라고 하면 크립 사냥할 때 뒤치기다. 이래가지고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전술, 아니 동네 쌈질 수준이지.
어째 블리자드의 게임은 워 2, 스타, 워 3로 오면서 유닛 제한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워 3에 와서는 유지비 관계로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고, 그나마도 한 유닛이 1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실제로는 유닛 12기 채운 부대가 2개 이상 나오기 힘들다. 3개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해본 적은 없지만 2, 3천개의 유닛이 나온다는 저 미디블 토탈 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실 갯수로 유닛 100개 정도는 운용해야 전술 비슷한 거라도 펼쳐볼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플레이를 보자면 영웅에 유닛 몇 붙여서 크립 사냥이나 하고 그뒤로는 서로 빈집털이를 하거나 유리한 타이밍에 영웅 죽이려고 빙글빙글 돌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거야 동네 양아치 나와바리 쟁탈전 아닌가.
TV에 나오는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한 플레이는 논외로 치자. 워 3를 그거 볼 때 해설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워 3는 장르를 따지면 RPG가 섞인 RTS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RPG에 RTS가 묻혀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영웅 시스템을 죽여버리는 것도 좋았을텐데.
워낙 게임을 잘 만드니 뭐라고 하고 싶진 않지만 블리자드는 별로 창의하곤 별로 안 친한 제작사다. 본인이 알기론 디아블로 1편의 독특한 장르... 리얼타임 액션 RPG라고 해야 하나? 그것 빼곤 없는 것 같다. 전부 어디선가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고 잘 꿰매서 쓰고 있는 것이다.
워 3의 영웅 시스템도 국내에서 X 빠지게 스타 모드들 만들 때 그냥 베끼면 허전하니까 넣은 레벨제 따온 거고... 사실 발상 자체야 쉬우니 국산에서 따왔다고만 볼 수도 없지만.
하지만 감점. 뭔가 신선하고 새롭고 충격적인 것을 바라는 본인으로선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하긴 어차피 게임이라는게 심심할 때 킬링타임할 때 쓰는 거니까, 거기에 충실하면 되겠지만 본인은 게임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지라.
마치며
워크래프트 3는 대작이고 명작이다. 잘 만들어진 게임임에 틀림없다.
비록 RPG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사양 탓도 컸겠지만) 전술이 동네 패싸움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고, 게임의 요소요소는 전부 어디선가 본 거지만 창의성은 언더나 인디의 덕목이지 대작의 덕목은 아니므로 패스.
하지만 역시 RTS로서 컨트롤 가능한 유닛과 부대의 수가 이렇게 적다는 건 치명적이다. 역시 본인은 다시 토탈을 하러 가야 할 듯 싶다.
여담이지만, 막판 일리단 - 아서스 대결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연출. 처음 봤을 땐 진짜 CG 비주얼인 줄 알았다.
군대에 있으면서 게임을 몇 개 했습니다.
우선 디아블로 2 + 확장팩을 싱글로 헬 난이도까지 클리어했고,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을 갖고 가서 모든 미션을 다 깨보기도 하고,
스타 미션을 해보기도 하고(이건 조금 하다 말았지만),
창세기전 2, 템페스트, 창세기전 3를 클리어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엄청 많이 했군요. -_-;
하지만 위 게임들 중에서 다른 게임들은 모두 처음한 거였지만 창세기전 시리즈는 모두 이미 했던 것을 리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해도 또 새로운 재미가 있더군요.
창세기전의 의미
창세기전 시리즈는 1편부터 시작해서 3 파트 2까지, 그야말로 한국 게임업계에서 패키지 게임의 대표 선두 주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2편의 10만장 신화부터 시작해서 매 편마다 대성공을 거두며, 척박했던 게임시장에 투자를 이끌어오고 무수한 매니아를 양산했습니다.
실제로 창세기전의 외전 합본이나 3 합본들은 지금도 시장에서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고(용산에 갔다가 놀랬습니다), 창세기전 2 밀봉 패키지는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울러 창세기전 시리즈가 끝나자 소맥은 마그나카르타를 새로운 시리즈를 육성하려고 했지만, 이건 또 대박 망했죠. 뭐 마카가 망한건 온라인 게임들과는 관계없지만, 아무튼 이후 소맥은 PC용 게임의 패키지를 포기,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넘어가던 터라 국산 PC 패키지 시장은 사실상 고사상태가 되었습니다.
즉 국산 PC 패키지의 흥망성쇠를 같이한 대표적 게임이다...라고 말하고 싶군요.
제 개인적으로도도 창세기전의 의미는 큽니다.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했던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접했던 게임이라서 그 스토리라든가 캐릭터들이 더 와닿더군요. 나름대로 스토리라든가 계보를 다 외우기도 하고(웃음).
3의 경우엔 2가 끝난 이후 외전만 연속 2개 발표하며 애간장을 태우던 소맥이 발표한 첫 정식 후계작으로, 뭣보다도 템페스트에서 천사 운운하며 아스트랄로 날아가버린 스토리를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해 가장 관심이 쏠렸습니다. 처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로 홍보라든지, 시스템이라든지, 캐릭터라든지 이런 건 아무 관심도 못 끌었었지요.
드디어 나온 3. 대단한 반향이었습니다. 판매량도 엄청났었던 것 같고. 각 게시판도 시끄러웠죠. 전 그 때 돈이 없어서 나중에 샀는데, 역시 그 명성대로 버그는 엄청났지만 시스템 자체는 전 시리즈 통틀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3가 시리즈 전체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일종의 완성판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의 관점에서 본 창세기전 3의 외양.
물론 3D 그래픽과 5.1 채널 사운드가 기본인 현 시점에서 몇 년 전 게임을 같은 선상에서 본다면 정말 볼상 사나운 게임이지만, 그래도 지금 플레이하기에 그렇게 고통스러운 게임은 아닙니다.
그래픽은 2D로서는 엄청난 그래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광원이라든지, 각종 효과들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고, 1024*768로 해상도를 올려서 보면 정말 극상의 그래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 해상도로 플레이하면 숫자들이 잘 안 보이는데 이건 어쩔 수 없겠지요...
단 위 내용은 전투시 화면이고, 이벤트 내용은 640*480 해상도 고정입니다.1024로 보다가 640으로 이벤트 내용을 보면 위화감이 강렬한게, 800이상 고해상도용 이벤트 그래픽도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죠.
물론 플레이 시간이 긴 게임은 다 그렇지만, 플레이 시간에 비해 BGM이 너무 짧고, 적습니다. 듣고, 듣고, 또 듣다 보면 결국 Music을 죽이고 윈앰프를 트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한정된 용량에 CDDA 음악은 무리가 컸겠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Midi는 어땠나 하는 생각도 드는 건 사실입니다. 당시 컴퓨터 사양상 MP3는 무리고...
효과음들은 대부분 마음에 듭니다만 저 같은 경우엔 메카닉류라든가 총 발사음이 좀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제가 저음을 너무 좋아하는 걸지도...
요즘 나오는 게임(특히 지금은 PS2나 XBOX용 게임과도 맞짱 떠야 하는 시대가 되었죠)에 비하면 확실히 좀 떨어지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건 아닙니다. 이 게임이 그래픽 좀 보고 사운드 좀 듣자고 하는게 아닌 이상 더욱 그렇죠.
SRPG로서의 창세기전 3.
SRPG가 뭔가 하는 고리타분한 잡설은 그만두겠습니다.
SRPG는 게임 구조상 제작자에게 단 2개만 잘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하나는 감동적이고 뒤를 궁금하게 만들며 결국 다음 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스토리 텔링이고, 하나는 재미있고 스릴있고 캐릭터 키우는 재미가 있어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적을 척살하게 만드는 전투입니다. 창세기전이 재미있다는 건, 결국 이 두 부분이 서로 재미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3의 스토리는 크게 투르 제국의 이야기인 시반 슈미터, 팬드래건 왕국의 이야기인 크림슨 크루세이더, 게이시르 제국의 이야기인 아포칼립스 3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서로 뿌리 뻗고 자라다가 게임의 후반부에서 하나가 되지요. 무수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서로간의 성격을 드러내며 이 장대한 이야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정말 놀랍습니다. 플레이어가 전혀 골치를 썩이지 않고 3개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되어 있지요.
그리고 또 어떤 곳에서는 국가간의 큼지막한 스케일의 이야기 대신 캐릭터 개인 간의 애증이 얽히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파트 2의 마무리 때문에 창세기전의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스토리 텔링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겠더군요.
다만 몇몇 군데는 전혀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언급만 한 번 하고 휙 다음으로 넘어가서는 다시는 얘기도 없는(심넬과 올리비에 얘기라든지) 캐릭터들은 좀 아쉽더군요. 그리고 창세기전 대대로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필드 내 이벤트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크림슨 크루세이더 쪽에서 몇몇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그 이후 후속 이벤트가 전혀 없으니 아군 증강 외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그나마도 없어도 되는 애들 뿐이니...
전투... 재미있습니다. 아군 캐릭터 키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게임에선 레벨제가 없고 대신 경험치가 100을 돌파할때마다 어빌리티를 하나씩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어빌리티를 만족하면 전직을 하게 되지요. 보통은 상위 직업이나 상위 직업에 필요한 어빌리티를 배울 수 있는 동급의 다른 직업으로 전직하게 되는데, 이 게임에선 특히 원래 달고 나오는 직업보다 아예 다른 계열로 전직해버리면 괴물이 되는 캐릭터가 몇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더해줍니다. 뭐 누구나 다 아는 심넬 램버트라든지, 죠안 카트라이트 같은 애들이 있지요.
적들도 꽤 다양한 편입니다. 특히 전작인 창세기전 2에서 제국측 애들이 이름만 다른 제국기사(같은 기사인데 돌격기사, 구축기사, 제국기사, 암흑기사 등등...)였던 것이나 파트 2의 적들이 Only 아델룬인 것에 비하면 파트마다 완전히 다른 적들이 나오기 때문에 마치 3개의 게임을 하는 느낌마저 줍니다.
물론 색깔놀이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의식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창세기전 대대로의 특징이지만 난이도가 꽤 낮습니다. 초반에는 아군이 약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만 초필만 등장하면 그야말로 학살전이 전개되지요. 적은 약하고, 아군은 강하고, 초필있겠다, 모았다가 학살. 이렇게 되니 지겨워지고 결국 끝에 가면 dukja(적 전멸 치트키) 남발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게도 이건 창세기전 시리즈 전체 특징입니다. 2에서부터 단 한 화도 빠짐없이 같은 양상이 전개된다는 것에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소맥은 밸런싱에 상당히 취약한 편입니다. 신경을 안 쓰는 건지...
프로그램으로서 얘기하자면 창세기전 3는 불안합니다. 중간에 계속 튕기죠. 그나마 옛날처럼 컴을 통째로 쥐고 자폭해버리지는 않으니 다행이지만 적 학살을 위해 기술을 발동했는데(세이브도 없이) 튕기면 난감합니다... 덕분에 중간 세이브하는 버릇은 착실히 들였군요.
마무리.
사실은 3를 부대에서 엔딩보고 오긴 했는데 뭔가 미진한게 많아서(플랑드르도 안 꼬셨고, 무영릉도 안 깼고, 유성검도 안 빼았았고, 시반 슈미터 애들 전원 시반 블레이드 전직 대업이라든지) 다시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보니 할 게임은 무수히 많고 시간은 없더군요. 그래서 중간에 접고 이렇게 마무리 소감을 씁니다.
PC 패키지 시장... 솔직히 2년 동안 무수히 많은 게임이 나와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고사상태라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2004년인데도 90년대에 나온 게임이 몇만원에 팔리고, 2003년에 나온 최신작이 쥬얼로 만 원 이하에 팔리는 부조리한 시장. 이미 PC는 온라인, 오프라인은 PS2 내지는 XBOX로 이동이 완료된 것 같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기대를 하는 게임은 몇 있습니다. 언제 나올진 모르지만 토탈 2라든지, 발더스 3라든지, 네버윈터 나이츠 확장팩 등이 있군요.
