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저는 지금까지 게임기를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패드도 거의 잡아본 적이 없죠. 기껏해야 태랑형 집의 DC나 아스레아 집의 DC, GC를 만져본 정돕니다. 하지만 언젠가 게임기를 살 그날을 위해(혹은 에뮬을 위해) 잡지는 열심히 사 보고 있습니다. 뭐 단순히 공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럭저럭 읽을거리가 많기도 하니까요.
뭐 비디오 게임계의 여명기엔 이런저런 잡지가 많았지만, 제가 보고 충격을 먹고 모으기 시작한 건 GameLine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단순히 비디오 게임의 소개와 공략만 다뤘던 타 잡지와 달리 이런저런 잡 지식과 특히 게임 만화가 인상적이었죠. 더불어 지금은 팀장급으로 올라간 정태룡 기자의 카리스마.
하지만 정기자가 군 입대하고 나니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사다말다사다말다 하다가, 게임라인이 망하더군요. 다음엔 월간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이머즈가 나오고... 그래서 게이머즈로 옮겨갔습니다. 돌아온 정기자는... 글쎄 이전 만큼의 충격은 아니더군요. 왜일까. 역시 그런 경향 자체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요. 그래도 다른 기자들의 글도 재미있으니까...
지금도 PS2의 TV 광고를 보고 군대에서 놀라던 기억이 새롭군요. 그래서 국내 게임계도 새롭게 커지나 했는데... PC 패키지가 완전 사망하고 비디오 게임계도 생각만큼 크지는 않은 걸 보면 그냥 옮겨간 것 뿐인 것 같습니다. 비디오 게임 잡지도 몇개 있던게 다 망하고 이젠 게이머즈와 플레이스테이션 밖에 남지 않았군요.
10년도 더 전에 마이컴이 망할 때도 느낀 거지만, 보던 잡지가 폐간된다는 건 단순히 정보 수집의 창구가 막힌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4주년 지난 게이머즈, 앞으로도 번창하기를.
성향별로 과정은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한가롭고 조용한 촌동네인 홈릿에 도착하게 되었다. 총인구 대비 과부, 홀아비, 노총각, 노처녀와 개종 희망 인구 비율이 이상하게 높은 이 동네는 바로 코앞에 산적들이 던전까지 갖춘 훌륭한 악의 본거지를 상당한 예산을 들여 힘들게 건설해서 힘을 키우고 있는 것만 빼면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고을이다.
이에 마을의 자경대와 잠깐 마을에 엉덩이를 붙이고 그들을 지휘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던 - 딴에는 용도 잡았다는 - 일단의 모험가 파티는 플레이어 파티에게 산적들을 소탕해줄 것을 요청한다.
밥 먹고 이빨 쑤시듯 산적 소굴을 가볍게 털고 그들의 칼부터 속옷까지 홀라당 벗겨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린 플레이어 파티는 그 다음 목적지로, 그 건설비로 군대를 만들었으면 세계는 옛날옛적에 정복하고도 남았을 법한 호화로운 지상 + 지하 복합 건축물인 템플을 선택하는데... 모든 돈을 템플 건설에 갖다 붓고 정작 자신은 돈이 없어 템플 안에서 근근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불쌍한 악의 무리들의 앞날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선 세력의 무자비한 악 세력 재산 강탈기를 다루고 있는 이 게임은, 항상 조직 운영비는 으리으리한 건축물을 짓거나 깊은 던전 파는데 다 써먹고 정작 조직원은 변변한 무장도 없이 사는 악 무리의 생각 없는 조직 운영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작품되겠다.
...설마 믿는 사람은 없겠지?
1. 게임 소개
성공한 선임의 뒤를 안전빵으로 잇는 것인지 전체적인 구성과 진행은 인피니티 엔진 계열 RPG들(이하 '피니?RPG')과 대단히 유사하다. 이미 몇몇 정형화된 형식이 있고 이 게임은 그에 따른 터라 특별히 베꼈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인피니티 RPG를 해보신 분들은 기본적인 사항을 거기에 두고 읽으시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플레이어는 처음 1명에서 5명의 PC를 만들어서 진행하게 되며, 주사위 굴림 방식과 능력치 배분 방식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능력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 D&D 게임들과는 달리 직업 제한 외에도 처음 파티 구성 때 정한 파티 가치관에 따라 PC의 가치관 설정에 제한이 가해진다거나, 클레릭 외의 캐릭터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각 캐릭터마다 신앙을 설정해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비록 파티 가치관이나 신앙은 도입부 이후 게임 진행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기는 하지만.
