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어쩌다 보니 잡게 된 야겜. 솔직히 그림체가 요즘 추세의 그런 그림체가 아닌 터라 화면 안에선 캐릭들이 열심히 떡을 치는데도 본인이 꼴리지가 않을 정도여서 -_- 떡신 때문에 잡은 건 아니고, 순전히 RPG로서의 재미 때문에 잡았다. 그런데 꼴에 야겜이라고 꼴리지도 않는 떡신이 정말 질리도록 나오더만;
RPG로서의 재미라고 해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특히 다양한 캐릭터를 키우는 맛이 쏠쏠한 게임이다. 캐릭터에게는 물론 레벨이 존재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무기와 스킬에도 따로 랭크가 존재해서 일반 공격을 계속 해서 무기 랭크를 올려야 더 강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스킬을 반복 사용해서 스킬 랭크를 올려야 더 강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스킬에는 스킬 트리가 존재해서, 랭크를 만족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하위 스킬을 반복사용해서 해당 스킬을 마스터해야 윗 단계 스킬을 쓸 수 있게 된다. 이 한 단계 한 단계가 파워업이 좀 되는 관계로 중독성이 대단히 강해서 강한 동기 부여를 해준다.
물론 동기 부여가 되는 거지 전투가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라 전투 자체는 오토로 해버리게 되지만. -_- 오토 전투 시 AI 지정을 상당히 상세하게 할 수 있어서, 필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단순 잡몹 학살, 특정 스킬 반복 사용 등)은 거의 전부 만족시켜 주고 있었다.
반대로 RPG의 다른 축을 이루는 스토리 전개의 경우에는... 글쎄. 대작 게임을 시리즈로 내다보면 뒷이야기 내기가 버거워서 난데없이 중간 얘기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작품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플레이하게 되면 뭐 다들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뭔가 사연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앞 얘기가 없고, 뭔가 사연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뒷얘기가 없고, 플레이어는 알 수 없는 앞 얘기와 뒷얘기를 연결하기 위한 전개만 죽 하다 보니 기승전결도 없이 그냥 무덤덤하게 얘기가 흘러가다가 끝나버린다. 이 사태의 불행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전작들의 비주얼 노벨을 제공하긴 하는데... 불행히도 시나리오 작가가 능력자가 아니어서.
그나마 괜찮은 전개는 4가지 루트 중에서 정사 루트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정사 루트를 약간 수정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차이가 없고 완전히 다른 건 종장 하나 뿐. 종장도 정사는 엄청 길지만 나머지 루트는 매우매우매우 짧다.
뭔가 다를까 싶어서 빛 루트에서 어둠 루트 리위 엔딩으로 2회차를 달린 필자였지만 종장 빼고는 글 몇줄 밖에 다르지 않다는 점에 크게 실망했다. 한 번 나온 내용 넘기게 해두면 2회차 부턴 어드벤처 파트는 몇분 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 뒤 정사 루트만 두 번 더 달린 이유는 순전히 캐릭터 수집의 마지막, 라시나를 얻기 위해서였고 EX 던전 데네바의 창탑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라시나를 얻고 500레벨을 찍어준 뒤 한 번 시도해볼까 싶어서 창탑을 가봤다. 한 번 가보고 빛이나 어둠 루트 - 세리카 엔딩 쪽에서 결판을 지을까 싶어서. 물론 계승 시 적 능력치는 최고치인 2.0으로 설정. 그리고 보스까지 클리어. -_-
창탑에서 처절하게 느낀 건데(물론 창탑에서만의 이야기다. 창탑 아니면 레벨빨로 그냥 다 해결된다), 이 게임은 게임 자체 밸런스도 잘 맞지 않을뿐더러 아군 캐릭터 간에 성능 차이가 대단히 극심하다. 일단 물리 / 마법 중에서 마법 공격은 캐릭을 불문하고 창탑은 커녕 능력치 2배 모드 후반부의 일반 몹에게도 안 먹힐 지경이고, 물리도 공격력 / 공격회수 중 하나라도 능력치가 딸리면 역시 대미지 1. 반면 마도갑옷 스킬로 입을 수 있는 마도갑옷은 갑옷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는 건지 마법 캐릭이 입고 스킬을 날려도 대미지가 몇 만씩 뜬다. 방어의 경우엔 방어력을 올리거나 속성치 맞추는 걸론 택도 없고, 마리냐와 아나스타시아 투톱의 회피탱으로 가야 희망이 있다. 게임 내 진형은 10개 가까이 주지만 필자가 보기에 쓸모 있는 건 딱 2개.