안타까운 점은 제가 기다리는 게임 중 국산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오프라인 게임은 국산 명작이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대로 끝인지... 패키지 게임으로서의 명작이 나오기를 바래봅니다.
왜 온라인이 아니고 패키지 게임이냐구요? 전 울온을 하는 중이라서... :)
* 개인적으로 CGW의 촌철살인의 리뷰를 굉장히 닮고 싶습니다만... 수련이 필요하군요. 쓸데없이 길어져.
이 글은 보는 사람이 창세기전 3 파트 2를 모두 클리어했다는 것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괜히 "네타바레잖아!"하지 마시고, 일단 클리어하고 보세요. 이런저런 문제로 이하의 글에서는 말을 놓겠습니다.
제목 : 창세기전 3 파트 2.
장르 : Holocaust Strategy Role Playing Game.
구성물 : Visual Reference Book + Quick Guide + 4 CD + 5 Character Cards.
제작사 : 소프트맥스.
유통사 : 디지털 에이지.
출시일 : 12월 22일.
게임 내용 : 이벤트, 전투, 이벤트, 전투, 이하 반복.
사양…은 대부분 눈치까고 있지 않남. -_- 파트 1보다도 낮은 것 같으므로 안심하시라.
필자는 일반적으로 게임은 발매된지 일주일이면 전체 판매량의 1/3 정도가 팔려나가고, 3개월이면 판매쪽은 거의 끝나며, 6개월 뒤면 수명이 끝난다고 본다(어디서 들었는데 기억이 희미해졌다.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스타 같은 희귀종이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은 오랫동안 꾸준히 팔리기도 하고 또 요새는 멀티플레이 때문에 게임의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싱글 플레이 위주의 게임들의 수명은 대충 이런 편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소감을 게임이 발매된지 9개월, 클리어한지 7달 만에 완성했다. 이 소감을 읽는 분들께 이 글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 때우기? 어쨌든, 가보자. -_-
국산 게임의 패키지가 날이 갈수록 고급화되고, 안의 내용물도 충실해져 정품 유저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이런 기쁜 현상에는 크게 2가지 이??있다고 본다. 하나?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이고, 하나는 불법 복제다.
지난 암울했던 시기… 게임이 제대로 된 취미 취급을 받지도 못했고 유통사도 별다른 인식을 갖지 못했던 시기… 게임 패키지는 정말 멋졌다. -_- 구성물이라곤 박스, 디스켓(내지 CD), 매뉴얼(초간단).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특히 동X게임채X은 전설의 "양말곽 패키지"를 생산, 많은 게이머의 뇌리 속에 그들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저 유명한 쥬라기 공원 쇼크와 스타크래프트 붐 이후 게임에 대한 인식이 크게 좋아져, 게임도 제대로 된 하나의 산업의 하나로, 그리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문화 및 취미 생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벌어진 동생 살해 사건에서 이스가 원흉으로 찍힌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금주령은 안 내리나? 음주 운전으로 죽는 사람이 1년에 몇명인데.)
따라서 유통사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패키지의 디자인이나 안의 내용물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근 몇 년 새에 우리 나라의 게임 제작사들은 거의 대부분 패키지 게임보다는 온라인 게임 개발 쪽으로 제작 방향을 바꾸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불법 복제일 것이다.
원본과 카피본의 차이가 전혀 없는 디지털의 특성상 컴퓨터 관련 여타 기술의 발전과 같이 복사 기술도 발전하여 왔으며, 지금은 복제를 CD가 수십장 들어가는 용량 하드 디스크와 싼 값에 보급되고 있는 CD-RW가 받쳐주는 시대다. 거기에다가 우리 민족은 원래 저작권의 개념이 희박하고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민족이 아니던가. 근래들어 많은 캠페인과 광고 등으로 서서히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런 걸 보고 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은 한번 팔면 끝인 패키지와는 달리 일정 주기마다 돈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부 온라인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남겨진 패키지 게임 제작자들은 더 강한 락을 거는 것 이외에도 정품을 팔 궁리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답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패키지 내용의 강화다. (한정판 얘기는 제외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건 일반적인 패키지니까)
따라서 국산 패키지 게임의 내용물은 날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CD, 매뉴얼만 넣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내용물이 들어가고, 패키지 디자인도 독특한 것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창세기전 시리즈의 패키지는 정말 대단했다.
매 시리즈마다(1, 2편은 제외) 패키지를 충실히 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패키지를 새로 제작하여(당연히 이 패키지에는 뭐가 들어가든 앞의 패키지보다 뭔가가 더 들어간다. 아니면 그림이 바뀌든지) 늦게 게임을 구입한 이에게 만족을 주었다(물론 먼저 산 사람들은 엿 먹은 거지만).
특히 이번 파트 2에서는 지금까지 제공해왔던 캐릭터 카드 뿐만 아니라 엄청난 크기와 질을 자랑하는 "책" 한 권을 기본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처음 봤을때의 그 충격이란… 이것 때문에 패키지가 2중이 되었을 정도니까. 아 물론 이것도 시리즈의 전통에 따라 본인이 사고 난 뒤 소맥에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 패키지가 발매되어, 필자를 물먹였다.
필자는 게임 내의 동영상을 3개로 나누고 있다. 오프닝, 중간, 그리고 엔딩 동영상인데, 이 중 오프닝은… 보고 기겁을 했다. 인간들 얼굴이 마치 3류 호러 영화에 나오는 목각 인형 같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거는 그냥 중간에 공개된 거고, 실제 파트 2 오프닝은 창세기전 3의 오프닝처럼 멋있게, 수준있게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그게 파트 2의 오프닝이었을 줄이야. 물론 이후 이어진 영상들의 메카닉이나 전투씬, 음악, 연출 등은 아주 훌륭했으나 오프닝에서의 인물 얼굴에서 받은 충격은 컸다….
그러나 중간에 나오는 동영상과 엔딩의 동영상들은 과연 창세기전의 명성답게 매우 수준이 높았다. 거의 FF8 수준이었다(바꿔말하면 FF9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거 같더라. 특히 손). 엠블라가 Doll들을 부수는 장면은 왜 넣었나 아직도 좀 의아하긴 하지만….
CG 무비의 퀄리티가 높은 것 뿐만이 아니고, 멋진 연출에 효과음이나 음악등도 좋았다. 돈 가지고 떡칠만 한다고 "훌륭한" CG가 나오는게 아니니까. 그런데 피 튀고 살튀고 마장기끼리 싸울 때는 철도 튀는 전투씬은 진짜 리얼하게 할 거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게 좋을 듯 싶다. 그 무박력의 탈력 전투씬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매우 거시기한 것이…. -_-
동영상을 제외하면 창세기전의 그래픽은 모두 2D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상도는 640*480으로 고정인데, 고해상도로의 변경이나 3D 가속 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역시 창세기전 3 때 사양 문제로 하도 말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했다…고 해야 하나? 1024도 충분히 커버할 만한 사양을 가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냥 짜증날 뿐이지만.
필드 그래픽은 3D로 제작하여 2D로 뽑아낸 그래픽인데, 어떤 때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어떤 때는 금속의 차가운 느낌을 살려내는 것이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움직이는 배경"이다. 처음 살라딘들이 코어 헌터에 도전할 때의 맵에서 꿈틀대는 그 무엇(?)이라든가, 다리 맵에서 물이 흘러가는 그 그래픽… 환상이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아서, 잘 보면 많은 맵에서 도트가 튄다. -_-; 계단 현상 같은 것은 아니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튄 것 같은데 8비트도 아니고 16비트 컬러에서 이런 그림을 보게 되니 매우 거시기(-_-;)하다. 가끔 가다 보면 대화할 때 뜨는 일러스트에서도 이런 식으로 도트 튄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캐릭터 그래픽은 2D 도트 노가다로, 640*480 해상도에 나오는 조그만 캐릭터치고는 그 개성을 매우 잘 살려내고 있다. 모션도 제법 많고. 그러나 프레임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촉박한 제작 시간에 그런건 무리였겠지만.
이번 작에는 3D 가속 옵션 따위는 없는데, 소프트웨어로 지원해주고 있는지 광원 효과가 들어있었다. 벽에 붙어서 빛나는 등불이라든가, 맵에 붙은 해골바가지(;;;)가 쏘는 미사일에서 나오는 빛이라든가, 특히 힐의 효과가 매우 아름다웠다. 다만 최적화랄까… 제어가 제대로 안 되는지 여럿에게 동시에 힐을 걸거나 특히 로드 리더가 쓰는 플라즈마 볼의 경우 볼이 5개까지 늘어나는 동안 차곡차곡 느려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_-;
1편 빼고 전 시리즈에 한 번도 안 빠지고 등장하는 초필살기. 이번 작에서는 총 22개의 초필살기(의외로 많군)가 등장한다. 그런데… 대체로… 별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초필이란 짧고 간단하고 화끈한 비주얼을 보여줘야 자주 쓰기도 좋고 적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이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필살기는 천지파열무였다.
그러나… 진무천지파열이나 아수라파천무는 비주얼이 너무 길어서(아수라파천무 비주얼 1분 20초. FF8의 악몽의 소환수 에덴 못지 않다) 보기 귀찮아서 쓸 수가 없고, 반대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습득하게 되는 초필… 빅뱅이나 특히! 무신멸뢰옥은 간단하다못해 썰렁할 정도다. 2에서의 그 카리스마적인 모션(과 대미지)은 어디가고 그 그래픽을 확대만 해서(진짜 확대만 한다. 도트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붕붕 돌리고 끝이라니… 크헉… 그 고생을 해서 키웠더니 구사하는 초필살기가 겨우 저거였단 말인가. 허무했다(대미지도 낮다!).
그래도 그래픽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역시 "좋다"가 되겠다. 640*480 해상도 고정인 것이 매우 마음에 안 들지만 사양을 낮춰 많은 유저들에게 어필하려는 거겠지…라며 용서해주련다.
다만 좀 황당했던 건, 진무천지파열과 헬카이트, 타이타니아 슈발츠, 특히 아수라파천무의 경우 비주얼이 나올때 정말 버벅거렸다. 필자의 컴이 2D에서 버벅이는 경우는 640*480 이상 해상도의 동영상을 돌릴 때 뿐인데… 진짜 저사양 유저를 고려한 것일까. -_- 아니면 필자의 컴에서만 버벅인 것일까?
그런데… 나중에 시스템 부분에서도 말할 거지만 사용자 편의는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행성계 안에서 각 행성을 돌아다니거나, 다른 행성계로 워프하는 그래픽, 전직 시스템으로 넘어갈 때의 딜레이, 아수라파천무의 기나긴 비주얼… 전부 스킵이 안 된다. 사실 이 게임 전체에 걸쳐 스킵되는 부분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혹시 모르니 이렇게 적지만 사실 아예 없었다). 안 넣은겐가 못 넣은겐가 아니면 아예 생각조차 안 해본겐가? 이벤트 하나 안 놓치고 싶어서 온갖 행성, 행성계를 다 돌아다니는 필자에게 행성 간에 넘어가는 그래픽을 모두 다 보는 것은 고문이었다(모세스 시스템이 술 먹었을때는 아주 재미있었지만;;).
솔직히 필자 귀는 막귀인데다가 사운드 카드도 딸리고 스피커도 2개 세트에 2만 원하는 싸구려다. 그리고 음악 감상문 같은 것도 써본 적이 없으니… 고로 간단히 쓰련다. 성우 빼고. 라고 쓰고 있는데 4.2 채널 + 마야 5.1의 사운드 시스템을 마련하게 되었다. -_-;
그래도 별로 달라진 점은 없었다…라기 보다 희안하게도 필자의 시스템에서는 처음엔 4채널로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 리소스가 좀 닳으면 2채널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_- 버그인가? 뭐 시리즈 전체에 걸쳐 워낙 다양한 버그와 동고동락하다 보니 이젠 튕기지만 않으면 버그랑 어깨동무하고 놀 수도 있을 것 같은 경지에 이르렀지만. -_-
시리즈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창세기전의 음악은 정말 대단하다. 게임을 시작할 때는 전혀 "아니었던" 기분도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쾌활하게 게임의 상황에 맞게 분위기 만들어 버린다. 무드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너무나 장엄하거나 너무나 슬픈 등 약간 심하게 오버하는 경향이 있어서 평소에 듣기에는 좀 그렇지만.