다만 인피니티 RPG와는 달리 캐릭터의 전기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서인지 들어가있지 않은데,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뭐랄까 제작사는 텍스트를 무척 싫어하는 듯 하다.
이동 및 대화 등은 모두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지만 전투만큼은 D&D 3.5e 룰에 준해서 턴제로 진행된다.
이것저것 많았던 인피니티 RPG의 메뉴와는 달리 이 게임의 메뉴는 맵, 로그북, 인벤토리 이렇게 딱 3개로 끝난다. 옵션이나 자체 도움말 같은 건 넘어가도록 하자. 모든 종류의 '기록'은 모두 로그북에 들어가며, 캐릭터 정보, 메모라이즈, 스킬, 피트 등은 모두 인벤토리에 통합되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인벤토리 창만 부르면 되도록 하였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게임의 맵은 선과 악 성향을 위해 2개의 마을과 몸풀이용과 본격적으로 뛰어보는 2개의 던전, '그 외' 몇개의 필드를 준비해놓았으나 탐험용으로 마련된 '템플'과 물건을 팔기 위해 마련된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맵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딱 까놓고 말하자면 모트하우스, 필드맵, 마을 2개의 퀘스트들 전부가 템플에 들어가기 전에 레벨 적당히 올리라고 만들어둔 것들로 저 모든 일들을 해결한다 해도 템플에서의 플레이 타임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비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템플 4층 아래의 숨겨진 층에 도달하면 끝나며, 선택에 따라 선, 악, 혹은 그 외의 다양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엔딩은 플레이어가 한 일이 그 뒤로 어떻게 되었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마을에서의 결혼 이벤트, 누구를 죽였나 살려줬나, 템플에서 구출한 사람들 이야기까지 정말 신경도 안 쓰고 지나친 것들까지 하나하나 모두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정말 보람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엔딩이었으나 몇몇 이벤트는 성의없이 그냥 경험치를 얻기 위해 간단간단하게 처리해버렸는데 저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니 정말 어떤 의미로는 섬뜩함을 느꼈다.
여기서 NPC란 BG 시리즈나 토먼트처럼 게임 진행 도중 파티에 3명까지 편입시킬 수 있는, 게임 내에서 제작사가 준비한 캐릭터를 의미한다. ToEE의 독특한 점은 IWD처럼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작하는 동시에, BG 시리즈나 토먼트처럼 게임 내의 캐릭터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만 3명까지만 가능하다. PC가 4명이라고 해서 NPC를 4명 영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파티 내 영입가능한 NPC의 숫자는 정말 굉장해서 무려 30명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파이터, 그 다음 로그나 위저드 등으로 직업군이 매우 좁으며 그마저도 능력치가 그다지 좋지 않거나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관계로 정말 쓸만한 NPC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기존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에서는 파티에서 NPC와 PC를 확연히 구분짓고 있다. PC가 플레이어가 만든 정규 캐릭터로서 대화, 아이템 및 루팅이 자유롭고 추가 / 삭제가 여관에서 한 큐에 간단히 끝나는 반면(단 여관에서 꺼낸다 해도 아이템 및 경험치와 레벨은 전부 1레벨에 기본 무장으로 돌아가버리므로 BG 시리즈에서의 노가다 짤짤이는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NPC는 타 NPC와 대화할 수 없으며 루팅도 불가능하고 자신의 몫으로 강제 루팅해간 물건은 절대 내놓지 않으며, 레벨업을 해도 스킬 및 피트 선택을 자동으로 하는 등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파티에 임시로 들어온' 것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평상시 이동 및 전투시 통제는 플레이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결국 손님'이라는 강렬한 NPC 시스템은 신선함과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NPC가 비싸고 귀중한 아이템을 가져가서 내놓지 않는 경우나 인벤토리가 꽉 차버려서 장비 교체가 불가능한 경우 등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물론 해결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제작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2. 장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보다시피 게임은 캐릭터는 3D, 배경은 2D로 보여주는데, 특히 2D 배경이 환상적인,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밖에 서 있으면 시간에 따라 아침-낮-저녁-밤의 색깔이 모두 달라진다. 어디선가 벌레가 울며, 날벌레가 날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린다. 물을 건너가면 파문이 일며 첨벙첨벙하고 물 튀기는 소리가 난다. 몸무게가 무거운 힐 자이언트가 움직이면 화면이 진동으로 흔들린다.
