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8. 1. 8. 19:40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전4권 세트 (케이스 없음) - 시리즈 제7편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전 세계 6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6권까지 3억2,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완결편 이 출간됐다. 전4권.
 
미리니름 주의

 나는 어떤 이야기든 마지막 이야기를 보는 건 많이 망설이는 편이다. 중후반부까지는 재미있던 이야기가, 작가의 역량 부족이나 지나친 개입, 아니면 현실에서의 개입(이른바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망가지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책도 별로 좋은 마무리는 아니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제대로 되었으나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전 감상에 쓴 대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덤블도어에게는 별로 안 좋은 과거와 꿍꿍이가 있었고, 해리 포터를 대 볼드모트 병기로서 육성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짜증나는 건 그 전말을 듣고 해리 포터가 덤블도어가 원하는 그대로 "그래. 죽자."라고 하는 거다. 볼드모트 저지가 해리 포터의 인생 목표 중 하나라곤 해도 그게 그 자신의 목숨보다 우선 순위가 높았나. 어머니가 자기 목숨 바꿔살렸잖아. 하다못해 한 문단이라도 좋으니 고민 좀 하라고.

스승은 제자를 도구로서 키우고 제자는 앵무새 노릇이 지나쳐 '더 커다란 선'이라는 뻘소리를 그대로 따라하는 가운데(게다가 그를 위한 인신 공양으로 자기를 바쳐.) 그나마 세베루스의 이야기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시리즈 최고의 순정남. 6, 7권의 주인공은 이 녀석인 듯. 사랑하던 사람이 딴 남자와 결혼하고 자기 자신은 그들의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는 슬픈 이야기지만. 그리고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낸 아이는 그 과거를 만인의 앞에서 다 까발린다. 우와 나 같으면 그 때 살아있었어도 다시 자살할 것 같아.

평소에도 해리 포터가 개성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편에선 더 많은 이가 이야기 진행을 위한 장기말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사람은 아니지만 그리핀도르의 칼이 최고). 누구의 성격이 원래 이렇게 묘사됐는데 7권에선 이렇게 되었다라고 콕 찝어말하진 못하겠는데 뭔가 영 찜찜하단 말이지…….

아…… 재미있는 이야기니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되는데, 왜 이렇게 따지는지 모르겠다. 이런 거 보기에 나이 너무 처먹었나. 하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대박을 쳐서 그렇지, 작가도 이게 처녀작이긴 하군. 다음 작품으로 뭐 쓸진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은 더 낫기를 바란다. 하긴…… 워낙 많이 벌어서, 그냥 은퇴한다 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겠지만.

P.S.: 벨라트릭스와 1:1로 대등한 싸움이라니, 위즐리 부인 만세! 아줌마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