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11. 11. 20. 13:53
필자도 한 때 국산 MMORPG를 할 때가 있었다... 깔짝거리다 미칠듯한 노가다를 요구하는 빈약한 컨텐츠에 욕만 한 바가지 쏟아붓고 때려치는 패턴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오래했던 때.

그 게임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이었다. 울티마 온라인은 접었는데 다른 해외 온라인 게임을 잡기는 좀 그래서 이래저래 보다가 잡았는데, 아마 플레이를 계속 했으면 다른 게임과 같은 패턴이었을테지만 군대에 있어서 상상의 나래만 펼치던 때라 1년 가까운 시간을 공략집만 봤었다.

그 때 공략집을 통해 라그온을 연구하며 감탄했던, 지금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라그온의 장점은 잘 짜진 전투 시스템이었다. 몹의 종족 / 크기 / 속성과 플레이어 캐릭터의 직업 / 스탯 / 스킬과 무기의 속성 / 소켓(카드)가 잘 어우러진 시스템은, 물론 완벽하달 정도는 아니었지만 타 국산 MMORPG와 비교했을 때 무시무시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론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했다. 2차 전직과 99레벨에 딱 맞춰진 전투 시스템은 그 높은 완성도만큼, 그 이후의 업데이트를 방해하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 시스템을 만든(그리고 국산을 논할 때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또 한가지 가능성 - 베꼈을) 사람이 김학규씨인지 아니면 그와 함께 그라비티를 퇴사한 다른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엔진을 비롯한 라그온의 다른 수많은 요소와 함께 전투 시스템의 향후 발전 방향 또한 당시 대규모 퇴사의 혼란 속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라그온은 매주 사소한 업데이트를 하고 가끔 맵은 추가하면서도, 진작에 떠벌렸던 3차 직업은 수년동안 만들지 못했고 기껏 나온 게 2-2 직업, 그리고 결정적으로 필자를 접게한 게 바로 '전승'이었다. 전승을 하면, 캐릭터는 1레벨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하게 된다. 물론 다 키웠을 땐 전승 전보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세상에 이런 게 어디있어. 한 마디로 GG친거다. 이렇게 '우린 이 게임 업데이트 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고 인증해주니 뭐 더 생각할 필요있나. 안 그래도 경험치 노가다 짜증나는데.

그리고 이브 온라인 또한, 필자가 시작한 뒤 2년하고도 반년 가까운 기간 동안 단 한 척의 전투함과 단 한 종류의 모듈도 추가되지 않았다(녹티스 및 여타 이벤트함은 비전투함). 그렇다고 이브에 배의 종류가 그렇게 흘러 넘쳐서 이젠 추가한다고 해도 유저가 손사래칠 지경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특히 BC의 경우엔 T1이 종족별로 2종류, T2가 1종류로 BS보다 1종류씩 적을 정도. T3 또한 크루저로 끝낼 물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물론 지금은 아우터의 침체에 따른 인플레 가속 현상이 야기하는 경제 붕괴가 이브에겐 더 위험한 상황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배와 모듈 종류의 고정, 즉 변화없는 이브가 플레이어를 질리게 해 떠나게 만드는 케이스도 이브에게는 큰 위험이 될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가 떠나는 건 어떤 MMORPG든 바라지 않는 현상이지만 이브는 그렇지 않아도 신규 유저 유입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의 게임이다.

딱히 지금 당장 새 T2 / T3 들을 내놓으라는 건 아니다. 다만 이브 온라인으로 오래 우려먹고 싶으면, 새로운 T1 / T2 / T3 배와 모듈들에 대한 장기 마스터 플랜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T3 크루저 발표 이후 CCP의 3년에 가까운 침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계획 그따위건 없고 일단 지르고 보았다' 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그러면 그렇다고 말이나 했으면 좋겠다. T3 배나 모듈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리게.

P.S.: 이 글을 쓴 뒤에 CCP가 T1 BC를 새로 발표했다. 그래서 조금 안 맞는 글이 되긴 했는데, T2나 T3에 대한 얘기는 여전히 없어서 그냥 올린다.
posted by DGDragon 2011. 11. 14. 22:40
1. 일정 변경

이번 출장은, 일단 본인은 12월 중순 귀국으로 끝이었는데(라고 몇달전에 일정을 알려주는 시점부터 장기의 낌새는 보이긴 했지만), 귀국이 당겨져서 이번 주 금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출장의 전체 길이는 3월까지로 늘어났다. 사실 프로젝트 전체 길이가 3월까지였다. 그걸 필자가 듣던 때엔, 필자의 출장 길이만 12월까지였던 것 뿐이지.