던전 안에선 어두컴컴한 듯 하면서도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켜놓은 불들과 아군이 전투 보조용으로 건 마법들이 빛나며, 흔들리는 불빛 아래 언뜻언뜻 드러나는 적들이 예술이다.
특히 무기에 거는 각종 인챈트들이 적에게 작렬할 때의 이펙트가 시원시원한 타격음과 어울려 정말 패고 싶도록 만드는게 압권이다. 마법도 결코 거기에 꿇리지 않고. 시원시원한 타격음, 마법과 마법 무기의 화려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효과들, 캐릭터의 좀 과장된 듯한 갖가지 액션들... 정말 눈과 귀가 즐겁다.
사람의 눈이 간사하여 계속 보고 있으면 모든게 당연해 보이지만, 이 그래픽은 계속봐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다만 배경음악의 인상이 약한게 아쉽다. '그 어떤 인피니티 RPG보다도' 딸려서, 아마 어디까지가 효과음이고 어디까지가 배경음악인지 클리어하고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을 듯 싶다.
...이라곤 해도 필자가 아는 D&D 3.5e의 룰이라곤 1/5 정도 읽은 PHB와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어줍잖은 지식뿐이다. PHB도 전투 부분은 거의 안 읽었으니. 그렇지만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상당한 수준이다. 일단 평상시에 적용되는 룰의 일부를 단순히 나열만 해보겠다.
대화시 대화의 수준 보정은 캐릭터의 카리스마와 지능 등에 따라서 달라질 뿐 아니라 대화 관련 스킬이 높다면 숨겨진 선택지가 나타나 좀 더 나은 방향의 퀘스트 해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가치평가 스킬이 좋다면 물건을 더 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레인저와 드루이드의 컴패니언을 구현하여 언제나 같이 다닐 수 있다.
생존 스킬이 높다면 맵의 인카운터를 피할 수 있다.
추적 피트가 있다면 주변에 어떤 적이 있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평상시에 적용되는 룰이 이정도이며 전투 시의 룰 적용은 더 굉장해서 발걸기, 돌격, 방어 전투, 카운터 스펠 등등의 온갖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이용해 불리한 전투를 승리로, 대등한 전투를 거의 학살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비록 레벨 제한이 10이라 클래스 믹싱에 의한 강함을 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각 클래스의 위력을 끌어내는데는 충분하다. 특히 전사가 발을 건 적의 뒤에 로그가 가 선다면... 그 적은 죽었다고 봐도 좋다.
이동시나 공격시 투명한 노란 원으로 아군과 적의 공격 범위가 표시되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도움을 주며, 5피트 풋스텝과 이동력 바의 조절을 통해 풀라운드 액션과 스탠다드 액션을 조절할 수 있다.
마법 사용시 범위를 푸른 원으로 표시해주어(이것이 인피니티 RPG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용자를 도와주며, 아군에게 마법이나 저주가 걸렸을 경우 포트레이트 위아래에 아이콘이 생겨 그것을 표시해준다. 거기에 커서를 대면 종류와 지속시간까지 표시된다.
가장 환상적인 점은 그동안 늘 아쉬움으로만 그쳐왔던 아이템 제작이 가능해져, 스크롤, 완드, 마법무기, 로드 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전투 난이도가 뚝 떨어지고 플레이어의 돈이 50배 가량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있는 쪽이 훨씬 좋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과거 물건일수록 더 강한지라 레벨이 오를수록 점점 더 옛날 장비를 쓰게 되는 과거 RPG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플레이어가 드디어 강력한 새삥 무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래 단점 부분에 온갖 욕을 다 써놨지만... 이 게임은 전투(와 그에 따른 모든 부가 요소) 하나만으로도 모조리 상쇄해먹고 들어갈 수 있는 게임이다. 그저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게 원통할 따름이다.
제목대로, 이 게임의 진행은 모두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사실 자유도라는 개념이 애매한지라 마을 퀘스트를 해결하고, 필드 맵을 쓸고, 모트하우스를 밀고, 템플로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루트를 벗어날 수 없는 이 게임의 자유도를 낮다 해도 그다지 할 말은 없으나 위 루트 안에서의 진행은 플레이어 마음대로다.