아닌 것 같지만, 효과음은 음악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음악보다 더 만들기도, 쓰기도 어렵다. 그 질과 등장의 타이밍이 게임의 재미… 게임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철권 3를 에뮬로 할 때 스피커 꺼놓고 해보라. 전혀 할 맛이 안 난다(그런데 왜 이걸 설명하고 있지. 그냥 소감만 쓰면 될 걸 가지고).
이번 파트 2의 효과음, 한마디로 좋았다. 칼질할때 효과음이 전혀~ 칼질 같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들어줄만 했다. 벤다기 보다는 꼬챙이로 찌르는 느낌이랄까… 푸욱 푸욱~하고. 아니면 허공에 그냥 헛치는 그런 느낌.
이번 작에서는 성우 연기를 더 넓혀 턴이 돌아와 캐릭터를 선택할 때도 음성이 나왔는데, 게임하면서 무수히 듣게 되는 것치고는 그 종류가 너무 적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비슷한 대사가 꽤 있다는 것이 별로… 뭐 좋기는 좋았지만.
그러나 음성의 크기 조절 부분은 대실패다. 그냥 말하는 거나 외치는 건 괜찮은데 자기 혼자 웅얼웅얼 거리는 건 도대체 뭐라는 건지…. 성우가 작게 말하면, 게임에 실을 때는 소리를 좀 키워서 들리도록 해야할 것 아닌가. 스피커 볼륨을 높이면 아예 배경음악이 음성을 지워버린다. 이놈의 빌어먹을 게임은 볼륨 조절을 할때마다 해야 하고….
성우 연기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특히 악역… 퉁 파오, 아슈레이(Great!), 하이델룬 이 3명의 연기, 그 중에서도 감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그 절규…
다만 이 수준급 연기를 팍, 아주 화끈하게 꺾어버린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엠블라다(리엔 등 다른 캐릭터도 꽤 과다 오버질을 했지만… 엠블라에겐 좀 꿇린다).
처음의 그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가까이 오면 죽여버리겠어!"의 오버질에서 시작해서 나중에 브리핑할 때의 "중학생의 책읽기" 상황 설명…
성우가 얼빵했는지, 소맥에서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별로 안 줘서(하긴 캐릭터 정보를 주면 얼마나 주겠냐만은. 스토리 전개에 대해 성우의 입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성우가 캐릭터 파악을 못했는지는 몰라도 캐릭터 하나 완전히 작살을 내놨다. 2번 클리어한 지금도 엠블라가 무슨 여잔지, 성격은 어떤지, 살라딘에게는 또 왜 반했는지 "잘" 모르겠다(딴지 피하기용 단어, "잘"). 뭐 원래 이번 파트 2가 전체 스토리의 마무리라는 면에 치중해서 각 캐릭터 개성은 거의 죽다시피했지만서도(여기서 고 개성씨에게 묵념).
원래의 엠블라의 설정은 "어릴 때, 어머니의 희생과 그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아버지에게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냉정하고 침착한 과학자"였던 것 같은데, 대사에서는 알겠는데 목소리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으니… 게다가 음성의 크기 차가 제일 큰 캐릭터도 엠블라다. 심지어는 그냥 약간 작게 말하는 것조차도 제대로 안 들릴 정도. 나중에는 엠블라 목소리만 나오면 짜증이 났다. 게다가 이 빌어먹을 인터페이스는 스킵도 안 되지 않는가.
물론 엠블라만 빼면 다른 캐릭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이를 어쩌리, 엠블라가 있는 것을.
아름다운 그래픽과 뛰어난 음악과 효과음, 100가지를 넘는 스킬, 20여 개에 달하는 초필,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그런데 이 게임은 지루하다.
왜 지루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건 대사 스킵 불가와 황인 밸런스 때문이다. 대사 스킵 불가는 넘어가고 여기선 단지 "전투"에 대해서만 논해보자. (버전은 1.005 기준이다)
쉽다. 아주 쉽다. 너무 쉽다. 필자가 장담하는데, 몇몇 무척 어려운 전투만 제외하고는 전부 기본 공격으로 넘길 자신이 있다. 아이템? 회복 스킬? 다 필요없다. 휴식이면 OK다. 1.002까지는 어렵다고 온갖 욕을 다 먹더니 1.003부터는 너무 쉬워서 하다가 잠이 올 지경이다. 어차피 버그는 피차일반이니 일부러 1.002로 다시 클리어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하지만 필자는 1.002로 하면 심한 버그가 발동해 1.002로는 못했다).
1.005에서 나오는 수많은 약해빠진 적들 중 그나마 보스 "같을 줄 알았던" 퉁 파오 + 마장기… 소울 채우기 위해 애들로 한대씩 치다가 애들 소울도 다 차기 전에 죽었다. 리로드해서 한 번 한 방에 죽이는게 가능한가 실험해 보려고 살라딘 오버 드라이브 레벨 20 걸고(대미지 * 3) 풍아열공참을 갈겼는데 그건 버티더군. 체력 6,000정도만 남는 빈사 상태가 되긴 했지만. 무슨 놈의 마장기 껍데기를 얼마나 부실 공사로 만들었길래 아델룬을 치나 마장기를 치나 대미지가 똑같이 나오는 건가(즉 디펜이 같거나 달라도 효과가 안 나온다는거다). 그리고 그 놈이 쓰는 기술(핀 판넬 -_-)… 간지럽더라. 안 그래도 턴도 늦게 돌아오는 녀석이 대미지 800이 뭐냐. 좀 과장해서 10배는 나와줘야 보스 같지 않을까. 이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_-
난이도가 쉬운 것도 쉬운 거지만 스킬이 100가지를 넘어도 최강 스킬 연과 몇몇 보조계 스킬, 회복계 스킬을 빼면 나머지는 쓰레기라는 것도 문제다(심지어 보조계 스킬은 일부러 그랬는지 중첩도 안 된다. 파티 하나당 보조계 스킬 하나면 족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부채질하는 얼빵하기 짝이 없는 AI… 무조건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돌격이다. 하긴 공격을 해야 소울이 차고 소울이 차야 뭔 짓거리를 하겠지. -_-;
디아블로 2도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스킬이 있는 게임의 경우 적이 오리지날 스킬 쓰는 건 드물다. 물론 파트 2의 적군들도 아군과 같은 스킬을 쓰는… 듯 하지만, 종류는 몇 개 안 된다. 기껏해야 곧 죽을 놈이 발버둥 치는 힐, 좀 짜증나는 소울 -100, 좀 아픈 연 레벨 1…
이 글 읽는 분 중 게임하면서 실수 말고, 일부러 큐어를 5번 이상 걸어본 사람 있는가? 딱히 독의 뿅 가는 맛을 사랑하는 분이 아닌 바에야 없을 것이다. 큐어 스킬이 왜 이렇게 쓰레기가 되었을까? 물론 답은 "적이 큐어를 쓸만한 상태 이상을 못 걸기 때문"이다. 설사 지형지물 중 독 거는 놈이 독 걸어도 그게 치명적인 상태까지 가기 전에 휴식으로 회복해가면서 적을 쓸어버릴 수 있는데, 뭐하러 큐어를 걸겠는가.
나머지 스킬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델룬의 경우 오히려 반가울 정도였다. 리더가 어줍잖은 스킬로 TP 소모하면 다음에 죽이면 되니까.
적의 종류가 단순한 것도 문제다. 바루스와 아델룬과 구룡방 애들의 차이가 그래픽 빼면 뭐가 남을까. 맷집과 공격이 장거리냐 근거리냐 하는 차이밖에 없다. 바꿔말하면, 여기 나오는 아델룬과 여타 인간 애들은 바루스 같은 짐승과 같은 놈들이다. 음… 아주 나쁜 놈들이군. 물론 농담이다. 돌은 저쪽에 분리수거. -_-; 심지어는 레벨에 따른 능력치 차이조차 없다. 레벨 50 때나 150 때나 어떻게 그렇게 차이가 안 나는지. 레벨 오를 때 갑빠 좀 단련하지.
2에서 특정 무기를 들었을 때 크리티컬 시 나타나는 특수효과들, 없다.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특정 무기를 들었을 때만 나타나던 초필살기들, 없다.
파트 2에 나타나는 모든 장비들은 계단형이다. 상급의 무기는 무조건 그 아래 공격력의 무기보다 좋은 것이다. 상급의 방어구는 무조건 그 아래 방어력의 방어구보다 좋은 것이다. 물론 완전히 그런 건 아니고 다른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있기는 했지만… 단지 약간의 영향 뿐이다. 그런 건 무시.
유일하게 살아있는게 있다면 육성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각종 스킬의 업그레이드, 체질 변경…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게 키워서 어디다가 써먹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 공격으로 끝낼 수 있는데. 실컷 키워봤자 최종 보스가 소울 150 채우기도 전에 뻗어버리는 것을.
엄청난 전투의 단순화… 제대로 된 스킬도 쓰지 못하고, 체력도 약하며, 공격력이래봤자 겨우 아군의 소울을 채워줄 정도인 적들. 플레이어는 다른 것 생각할 필요없이 그냥 되는대로 전부 다 죽이고 다음 이벤트로 가면 된다. 이것이 "시리즈의 매니아화를 막기 위한" 소프트맥스의 해결 방법인가? 그러나 필자가 단언하건데 이것은 실패했다.
SPRG가 무엇의 약자인가? "Strategy Role Playing Game"의 약자다. 전략이란 말이다. 전략이 없는 SPRG의 전투를 무슨 재미로 한다는 것인가. 스크립트 꼬임을 없애기 위해선지는 몰라도 전투 내의 접촉 이벤트도 전부 없애버린 게임에서.
그리고 여담으로 몇 개 좀 더 말하고 넘어가자.
전작에서 욕 많이 먹었던 지형 문제… 이번 작에서는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문제는 다른 방법이 아니고 "지도에서 높낮이를 완전히 삭제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몇몇 맵에서 높낮이가 조금 등장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다 평면맵이다. 정말 멋진 방법이다. -_- 아주 적극적으로 해결했다고 칭찬해줘야 하려나? 뭐 이것도 완벽치는 않아서 가끔 가다 엉망이 된 이동칸이 나와 그들이 결국 지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접촉 이벤트에서 생길 문제도 제거해놨다. 맵 상에서 캐릭터끼리 접촉할 때 이벤트가 생기는 것은 스토리 전개 혹은 플레이어의 흥미 유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게 거의 없는 것이다. 사실 이것들은 많으면 이벤트를 처리하는 스크립트가 꼬여 버그가 생기기 쉬운데(악튜러스의 경우 프리 시나리오로 진행되는 앞부분에 스크립트 버그가 집중되어 있다. 물론 후반부엔 그런 거 없다), 이걸 거의 없애서 해결한 것이다. 창세기전 2에도 특정 인물끼리 만나면 대화하는 이벤트가 있었고, 3에서도 특정 인물을 계속 접촉해서 설득하면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파트 2에선 그런 거 없다.
문제를 해결한 건 좋은데 플레이어들은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잃었다. 만족했나, 소맥? (그래도 버그는 많더구만. -_- 특히 리소스 줄줄 새는 거)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뭐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다만 사람을 매우 신경질나게 하는 부분이 좀 있어서 그렇지.
필자가 장담하건데 파트 2 게임 내에 나오는 설명을 넣은 사람은 학창 시절때 수학과 과학 점수가 매우 낮았을 것이다. 왜냐구? 단위가 없거든.
