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이 시기를 1년 좀 넘게 놓친 소감문.
2010년 여름인가에 여름 보너스를 받고 이걸로 뭘할까 하다가, 이번 기회에 비싼 마우스 한 번 써보자 싶어서 호쾌하게 지른 마우스.
언제나 신뢰받는 로지텍이나 당시 막 출시되던 매드캣사의 변신 마우스 R.A.T.도 매력있는 상품이었지만, 블루트랙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 마소가 취미로 만든다는 하드웨어에 대한 신뢰감, 그리고 엄청나게 뛰어난 점은 없더라도 엄청나게 욕먹는 점이 없는 여러 사용기를 보고 나서 결정을 내렸다.
가장 감탄했던 것은 무선 마우스임에도 - 코드를 연결해도 충전만 되지, 신호는 계속 무선이다 - 다른 무선 마우스에서 볼 수 있던 딜레이 현상은 전혀 없었다는 점. 특히 게임용답게 초당 신호 횟수도 1,000hz로, 정말 부드럽고 빨랐다. 물론 반대급부로 배터리는 12시간을 넘기기 힘든 조루였지만, 뭐 12시간 내내 게임하는 일은 거의 없고, 혹시 깜박하더라도 뭐 유선인양 치고 선 붙이고 하면 되니까.
마우스로서 커서 반응의 성능에는 대만족했지만, 크기와 무게에는 적응이 좀 필요했다. 필자는 마우스를 손가락으로 잡는 핑거 그립 타입이었는데 이 마우스는 그런 건 전혀 안 되어서, 팜그립법에 적응을 해야했고, 무게도 처음엔 무거웠다. 뭐 지금이야 다른 마우스들은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만.
플라스틱은 필자 명함의 뚜껑. 저기에 손목을 올리고 손바닥 전체로 마우스를 잡는다.
다른 사람들이 보통 말하던 휠 버튼의 경우엔 필자는 거의 느끼지 못했고... 다만 한가지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마우스 좌우 버튼의 문제 - 특히 내구성이다. 이걸 사서 처음엔 좋다고 들고 출퇴근을 하면서 회사에서도 쓰고 집에서도 썼는데, 그러면 사용 시간이 얼추 하루 12시간 가량 된다. 6개월 만에 고장났다. 겨우 2000시간 사용에! 다른 부위는 다 멀쩡한데 마우스 버튼이 고장나서 더블 클릭 현상.
물론 MS니까 AS 보내니 무상으로 새 걸로 교체해주었다. 재고가 없다면서 1달 뒤에. 재고가 떨어져 갈 때 주문을 새로 해야지, 다 떨어지고 난 뒤에 주문하는 건 무슨 경우야. 그리고 바뀌어서 온 새 제품은 양쪽 마우스 버튼이 모두 아귀가 살짝 안 맞아서 클릭할 때마다 걸리적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플라스틱이니 계속 쓰니까 사라지긴 했는데, 앞서 더블 클릭 현상과 더불어 내가 쓰는 게 10만 원에 달하는 마우스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체 받은 뒤론 무게가 부담스러워서 회사에서 쓰지는 않았고 그 다음엔 계속 중국에 가 있어서 이 마우스를 쓸 일이 없었는데, 기본에는 충실한, 쓰기 편하고 좋은 마우스이긴 하지만 필자 같은 헤비 게이머에겐 클릭 버튼의 약한 내구성은 맞지 않는 듯 하다.
하긴 2012년에 들어선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긴 했다. po단종wer크리. 이 마우스를 교체받던 2011년 상반기에도 이미 그런 뉴스가 나서 AS 받을 때 담당자에게 물어봤을 땐 자기도 그런 얘기 못 들어봤다고 아니라고 하더니. 그동안 많이 안 썼더라도 시간이 좀 된 터라 수명이 오래 남은 것 같지는 않는데, 여름 전에 고장 나면 AS를 한 번 더 받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어차피 이녀석 말고 더 싼 다른 녀석이 오겠지만...
참 그리고 이건 마우스의 단점이 아니라 게임 회사들의 잘못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게임들이 워낙 저 DPI 기준으로
만들어지다보니 별도의 세팅을 하지 않고 그냥 게임을 하면 게임 내에서 아무리 민감도를 낮춰도 커서가 날아다녀서, 게임 프로그램의
컨피그 파일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아예 MS 마우스 유틸리티의 DPI 세팅을 낮추거나 해야 했다. 시대는 이제 고 DPI 시대로
가는데, 사양의 최첨단을 달리는 게임도 이에 따라 가야 하지 않나. 특히 FPS 게임들.
그리고 다음 마우스는
Cyborg M.M.O. 7 Gaming Mouse로 찍어놓고 있다. 딱히 MMO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단축키를 마우스로 지정할 수 있는 게임이야 널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