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12. 5.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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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안 사느냐로 승패를 따졌을 때, 내가 졌다. 같잖은 변명을 해보자면, 죄다 디삼을 접속하는지 이브 온라인 접속자도 없고 배삼 접속자도 없고 해서 도저히 뭘 할 수가 없더라 -_-


스크린 샷은 16레벨이지만 현재 진행은 나메 액트 4 진입, 레벨 48인데, 뭐랄까 예상대로의 물건이었다. 물론 나쁜 쪽으로 예상대로였다. 안 좋은 예상은 언제나 맞더라.


스토리가 게임에 매우 밀착(이라고 해봐야 게임 내 대사의 풀음성지원이고 이건 많은 ARPG가 이미 한 거지만)된 건 칭찬할만하지만, 그 스토리가 전형적인 블쟈식 스토리에, 너무나 예측하기 쉬워서 반전이라고 부르기도 어렵고 이건 그냥 게임 구성에 맞춰 억지로 쥐어짜낸 수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슬픔도 없고... 악몽하면서 겨우 두번째 보는 건데 벌써 지겨워진다.


그래픽은 발표되던 2008년에 바로 나와도 좋다는 소리는 못 들었을 수준인데, 이게 2012년에 나왔다.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덕분에 사양은 낮다. 디아에 이브 온라인 클라 2개를 켜놔도 문제 없다. 그런데 이게 장점이긴 한가 모르겠네. 사운드는 음성 지원과 타격음 등을 포함해 대단히 좋다. 특히 타격 이펙트와 잘 버무려져 타격감의 극을 보여준다. 다만 배경음악은 별 그게 없다. 그냥 배경음악이구나 정도.


디삼이 그동안 만들어진 기대감에 못 미치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스타 2를 보고 대폭 하향조정했는데도 그렇다), 수수료가 15%나 되는 현금 경매장의 활성화를 위해선지는 몰라도 동렙 드랍템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비유를 들자면 에베레스트 등정에 필요한 아이템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드랍되는) 잡아놓은 난이도가 인상적이었다. 불지옥이 한방이니 뭐니하는데 불지옥 난이도는 둘째치고 악몽 난이도부터 슈팅 게임이 되고 있다. 즉 최고의 아이템을 사도 한두대면 푹찍이라는 것이다.


이건 현금 경매장의 이용이나 뭐 그런 것과는 아무 관계없이 그냥 게임 디자인 혹은 밸런싱의 실패로, 거의 대부분의 몹의 이속이 플레이어와 같거나 빠르며, 공격력은 강해 플레이어를 한두방에 보내는데(따라서 최강의 아이템이라는 게 의미없다. 처발라도 한 대 맞고 뒤지는 게 두 대 맞고 뒤지는 정도의 차이가 되는 정도이며, 밀리는 탱킹은 커녕 붙자마자 순삭이다), 체력은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게다가 플레이어 캐릭터에게는 이들을 제어할 군중 제어 스킬이 아주 적고, 그나마도 사용이 아주 제한적(혹은 확률적)이다. 즉 높은 난이도로 갈수록 죽음의 빈도가 점점 잦아진다. 게임을 근성으로 하던 때는 20년 전에 끝났다. 10년 전에 내놨어도 욕을 먹었을 구성을 2012년에 하고 있다니.


게임을 이따위로 한방 게임으로 만들어놓았으니, 근접 캐릭, 근접 스킬, 지속적인 딜스킬과 사용에 제약이 많은 군중 제어 스킬이 쓸모가 없어진다. 즉 캐릭터의 2/5, 스킬의 2/3 이상을 스스로 쓰레기로 만들었다.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줌아웃도 안 되는데 화면 밖에서 날아와 캐릭을 한방에 죽여버리는데, 뭐 어쩌라고.