자 포스 리전이란 스킬이 있다. 이건 포스 필드의 업그레이드 스킬로 일정 범위의 아군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는 스킬이다. 최종 레벨은 10인데, 여기까지 올리면 "대미지가 70만큼 감소한다"고 적혀있다. …필자는 재플레이 중반까지 이게 "포인트"인 줄 알았다. 오버드라이브와 같이 생각해보니까 단위가 퍼센트(%)인 걸 알겠더군. 이게 아주 멋진 것이, 잡지 공략에도 이런 건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었다. "공략"이라면 이런 걸 가르쳐 줘야지, 기껏 한다는게 매뉴얼 베끼기와 스토리 줄줄이 써놓기냐. 음 미리 이러면 재미없으니 나이스한 잡지 공략은 뒤에서 씹도록 하자. :)
3에서 전투 중에만 전직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에서는 전투가 끝난 뒤 전직 메뉴에서만 체질 변경이 가능하다. 뭐 별로 상관은 없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 전투, 제대로 저항도 못하는 애들 경험치 맞춰가며 죽이기도 나름대로 할 만 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걸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체질 변경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레벨과 남은 EXP, 그리고 체질 변경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숫자 몇개 뿐이다. 따라서 전투가 끝난 뒤 어떤 캐릭터를 어떤 체질로 전직시킬 것인지는 플레이어가 외워야 한다. 실버 게임도 아니고 기억력 향상은 시켜서 뭐하게? 필자는 결국 파트 2가 요구하는 기억력을 충족시키지 못해 전투가 끝나고 어떤 캐릭터가 전직할지 적어가면서 했다. "유진 오즈마 살라딘 이블리스토" 뭐 이런 식으로. -_-
그리고 궁극의 "만드는 놈 편한 인터페이스"가 아이템 사고 팔기에서 작렬한다. 전투 중에만 아이템 교환이 가능하다. 결국 상점에서 "끼고 있는 검 벗어서 팔고 그 돈 보태 새 검 사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좋은 장비를 사고 싶으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절약 정신 교육 차원일까.
전직 문제나 아이템 문제나 신상 정보창에서 오른쪽 클릭할 때 미니창을 띄우지 말고 전투 중에 나오는 Status 창을 띄우도록 하면 만사 해결인데, 이렇게 한 것은 안 넣은걸까, 못 넣은걸까, 아니면 아예 생각조차 안 해본 걸까?
그리고 거의 모든 국산 게임의 단점이지만 너무나 비중이 작은 나머지 불쌍해서 없애버리고 싶은, 그리고 없애버려도 아무 상관없는 옵션창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있는게 겨우 볼륨 조절 뿐이라니. 행성계 왔다갔다할 때 전환 화면이나 워프할 때 나오는 전환 화면 생략 정도는 사용자가 조절하게 해줘도 되지 않나? 안 한건가 못한건가 아니면 아예 생각조차 안 해본 건가(인정한다. 우려먹기다. 그런데 너무 재밌다. -_-;)?
환상의 스킵 불가 이야기는 위에서 했으니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요즘 발매되는 게임을 보면 아무래도 모두들 소맥의 뒤를 따라 음성 스킵 불가를 유행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음성 스킵이 뭐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드는 놈 편한 인터페이스"는 좀 그렇지 않나?
게임 소감문에 잡지평까지 집어넣고 필자도 참 웃긴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_-
먼저 정의부터 해보자. "공략"이란 뭘까? 말그대로 게임을 어떻게 클리어하는지 그 방법을 써놓는 거다. 이런 건 일본이나 한국 등 주로 동양권에 많고, 미국 쪽의 잡지에는 리뷰나 프리뷰, 컬럼 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뭐 궁극적으로는 우리 나라도 그렇게 되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아니면 반씩 절충을 하든가….
그렇다면 공략에는 뭐가 들어가야할까. 상식적으로도 매뉴얼에 있는 정보라든가, 스토리 써놓기는 지양하고 매뉴얼에 있는 시스템 정보라든가, 스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라든가, 특별히 어려운 전투가 있을 경우 그 해법이라든가…. 뭐 이런 걸 해야하지 않을까.
자 그럼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우리 모두 그 때 나왔던 잡지들의 창세기전 3 파트 2 공략을 기억해보자(혹은 과월호를 꺼내서 보든지). 주로 무엇으로 내용을 채웠는가?
지금은 2001년이다. 90년대 초반, 복제자를 위해서 매뉴얼을 대신할 정도의 공략을 만들기 위해 암호표부터 시작해서 캐릭터 설명, 시스템 설명까지 다 넣던 때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왜 "공략"에 매뉴얼에 다 있는 설명을 집어넣고, 어차피 게임하면 다 알게될 스토리는 또 왜 그렇게 상세하게 줄줄줄 써놓는건지. 매뉴얼에 있는 스킬 설명을 글자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베껴넣은 건 본인이 분명히 봤고, 캐릭터 설명을 넣은 잡지가 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이걸 "공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은 공략도 읽을거리로 만들기 위한 것인가? 다른 부분이 허접한데 공략을 읽을거리로 만들어봤자… -_-
5월에 공략 전문 잡지라는 게임짱이라는 잡지가 나왔다가 2달도 못 버티고 망한 적이 있다. 왜 망했는지는 그때 줬던 특별 부록 "창세기전 3 파트 2 공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꼭 구해서 봐라. 쓰레기 공략의 표준이다.
이 소감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일단 이거 얘기하기 전에 정리 좀 하고 가자. 서로간에 스토리를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물론 이하의 글은 본인 스스로 정리한 스토리다.
10만 년 전의 안타리아(행성 리치)에 도착한, 8차 아수라 프로젝트에서 넘어온 베라모드와 기타 등등. 아수라는 테라포밍을 실시하고, 동면에서 깨어난 신들은 자신들의 모성과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작업에 들어감.
창세기전 2에서 베라모드는 아수라 프로젝트를 위해 음모를 꾸며 아수라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몇몇 신을 제외한 나머지 신들과 함께, 지가 만들었는지 길가다가 주웠는지 전에는 확실했지만 이제는 아리송하게 되어버린 흑태자의 아수라에 쓰러짐(물론 파트 2 나오고의 얘기지, 2에서만 보면 자기 혼자 삽질하다 죽은거임). 장기말로 쓰인 흑태자는 연인인 이올린의 사랑의 담금질에 쓰러짐. -_-;
서풍의 광시곡에서 시라노는 아수라와 암흑혈 획득, 데이모스(프라이오스) 완전 사망. 마지막 남았던 파괴신도 시라노에게 쓰러짐. 그리고 시라노가 죽으면서 암흑혈은 죽어가는 자기 딸에게, 아수라는 클라우제비츠(철가면)에게 넘겨줌.
껄떡쇠 클라우제비츠의 일대기(-_-;) 템페스트는 솔직히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음. "발키리 아머 세트 온"의 음성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_- 하여튼 남은 신도 모조리 숙청됨. 그리고 흑태자 혼자 움직인 아스모데우스를 주신 세 명이 움직여 흑태자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줌(이런 마장기를 만든 놈들은 또 뭔지. 자기들이 타지도 못할 걸 만들다니).
창세기전 3에서 베라모드의 유지를 이어받은 시즈들의 음모에 의해 철가면은 지혼자 이리저리 날뛰다가 결국 영자의 집합소에 앗싸리하게 아수라를 박아넣어 앙그라마이뉴를 완성해버리고(이 시점에서 안타리아 전멸), 아수라는 근처 아르케로 날아가 테라포밍 실시(즉 시간 이동 없음). 살라딘 일행이 탄라이트 블링거도 같은 곳에 착륙, 그 곳은 모노리스 유적이 됨(모노리스 유적은 누가 왜 만들었는가? 거야 제작자만 알 듯). 인간의 창생멸사를 관장하는 초재수 컴퓨터 지그문트는 10만 년 동안 인간의 문명 발달을 도우며 필요할때마다 사람들의 냉동을 풀어 내보냄(이것은 게임 중 Message 메뉴를 자주 사용하거나 아이템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램버트).
파트 2에서 아르케의 멸망이 다가오자 지그문트는 나머지 사람들의 냉동을 떼거지로 풀어 내보냄. 죠안의 시즈화는 이때 진행된 것으로 생각됨. 사랑에 맛이 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던 살라딘은 세라자드를 살리기 위한 달을 엠블라가 오바질하면서 다 부수자 스스로 아수라를 찔러 죽고, 세라자드는 남성용 달에서 부활(-_-;). 왜 엠블라에게 말도 제대로 안 하고 성급하게 냉동부터 풀고 지X인지. 안 풀었으면 엠블라를 잘 설득해서 3년 동안 달 만들어서 살리면 되는 것 아닌가. -_- 하여튼 이때 살라딘에게서 모든 진실을 들은, 암흑혈을 여왕에게서 전해받은 데미안(알바티니)은 그레이 팬텀을 결성, 앙그라마이뉴와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준비. 결국 모든 것은 예정대로 진행되어 데미안의 암흑혈도 베라모드에게 넘어가고 앙그라마이뉴 발동, 그 시점에서 아르케를 위시해 파트 2의 모든 생명체 전멸, 아수라와 오딧세이호는 10만년 전 리치로 돌아가 아수라는 테라포밍, 얼빵한 신들은 그곳을 다시 안타리아로 명명한다. 10차 아수라 프로젝트 시작, 10번째 병렬 우주 생성.
뭐 이렇게 되었다. 참으로 웅장한 스토리로세… 문제는 뒤의 이야기를 위해 앞의 설정(창세기전 2)을 다 뭉갠거지만. 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앞의 설정을 존중하다 간 죽도 밥도 안 되었을테니, 살라딘의 입을 빌어 "창세비록은 잊어주시오~" 라고 외쳐야 했겠지. 그거야 이해한다. 고로 그런 모순이나 눈에 빤히 뵈는 문제는 넘어가자. 이를테면 엘프나 드워프 설정 같은 거. :) "그런 것도 있나"라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었다. 에스프리나 뭐 그런 얘기도 있었고. 그러나 결국 창세기전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였다. 뭐 다시 말해봤자 손가락만 아프지.
그럼 한 번 쑤셔볼까. 게임 중에서는 앙그라마이뉴 및 스펜터마이뉴가 모든 생명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진짤까. 그럼 그냥 놔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웃긴 건 그냥 놔둬도 앙그라마이뉴의 조건은 성립한다는 거다. 그 중력압괴인지 초신성 폭발인지가 터지면 아르케 성단의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고, 그 영자는 영자의 집합소에 돌아갈 것이며 그 충격파가 영자의 집합소를 때리면 앙그라마이뉴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학살해서 영자를 모은 다음 우주선으로 갖다박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충격파가 약했다면 충격파가 지나간 뒤 스펜타마이뉴 현상이 일어났든지 아수라가 테라포밍을 했겠지(동일어-_-). 아니면 전부 다 박살이 나도 상관없다. 영자는 불멸, 어디선가 괜찮은 행성이 있다면 그곳에 모여 다시 생명을 일으켰겠지. 템페스트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환생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앙그라마이뉴를 일으킨다는 건, 생명의 존속 외에도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문명의 존속이나, 앙그라마이뉴의 인위적인 컨트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분쟁을 조장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브레인 엠티를 퍼뜨릴 정도로 가치있는 일인가…
그리고 설사 앙그라마이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학살은 학살이지, "어차피 환생하니까 죽여도 된다"는 말은 또 왜 튀어나오는데? 리차드 박사, 그렇게 안 봤는데 매우 실망이다. 어차피 앙그라마이뉴에 흡수당한 다음 안타리아에서 다시 태어날 거, 내 식칼에 담금질 한 번 당해볼래?