모든 악을 엎어메치고 스톤 스터너를 건 다음 우주 햄스터의 머리 위로 날아가도록 엉덩이를 걷어차주는 민스크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도 있고, 마을을 위하는 척 하면서 모든 재산을 싹 털어가는 위선 플레이도 가능하다. 아이템을 위해 비싼 장비 걸친 애들을 다 죽이는 카오틱스러운 플레이도, 악의 대보스는 벅차 쪼잔하게 중간보스에게 들러붙는 빈대 엔딩도, 좀 더 우아하고도 숭고한 악의 길로의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 템플에 강림하시는 에드윈스러운 플레이도 가능하다.
파티를 처음 생성시 가치관을 설정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PC의 성향 제한일 뿐 NPC는 성향에 관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며, 명성이란 게 없으므로 필수 NPC가 아니면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단 상인을 죽이면 아이템은 못 팔겠지만. 템플에 들어가서도 잔챙이들을 싹 쓸면서 진행해도, 되도록 안 죽이고 진행해도 되며 악에 붙을 수도, 악을 밀어버릴 수도 있다.
솔직히 해보면 왠지 자유도가 높다...기 보다는 굉장히 헐렁헐렁한 진행이라고 느끼게 되긴 하지만(이래도 노터치, 저래도 노터치라는 느낌) 하여튼 모든 것은 플레이어의 뜻대로.
3. 단점
장점에 쓴 것과는 반대인 이야기같기도 한 얘기지만... 구현할 건 다 해놨지만 허술하다는 이야기다. 대화와 전투 관련 스킬 및 피트 외에는 모두 겉모양만 갖춰놓아 실제론 거의 쓰지 않는다. 컴패니언은 8시간마다 부를 수 있는 몸빵에 불과하며, 추적 피트는 써봤자 NPC와 소환수 밖에 볼 일이 없다. 함정탐지 스킬은 있지만 정작 상자 외에는 함정이란 없기 때문에 거의 쓸 일이 없다. 있긴 있으니 모양새는 난다만 이래서야.
이 게임은 설명에 굉장히 인색한 편에 속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작진들이 텍스트를 싫어하는 듯 하다. 툴팁은 없으며, 매뉴얼은 부실하고, 아이템 창에 딱 2줄 뜨는 설명이나 특정 아이템에 한해 Shift + 클릭으로 뜨는 설명은 오로지 아이템의 기능만 늘어놓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심지어는 설명에 안 뜨는 숨겨진 능력을 가진 아이템도 있다. 헤드렉 풀셋이 바로 이런 경우인데, 사실 이런 것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는 부분되겠다. 필자는 싫어하는 부분이지만...
그리고 로그북의 퀘스트 설명은 한 술 더 떠서 퀘스트 설명이 단 1줄이며, 그것도 절대 해결방법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플레이어가 퀘스트 내용을 외울 것.
3rd의 책에선 마법 설명들은 전부 이름 순으로 정렬하고, 마법 설명 안에 해당 마법을 쓸 수 있는 레벨이 몇 레벨인지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매뉴얼에선 각 클래스 별로 정렬해놓았고, 모든 설명은 1줄로 끝난다. ...뭐냐 이건. 게다가 메모라이즈할 마법을 고르는 화면에서도 아이템 창 아랫부분에 한 줄짜리 설명이 뜨는게 전부다.
이 암울한 상황에서 믿을 건 게임 내부에서 제공해주는 도움말 뿐이다. 게임할 때 모르는 곳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도움말... D&D 룰에 대한 설명만 있으므로 매뉴얼에서도 내팽개친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마법 설명이나 판정을 볼 때는 매우 도움이 된다. 참고하자.
우하의 파란색 글씨들을 클릭하면 이런 창이 뜨면서 판정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있다.
아무리 아직도 포인터도 잘 모르겠고 자료구조도 뽕빨로 성적 땄따지만... 그래도 키보드로 헬로우 월드 프로그램 정도는 짜는 놈으로서 이 게임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일단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인 패스파인딩 AI. 이 게임에서는 모든 캐릭터의 이동 루트를 다 따로 계산하며,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도착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프로그램이 제멋대로 이동 명령을 취소해버린다.
