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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GDragon 2005. 3. 27. 18:00
  비만의 제국  그렉 크리처 지음, 노혜숙 옮김
지금껏 개인의 무절제한 식습관이나 운동부족, 유전적 원인으로 생각해온 비만의 책임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있음을 주장하는 책. 수많은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비만 역사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세계 최대의 비만 국가 미국. 전 인구의 1/3 가량이 과체중을 넘어 비만이라는 나라. 지금도 충분히 뚱뚱하지만, 앞으로 더 뚱뚱해질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나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물론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한 국가의 전 국민의 체질이 바뀌는데는, 매우 다양한 원인과 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원인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저가이며, 식물성이라 소비자의 거부성이 적지만, 사실 불포화 지방산의 비율은 돼지고기보다 더한 기름인 팜유의 대량 생산과 소비, 고과당 합성물질인 HFCs의 개발과 사용, 패스트푸드점들의 공격적 마케팅, 올바른 식습관 교육을 포기한 가정과 학교, 부족한 체육시간,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조사 및 분석 결과들, 한걸음 물러선 종교단체들과 정부.

특히 인상 깊은 건, 맥도널드나 피자헛과 같은 패스트푸드 회사들의 맹활약이다. 그들은 그들의 음식을 팜유로 튀겨서 내고, 거의 먹는 그대로 지방으로 가는 고과당 합성물질 HFCs로 맛을 낸 음료를 준다. 음식의 양을 더 늘리고, 돈을 그만큼 더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학교의 급식까지도 패스트푸드로 제공해버린다. 공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이 줄어 재정난에 허덕이는 학교들은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아침도 패스트푸드, 학교에서 먹는 점심도 패스트푸드, 간식도 패스트푸드를 먹고 살게 된다.

자본주의의 나라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돈이다. 그들은 그들의 돈을 위해 자국민의 건강마저 도외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먹는 양은 많아졌지만, 하루 평균 서너시간에 달하는 TV 시청 등으로 인해 운동량은 오히려 감소한다.

많이 먹는 것에 대해 종교단체는 침묵하였으며, 정부기관들은 시민들의 비만에 대해 '개인이 알아서 할 일' 이라며 손을 놓는다. 식생활 연구가들은 통계자료를 잘못 분석하거나 자신들의 빈약한 지식을 과신하여,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잘못된 상식을 퍼뜨린다.

말리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권장한다. '먹어라, 먹어라, 먹어라!' 그리하여 사람들의 심리적인 '리미트'가 해제되고, 미국인들은 살 찌는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배가 터지도록' 먹게 되었다. 결국 모두의 배가 공평하게 두꺼워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자유의 나라 미국이므로, 상위 부유층에겐 위의 모든 말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95%의 국민들, 특히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이 현상은 더 심화된다.

미국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근래 들어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국가의 허리살을 빼기 위해선 패스트푸드점들이 벌어들인 돈의 몇배에서 몇십배에 달하는 세금이 필요할 것이다.

읽다 보니 비슷한 이야기들을 우리나라 뉴스에서 꽤 본 것 같다. 특히 2000년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 20대부터 4, 50대까지 전연령의 비만 비율이 30%를 돌파했다. 절대 미국에게 뒤쳐지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처럼 수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전에, 부디 현실 인식과 대처가 뒤따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