그래서 필자의 세팅은 정밀 전투 대형에, 전위 탱커는 회피 세팅을 맞춘 마리냐와 아나스타시아, 중위는 마도갑옷과 전용 무기를 장착한 흰색 에우 아가씨, 딜 따위 안 바라고 강화 마법에 올인한 에크리아, 후위에 에우크레이아였다. 흰색 에우 아가씨를 후위에 안 둔 이유는, 중위에 둬도 5단 중포격 대미지가 70만 씩 나오는데 후위에 둬봤자 어차피 999,999 대미지 한계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진짜 레이드 보스다;
그리고 안타까운 노미네이트 1순위는 루나 클리어. 힐러에, 마도갑옷에, 마도 갑옷 M 랭크 스킬이 공격력 +12,000이라는 상식을 초월한 스탯을 갖고 있지만, 그러면 뭐해 오버킬이 없어서 대미지 상한이 99,999인 것을. 리위, 라시나, 실피아 등의 캐릭터들도 자체 능력도 괜찮고 오버킬 소유에, XX 살해를 가져서 좋긴 한데 위 캐릭터들보다는 포스가 떨어졌다. 세리카 같은 경우는 스킬에서 공격력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게 +1500인데 이따위면 라크스 하이세라나 리브라크루스의 공격력이 네 배가 되어도 소용이 없고, 리타는 다 좋은데 공격회수가 두 자리 수라 꿈도 희망도 없었다.
아이템 소모의 경우엔 마력석.소와 투기석.소 300개 씩. 투기석을 마력석보다 많이 썼다. 나머지는 4회차 돌면서 줍거나 조금씩 사 모아서 1, 200개씩 마련해둔 걸로 충분했다.
쓰다보니 칭찬하는 내용보다 까는 내용이 월등히 많아지긴 했는데, 뭐 필자가 원래 그런 인간이니. -_- 그래도 1달 넘는 시간 동안 아주 푹 빠져서 재미있게 플레이한 RPG였다. 창탑 보스가 좀 김빠지는 난이도라 문제였을 뿐. HP만 5백만이지 잡몹이랑 다를 게 없어.
아우터는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가서 뽀갠다고 그냥 뽀개지면 포스에 안정성이 너무 없다. 그래서 일단 리인포스 된 뒤에 일정 시간이 지나야 마저 뽀갤 수 있는데, 지난 번 CTA 때는 주로 리인포스를 시키러 갔었다.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킬 메일은 새벽 시간 대에 양키 애들이 먹었단 얘기지.
이번 옵은 리인포스된 포스를, 그것도 주변에 모듈들이 주렁주렁 달린 대박 포스들을 4연타로 깨러가는 거였다. 1개를 깨고 서버 다운이 지난 뒤 3개를 마저 깼는데, 본인도 컨트롤 타워와 모듈을 합쳐 30개 가까이 킬메일을 얻었다. 특히 2개는 막타를 쳐서 본인의 계정에 직접 전투 로그가 들어왔다. 나이스.
서버 다운 전에는 SS를 찍으러 돌아다녔는데, FC가 아노말리를 돌아다녔다; 그래서 생텀과 헤븐을 몇개 털었는데, 하면서도 웃겼다. 200대 가까운 배쉽이 생텀을 털어!
하지만 아쉽게도 적의 저항은 없었다. 걸리적거리는 몇 대가 쓸리긴 했지만 그냥 어쩌다 걸린 것 같고... 이쪽 병력이 워낙 엄청나서 그랬나.
덧붙여 작전할 때 랙은 이번에 처음 걸려봤는데 장난 아니었다. 브라켓이야 다 껐고 심지어는 모든 옵션을 올로우로 하고 이펙트도 다 껐는데 버벅였다. 아니, 동영상 찍는 애들은 이런 걸 어떻게 찍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