만약 NPC 포함 풀파티 8명에 레인저와 드루이드의 컴패니언 및 소환한 동물까지 쳐서 파티원이 두자릿수 넘어가면 조금만 멀리 이동명령을 찍어줘도 CPU 파워에 전혀 관계없이 죽을 듯 빌빌대는 컴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계산하는 동안 게임이 아예 올스톱된다). 거기에 더해 1번 캐릭터부터 계산하니 뒤에 있는 애들은 계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되어 질질 흘리고 다닌다.
이런 상태에서 적이라도 마주치면 암울할 뿐이다. 이 게임은 캐릭터들의 도착 예정 지점에 원을 그려 표시해주는데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바닥에 찍힌 원의 갯수를 고속으로 세는 법을 익혔다. 농담이 아니다. 만약 게임이 계산할 때 흘린 애들이 있어 원의 갯수가 모자라다면 신속히 클릭해서 다시 명령해줘야 한다.
어떻게 새천년에 나온 게임이 20세기에 나온 게임보다 패스파인딩 AI가 '구린'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성질 같으면 프로그래머를 그냥 확!
허접한 프로그래밍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톤 스킨을 쓰면 DR이 10/+128로 표시된다. 8비트 정수 함수... 너무 노골적이니 않나? 스톤스킨 한정으로 10/-로 표시하면 간단한 것을...
아이템 인챈트를 할 때 인챈트 비용이 32,000골드 이상 되면 업그레이드 비용이 -가 되거나(이 상태에서 부여하면 돈이 증가) 그대로 게임이 윈도로 튕겨버린다. -_-b 16비트 정수 함수란 얘긴데 이건 단순히 시스템 구조를 짠 프로그래머가 등-신이라는 얘기다. 나도 이런 짓은 안 한다.
그리고 이 게임을 돌린 필자의 사양은 650Mhz 펜티엄 3, 카이로 2, 램 384MB다. 물론 이 사양에서 돌리면 느리다. 느린 건 당연한데, 문제는 빠른 컴퓨터에서 돌려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최적화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 그나마 참을만 하니깐 하지 아니면 옛날에 CD 뽀갰다.
마무리 덜 된 게임은 언제나 그렇지만... 이 게임도 자잘한 버그 투성이. 현재로서는 플레이에 이득이 되는 온갖 꽁수들만이 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게 좋지 않은 버그들도 않다. 특히 이유를 알 수 없이 윈도로 튕기는 버그가 산재해 있으며, 최종 결정타는 최신 패치에서도 반영이 안 되어 있다는 것. 그저 바드송이 프리에서 스탠다드 액션으로 바뀌었다느니 하는 소리 뿐. 버그나 좀 잡으시게.
우선 로컬라이제이션이 장점이 아니라 단점에 들어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작년 11월에 나온 게임이 한국에선 6월 중순에 나왔는데, 게임 내에 텍스트도 별로 없는 이 게임의 한글화 수준이 이 모양 이 꼴인 걸 보니 손오공에서 낼까말까를 꽤나 고민한 뒤 번갯불에 콩 볶는 듯 순식간에 뚝딱 해치워서 내놓은 듯 하다. 매뉴얼은 오타 투성이이며, 서로 제목이 뒤바뀐 곳도 있다. 매뉴얼 잃어버릴까봐 친절히도 CD 안에 PDF로 넣어준 파일도 매뉴얼의 원본이었는지 오탈자마저 똑같은 좌절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과 매뉴얼의 단어 표기가 서로 다른 부분이 있으며(게임 내엔 아크로바틱 매뉴얼엔 곡예라던지), 게임 내부에서조차 서로 다른 부분도 있다. 들은 바로는 2개의 팀에 나눠서 맡겼다고 하는데... 이런 게임에 무슨 번역할 거리가 그리 많다고 그런 삽질을 했나 싶다.
다행히 번역기에 넣고 돌린 부분은 없이 전부 직접해서 게임하는데 지장은 주지 않으며, 게임 내 도움말 번역은 매우 잘 된 편에 속하지만 반말과 존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NPC들의 모습은 약간의 짜증을 유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럭저럭 할만한 이 게임에서 단 하나 빌어먹을 번역이 하나 있으니... 매뉴얼 끝의 색인(Index)이다. 상식적으로 영어는 ABCD순으로 정렬을 한다. 한글은 ㄱㄴㄷㄹ순으로 정렬을 한다. 그러면 ABCD로 정렬된 색인을 번역하면 그걸 ㄱㄴㄷㄹ순으로 재정렬해야 하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내가 찾는 단어가 영문판이라면 뭘까...하고 2중 번역을 통해 ABCD로 정렬된 '한글' 색인을 보고 있으면 뱃속에서 뭔가가 확 치솟아 오른다.
