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4. 10. 29. 20:25
  제가 이런 성격(=어둡고 사회성 제로)이 된 것은 책과 컴퓨터 덕입니다. 뭐... 책임 전가 밖에 안 되는 발언이지만.

   부모님은 제가 노는 것에 대단히 엄했습니다. 아니... 구체적으로는 놀이 도구를 사는 것이겠군요. 초등학교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로봇 하나 사달라고 11월부터 1달을 졸랐지만 기각. 반대로 '학습' 글자가 붙어있는 것은 돈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뭐 지금은 유행이 지났지만 과학 상자라든지.

   책은 주로 전집류. 뭐 마을에 도서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책방도 없던 시절이니 집에 있던 전집을 읽고 또 읽고... 진짜 낡아떨어질 때까지 봤고, 그런 책이 제 방에 천 권 가까이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잡지책까지 포함해서. 지금은 다 정리해서 치워버렸지만.

   백과 사전도 비록 하나는 중학생 용이고 하나는 고등학생 용이었지만 2질이나 있었죠. 이것도 1권부터 끝까지 전부 서너번은 읽었나...

   대충 계산해보면 지금까지 읽은 책수가 적게는 3,000에서 많게는 5,00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뭐 스스로 뻥튀기한 것도 있겠지만. 덕분에 맞춤법은 따로 공부 안 해도 문장을 읽기만 하면 맞다 아니다가 탁탁 떠오르고...

   고등학교 때 남들 수능 공부한다고 열몇개의 과목 공부할 때 저는 수학과 영어 2개 밖에 공부 안 했습니다. 나머지는 다 알고 있었거든요.

   뭐 여유적적한 중고 시절을 보냈지만 그게 통하지 않는 대학 생활에서는 쩔쩔 매고 있습니다. 당최 공부하는 버릇이 들어 있어야 말이죠.



   하지만 요새는 꽤 회의가 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책을 좋아하고 읽는 걸 좋아하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 독서 패턴을 스스로 돌이켜 보니 어려운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보는 건 늘상 판타지나 무협지, 만화책. 심각한 책은 딱 잘라 말해서 1년에 50권도 안 읽는 것 같습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죠.

   부모님은 영어 공부해라 헬스해라 하고 말씀이 많으시지만 지금 제게 있어 중요한 건 제대로 공부하는 버릇과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 쓰레기에 시간을 버리지 않는 독서 패턴의 개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뭣보다 학과 성적이 엉망이면 토익 토플 만점을 받아도 취업이 안 되니까 말이죠.

   제게 있어서 책이란... 아카식 다이브랄까요. 타인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들어가 타인의 생각, 타인의 지식, 타인의 경험을 받아들이게 해주는 마법의 창구입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도 그런 편이지만, 책은 제겐 그 흡입도가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지요. 그리고 매체로는 역시 휴대가 간편, 반영구적인 수명. 공각기동대 TV 1기에 나오는 말도 있지만, 쉽게 변하는 것에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가 힘든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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