그리고 파트 2에서 앙그라마이뉴된 아수라와 오딧세이는 "10만 년 전 리치"로 간다. 왜? -_- 어차피 그렇게 된 거, 다른 곳을 찾아 테라포밍하고 완전히 새출발하면 되는데 그렇게 이동한 것은, 시간을 거슬러 가는 건 가능한데 다른 살만한 행성을 못 찾는다는 건 아닐테고. 설마 엔딩의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는 말처럼 다시 환생해서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제한하려는 베라모드의 의도인가? 어차피 환생하면 전생의 기억은 다 없어지는데 왜 그리 환생에 집착하는 건지. -_- 루시퍼야 아주 희안한 경우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최신작 마그나카르타의 인터뷰를 보니 파트 2를 통해 "생명의 탄생과 멸망을 그리려고 했다"고 했던데, 이렇게 구멍이 뽕뽕 뚫린 설정에다가, 모든 장벽을 뚫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모든 생명의 본질인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10만 년의 짧디 짧은 주기 안의 뫼비우스의 우주에 몰아넣고 생명의 탄생과 멸망 운운이라니 참 웃긴 일이다. 차라리 소설 쥬라기 공원이 더 감동적이지. -_-
2에서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이후부터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축 사망하신 캐릭터 개성 같은 건 별로 논할 것이 없다. 뭐 말할 것이 있어야지. 살라딘의 경우 완전히 제작자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려서, 필요에 따라 써니의 죽음에 분노해서 저항 조직의 일원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원래 임무라는 것에 집착해서 앞뒤 안가리고 모노리스로 뛰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세라자드를 살리려고 스스로 담금질을 하기도 한다. 세라자드가 "세상 사람들의 빛이 되어주시어요~"하고 유언을 남겼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나보다. 애가 일관성이 없어. 엠블라 같은 경우에는 초냉정과 초오버를 왔다갔다 하고… 그렇게 감정이 격렬하게 왔다갔다하는 거 정신 건강도 그렇고 육체 건강에도 매우 해롭다.
필자가 이번 파트 2를 플레이하면서 감탄한 것이 인간들의 정신 상태의 견고함이다.
살라딘의 경우 자기 몸 안에 칼이 들어갔다는데 "엠블라에게 진찰 받아봐야겠군" 한 마디로 끝내고(진찰 받지도 않는다), 죽었다가 달로 부활했다는데 ("영자를 금속에 고착" 즉 달은 완전한 생체 조직이 아니며, 그 이질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로보캅 1편은 절세의 명화) "안 늙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버린다. 죽음 근처까지 갔다가 살아나도 평생 정신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데 얘는 총에 맞아서 "죽었"다가 달로 "부활" 했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 중에서는 난데없이 동생을 위해 안타리아를 구하려고 이러고 있다고 독백을 하더니(그렇다. 세라자드의 유언은 확실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이다) 동생이 자기가 떠난 뒤 100% 죽었을 게 뻔한 앙그라마이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눈썹 하나도 까딱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그걸 생각을 못한건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베라모드는 한 술 더 떠서 남자용 달에 여성의 혼이 들어간 데다가, 남성으로 살다가 여성의 기억이 돌아왔는데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기껏 한다는 대사가 "세라자드는 당신을 용서하지만 베라모드는 당신을 용서해요". 상상을 초월하는 건강함이다. 필자라면 성 정체성의 혼란과 투르 - 아르케의 기억 혼란 때문에 바로 반 미쳐버릴 것 같은데.
불쌍한 하이델룬도 게임 내내 날아간 한쪽 팔과 한쪽 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우리가 안 보고 있을 때 밤마다 베갯잎을 눈물로 적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게임의 장르를 굳이 "Holocaust Strategy Role Playing Game"으로 해놓은 것은 이 게임이 소수의 아군이 다수의 적군을 모조리 죽이는 게임이라서가 아니다. 이 게임은 기존 게임이 적군만 죽이던 것에서 벗어나, 아군도 죽이고 별 상관없는 주민까지 앙그라마이뉴라는 설정을 동원해서 싹 쓸어버리는, 그야말로 학살의 신기원을 이룩한 진정한 홀로코스트 작품이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창세기전 3 이후의 안타리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어졌고….
파트 2의 실질적인 매뉴얼인 "비주얼 레퍼런스 북" 서두에 보면 "희생"을 강조해서 만들었다는 말이 있고, 실제로도 창세기전 시리즈를 통틀어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것도 잘해야 칭찬받는 거다. -_-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그 놈의 희생이 별 의미도 없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거다. 처음에 써니가 희생(희생 맞나…)하는 건 좀 슬펐는데, 나중에 가면 계속 비슷비슷하게 죽으면서 나불나불거리는 이벤트가 너무 많이 나와서, 루시엔이 죽는 장면에서는 "좀 빨리 죽지 되게 나불대네" 이러면서 보고 있었다. 필자의 감정이 메마른 것인가?
인간은 쉽게 익숙해지는 동물이다. 등장인물이 죽는 것에서 오는 충격은 2에서 흑태자가 죽는 것으로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이다. 언제까지나 단지 "죽이기만" 한다고 플레이어가 충격을 받고 또 감동할 것이라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한국 뮤직 비디오 감독들은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 혹은 둘 다를 언제까지 죽여댈지 매우 궁금하다. 이젠 죽이는 것도 아주 다양하게 죽이드만. 나중에 가면 접시물에 코박고 죽는 장면도 나올지도 모르겠다.
물 건너에 "몰살의 토미노"라고, 대다수 건담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은 유명한 감독이 있다. 왜 "몰살의 토미노"라고 불리냐 하면, 적군은 그렇다 치고 작품 마지막에 가면 아군까지 하나하나 착실히 다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앙그라마이뉴라는 절세의 설정으로 지나가던 똥개 A까지 전부 다 죽이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한 최연규 팀장에게 창세기전 시리즈의 감동을 담아 "전멸의 최연규"란 별명을 드리고자 한다.
역시 창세기전 시리즈 최고의 비밀이라면 템페스트에서 에밀리오가 어떻게 캐서린을 굴복시켰나 하는 것이다. :) 설마 주인님의 여자가 될지도 모를 사람을 건드리진(?) 않았을테고… 흐음.
아수라는 2에서는 흑태자가 그냥 들고 다니는 검이었고, 서풍에서는 시라노가 힘들게 소환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칼로 그냥 베기나 진공수라인을 쓸 수 있었는데 그 뒤로부터는 칼이 아니고 그냥 아수라파천무를 쓰기 위한 매개물 신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파트 2에서는 앙그라마이뉴의 매개물로… 베라모드가 쓰긴 하지만 그건 좀 제껴놓고, 하여튼 칼이 칼 같지 않게 되어버렸다. 불쌍하다….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초필살기 아수라파천무의 그래픽은 시리즈가 거듭될 때마다 바뀌었는데, 서풍의 그 초탈력 가스폭발만 빼고는 나름대로 모두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번 작품의 그 기나긴 비주얼은 대체 뭔지… 특히 청룡열차(?)는 정말 영 아니다. 디자인한 사람이 거기에 무슨 한이라도 맺힌 걸까. 데이트 갔다가 청룡열차 타고 멀미해서 데이트를 망쳤다거나 -_-
소맥 사람들이 이렇게 아수라와 아수라파천무를 좋아하니, 마그나카르타의 엔진 이름만이 아수라가 아니고 게임 내에 무슨 경로로든지 틀림없이 아수라라는 이름이 또 나올 것 같다. 설마 또 아수라검에 아수라파천무가 나오지는 않을… 에이 설마. -_-
마그나카르타의 일러스트 건과 관련하여 듣기로는 여주인공이 또 죽는 것 같은데, 거 죽여서 감동 끌어내는 것도 이젠 한계라니깐. 요새는 이거나 저거나 등장 인물들을 하도 죽여대서 독자, 시청자,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그런 것에 면역이 되어버렸다. 크리에이터들 스스로 자초한 거지만. 뭐 정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그래도 웬만한 기술로 잘 죽이지 않고서야(?) 좋은 평은 얻기 어려울게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나는 잘 할 수 있다"라고 하긴 하지만.
신들의 육체가 그냥 육체냐, 달이냐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필자는 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오딧세이 프로젝트에 반드시 필요한 연구"라고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아마 달의 신체를 갖고 있으면 늙지 않으니 수천년 동안 살면서 연구를 하고 또 후발대를 기다리기 위한 것일 것이다. 게다가 달로 신체를 바꾸지 않으면 앙그라마이뉴 때 영자를 흡수당해버린다(게임 내에서는 앙그라마이뉴에 흡수 당하지 않으려면 달의 신체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음. 이러면 세라자드의 영자가 시체에 남은 것이 설명이 안 되는데…. 뭐 창세기전에 모순되는 설정이 한두갠가. :)
크리스티나 여제는 왜 알바티니를 우주선에 태워서 보냈을까. 누가 여제를 설득했을까. 아수라가 사용자에게 남기는 상처를 완전 수복할 정도로 강한 재생력을 지닌 암흑혈이라면 기껏 권총 몇 발에 뚫린 상처야 금방 회복해버릴텐데. 역시 지그문트(컴퓨터든 그 사람이든)에게 아수라 프로젝트에 대해 모든 것을 듣지 않고서야….
양자긴 하지만 친아들 이상으로 데미안을 사랑한 프라이오스는 안타리아에서 천사를 만들때도 그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비슷한 이를 만들었으니 이가 루시퍼, 즉 클라우제비츠다. 가면 쓴 모습, 정말 꼭 닮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도적인 것 같지는 않고, 꿈보다 해몽인 듯 싶다.
원래는 소맥의 오자, 오타 등도 씹어주려고 했는데, 매일매일 엄청난 오타를 양산해 대는 모 웹진을 접하다 보니 그런 생각은 싹 사라져버렸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정말 대단한 웹진이다(매드삼디 아님. gameXXXX). -_-
결론.
결국 이 작품에 대한 필자의 불만은 이거다. 게임 중에 그렇게 고생해서 키운 등장 인물들이 별 의미도 없이 계속 죽어나가며, 기껏 주어진 전투(그것도 지겨워빠진)를 달성하고 나면 별 개연성도 없는 앙그라마이뉴가 일어나서 뫼비우스의 우주가 완성되어 버린다. 그것을 필자의 손으로 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정말 불쾌한 것이다.
차라리 그런 것을 모두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뒤에서 조작하고 있는 재수없는 컴퓨터 지그문트와 한 판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나오는 적들은 시즈들, 마장기를 탄 시즈들, 그리고 최종 보스는 유전자와 아수라에 들어있는 영자를 조합해 부활시킨 창세기전 시리즈의 그림자, 흑태자. 그리고 지그문트 컴퓨터를 부수고 뫼비우스의 우주를 파괴하여, 당장은 모든 생명이 끝날지 몰라도 나중에,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기약과 함께 엔딩.
창세기전 시리즈는 끝났으니 죽은 자식 나이 세기지만. 그러나 스토리를 떠나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매우 좋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엔딩의 그 남녀는 아슈레이 - 퉁 파오일 것 같다. :) 환생은 성별 구분이 전혀 없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지 않는가. 아 난 왜 이리 심술궃지.
뭐 하여튼 이것으로 창세기전 시리즈는 완전히 끝났다. 1편을 제외한 전 시리즈를 소지하고 또 클리어한 팬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회를 느낀다. 이제 파트 2의 박스를 닫고, 창세기전 시리즈의 감동과 추억과 약간의 짜증을 가슴 저편에 묻으려 한다. 안녕히, 창세기전.
*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이 글은 잡지에 게재되었었습니다. 물론 제겐 무허가, 무통보로요. 항의하니까 '바쁘고 피곤해서 몰랐다. 미안하다'로 끝나더군요. 그 이상 요구해봤자 먹히지도 않았겠지만. 이 글 이후로는 이 게임에 대해 아무 얘기도 못들었습니다. 게임말?입사를 위한 데모 버전이었나?