4. 마무리
1레벨의 가난한 파티, 맨손으로 시작해 입을 거 입고 무기 좀 좋은 거 들고 간신히 해볼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창 물이 올라 재미가 붙어가는데 '이제 그마안~'. 너무 허전하지 않은가? 고생해서 버스트 옵션 기껏 달아놓으면 그걸로 엉덩이를 걷어차 줄 악이 노드의 4대 악마와 보스 뿐이라니. 게다가 플레이밍 버스트는 레벨 제한이 12라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한다.
틀림없이 노린거다 이건. 마치 BG 시리즈가 레벨 제한으로 게이머의 애간장을 태운 다음 확장팩으로 유도한...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가? 월드맵도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가 비어있고 말이지.
마침 D&D 3rd의 어드벤처 북에, 개조는 좀 해야겠지만 확장팩으로 만들기 딱 좋은 물건이 있다. 'Return' To The Temple Of Elemental Evil이라고... 물론 WoTC가 현재 신나게 팔아먹고 있는 책이라 라이센스비는 좀 비싸겠다만.
하지만 판매 실적이 그다지~ 인지라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제작사나 유통사의 지원을 보면 오히려 암울한 쪽이 아닐까 싶은데... 내용이 좀 부실하다 뿐이지 버그만 좀 고쳐주면 엔진은 진짜 최강인데 이대로 묻히긴 너무 아깝다. BG3를 만든다면 이 엔진으로 만들면 좋을텐데.
하여튼 컴퓨터는 갖가지 감언이설로 부모님을 꼬드겨 공짜로 마련했겠다, 친구들도 이것저것 해보고 있겠다, 용돈으로는 PC방도 가야되고 리니지도 해야겠고... 온갖 이유를 들어 자기 앞에 튼튼히 AT 필드를 쳐놓고 프라이팬에 CD를 굽고 앉았다. 짜증나는 놈들.
7월 초에 듣자하니 ToEE가 300카피 팔렸다고 한다. 안그래도 마이너 계열인데 올해가 끝날 때까지 1,000카피나 팔릴까 싶다. 사실 제작사나 유통사나 변변한 게시판도 없고 사후지원이 워낙 부실해서(오죽하면 게임을 복사하시는 초딩분들이 렐름에까지 와서 까불다 렙드당하겠는가) 뭐라고 하고 싶지만 수준이야 어쨌든 한글화까지 해서 내놨는데 저 지경이면 오히려 본인이 민망해서 말을 못할 지경이다. 매뉴얼의 오타를 지적해주고 싶어도 초판 찍은게 다 팔려서 2판이 나올 가능성이 개미 눈꼽만큼이라도 있어야 개선하라고 지적을 해주지.
이제 거의 유일한 국내 PC 유통업체가 된 손오공이 땅 파서 자선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아동완구 팔아서 번 돈을 오로지 코X닭 상장 한 번 해보겠다고 PC 게임 유통 쪽에 붓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상장하고서도 PC쪽 사업을 유지할까. 필자 같아도 절대 안 한다. 그래 뭐 좋다. 나중에 손오공이 국내 게임 유통 접고 게임 구할 길이라곤 직수 밖에 안 남도록 줄기차게 다운받아라. 안 말린다. 다만 대놓고 떠들지만 마라.
한 줄 요약
이 게임의 의의는 결국 D&D 3.5e 룰의 저레벨 전투 시뮬레이터다. 나머지는 고의든 아니든 간략화되어 있거나 누락되어 있으며, 게임의 모든 것은 전투를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D&D 룰 방식으로 진행되는 턴제 전투를 좋아하는 이에겐 더 없는 선택이며, D&D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2d4가 뭔지 잘 모를 정도의 초보자는 손대지 않는 쪽이 현명하다고 본다. 다만 후자의 경우 약간의 근성이 있다면 전투창의 파란 글씨를 클릭해가며 D&D 3.5e 룰을 빠르고 쉽게 익힐 수도 있겠다.
비록 '마무리하다가 급하게 내놓은'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이 얼마나 국산스러운가),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게임 엔진이 구사해내는 3.5e의 전투는 플레이어가 떠오르는 태양을 두어번은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뭐 그 이상은 무리지만.
발매일 : 2004년 6월 중순.
