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GDragon 2009. 8. 1. 18:26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엄청난 대단원의 막 이후, D&D 계열 게임 중 최초의 D&D 3rd 룰과[각주:1] 최초의 풀 3D 그래픽을 내세우고 나온 야심찬 RPG. 당시의 대세인 멀티플레이 및 UCC의 열풍을 반영해 게임 내 모든 컨텐츠를 모듈 단위로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데다 멀티 플레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전투 중. 상대 그래픽은 이상한 게 아니라 스톤 스킨을 쓰고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나온 게임은... 그래픽... 당시 기준으로 나쁘지 않음. 사운드... EAX 지원도 하고 소스 자체도 풍부해서 좋음. 반전은 없지만 전형적이면서도 나쁘지 않은 영웅물의 스토리, 괜찮은 구현도의 D&D 전투, 다양하게 골라 마음대로 키울 수 있는 캐릭터의 성장...

등등 부분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엄청나게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환상의 게임...이 되었어야 했지만, 게임은 종합 예술. 이 모든 것이 버무려진 결과물을 열고 보니...

재미가 없어.

뭐 난 멀티는 안 해봤으니 그거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는데[각주:2], 캠페인이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이유 중 상자에 대한 불평은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정말로 재미가 없다. 지겹고, 지루하고, 짜증난다. 이렇게 재미없게 만드는 것도 재주라고 봐야 하나.

탭키를 누르면 게임 내 반응 물체가 모두 고유의 빛을 띤다. 현재 화면의 푸른 빛들은 모두 상자다. 그것도 반 이상이 잠겨서 별도의 수고를 요구하고 기껏 열면 1골드나 그에 상응하는 물건이 들어있는, 혹은 그나마도 없는 뻥상자. 1편 오리지널 캠페인의 거의 모든 맵이 죄다 이딴 식이다. 안 열수도 없다. 공략집 없이는 중요 물품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니까.


그래서 한곳에 처박아두고 있다가 이번에 웹에서 공략 찾아 펼쳐놓고 수시로 알탭 눌러가면서 참고해서 쓸모없는 상자, 쓸모없는 길을 모조리 제끼고 알맹이만 뽑아서 일직선 진행으로 클리어했다. 도대체 몇년만에 클리어한 건지. 마치 3년 묵은 똥을 밀어내는 노력과 열정으로 게임을 쭈욱하고 밀어냈다. 그동안의 난... 근성을 초월한 새로운 경지에 올라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근성 상태를 초월한, 초근성!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지였다. 그나마 쾌속하게 레벨 올리면서 애들 쾌속하게 썰어내니까 학살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나머지는 글쎄. 나오는 글자가 한글로 되어있으면 뭐해 조금만 문장이 길어져도 뭔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는데. 제기랄 번역기.

왼쪽 아래 텍스트 박스의 존대와 하대가 섞인 어투는 이 게임의 이상한 번역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존대와 하대가 섞인 정도는 양호하다. 의미가 완전히 반대거나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알아먹을 수 없는 글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엔딩을 보고 지금은 확장팩 1번으로 넘어왔다. 아직 초장인데도 캠페인 구성이 오리지널보다 훨씬 낫다는 게 바로 느껴진다.
  1. 아이스윈드데일 2편도 있었지만 인피니티 엔진은 AD&D 2용 엔진이어서 구현도가 크게 떨어졌다 [본문으로]
  2. 멀티 그 자체의 재미는 빼고 봤을 때, 싱글이 재미없는데 멀티가 특히 더 재미있을 리는 없겠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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