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5. 6. 14. 19:43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글짓기를 시키는 때가 있다. 독후감, 논설문, 고딩이 되면 논술. 수행 평가야 나 졸업하고 생겼으니. 난 그런 걸 정말 싫어했는데, 다들 글자 제한이 너무 심해서였다.

 나는 다 아는 내용 일일이 쓰는 것보다 생략해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읽는 사람을 애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간략하게 쓰면 되는거 아니가. 그래서 그렇게 써놓고 보면, 글자 제한의 반 정도에 글이 끝난다. 실례로는 경철이와 강 이야기를 보라. 묘사와 대화 좀 빼고 생략하면서 썼더니 요구량의 반이 나왔다. 귀찮고 뭣보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냈지만. 고등학교 논술도 늘 1500자 분량에 쓰고 보면 800~900자 분량.

 어릴때야 폭력으로 강제하니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별 의미도 뜻도 없이 자문자답하는 쓰레기글로 양을 메꿨는데, 완성된 글을 보면 당연히 그 중 반은 주제랑 아무 관련 없는 쓰레기. 좋은 점수 나올 리가 없지. 국딩 저학년 한 때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적도 있던 것 같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보면 글 쓰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게 당연하다.

 블로그에 글 쓰는 건,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일종의 수련이기도 하다. 반년이 넘도록 진전이 거의 없는 건 슬픈 일이지만.

 잡설이 길었는데, 기후의 역습도 최저 용량 제한의 희생물이다. 독후감 레포트인데 A4 5장 분량이란다. 12포인트 크기로. 그냥 쓴 건 양이 너무 적어서 다 지우고, 본문 내용 대충 베끼면서 양을 채우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중딩 수준의 논설문이 된데다 결론도 한 물 간 개그다. 정말 한심하고 유치하다. 날짜 못 지키고 시험이 코 앞으로 닥치도록 찌질대면서 양 채울 바에야, 양이야 어쨌든 날짜 지켜서 내고 그 시간에 시험 공부나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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