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8. 1. 17. 10:40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dts) - [할인행사]  덕 라이먼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게 주목적일텐데, 난 특이하게도 그걸 보고 나면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린다. 프로그램에서 결말 빼고 다 보여주는데, 사실 헐리우드 영화란 게 반전류가 아니면 결말이야 뻔하지 않은가. 안 봐도 비디오지.

이 영화의 소개를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1.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결혼하여 권태기를 맞은 부부
2. 헐리우드 영화
너무나 뻔한 전개와 결말이 예상되지 않는가. 고로 나는 이 영화가 나올 당시 소개하는 부분 약간을 보고 바로 관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하지만 지난 추석 때 우연히 본 영화는 너무나 예상 외였다. 친척들이 모이는 추석 때인 관계로 두 사람이 결혼하는 부분부터 화해 후 자동차 추격씬까지만 봤지만... 대단히 인상 깊은 전개였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봤다.

보통 헐리우드 영화라면 두 사람의 정체와 그로 인한 액션이 주가 되고 부부 간 갈등은 맛뵈기로 등장하겠지만 이 영화는 반대다. 부부 간 갈등이 주가 되고, 이들의 정체는 그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더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영화의 진가는 시작부터, 만나서 결혼하는 부분은 다 빼고 중반까지라고 생각한다. 개와 고양이 혹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미묘하게 엇갈리는 남자와 여자의 심리라든지 감정이라든지 사고방식이라든지.
 
특히 두 사람의 정체와 그 일하는 방식이 너무나 드러내놓고 성별에 따른 사고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정말 절묘하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 두 사람이 여성의 성지와 남성의 아지트에서 자신의 작업 도구를 꺼내는 장면이었다. 나중에 아지트가 아내 친구들에 의해 다 털렸을 땐 나도 주인공과 함께 가슴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놔...

그러나 전반부 1시간 동안 공을 들여 갈등에서 싸움으로 자연스럽게 번져가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헐리우드 영화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나머지 1시간 동안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그대로는 안 되겠다 싶으니 격투하다가 그냥 입술 박치기하면서 화해. 뭡니까 이 날림 전개. 아까까지 이혼 일직선 막장 전개였다고요? 중간에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관객에게 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하면서 그럴 듯한 기미를 좀 깔아놓고 화해를 하지 좀. -_-

그 뒤로는 그냥 헐리우드 액션 전개다. 이 부분에 대해선 더 할 말도 없음. 다만 정말 얼굴에 철면피 깔고 구라를 까는 게 정말... 웃겼다. 아니 서로 똑같은 방탄복 입고 똑같이 총 맞았는데 주인공 부부는 멀쩡하고 상대방은 죄다 스쳐도 사망. -_- 뭐 이럽니까.

후반부에도 부부 간 갈등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닌데 중간에 너무 화끈하게 화해해버려서 만담 이상이 되지 못한다.

뭐 헐리우드 영화에 부부싸움 화해법을 바라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잘 만든 전반 1시간이 너무 아깝다. 전반부도 재미있고 후반부도 재미있는데 이 두 부분 간의 괴리가 아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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