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 그분의 뽐뿌질을 받자와.

  이른바 '신도'들의 자격 요건은 현실에서 카드를 돌려막기 하는 정도 아니면 껴주지도 않을 정도인 듯 하더라만... 뭐 게임상에서도 지르는 건 지르는 거니께.

 나는 현실에선 절대 지를 수 없다. 현찰이 없으니까. 월단위로 용돈 받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사용 목적을 밝히고 2, 3만 원씩 받는 게 다다. 나이 스물셋 먹고 참 구질구질하지만...

 대신 게임상에선 충동적으로 잘 지르는 편이다. 라그에서도 두어번 질렀다가 모두 후회했었지... -_-

 민첩성에 올인한다는 생각 하에, 문턱이 닳도록 경매장을 드나들면서 퍼부은 돈이 얼마더냐.

 덕분에 전 직업 중 가장 돈이 잘 벌리는 축에 속하는 - 총알만 있다면 먹을 것, 마실 것 필요없이 그야말로 무한 사냥, 맞지 않으니 장비 수리비도 안 나간다 - 사냥꾼을 하면서도 40대 중반 레벨까지 뛰어다녔다. 아아 길드원들과 인던 레이드 갈 때마다 쪽팔려서 원.

 그래서 피빛그림이에게 25G 빌려서 눈 딱 감고 질렀다. 빚지기를 싫어하는 내가 돈 빌려서 뭐 사는 건 거의 없는 일...

 세트로 오그리마에서 1.5G 주고 박은 미스릴 박차까지 더해지니 171%의 이동 속도가 나온다. 그야말로 레이싱을 하는 느낌. 몹 신경 안 쓰고 달려가도, 몹들이 따라오질 못하고 뒤쳐진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또 쾌감.

 돈은 일주일 만에 갚았다. 휴우.

 사실 코도야 길드 든 사람들은 대부분 돈 빌려서 사긴 하더라만, 이게 진짜랄까.

 DPS 29.2짜리 석궁. 특별히 에픽 줍지 않는 한은 이거들고 만렙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석궁이다. 볼 때마다 강렬한 뽐뿌질의 충동에 휩싸였지만, 레벨이 안 돼, 돈 갚아야 돼 하면서 참았었다.

 그런데 그저께 보니 이 귀여운 물건이 30G-50G에 올라와 있는게 아닌가(뒤의 가격은 즉구가)!

뽐뿌질에 머리가 터졌다.
 필자는 돈이 없어서 페이형을 구슬러서 입찰하게 만들었다. 코도 빚 25G도 안 갚은 상태였는데.

 무사히 낙찰해서 물건을 건네받고, 지금은 석궁을 왜 샀냐며 레벨업까지 달리라는 압박을 받는 중(석궁 렙제 51, 지금 레벨 49).

 30G야 금방 갚을 수 있을 듯. 돈이야 금방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