늦게 공개된 6.10 버전을 받아서 해보고 그 엄청나게 밀려오는 충격을 이기지 못해 이렇게 자판을 두들깁니다. 아까 한참 치다가 음악 때문에 아마게돈에 들어갔다가 Alt + Tab으로 나왔는데 바로 컴을 다운시키더군요. 덕분에 실컷치다가 다 날렸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참고로 모드 운운은 제 나름대로 힘껏 비꼬아 주는 거지 실제 모드는 아닙니다)
MOD란 것이 있다. 주로 FPS 계열의 게임에서 개인 사용자가 엔진을 활용해 다른 데이터로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양 바꾸는 것인데, 현재 이것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역시 FPS로 하프라이프, 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 시리즈의 모드들이 가장 많다. 특히 하프라이프의 모드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오히려 원본보다 더 유명할 정도로, 따로 패키지가 발매될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모드가 FPS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RTS 중에서도 개방된 데이터 구조를 가진 인기 있는 게임에는 모드가 있으며, 역시 가장 유명한 RTS 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에도 건담크래프트, 아트X스, 임X록 시리즈, 삼X지 천X 2, 킹X 언더 파X어(이건 욕 좀 먹겠군), 쥬X기 X시전 2, 발매 예정인 임X트 오X 파X어 등 여러가지 모드가 나와 스타의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만 특이하게도, 국산 모드들은 여타 게임에서의 모드가 공짜로 제공되는 것과는 달리 3만 ~ 4만 원 대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많은 돈을 들여서 제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국 스타의 모드가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다시 공개를 외치고 나선 스타의 새로운 모드, 아마게돈의 출현은 확실히 신선한 것이다.
필자는 모드를 위해 돈을 낼 생각은 없으므로 크레이지 존 이용도 불가능했고, 이런 모드를 같이 할 사람도 없어서 TCP/IP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단 싱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려한다. 그러나 멀티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되는 시대라 해도 결국 기본은 싱글. 최소한 반쪽짜리는 된다.
모드는 멀티 전용이 많다. 싱글 만드는 건 모드 제작자들에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일이다(없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게임을 포함한 국산 모드들은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싱글을 포함하고 있는데, 역시 그 가격 때문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색은 단지 구색일 뿐, 그 완성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국산 모드들 중에서 싱글이 그나마 괜찮다는 글조차 본 적이 없다.
싱글은 아예 베타 테스트조차 안 한다고 한다. 즉 빨리 산 사람이 마루타가 되어서 버그를 몸으로 느껴가면서 제작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국산 게임은 먼저 사는 사람이 바보라는, 무려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요새는 먼저 사는 것도 모자라 예약까지 하면서 제작사를 위해 한 몸 희생하는 사람도 있다. 그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아마게돈도 게임 자체와 싱글은 무료지만, 멀티는 유료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싱글은 개판으로 만들어 놨다.
6.10 버전 이전에는 꼭 말하는 듯한 비주얼은 있는데 말은 없이 글자만 나온다고 불만이 많았다고 하고, 이번 버전에는 그것 때문인지 음성이 나온다. 그런데...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았다. 몰입감을 끝내주게 떨어뜨리는 성우들의 Nice하고도 Great하며 Excellent한 연기는, 과연 여기가 전장인지 중학교 국어 공부하는 교실인지 알 수가 없게 만든다. 고등학교 연극부 애도 이것보단 더 실감나게 연기하겠다.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노 스킵 붐이라도 일었는지 스킵도 안 된다. 게다가 말 사이사이 문장 넘어갈 때마다 도대체 원인 분석이 안 되는 딜레이는, 이벤트 일어날 때마다 일어나 기지개 한 번 켜고 물 한 잔 마시라는 배려로 넣은 것인가?
스타크래프트는 원래는 훨씬 더 빨리 나올 예정이었으나 그 해 게임쇼에 전시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을 보고 충격을 먹은 블리자드가 다시 연기를 몇번이나 해가면서 그래픽 등을 수정해 내놓았었다. 실로 발전적인 자극이라 하겠다. 바꿔말하면, 스타의 그래픽은 토탈과 대등하거나 혹은 약간 낫다. (최근까지도 토탈을 16비트 그래픽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토탈이 더 나은 걸지도... 퍼억~)
한데, 아마게돈은 스타가 나온지 무려 3년이 지난 뒤에 출시되었는데, 원판인 스타보다 그래픽이 후지다. 진짜로. 정말 싸구려틱한 그래픽이 화면을 수놓는다. 저 우중충하고 꾸지리하고 촌티가 철철 흐르는 그래픽... 게다가 그래픽 효과도 저게 총을 쏘는 건지 아니면 이쪽은 가만 있는데 저쪽에서 자해하고 지X을 떠는지 알 수가 없다. 총알 보급... 필자는 무슨 마법 거는 줄 알았다. -_- 참으로 판타지틱한 총알 보급이로세.
요즘 게임이란 걸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는 그래픽이 저 지경이면 사운드는 더 볼것도 없다. 음악은 무슨 콩나물대가리를 빅장으로 난사한 다음 붙은 곳에 표시하는 것처럼 만들지는 않았지만( --) 스타와 워낙 비슷한 분위기라 딱 첫 음부터 질려오기 시작한다. 원래 분위기가 심각한 쪽으로 계속 나가면 반발로 좀 밝은 쪽이 나오고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국내 모드 제작사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건지, 아직 덜 질린 건지 하나같이 심각한 분위기의 테크노 풍이다. 거기다가 효과음은 듣기에 애로사항이 꽃피더라...
혹시 토탈해본 사람은 아마게돈 동영상 구해서 봐라. 마린 총쏘는 소리 때문에 한 때 떠들썩 했었는데, 다른 동영상에 보면 토탈에서의 미사일 발사음도 들어있더라. 일반 스타 플레이어들은 다 속여도 나는 못 속인다. 아니면 공짜 게임이니 대충 넘어갈 성 싶더냐?
시나리오는 원래 이렇게 유치한 건지 아니면 원작은 뛰어난데 연출자가 다 조져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만든 놈 멋대로다. UE와 저항군, 뭐 좋은데 1번 미션에서 위로 올라갈 때 생기는 저항군이 UE 공격하는 이벤트 보면 정말 황당하다. 무슨 학살? UE에서 언제 니들을 학살했는데?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어떻게, 왜 학살당했는지 내가 이해하도록 육하원칙에 따라 좀 설명해주지? 게다가 저항군들은 학살에 대한 의혹도 안 풀렸는데 외계인 딱 나타나자마자 모든 원한을 잊고 UE에 붙는다. 전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이 한 몸의 원한 따위 잊겠다는 건가? 영웅 났군.
인터페이스야 하도 씹혀댄 거니 따로 할 말 없다. 필자도 거기에 동조하거든.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씹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모드인데 뭘. :)
세상에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 거의 없다. 게임 개발자도 기획자 빼고는 그들이 만드는 게임이 스스로 개발하고 싶었던 게임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며, 그 기획자조차도 이런저런 문제로 그가 원래 제출한 기획안대로 게임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위에서의 압력에 짓눌려 뻔히 알면서도 이따위 쓰레기 게임을 제작해버린 제작진 일동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그래도 6.10 버전 이전에 몸과 시간과 시스템을 바쳐가면서 버그를 잡아준 무수한 유료 베타 테스터분들 덕에 나는 Alt + Tab 누르고 10초 뒤 시스템 다운 당하는 불안정성 빼고는 아직 버그를 만나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임성 자체는 아직 모르니... 더 해보고 필링-_-을 받거든 더 보강해서 완전판으로 올려보도록 하겠다. 물론 못 받으면 그걸로 땡에 바로 언인스톨이지만.
* 국내외적으로 스타 아류 쓰레기들이 한창 창궐하던때 시대의 조류에 발맞춰 만든 쓰레기. 제작비는 알콜로 바꿨나?
안녕하세요. 그동안 쓴다고 실컷 떠들었던 악튜러스 리뷰입니다. 악튜러스에 대해 제가 무척 기대를 했었고 덕분에 그만큼 실망을 해서(누구의 탓인가...) 글 자체가 공격적이 되어버렸고 글 후반부는 솔직히 날림이라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만... 일단 올립니다. 읽어보시고 허접 글에 대한 따끔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글 후반부에도 썼듯이 손노리 빠돌적인 욕멜은 절대 사절입니다. 게임란에서만큼은 그런 걱정 거의 필요없지만...)
그리고 이 글은 매드3디에 게재될 글입니다. 다른 곳에 이 글이 보이게 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합니다.
제목 : 악튜러스 (Arcturus)
장르 : Role - playing
구성물 : 인스톨 CD + 음악 CD 5(-_-;;) + OST
제작사 : 손노리 + 그라비티
유통사 : 위자드 소프트
출시일 : 2000. 12. 6(한정판)
2000. 12. 23(일반판)
게임 내용 : 노가다(길찾기 + 레벨업).
그래픽 8 사운드 7 난이도 : 어려움 인터페이스 6 인조이 6 매드 포인트 6.75
최소 사양
CPU : Pentium II-233
RAM : 32MB
VGA : 3D 가속 카드 필수.
OS : Win 95/98/ME/2000
매드3디의 리뷰를 즐겨 읽는 분이시라면 매드3디의 불문율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그렇다. 매드맨과 절대로! 게임 얘기를 하면 안 된다. 그?필자는 며칠 전 이 불문율을 잊고 ICQ에서 매드맨에게 '악튜러스를 클리어했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 결과 이 리뷰를 쓰고 있다. -_-;; 다행히 필자는 매드3디 내의 인간은 아니고 외부에서 독자로서 접촉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강압은 없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그러나 만약 이게 리뷰로 정식 채용이 되고 본인이 매드3디의 인간으로 흡수(-_-;)가 되면 이후 어떤 압력이 가해질지 모른다. 즉 지옥의 입구에 한 발을 걸친 것이다. 지방인 대구에 살기 때문에 괜찮을까 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게, 매드맨은 대구에 자주 온다고 한다. ...서울로 날라버릴까?
참을 수 없는 유통의 허접함.
악튜러스는 원래 시나리오 컨셉도 그렇고, 작년에 발매되었어야 할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체험판을 2개나 내면서 계속 발매 연기를 하다가 드디어 지난 12월 6일 한정판이 발매되고 23일 일반판이 발매되었다.
그런데 이번 한정판 발매와 거기에 얽힌 사건들은 말 그대로 '국내 유통사의 주먹구구식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당사자들에겐 전혀 아니겠지만).
먼저 위자드는 10월 초에 악튜러스 초회한정판 1만장을 위자드 홈에서 예약한다는 공지를 했다. 그것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정판'을, '위자드 홈에서만' 예약해서 '일반판보다 더 빵빵한 패키지를' '누구보다도 빨리 받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뉘앙스를 아주 풀풀 풍겼다. 실제로는 일반판보다 그다지 특별나지도 않은 것이었고, '한정판' 즉 예약 되지 않으면 생산하지도 않는게 아니라 처음 1만장을 무조건 그렇게 찍는 '초회한정판'의 개념이었으며, 물량이 남자 위자드에서는 예약 물량을 다른 쇼핑몰에도 넘겼지만 말이다(어떤 곳에서는 위자드보다 더 싼 값에 예약을 받다가 나중에 다시 수정하기도 했다). 즉 위자드의 애초 의도가 제대로 게이머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고의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으로 발매 연기다. 물론 발매 연기야 제작사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일수도 있다. 갑자기 중요한 버그가 발견되었을 수도 있고, 게임에 뭔가 더 좋은 것을 추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약은 예약대로 다 받고 발매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보름 동안 4만원을(발송비 포함)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가 얼만데? 거기에 더해서 위자드에서 남은 물량을 다른 쇼핑몰에 돌렸기 때문에 '유통사에서 예약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서 한정판을 예약할 수 있는' 웃기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DVD 판의 갑작스런 취소 문제. 국내 최초의 DVD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는 소장 가치 No. 1의 아이템이 될 듯 했던 악튜러스의 DVD 판이 발매 하루 전에 취소된 것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다가 결국 배경음악 구현 문제로 취소됐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DVD 제작에 대해 아무 말도 없다가 바로 전날에 취소되었으니 잔뜩 기대를 하고(이 게임을 위해 DVD 드라이브를 샀다는 게이머가 꽤 된다) 기다리던 게이머들의 기분이 어땠겠는가? 그래서 위자드가 보상책으로 내놓은 것이 정품 게임 하나의 제공이었는데 이게 CD 판 예약자들의 분노까지 불러왔다. DVD 판이나 CD 판이나 가격이 같은데 DVD 판 예약자는 같은 값에 CD 판 + 정품 게임 하나를 받고 CD 판 예약자는 CD 판 하나만 꼴랑 받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오죽 하겠는가(3개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그 중 강철 제국이 끼어있었다. 솔직히 필자도 강철 제국 때문에 엄청 배 아팠다).