가 격 : 정가 35,000원
2004년 6월 말 구매 당시 보통 33,000 ~ 32,000에 가능
비주류 게임 특성상 6개월 ~ 1년내 똥값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그 이후로는 물량이 없어져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
구매처 : 최신 게임이라 게임파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전부.
ToEE는 전투중심 RPG이며, 퀘스트는 숫자는 적진 않지만 모두 단편적이며 대부분 한 번만 왔다갔다하면 끝나는 수준입니다.
주무대는 제목과 동일한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 통칭 '템플'이며, 나머지는 템플에 들어가기 전 레벨업에 도움을 주고 마을 2곳은 아이템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보조 역할에 불과합니다.
그래픽은 배경은 2D, 캐릭터 및 마법효과는 3D입니다.
이동은 실시간이며 전투 돌입시 턴제로 전환됩니다. 기타 맵 이동 및 구성은 인피니티 엔진 게임들과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지만 D&D 3.5e 룰 기반이며, 게임 내 도움말 및 매뉴얼도 D&D 룰 설명에 대부분의 공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질이야 어쨌든) 한글화하여 발매하였습니다.
아름답고 화려한, 그야말로 '퐌타지스러운' 배경 그래픽을 보여주며(물로 뛰어가면 물이 첨벙대며, 밤에는 날벌레가 날아다닙니다) 무기들의 이펙트가 그야말로 절제하였면서도 때리는 것 자체가 신나도록 만들어졌습니다(플레이밍으로 치면 적의 온 몸이 불탐!). 그리고 인물들의 동작이 매우 역동적이어서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쳐라 스코프!).
사운드 또만 타격감을 120% 살려주는 ?실?시행하고 있으며, 물이 첨벙댄다거나 밤에 벌레가 찌륵거리는 소리 등으로 배경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줍니다.
플레이어 마음대로 역할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선으?하든, 악으로 하든, 중간에서 실리만 챙기든 그건 당신의 자유.
크래프트 아이템을 실현. 특히 완드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 5레벨 되어 파이어볼 완드를 만들면 난이도는 바닥. 물론 이렇게 편하게 사는것에 적응했다간 막판에 보스러시에 고생합니다.
D&D 3.5e의 룰을 엄청나게 잘 재현하여, 전투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습니다. 마법을 걸어 괴롭히고 발 걸어 집단 구타를 가하는 그 재미란! 그리고 10레벨 이하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코어룰의 스킬 및 피트는 거의 완벽히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D&D 세계의 다양한 적을 만나 싸워볼 수 있습니다.
한글화 수준이 떨어집니다. 특히 한글 -> 영어 -> 한글의 이중 번역 필요한 부분 다수.
엿 같은 AI. 특히 패스파인딩한 프로그래머 놈은 할복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이 흘리고 다니는 캐릭터를 일일이 줍자면 짜증이 치솟아 오릅니다.
느린 게임 진행. 사양이 낮으나 높으나 똑같이 느립니다. 답답합니다.
난무하는 버그. 감히 말하건데 창세기전 시리즈에도 비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D&D 3.5e라는, 보통 사람에겐 생소한 룰을 채용했음에도 매뉴얼엔 설명이 부족하며, 게임 내 도움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마법 무구 제작이나 마법 설명은 없거나 너무 부실해,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몸으로 알아가야 합니다. 지금은 90년대가 아닌데. 퀘스트도 이 점은 마찬가지여서, 이 게임의 로그북의 퀘스트란은 BG1의 저널보다도 못한 수준입니다.
장점에서 언급한 '다양한' 적은 1개체만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적은 주로 인간, 버그베어, 오거들을 '지겹도록' 많이 보게 됩니다.
단조로운 BGM. 음악 자체도 그다지 색깔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래픽과 사운드는 생각이 나도 음악은 기억이 안 납니다.
결론
ToEE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멋진 타격감을 자랑하는 훌륭한 전투남발 RPG입니다. 정말 전투하는게 즐겁습니다.
그러나 특히 형편없는 이동 AI를 비롯한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은 부실한 매뉴얼을 포함해 플레이어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으며, 룰 설명이 부실하기 때문에 D&D 룰을 잘 모른다면 힘든 게임입니다.
인피니티 엔진 등의 D&D 룰 게임을 해보셨거나 전투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하는 게임이고, 퀘스트 해결을 좋아하거나 D&D 룰은 2d4가 뭔지도 모른다...라면 구입시 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