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9. 5. 28. 20:17
한 두어달 된 것 같다. 와우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한 명의 개인으로서 볼 때,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고 놀거리는 많다. 내 마음 속에서 무수한 즐길거리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지난 몇년 간 이 경쟁의 압도적인 승리자는 와우였는데, 무패의 기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블리자드의 생각도 개념도 없는 무한의 사냥꾼 너프질(개중 압권은 역시 야냥의 캐너프와 너프 뒤 불과 일이주만에 고정 사격 너프와 전갈 독을 제외한 모든 사항을 몽땅 원상복귀시키는 무뇌아적인 행태)?

너무나 쉬워져서 도전이고 나발이고 없어진, 그저 템과 돈을 위한 노동이 되어버린 레이드?

그 쉬운 레이드마저도 울두아르까지라는 시간 제한 내에 클리어하지 못한 내 공격대(6분 말리, 낙스라마스 25인 불사신, 흑요석 3비룡을 못했다)?

낙스라마스 클리어하는데 1, 2주면 족하게 만들어놓곤 그 이후 던전 하나 새로 내놓는데 무려 반년이나 걸리는 블리자드의 병신 같은 컨텐츠 생산력?

업적 자체를 하기 싫어하는 공대원 몇몇과 그 공대원들이 나갈까 두려워 공대의 입지를 명확히 하지 못한 운영진들?

공대 내에 새로 들어왔지만 우버한 센스로 생존과 딜에서 모두 나보다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해서 내 자뻑을 끝내버린 사냥꾼들?

새로운 운영진의, 지난 공대는 네임드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고 까지만 정작 자신은 그보다 더 오래 기다리게 하는 운영과 사냥꾼은 공대의 꼬붕 취급하는, 그리고 불만마저도 말하지 말고 그저 참으라는 마인드?

울두아르 패치 뒤 한달동안 레이드를 했는데 4주째 3일차에도 4시간 내내 '안개에 닿지 마세요' 한줄이 공략의 끝인 요그샤론 1단계를 뚫지 못하던 공대의 진도?



글쎄... 반대로, 내가 압도적인 센스를 보이며 넘버원을 달리는 딜딸을 쳐대고 공대가 첫째주에 울두아르 올클하고 하드 모드를 달린다고 생각해봐도... 별로 와우에 접속하고픈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때가 온 것 뿐이다.

내가 와우에 질리는 때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의 것들이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지. 그저 와우에 질렸는데 위의 것들이 날 덮쳐오면서 그에 대한 짜증이 와우가 주는 즐거움을 훨씬 압도해버렸을 뿐이다.

다행히 계정이 알맞게 끝나주었다. 지금까지 접었던 울티마 온라인이나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비슷하게 접었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접속 종료. 캐삭이나 돈이나 아이템 뿌리기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아도 정말 접었다면 그냥 그걸로 끝이다. 뭐 보안이 걱정된다면 계정을 통채로 삭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와우가 워낙 마성의 게임인 관계로 나도 이걸로 완전히 끝...이라고는 딱잘라 말하지 못하겠다. 나중에 은근슬쩍 접속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이건 확실하다. 사냥꾼은 아니다.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