그리고 가장 큰 마지막 문제인데, 예약한 사람보다 그냥 산 사람이 게임을 더 빨리 확보했다. 원래는 6일 배송을 시작해서 8일에 용산에 남은 한정판 물량이 풀리기 전에 예약자들에게 게임이 다 도착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배송되었다고 하는 게임들은 꿩 구워 먹은 소식이고, 가장 먼저 소감을 올리기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용산에 풀린 악튜러스를 직접 산 게이머들이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기다리질 못해 예약을 해놓고도 용산에서 다시 게임을 샀다고 한다. 필자는 물건을 12일에 받았다. 위자드가 약속한 8일보다 4일 더 늦은 것이다. 위자드가 정말 한정판 예약한 사람을 생각했다면 한정판이 어느 정도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한정판을 용산에 풀어야 했다. 예약하고 돈을 미리 갖다 바친 사람은 손가락만 빨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용산에 가서 사서 즐기면 된다니, 이게 무슨 경우인가?
그리고 한정판이 발매된 이후 일반판이 발매되게 되었는데, 이 때 위자드는 처음에 일반판을 33,000원으로 한정판보다 5,000원 더 싸게 책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정판 때는 틀림없이 '일반판과 값이 같다'라며 홍보를 해놓고는 정작 팔 때는 약속을 어기고 값을 내려버린 것이다. 본인도 가서 직접 눈으로 봤다. 며칠 뒤 반발이 거세자 다시 38,000원으로 올려버리긴 했지만.
이외에도 입금 확인이 잘 안되거나, 직접 수령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이 부분은 필자가 겪어보지 못한 문제라 넘어가겠다.
물론 각 사건에 淪?위자드 소프트는 늦게나마 사과하는 공지를 띄우고 일일이 대응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수습이야 어쨌든 사건은 벌써 일어난 뒤인 것이고, 악튜러스를 남보다 먼저 플레이하고자 했던 한정판 예약자들의 가슴에는 대못이 쳐진 뒤인 것이다.
위자드 소프트는 전신 SKC 때부터 동서게임채널과 우리 나라 게임 유통의 양대 산맥을 이뤄 온, 관록이 붙었다면 붙은 회사다. 하지만 이번 한정판 발매관련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통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만든다. 악튜러스를 기다려 온 게이머들을 봉으로 보는 건가? 장사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 유통 업계의 허접한 마인드와 그로 인한 더더욱 허접한 주먹구구식 유통 방식은 이제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일본식 RPG'.
아주 많이 얘기되는 용어다. 주로 '서양식 RPG'와 비교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최초의 상업적 RPG로 불리는 로드 브리티쉬의 전설적인 게임 '아카라베스'(정확하진 않다) 이후, 서양식 RPG는 주로 PC 기반에서 성장했고, 비록 처음에야 서양식 RPG를 강력히 벤치마크하여 만들었지만 결국 독자적인 게임 장르 확립에 성공한 드래곤 퀘스트(이하 DQ) 시리즈와 DQ를 다시 벤치마크해 만든 파이날 판타지(이하 FF) 시리즈로 대표되는 일본식 RPG는 주로 비디오 게임기 기반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 기반과 더불어 동양과 서양의 정서 차이가 두 방식의 차이를 불러왔다.
이 두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그것은 주로 '자유도'와 '시나리오의 중요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식 RPG에서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그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강제 이벤트'들이 일어나면서(물론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게이머의 불만은 엄청난 CG로 잠재운다) 결국은 '외길 시나리오'로 진행이 된다. 물론 그 이외의 자잘한 '이벤트'들도 겪을 수는 있지만 이건 결국 양념이다. 결론적으로 게이머는 제작자가 설정한 길대로 따라가면서 마지막 보스를 죽이고 무언가를 구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구하는 가는 물론 제작자 마음이고... 이 방식의 장점은, 게이머는 결국 제작자가 정한 길로만 오게 되어 있으므로 매우 수준 높은 시나리오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비주얼을 보여줄 수가 있다.
서양식 RPG의 경우는 반대다. 캐릭터는 게이머가 정한다. 그리고 게이머는 캐릭터 자신이 된다. 어떠한 이벤트가 있을 경우 그 대처법을 게이머가 마음대로 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NPC가 갖고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일본식 RPG라면 십중팔구 NPC의 부탁을 들어줘서 괴물에게 잡혀간 소녀를 구한다거나, 그가 원하는 무언가를 구해준다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서양식 RPG라면 돈으로 협상할 수도 있고, 협박할 수도 있고, 으슥한 뒷골목에서 푸슛~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세번째 방법을 '매우' 선호한다. -_-;) 물론 이런 게임에도 최종 목표는 있다(가끔 가다 이것마저도 없는 게임도 있긴 있다. -_-;). 하지만 그 도달 방법은 게이머 마음대로인 것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위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약간식 취한 게임도 많고, 특히 요즘에는 서로의 방식에서 장점만 따오려고 노력한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많이 돌아왔는데, 악튜러스는 '일본식 RPG'다. 그것도 상당히 전형적인. 손노리의 전작인 포가튼 사가의 경우 프리 시나리오로 많은 호평을 받았었고(난무했던 버그는 좀 제쳐두고), 필자는 악튜러스의 시나리오 전개 방식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리고 악튜러스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장과 1장에서는 정말 프리 시나리오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필자에게 감동의 눈물을 좍좍 흘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2장부터는 말그대로 일직선으로만 진행이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뒤에 다루겠지만, 포가튼 사가에서 시작된 '일본식과 서양식을 합친, 양쪽의 장점만을 갖춘 한국식 RPG'의 틀잡기가 악튜러스에서 완성이 되는가 했는데 1장까지만 살짝 다루고 말아서 그점이 좀 실망스럽다. 마무리까지는 몰라도 한 3장까지만 프리 시나리오로 진행이 되었어도 세상에 '한국식 RPG 정립!'이라고 떠들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게임은 어떠한가?
유통을 실컷 씹었으니 이제 그 엄청난 산고의 고통을 뚫고 탄생한 게임을 보자. 역사와 전통에 따라 그래픽, 사운드 등으로 구분해서 한 번 파헤쳐 보겠다. 매드맨은 고리타분해서 싫다고 했지만 원래 전통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게다가 필자는 이번이 처음 리뷰라 이 방식을 초월해서 써갈길 내공이 안 된다. -_-;;
그래픽... 아주 멋지다. 그 외엔 할 말이 없다. 3D 처리된 배경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 이벤트 전개 시 뿌옇게 보여준다고 불투명 유리를 질러넣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본인으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내가 눈이 너무 낮은 건가?). 굳이 단점을 찾자면 배경에 좀 적은 양의 오브젝트를 사용해서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 정도(좀 심하게 말하면 악튜러스에는 집이 세 종류 밖에 없다. 부잣집과 일반적인 집과 상점)?
2D로 만들어진 캐릭터들도 깔끔한 모습에 풍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마리아 단발머리 멋져~ *.*), 특히 개인적으로 2D 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전투 시에 '타격감' 혹은 '박력' 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다만 3D 지형에 2D 캐릭터가 구현됨에 따라 어떤 쪽으로든 캐릭터가 퐁당 빠지면 못 헤어나오는 단점을 보여주긴 한다(3D 기반에서 2D 캐릭터들은 말그대로 '종잇장'이다. 약간의 틈새만 있어도 퐁당퐁당 빠진다).
효과음은 잘 못느끼겠다. 확실히 수준급이고 게임에 잘 어울리는 것들인데 너무 적다. -_-;; 기왕이면 발자국 소리 같은 것도 표현해 주지... 너무 과도한 욕심인가? 그리고 성우 지원은 없다.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아쉬운 부분이다. 악튜러스와 잘 비교되는 창세기전 시리즈에서는 템페스트 때부터 성우 지원을 팍팍 해주는데 말이다. 물론 전투에서 캐릭터들이 기합을 넣기는 하지만 그걸 본격적인 성우 지원으로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게임의 대사량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중요 이벤트만 성우 지원 하더라도 그 감동이 배가 되었을 것이다.
배경 음악은 TeMP에서 맡았다고 하는데 솔직히 필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하지만 음악의 퀄리티들은 확실히 대단하다. 누가 언급한 대로 게임 자체에 녹아드는 것은 아닌, 약간 튀는 듯한 음악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좋지 아니한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특히 오프닝과 엔딩 보컬송은 끝내준다. 지금 듣고 있는 것도 그 노래다. 나중에 기회 닿거든 꼭 들어보시길. (써놓고 보니 광고글 같이 되어 버렸다)
시스템은 아주 간단하다. 마우스만으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고, 그다지 불편한 점도 없다. 다만 두 가지, 세이브 포인트, 소지량 제한은 좀 짜증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상점에서 사는 것만 가능하고 파는 게 불가능해 언제나 돈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것도 짜증나긴 했지만 특정 지점에서 노가다를 좀 하면 해결되는 부분이다. -_-; 그 이외의 부분에서 필자가 특별히 느낀 불편함은 없다. 물건 살 때 마우스 클릭 노가다는 최신 패치에서 수정이 되었고... 특히 다이어리 모드에서 몬스터 설명이나 아이템 설명 읽는 재미도 매우 솔솔하다. 게임만 계속 하지 말고 가끔 가다가 다이어리 펼쳐서 한 번씩 읽어보시라.
세이브 포인트의 경우 비디오 게임기로 이식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또 여기에서 회복도 가능하므로 그렇게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세이브 포인트의 배치가 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보스를 열심히 클리어하고 기나긴 이벤트를 보고 있을 때 튕겨 나가면... 또 그것이 2번, 3번 반복되면... 미친다. PC 용 게임에서는 게이머마다 사양이 다 다르니 이걸 다 맞출 수가 없어서 약간의 버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벤트 직전 또는 직후 등에 세이브를 가능하게 해서 시간 낭비를 최소로 줄일 수는 있을 것 아닌가?
소지량 제한의 경우도 원래는 좋은 개념이다. 악튜러스의 소모품 아이템들은 그 월등한 성능에 비해 가격이 엄청나게 싸서(처음부터 끝까지 쓰게 되는 '리페어 키트'는 가격은 200 밖에 안 되는데 BP를 완전회복시켜준다) 이런 방식의 제한으로 아이템 난무에 의한 난이도의 급격한 저하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세이브 포인트와 같다. 이 게임에서는 갖고 다닐 필요가 없는 아이템은 '로저스의 퀵 서비스' 상자에 담을 수가 있는데, 이 상자의 배치가 탐탁치 않은 것이다.
이를테면 파티 인원이 6명이면 소지량 제한 수가 600정도 되고, 전투에 대비해 이런저런 아이템을 많이 준비하다 보면(물론 6명 기준으로) 소지량이 대략 500은 가볍게 넘어간다. 그런데 강제 이벤트로 인해 파티 인원이 2명 정도로 줄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소지량에서 빠진 인물들의 장비는 빠지지만 소모성 아이템들은 빠지지 않는다. 그에 반해 소지량 제한은 200정도로 에누리 없이 팍 줄어버리고, 필연적으로 제한에 걸려 이동 속도가 거북이처럼 느려진다. 특히 모 양의 정신 세계로 들어갈 땐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 느린 속도로 거기를 클리어할 수 밖에...