금요일에 귀국, 12월 초에 입국, 설 전에 귀국, 설 뒤 입국해서 마무리인 일정인데, 그때까지 얘들이 새 일거리를 또 들고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팀 인기 진짜 짱이여. 그런 것치곤 현지 대접은 홀대인게 아니러니 하지만... 뭐 출장이 더 늘어나도 나야 매인 사람도 없고 프리하니까 까라면 그냥 까면 된다. 말단은 마음은 편하지.

다만 원래는 올해 가을에 샌디브릿지로 업글하려다가 출장 때문에 샌디브릿지E로 계획을 수정했는데, 이게 다시 아이비브릿지로 바뀌게 생겼다. ...차차세대 CPU로 바뀌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2. 변명

블로그 운영 방침이야 주인 마음대로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번,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쓰는 게 고정 독자 - 라고 부르는 신성한 존재가 필자에게도 존재한다면 - 여러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은데, 출장을 핑계로 너무 오랫동안 블로그를 방치한 감이 있다. 아무리 중국 인터넷이 X 같아도 블로그에 글 하나 못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논 거지. 뭐 그렇다고 앞으로 하루에 한개씩 미칠듯한 업데이트를 한다는 건 아니고...

사실 '글을 쓴다'는 사실 그 자체에 너무 집착해서 스스로 부담을 과도하게 진 경향 탓이 크다고 본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해'라고 허들을 거의 장대높이뛰기 수준으로 높여놓으니 그냥 높이뛰기 수준의 글을 쓰는 본인으로선 쓸 수가 없는거지. 길냥 생산의 달인 조모씨가 말한 대로 블로그는 싼 똥을 고이 보관하는 곳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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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11. 10. 16. 13:44
현재 주소로 접속하는 티스토리의 뭐시기 서버가 운용을 중단한다고 해서 주소를 바꾸라는데, 개떡 같은 중국 호텔 인터넷 때문에 필자가 이용하는 닷네임에 접속이 제대로 안 된다.

정확하게는 닷네임에 접속과 로그인은 되지만, 계정 설정에 락이 걸려있는 상태라서 이걸 풀어야 수정이 되는데 락 푸는 중입니다에서 그냥 스톱. 닷네임이 병신인지 인터넷이 병신인지 아니면 중간에 중국 정부의 음모가 있는 건지...

여튼 11월 4일까지는 dgdragon.com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그 뒤로는 귀국해서 설정할 때까지는 dgdragon.tistory.com만 정상 작동할 듯.

삼성생명에서도 뭐 희안한 메일이 와있던데 중국에 있는 중에는 좀 그런 거 보내지 말라고. 인터넷이 더러워서 처리가 안 된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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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11. 9. 23. 19:23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면에선 21세기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인 '핸드폰애가'의 또다른 주인공인 본인답게 휴대폰에 대해선 최소의 관심만을 유지해 왔지만(08년에 또다른 공짜폰으로 바꾼 이유는 단지 와우 OTP를 위해서였다), 중국 출장을 두번째 다녀온 이번에는 스마트폰 + 태블릿 유저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전원 스마트폰 유저라 어디 엉덩이만 붙이면 다들 맛폰(혹은 갤탭10.1) 들고 조물락 거리는데 필자는 할 게 없어!

기왕이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태블릿을 메인으로 하고, 하는 김에 폰도 바꿔보기로 했다. 완전 공짜가 되어버린 넥서스 원이나 할부원금이 5자리가 되었다는 넥서스 S로 하면 부담이 거의 없으니까...

맛폰은 원이든 S든 넥서스가 될 것 같고, 태블릿은 아직 고민 중이다. 처음에는 킨들 DX를 생각했으나 이북 리더기의 한계(혹은 E-Ink의 한계)와 아직 한국에는 그라파이트 버전이 없다는 제한(왜 구버전만 있는겨) 등등이 걸렸고, 다음엔 구글이 먹어서 안드로이드계의 레퍼런스격이 되어버린 모토로라 줌XOOM을 생각했으나 3G 기계를 개통하기 위한 짜증나는 과정(특히 요금제 선택과 그에 따라붙는 온갖 잡다한 문구들이 전부 다 암호같다)과 아직도 높은 할부원금, 그리고 통신을 쓰든 안 쓰든 다달이 바쳐야 하는 돈 등이 발목을 잡았다. 왜 3G 뺀 와이파이 버전이 없는거야.

