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5. 3. 14. 20:50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 새시대 교육자 생존 전략  조벽 지음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이름난 미시건 공대 조벽 교수가 말하는 새시대 교육자의 생존전략. 공교육 붕괴, 흔들리는 교원, 사교육의 혼란 등으로 신음하는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들이 정체성을 찾고 자긍심으을 회복할 수 방법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나에게 있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기쁜 일은 그 읽음으로 인해 간접 경험을 충분히 하여,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새로운 관점은 흥미 위주 소설을 읽다 생길 수도 있고, 진지한 책을 읽다 생길 수도 있다.

그동안은 학과 공부 시 강의 내용과 진도, 공부에만 신경을 썼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교수와 시간제 강사, 연봉제 등등에 대해서 약간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경북대는 지금 한창 싸우는 중이라(사실 1년 내내 투쟁이다), 관심 가져도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의 제목은 정확한 편은 아닌데, 지은이는 대한민국의 교사가 아니고 미국의 교수다. 그리고 책 내용 또한 '교사'가 아닌 '교수'를 위한, 그것도 강의에 관심을 가진 교수를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주로 강의에 대한 이야기와 막 한국에 상륙하려는 교수 연봉제, 그와 관련한 미국의 제도에 대한 것. 1만도 안 되는 교수보단 10만에 가까운 교사를 상대로 하는게 더 많이 팔릴테니 그런 제목을 지었겠지만. 사실 교사가 봐도 도움될 것 같은 부분이 있긴 했다. 전체 내용의 한 반 정도?

지은이는 열심히 '스승의 도'를 설파하고 있지만... 글쎄. 근래 교사는 아무래도 가르친다는 행위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생각 같은 것을 갖고 간다기 보단 안정적인 직장이란 면에서 인기 있는 것 같던데. 그리고 원로 교사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사실 내 학창 시절을 돌이켜 봐도 그랬다. 그나마 30대 ~ 40대 분들이 열정적으로 하려고 하지, 나머지야. =_=

게다가 대체로 이론적인 이야기라, 상당히 현실감이 없다. 책 내용을 대학에 적용시켜 보자면 강의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에게 교수가 다가가야 한다는 건데, 한 학기에 교수가 2개 강의를 맡으면 기본이 100명을 넘고, 교양이라면 한 강의가 100명에 가까운 경우가 흔하다. 어떻게 하란 말인지. 학생인 내가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의무교육도 아니고 자기 돈 내고 학교에 와서 자기가 공부 안 하는 건데.

물론 교수가 내게 관심 가져주면 고마울 것이다. 감동할 것이다. 눈물도 나겠지. 실제로 평균 출석인원 40명 가량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출석 몇 번 부르지도 않았는데, 내 얼굴을 기억하고 지각한 것까지(출석 부르지 않았던 날에) 체크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은 정교수는 아니었지만(일 리가 없고 일 수도 없다), 점수 깎이고도 감동.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안 하는게 당연한 거고, 하는 사람이 특이한 게 아닐까.

학생은 돈 내고 배우고, 교사는 돈 받고 가르친다. 국민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내가 겪어본 모든 공교육과 사교육의 장소는 결국 지식의 매매장소일 뿐이었다. 그것이 전부다. 순진했던 중딩 때나 '스승'을 믿었지, '스승'이라는 개념도 결국엔 '산타클로스'와 다를 게 없다. 그게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개념'에 불과하며,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게 좀 늦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