시나리오의 전개에 대한 불만.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악튜러스의 시나리오 만큼은 훌륭하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는 지금까지 악튜러스에 관련해서 시나리오를 씹은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본인도 시나리오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 화끈하게 씹어보려고 한다. 국내 최초다. 음할할. 그리고 이하에 대해 불만이 있으신 분은 내게 돌을 던지시라, 매드3디에 뭐라고 하지 말고. 내게 던지는 돌도 욕은 사양이다. -_-;
악튜러스의 전체 구성은 서장, 1장, 2장, 3장, 종장으로 되어 있다. 서장과 1장은 포가튼 사가처럼 프리 시나리오로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골라가며 진행할 수 있고, 2장부터 끝까지는 그런거 없이 일직선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구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완급 조절이 좀 안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토리의 경우 대부분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 구조는 모든 매체 - 소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 에서 동일하다. 시작하고, 전개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끝난다. 이게 정석이다. 5장 구성이라면 기가 1장, 승이 2, 3장, 전이 4장, 결이 5장이 될 것이다. 막판에 화끈한 뒤집기를 보여줄 거라면 승이 2, 3, 4장 다 먹고 전과 결이 5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악튜러스는 기가 서장, 승이 1장이고 전과 결이 2, 3, 종장을 다 먹고 있다. -_-; 이게 뭔소리냐... 1장까지는 프리 시나리오를 즐기면서 느긋하게 비필수 퀘스트들도 하면서 전개해 나가다가, 2장부터 엔딩볼 때까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를 보기 위해 열라게 뛰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면 2장부터 엔딩까지 정말 순식간에 끝나게 된다. 메인 이벤트만 있으니까... 그래서 제작사 측에서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2가지 노가다를 추가하였으니, 길찾기와 레벨업 노가다다. 각각의 노가다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가 궁금해 죽겠는데 레벨과 길찾기 때문에 발목을 잡힐 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는 것만 밝히겠다.
이벤트 부족에 대한 불만.
일본식 RPG에서 필자는 이벤트를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 그건 '설명형 이벤트'와 '전개형 이벤트'다. 각각에 대해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악튜러스에서 전개형 이벤트는 매우 많다. 그도 그럴듯이 워낙 스토리가 방대하니까. 그런데 게이머가 게임에 감정 이입하는데 아주 중요한 '설명형 이벤트'는 별로 없다(비필수 이벤트 가지고 이게 적은 거냐고 윽박지르지 말기 바란다).
예를 들어,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갈 때 '종말' 이벤트가 일어난다. 뭐 실제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왜' 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이 안 나온다. 어떤 일이 생기는지 말하면 '줄거리 미리 얘기하기'가 되어 지탄을 받을 게 뻔하므로 설명은 안하겠지만(RPG 리뷰는 이래서 쓰기가 힘들다) 전쟁을 하는데 그런 일이 생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게임 전체에 걸쳐 바렌시아 정교는 타락하고 썩을대로 썩어 민중에게 돈을 뜯어내는 종교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분명히 돈을 뜯어내기는 내는 것 같은데 정말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 수 없다. NPC와의 대화에서는 그런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정교는 정교대로 놀고 민중은 민중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그런가?
아이는 그리트 교의 교주다. 그런데 게임 중에 나타나는 몇몇 그리트 교도들을 빼면 나머지 사람들 - 게임 중의 NPC를 포함해서 - 은 그리트 교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_-; 그리트 교는 어떤 종교인가? 게임 내에서 그리트교는 일반 민중, 혹은 기득권 층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안 나온다. 필자가 보기에 그리트 교의 존재 의의는 아이의 무기 설정과 최종 보스 설정인것 같다. -_-;
이 게임의 마지막 보스는 XX와 YY다(이 피나는 노력). 머리로는 얘들이 보스라는 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가슴으로는 얘들이랑 왜 싸워야 하는지 감정 이입이 그다지 잘 되지 않는다. 그냥 엔딩으로 가는 길목에 버티고 있으니 쓰러트릴 뿐. 그도 그럴듯이 YY는 거기에서 첫 등장이고 XX는 게임 중에 단 세 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YY야 게임의 설정상 첫 등장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XX 정도는 '얘는 꺾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 이벤트 하나 정도는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게임 중 커플이 세 개가 탄생한다. 좋다. 커플 탄생이야 한창 나이의 남녀들이 모였으니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무슨 과정을 통해서 그렇게 되는 건지는 안 나온다. 그냥 좋아하니까 좋아하고, 좋아하는 타입이라 좋아하고... 그런 건가? 그들에게는 이해가 가는 일이겠지만 모니터 밖에서 지켜보는 필자로서는 무슨 감정의 변화가 있었는가를 같이 좀 알고 싶을 뿐이다.
이외에도 설명이 없어서 스스로 짐작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다. 물론 자잘한 것들이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러한 자잘한 것들이 모여서 '해피 엔딩 뒤의 찜찜함'을 이루는 것이다.
시나리오 자체에 대해 살짝...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자체를 살짝만, 정말 살짝만 디벼 보겠다. 악튜러스의 시나리오는 진짜 심오하기 때문에(클리어했음에도 뭐가 뭔소린지 모르겠다. -_-;) 잘못 디비면 '무식한 놈' 소리 들으면서 '따'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ㅠ.ㅠ 그리고 '줄거리 미리 얘기하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1차적인 줄거리에 대해 얘기하는게 아니고 그 뒤의 2차적인 얘기를 하는 거니까...
악튜러스에서는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요 골자는 '신과 인간만 있다, 악마란 건 신에게 부끄러운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저지른 죄를 부끄러워 하는 인간이 그 죄를 미루기 위해 악마라는 존재를 지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가지 이유로 이러한 '신과 악마에 대한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은 빛을 잃는다.
먼저 게임 내에서 그리트 교적인 얘기와 바렌시아 정교적인 얘기가 헷갈리고 있다. 단적으로, 달란트는 고대에 나왔던 사도 - 즉 천사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바렌시아 정교 쪽의 얘기다. 그런데, 이 달란트를 모아서 부활시킨 존재는 무엇인가? 그렇다. 그리트 교의 파괴신 아흐리만이다. 왜 천사의 조각을 모아서 부활시켰는데 다른 종교의 신이 튀어나오는가? 달걀을 깠더니 오리 새끼가 튀어나온 격이다. 이 녀석이 인간의 명령을 듣는 건 일단 그냥 넘어가자. -_-;
위의 이벤트 부족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지만 인간이 악에 물들었다고 하는데 전혀 실감이 안 간다. 이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진행할 때 게이머가 보는 NPC 들에게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그냥 '악에 물들었다!'라니까 '그런가부다'하는 거지. 이런 상태에서 선과 악이 어쩌구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잘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뭔 짓이냐!' 라고 외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주인공 일행에게 동기가 좀 부족해 보인다. 아무리 영웅이더라도 진짜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건 어렵다. 최소한 '새로이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하다 못해 '달링과 함께 살 평화로운 삶을 위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아무 말 없이 '세상을 구해야 해!'라면서 죽을지도 모르는 일에 뛰어드는 주인공들이라... 제작진들이 다른 일본식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때에 꼭 나오는 '커플 닭살씬'에 질린 것일까?
리뷰를 마치며.
한국인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칭찬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 서로 잘된 점을 칭찬해줘야 크지, 남 잘되는 것 못 보고 서로 깎아 내리기만 하니 서로 발전이 없는 것이다. 이 리뷰도 어떻게 쓰다가 보니 결국 악튜러스를 온통 깎아내리는 글로 바뀌어 버렸다. 원래는 반쯤 올려주고 반쯤 깎아내리는 것이 정석이건만... 너무나 기대했고 그래서 많이 실망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악튜러스가 졸작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다. 이것은 대작이고, 또한 명작에 들어갈 만한 작품이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쪼~금 모자랄 뿐이다(돌을 피해야 한닷... -_-;). 단적으로 필자가 이 게임을 10일 남짓 걸려 클리어해버린 것으로도 이 게임의 재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필자는 일본식 RPG의 던전에 매우 약하다. ㅠ.ㅠ
만약 위에 필자가 쓴 글에 불만이 있다면 DGDragon@hitel.net으로 메일 주시기 바란다. 애매한 매드3디에 돌 던지지 말고. 단 손노리 빠돌적인 욕멜만큼은 사절이다. 칼로 폐부를 쑤시는 듯한 차가운 비평글은 대환영이다. 필자를 좀 키워달라. -_-;
잡담으로 넘어가서, 글 쓰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12일에 한정판을 받아 시작해서 24일에 클리어했는데, 그 날부터 쓰기 시작해서 겨우 오늘 리뷰글 한 편을 완성했다. 거의 2주일이 걸린 것이다(물론 중간에 한 일주일 놀기는 했지만). 덕분에 악튜러스 후반부 스토리가 한동안 머리 속에서 실종되는 등의 작은(?) 사고가 있었다. 앞으로는 게임 클리어하고 3일 안에 리뷰 골격을 완성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상으로 필자의 첫 리뷰를 마친다. 이제 폐인 모드로 돌입해서 어제 도착한 창세기전 3 파트 2를 밤샘 플레이해야겠다. 악튜러스 리뷰 완성해야 한다고 받아놓고 케이스를 뜯어보지도 못했다(참으로 불타는 책임감이 아닌가?). 창세기전 3 파트 2를 클리어하고 리뷰를 쓸지 말지는 이 글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 이상.
제 목:[잡담] 악튜러스 리뷰 FAQ. (-_-;) [38656]
보낸이: (DGDragon) 2001-01-10 23:46 조회:239
아아... 찔립니다, 찔려요. 역시 글 뒷부분에 무리가 많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답변, 나갑니다.
1. 글 양에 비해 내용이 적다.
음... 글쎄,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썼는데...
핵심을 찔러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설명을 못하니까 토를 달고 또 달고 해서 양이 늘어난 것
같네요. ...뭐, 고치던지, 못 고치면 그냥 한 3, 40KB짜리 리뷰
써버리죠. :)
2. 그리트 교 문제.
이거 써놓고 지울까 말까 하다가 냅뒀는데 제일 많이 걸리네요.
그냥 취향 차이로 밀어붙이기에는 '그리트 교에 대한 설명은
충분했다'라는 의견이 많은 듯. 아무래도 이건 제가 잘못 썼나 봅니다.
3. 바렌시아 정교 문제.
1장 기준으로 보아서 그런가 봅니다. 2장으로 넘어가서 황폐해지기는 하는데
왕국과 공화국을 그냥 다니다 보니까 착각을 하게 된 듯. 그러나 횡포라도
왜 아무 설명도 없이 1장에서는 평화롭다가 2장부턴 그렇게 분위기가
확 바뀐 걸까요. 뭐, 제 의견을 말하자면 '강탈 이벤트'라도 하나 넣었으면
좋았을 걸.
4. 기타 등등.
XX가 적인지 모르겠다는게 아니라 저걸 꼭 죽여야 겠다는 감정적인
동기 부여가 안 되더란 소립니다. 솔직히 게임에 좀 자주 나와야
무슨 감정을 갖지...
역시 파트 2 빨랑 하려고 마지막에 키보드를 두들겨 패서 양성한 부분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완벽을 지향하는 아마추어 리뷰어가 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
(저 자신의 평가로는 이 리뷰, 클리어한 사람들을 위한 거지, 이 게임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안 되는 글인 듯 합니다. 리뷰 자체가 대상이 게임 구매 희망자를 위한 글이거늘... 그 점에서 이 글은 좋은 점수 받기 힘들죠)
* 매드삼디... 지금은 싹 날아갔지만 웹진 초기 온갖 웹진이 창궐하던 때 FPS 전문 뉴스웹진으로써 매니악한 인기를 끌었던(아는 사람만 알았던) 사이트였습니다. 리뷰 실어준대서 삼일 밤낮을 낑낑대며 썼더니 원래 리뷰 게시판이 아니라 독자감상란을 따로 만들어서 거기 올리더군요. 대실망.
* 하지만 원래 리뷰 게시판에 올렸다면 그 갈굼에 제가 못 버텼겠지요. 2004년도 끝나가는 지금은 이 글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왜 이리 유치하게 못 썼을까...
* 조만간 악튜러스를 한 번 더 해보고 다시 리뷰를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 이런 허섭쓰레기인 글에 악튜러스 제작진 중 한 명의 메일까지 받았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군대 갔다 와보니 날아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