그래서 결국 현재 생각은 넥서스 S와 아이패드 2 조합. 맛폰은 넥서스 원이 될 수도 있고 아이패드는 갤탭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외 기기로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다 합치면 거진 60~70만 돈인가. 중국 출장이 좀 길어야 본전 뽑은 느낌이 날텐데... 한국에선 휴대폰 꺼낼 일조차 별로 없기 때문에 2달 쓰고 땡이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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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11. 8. 28. 21:36
얼마전에 CCP는 이브에 워킹 인 스테이션에서 인카르나로 이름이 바뀐 업데이트를, 떡밥을 뿌린지 몇년만에 실행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카르나를 통해 이브 세계를 확장하겠다!라기 보다는 룩딸용 캐시템 팔아먹을 생각만 가득한 업데이트였다.

그러나 캐시템은 CCP가 원하는 만큼은 팔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니미 염병할 정도의 최적화를 자랑하는 카본 엔진 덕에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은 스테이션 환경을 끄고 다니고, 켜봤자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아이유 캐릭터는 훌륭한 빛처리 덕분에 신봉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캐시템 살 돈인 AUR을 개미 눈꼽만큼 줄테니 니놈들 돈 보태 좋은 거 사라고 1000 AUR을 전 유저에게 뿌렸는데, 덕분에 1000 AUR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캐시템인 장화가 똥값이 되었다.

필자답지 않게 2년 간 CCP를 전혀 안 까면서 게임했기 때문에(아 물론 CCP와 이브를 건드릴 때의 '올드비' 여러분의 불과 같은 분노도 한 몫했다. 여러분, 여러분의 오지랖이 저의 아가리를 2년이나 처막았습니다! 기쁘시죠? 게임과 제작사와 유통사에 대한 욕으로 점철된 이 블로그에 CCP 욕이 없는 이유는 이게 다아~ 여러분 덕입니다.) 깔 거리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이건 여기까지 하고...

캐시템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찬 CCP는(이에 대한 증거는 하나 더 있다. CCP의 일본 진출 파트너는 넥슨이다. 오오 넥슨 오오...) 캐시템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사내 발행 잡지(인지 전체 메일인지)에서 사원들의 의향을 물었는데, 이게 유출되었고, 덕분에 난리가 났다. 그리고 초기 CCP의 밍기적거리는 태도(여러분의 오해라고 하면서도 캐시템 도입 안 하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덕분에 사태는 점점 확장 일로를 걸었고 진정될 때까지 이브의 경제 수도인 지타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결국 CCP는 이브 유저들 중에서 선출된 위원회인 CSM을 소집하였고, 그들과의 회의에서 이브 온라인에는 룩딸용 캐시템만 팔 것이며, 유출된 문건은 일부러 과장한 것이며(오해라능!), 게임 내에 영향을 끼치는 캐시템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이로써 일단의 사태는 유저의 승리로 일단락 되었다.

그런데 이걸로 해피 엔딩이라고 믿었으면 애당초 필자가 이 글을 안 썼겠지...

얼마전 CCP는 더스트 514의 새 트레일러를 공개하였는데, 게임 동영상이 휙휙 돌다가 게임 내 장비들의 가격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전부 이브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화폐인 ISK로 표기되고 있었다. 이는 더스트 514에서는 이브와는 별개의 화폐를 쓸 것이라는 처음의 얘기와 상충하며, 이브 온라인과의 상관 관계가 훨씬 올라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데브 블로그에서 나온 얘기로는 동영상에서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이브 온라인에서 더스트 514로의 궤도 폭격도 개발 중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두 게임이 별개의 게임이며 PI 점령 정도나 영향을 줄 것 같았던 처음 얘기와는 달리 상호 연관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CCP와 CSM은 이브의 캐시템 도입에는 합의했지만 더스트 514의 그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물론 나오지도 않은 게임, 그것도 이브와는 다른 게임에 대해 CSM이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더스트 514에 캐시템이 도입되고, 그게 이브 온라인과의 높은 연관성에 의해 그 캐시질이 이브 온라인으로 역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굳이 이브 온라인에 직접 캐시템을 내놓지 않아도 거의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뭐 필자의 안목이라는 게 그렇게 높지가 않아서 이렇게 예상해봤자 대부분 다 틀리지만... 이브 온라인에 캐시템 넣은 CCP가 더스트와 WOD에 안 넣을리가 없고 더스트는 이브와 연동성도 있는데 이에 대해 말하는 이는 없는 것 같아서 포스팅 한 번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