뭐 이미 엄청나게 팔아치워서 이미 매출액이 수천억에 달하긴 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게 '환전'이라고 보고 있다. 현금 경매장의 수수료(물론 국내는 해당사항이 없지만)에 눈이 멀어 게임 난이도를 지랄같이 맞춰서 내놓고, 팔아먹어서 돈을 벌고 대신 자기 네임 밸류를 깎아먹는다. 즉 명성과 돈을 등가교환하는 것이다. 하긴 스타 2 같이 돈도 못 벌고 이름값도 깎아먹는 것보단 이게 낫지. 블쟈의 명성이란 게 밥 먹여주지는 않으니까.


디아블로 3에서 악몽 난이도에서 몹과 사투를 벌이다 보니 던전 시즈 2가 생각났다. 던전 시즈 2는 그래도 난이도별로 확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며, 스토리 또한 흥미로운 이벤트와 함께 진행됐고, 파워의 개념 도입으로 어려운 전투를 좀 더 쉽게 돌파할 수 있었고, 어떤 몹에게 어떤 파워를 조합하여 준비하여 어떤 타이밍에 쓰는가 또한 중요한 포인트였다. 아 시발 테일러횽 던시 3편 만들어줘요. 디아블로 3 하다보니 현기증 남. 지금 있는 던전시즈3? 그건 그냥 별개의 게임임. '디스트릭트9'이 9부작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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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12. 5. 12. 22:18

원래는 '블쟈의 시대는 갔다! 다시는 안 온다!'는 주제로 근거도 없는 자뻑류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스타 2에 대해 쓰려다가 결국 출시 때까지 못 쓴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출시 전에 써보려고 15일 되기 전에 글 하나 싸갈긴다.


필자는 디아블로 3는 그냥 소식만 듣고 실제로 플레이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을 알면 내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스타 1을 3D로 옮긴 것이 2이듯 디아블로 2를 3D로 옮긴 것이 디아블로 3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배신과 타락이겠지. 러브 라인은 없고, 있으면 격파하고... 필드를 달리다가 적을 보면 때려눕히고 돈과 템을 줍는, 뭐 그런 플레이.


필자가 요즘 듣는 게임구타위원회 5회인가를 보니까 뭐 와우가 신선한 시스템이었니 하는 얘기가 나오던데, 블쟈는 신선과는 진짜, 전혀상관없는, 정반대의 게임개발사다. 그들이 개발한 게임에 '남들이 한 번도 안 해본 것'은, 정말 내가 맹세컨데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그들은 항상 남들이 먼저 구현한 아이디어를 가져와 차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다. 그들이 욕을 안 먹는 이유는, 그걸 그들의 게임에 완벽하게 녹여내어 도대체 어떻게 뭐라고 까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1? 그건 그걸 개발하던 게임사를 블리자드가 흡수해서 다듬어서 내놓은 거다. 그러니까 발매 전에 가져오냐 발매 후에 가져오냐의 차이일 뿐이지.


그래서 블리자드가 실패했느냐? 아니다. 대성공했지. 언제나, 엄청나게 대성공했다. 그 방법으로 무려 20년 넘게 성공해왔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방법을 바꾸지 않는다. 인간은 잘 돌아가는 시스템은 바꿀 수 없는 생물이다.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스타일의 유지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여서 썩는 물이다. 스타 시리즈는 스타대로 10년 넘게 똑같은 스타식 RTS를 고수하고 있고, 와우는 10년 다 되어가는 동안 PvE, 레이드 위주 장비빨 MMORPG를 유지하고 있고, 디아블로 시리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게임 시리즈는 그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수십년 동안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매번 똑같은 스타일이라면 질려버린다는 거다. 디아블로 10년 한 사람에게 다시 악마 때려잡는 게임을 들이밀면서 '다음 10년 동안 이거하시죠'라고 얘기하면 그때도 좋아할까.


뭐 게임 시장은 필자의 예측은 잘 안 맞으니까 제쳐두고, 1편은 신나게 했었지만 디아블로 2는 심드렁하게 3정주행하고 끝낸 필자가 3를 미친듯이 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